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어딘가에 없는 듯 꽂혀 있었다고 말하며 식구가 이 책을 내 책상에 올려놔줬다. ˝어, 이 책이 왜 거기에 있었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반갑게 맞았다. 예전 번역판으로 읽은 적이 있다. 미셀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다니엘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패러디한 것으로 유명한. 이 책은 그 고설의 후속판이다. 공부할겸 원서판을 사서 읽다가 지쳐서 어딘가로 치워놓고 까맣게 잊어버렸던 것이다.

˝모든 소설은 원어로 읽어야 한다/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외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는 중이다. 불어는 고딩 때 제2 외국어로 입문한 후 그후도 주기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문학 속의 불어는 일상 불어보다는 한층 어렵다. 이걸 보다가 르몽드 기사를 보면 고딩 영어를 보다가 중딩 영어를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한때 불어, 독어, 스페인어, 일어, 러시아어 등의 제2외국어는 지금과는 달리 찬밥 취급을 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질서가 미중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영어나 중국어를 제외한 제2외국어들에 대한 무시가 과도하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국력과 무관하게 언어는 그 나라와 민족의 중요한 경험과 지혜를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나만 이렇게 샹각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생각속에서 세계의 언어들을 공부하며 원서들을 읽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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