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다가 그가 소설가이지만 시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그가 심지어 엄마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괜찮아」라는 작품을 읽으며 생각하게 됐다.
이 작품이 단지 잘 나가는 소설가 속에 숨어있는 모성애를 이야기하는 데 그치는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의 자식도 아니기 때문에...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