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terday
I had a wonderful time
It passed away
And left a blue heart of mine
It's pretty rare
That it's comin' all over me
Like walkin' on air
Walkin' on air

From a river deep
On a mountain high
Like a sunray
Through a cloudy sky
I slip away
And It's comin' all over me
Like walkin' on air
Walkin' on air
 
Keep walkin' on air
Save your despair
Walkin' around
Ain't touching the ground
Don't care to much
Cause livin' is there
For walkin' on air

Hey blue moon
Why don't you let me be
I don't know why
You keep on haunting me
I wouldn't care
Should I never feel blue again
Better walkin' on air, walkin' on air
 
Keep walkin' on air
Save your despair
Walkin' around
Ain't touching the ground
Don't care to much
Cause livin' is there
For walkin' on air
 
 
 
opus

 

노래가 안 나오면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11762337

 

 뭘 하다 시작했더라. 암튼 포스터 정리를 했다. 대여섯 개의 포스터 보관통에 담긴 걸 다 꺼내고, 몇 년이나 둘둘 말려 있어 잘 펴지지도 않는 것들을 팔이 아프도록 반대로 말아 다시 펴 보고, 곱게 반으로 접혀 있던 것들을 펼쳐 숨 쉬게 해주고. 기억에 엄마집에도 꽤 놔두고 온 것 같은데, 이걸 다 언제까지 가지고 다닐 거냐 싶어 정리를 시작했다. 그래봐야 소장목록에서 제외된 건, '로드쇼'와 '키노'산 브로마이드들 중 영 관심없는 것들 십여 장 뿐이었지만.

 미색 종이에 인쇄된 90년대 초반 학전소극장의 공연 포스터들, '키노'에서 다달이 선물로 줬던 얇은 대형 영화 포스터들, 동숭씨네마텍이 생기면서 백두대간에서 나눠줬던 '희생'이니 '천국보다 낯선'이니 하는 영화 포스터들 그리고 소중히 모셔왔던 아저씨의 공연 포스터들.

 오랜만에 아저씨 공연 포스터들을 찬찬히 봤다. 92년부터 98년까지는 스스로가 기특해질 만큼 빠짐없이 완전 민트한 상태로 보존이 되어있다. 어렸을 땐 대학로 돌아다니다 포스터 붙이는 아저씨들 만나면 몇 장 달래서 얻어오거나 공연 끝나고 나눠주는 걸 받아와 고이 모셔두곤 했었다. 그땐 포스터 한 장 벽에 붙어있는 것도 '큰' 홍보라 여기고 아무리 갖고 싶어도 절때 떼어오지 않았다. 99년 이후, '나와 같다면'으로 뜬 이후의 공연 포스터들은 대체로 벽에 여러 장 붙어 있을 때 한두 장 뜯어온 것들인데, 비록 멀어진 다음이지만 소장의 함의에 비해 상태 너무 불량하다. 그리고 사진 속 주인공도 예전보다 너무 화려하고 다른 사람처럼 낯설다.

 포스터들을 잔뜩 늘어놓고 혼자서 추억을 곱씹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던 것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조악스럽기 그지없는 94년의 쌀개방반대 학내 콘서트 포스터. 새내기때 처음 갔던 모 대학 집회, 화장실에 가느라 들른 학생관 건물에 붙어 있던 걸 선배가 떼어줬던 기억이 났다. 아저씨와 쌀개방반대, 좀 이상했지만... 역시 아저씨는 내 갈 길을 예비하시는군 은근 반가웠던 기억, 그리고 당시 아무도 모르는 가수였던 그가 선배와 동기들 사이에서 갑자기 왕훌륭한 가수로 각인됐던 기억.




 96년 2월 마당세실 공연의 포스터 중 하나에는 아저씨 싸인이 있었다. 아무리 무명이지만, 그렇게 공연 많이 하는 가순데 가끔은 '팬'한테 싸인도 해주고 싶지 않을까 싶어... 이따금 받은 싸인들이 꽤 있다. 수첩에 받은 건 잘 간직하고 있지만, 포스터는 잊고 있었는데 짙은 연두색 바탕 포스터에 초록색 펜으로 희미하게 남은 아저씨의 글씨를 보니 갑자기 울컥 반가웠다. 그땐 내가 데모를 꽤 열심히 하던 때, 가끔 마주치면 어줍잖게 팔뚝질 시늉을 하며 "데모 잘 하냐~" 놀리곤 했었는데 '...에게 언제나 변함없이. 너대로 나대로 함께. 장훈아저씨 96.2.7'라고 쓰여있는 아저씨 글씨를 보니 격세지감이 모락모락. 뒤늦게 발견한 흔적이 너무 희미하여, 애용하는 투명 시트지를 붙여놨다. 사라지지 말아라... 

