小津安二郞的反電影 (平裝, 第1版)
吉田 喜重 / 世界圖书出版公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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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누가 갑자기 책을 선물했을 때가 가장 흔한 경우다. 내 기호에 맞지 않는 책이라면 그냥 훑어보기라도 하는데, 그래야만 책을 선물한 사람과 또 그 책의 저자나 출판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차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 선물이 아니라면 우연한 독서는 가끔 이렇게도 시작된다. 나는 보통 한 권씩 사는 편인데, 가끔은 쿠폰을 쓰기 위해서 자투리 금액을 맞추기 위한 책을 찾게 된다. 보통 몇 천 원 정도인데, 아무래도 책이란 게 최소 금액이 있다 보니 2~3천원 맞추기는 정말 어렵다.

 

물론 그 이상을 사도 되지만 금액 맞추기란 목적이 크기 때문에 가급적 그 금액 대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책이 잘 안 보인다. 내가 출판사를 해도 그런 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같다.

 

그런데 최근에 도저히 그 금액이라고 믿기 힘든 가격의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아마 2,400원인가 였던 것 같은데 무려 정가가 24,320원인 책을 2,400원 정도 거의 90% 할인된 가격에 구입했다. 이 책은 전부터 보관함에 담아뒀던 책으로, 가격이 비싸서, 그리고 주문하면 한 달 이상 걸리거나 기다렸다가도 정작 품절 통지를 받기 쉬워서 방치하고 있었다. 그것도 내일 배송이라는 문구를 달고... 아마도 이 책은 누군가의 주문으로 이미 국내에 도착해 있었다가, 정작 주문자가 취소를 했거나 하는 사정으로 미아 상태로 머물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여하튼 말도 안 되는 가격과 배송 속도에 만족하며 이 책을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일본 저자의 책을 중국인이 번역한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번역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 관한 책이다. 이제 한국영화하면 세계가 ~~!”라고 하는 상황이 돼버렸지만, 이미 일본은 그런 세계적 영화감독을 배출한지가 꽤 됐고 그중 가장 유명한 감독이 오즈 야스지로다. 그의 <동경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고 비교적 최근에 리메이크도 됐을 정도다.

 

주로 가족의 일상적 모습을 담고 가족이 결혼이나 죽음으로 이별할 때 느끼는 고독감을 차분한 구도로 잘 잡아낸다. 현란한 할리우드영화와는 대척점에 있는 영화라 할 수 있을 듯하다. 뭔가 심심한 듯 그런데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마음이 정화되고 서서히 고조되는 감정 속에서 마지막 장면까지 보게 되는 그 힘을 처음 느꼈을 때, 이 감독의 영화들이 가진 독특한 맛과 멋과 힘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여서 그의 dvd를 하나씩 봐나가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고 때로는 그의 영화에 관한 책도 한두 권정도 읽었던 기억도 있다.

 

수십 편의 영화 중 주로 <만춘>, <동경이야기> 중심으로 책의 내용이 구성돼 있다. 저자에 따르면 오즈 야스지로는 은은한 해학과 풍자를 가지고 있고, ‘사물의 시선을 활용해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 감독이다. 오즈 야스지로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건 관객의 미소를 자아내는 감독의 솜씨 덕분이란 점을 생각하면 해학은 이해가 가지만 풍자는 선뜻 납득이 잘 가지 않는다. 아마도 풍자란 당대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물의 시선대목은 마치 라캉식 독법같아서 낯설지만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위의 두 편은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뭐랄까, 평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뭔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만날 건수를 찾지 못하다가 뭔가 하나가 생겨서 만나게 되는 상황이랄까. dvd 책꽂이 안쪽에 묻혀 있던 이 두 편의 dvd를 찾아냈다. 조만간 오랜만에 만나게 되리라.

 

오즈 영화는 두고두고 일정한 주기로 보면 좋은 영화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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