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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박정희 모더니즘 - 유신에서 선데이서울까지
권보드래 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5년 4월
평점 :
이 책의 원 글은 경향신문 연재물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이니까 지금으로부터 한 6여 년 전이 아닌가 싶다. 북한이나 미국이나 대만처럼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대권을 쥔 예는 있었지만, 아버지에서 딸로 대권이 주어진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였다. 그런 탓인지 몰라도 박근혜 대통령 통치 시기를 살면서 그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게 되는 건 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신문 연재라는 포맷 상 한눈에 잘 들어오지도 머리에 오랫동안 안착하지도 못하는 내용이라 그때그때 내키는 대로 보고 지나치고 말았다. 이 연재물을 맡은 이들은 한국 현대사와 문학 전공자들로서 그중에서도 명민하고 글솜씨 좋기로 소문난 사람들인지라 그들의 손으로 타고 넘어오는 역사적 사실들과 그에 대한 해석들을 흡수하는 시간은 꽤 흐뭇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연재물들은 시세의 흐름에 따라 곧바로 책의 형태로 묶였던 것같다. 어쩌면 연재하기 전부터 출판 계약이 돼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내는 쪽의 염원과는 달리 독자들은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은 법이다. 그래서 나 역시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다 미루다 올 초에 사서 정독을 하게 됐다.
1970년대 하면 유신독재와 산업화로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아마도 관제 교육이 심어놓은 불가피한 선입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기의 면모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총체적인 측면에서 사회 세력 간의 역동적인 관계를 고려하여 시종일관 객관적인 태도로 그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자신의 정치적인 시각이나 이해를 떠나 1970년대의 삶을 바라보는 소중한 하나의 시각으로 삼을 수 있을 것같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이해하게 된 점이 많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vod 서비스를 통해서 그땐 그랬지라는, 이 책이 조명하고 있는 시대와 거의 일치하는 시대의 삶을 담아낸 tv 다큐멘터리를 퍽 흥미롭게 보았다. 물론 정치적인 관점을 의도적으로 제거한 흔적이 뚜렷하지만, 기록으로서의 가치는 매우 큰 영상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무수한 현재를 살아가지만, 그 무수한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무수한 과거를 돌이켜보게 된다. 단지 회고적 감상에 젖기 위해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건 아니다. 만약 그게 가능한 때가 있다면, 아마 그건 생을 다 살고 정리할 때쯤일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내 생은 여전히 정리할 때는 아닌 것같고, 지금 현재의 삶과 1970년대, 1980년대는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가까운 과거임에는 분명한 것같다. 그럴 때마다 좋은 친구나 선생을 만나는 건 무척 중요한 경험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