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회생활의 반 정도는 직장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내게 의미 있는 사회생활의 상당수는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각종 컴퓨터 기기를 잡으면 가장 먼저 접속하는 곳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들이다. 흔히 카페라고 칭해지는 대형 포털의 커뮤니티를 비롯해서 지금 이 글을 올리려고 시도하고 있는 북플 역시 내겐 의미 있는 사회생활의 터전들이다.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들에 대해선 생활 체험적으로는 가까이 있었지만, 먼저 지식이나 학문의 차원에서 정립된 개념이나 이해는 별로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어느 순간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사나 그것들의 특징 혹은 양태 등에 대해서 한 번쯤 책의 형태로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관심을 가지고 알라딘을 검색해본 결과, 의외로 이런 분야의 책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나마 그중에서 몇 권 골라서 책을 좀 읽어보았고, 그중에서도 우리 현실에 좀 밀착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느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여성 삼국 연합 카페, 팬클럽 카페 등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는 이 중에 어떤 것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다. 특정 디시 갤러리들을 가끔 눈팅만 했을 뿐이다. 내게 훨씬 더 실감 나게 다가온 이야기들은 책 앞부분에 실린 PC 통신 시절 이야기였다.

 

지금은 가물가물해서 그때 기억들이 흐릿하기만 한데 이 책에는 그 당시 화면들을 갭춰한 이미지들을 다수 보여주고 있고, 그 당시 통신 동호회의 운영 방식들을 비교적 소상하게 적어놓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20여 년 전 PC 통신 시절 동호회 활동할 때의 기억들이 좀 더 선명해졌다. 비교적 소수 정예제로 운영되던 그 당시 통신 동호회는 내 가정이나 가족 이상으로 친숙하고 정겹고 애정을 기울였던 커뮤니티였다. 생판 모르던 남들과 ‘~~이라는 낯설지만 신선한 호칭으로 부르면서 사귈 수 있었던 그때가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의 변곡점이었던 것같다.

 

더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먼 과거가 돼버렸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좋기만 하다. 아마 이 책이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면, 그 시절을 내 머릿속에 환기해줬다는, 그런 이유가 가장 클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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