 생각해보니 전국구 스타가 되어버린 아저씨와의 교감(?)의 기억도 아련하다. 그러다 생각난 게 지난 겨울 어느 날 공부방에서의 황홀한 아침. 무슨 바람인지 싸이에 둥지를 튼 아저씨의 미니홈피는 대호황, 오로지 '장훈오빠'를 향해 질주하는 수많은 마음들에 (생각보다? 목 맨 사람이 많다..;;) 새삼스레 착오적 거리감을 느끼던 나날이었다. 차마 뭐라고 남기기는 멋적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늘 궁금은 하여 자주 접속을 했는데, 접속할 때마다 나름 선곡해서 바꿔주는 음악을 듣고 있자니 또 예전 생각이 뭉게뭉게. 변변한 히트곡이 없던 예전 공연에서 자주 불렀던 노래들 'lullabye', 'walking on air', 'goodbye to romance', 'che sera', 'what's up' 그리고 aerosmith와 john lennon의 노래들...

 떼 속에 끼는 걸 죽어라 싫어하지만, 어쩌면 이제는 떼 속이라 티도 안 날 것이다 싶어 방명록에 뭐라뭐라 아침이 되면 부치지 못할 편지스런 주절거림을 남겨버렸다. 아마 예전 아저씨가 알려주고 불러줬던 노래들 생각이 사무치게 강렬했던 새벽의 마음을 그대로. 그러고선 잊어버리고 출근해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던 중, 아저씨 홈피에서 울려나온 'walking on air'의 전주. 뭐 착각은 하라고 있는 거니까. 갑자기 주변 공기가 달라지는 알싸한 황홀함이 어찌나 격하게 올라오던지, 눈물 날 뻔했다. 나름 노래의 힘이기도 하지만, 추억과 착각의 마술이... 다시 들어도 살짝 감동!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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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5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12-05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님이랑 저랑 둘 다 착각 아닌 걸로 합의 볼까요?
아저씬 '너무 소리칠 때' 주금 아프고 멋있는데~
'mother' 후렴구와 더불어 같이 배를 움켜쥐며 들었던 노래. ^^

rainy 2006-12-05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공연에서 '이제야' 한번 듣고 싶어요. 티도 안 날 테지만 떼 속에 끼어서라도 한번 요청해 볼까요? 정말. 주금 아프고 멋진데^^

waits 2006-12-05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야' ^^ 요즘 mp3로 자주 듣는데...
'충돌2'때 한두 번 말고는 못 들은 것 같아요. 그러구서 언젠가 공연 때 무슨 노래 불러줄까 그러셔서 그야말로 떼 속에 끼어서 '이제야' 그랬었는데, 누구 죽일 일 있냐는 허탈한 대답으로 넘어갔던 기억이.ㅎㅎ
그 노래, 참 높긴 높아요~

에로이카 2006-12-0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또 웬 오퍼스 하면서 나름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아저씨 얘기였군요.. ㅋㅋ.. 중학교 때 오퍼스 라이브 앨범 참 좋아했답니다... 그 아저씨 좋은 노래 많이들 갖다 불렀네요.. (왠지 괜히 비아냥대는 댓글 같은데... 그럴 의도는 절대 아님.. 그냥 그렇다구요..^^)

waits 2006-12-05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제 발 저리신 거죠? --++(째려보고 싶은데, 그림이 안 나오는;;)
아무리 ( )에 부연을 달아도 비아냥의 아우라가 행간을 떠도는 걸요~
그러나 아저씨의 탁월한 선곡 능력에 감탄하신 줄로 알고 ^^
그러고보니 'live is life'도 'crazy world'도 가끔 부르셨었네요.
아저씨는 어찌나 노래도 잘 고르고 게다가 잘 부르시는지. ㅎㅎ
 

 



 

눈물도 얼어붙네        
너의 뺨에 살얼음이
내 손으로 녹여서 
    
따스하게 해줄게
내 손으로 녹여서     
강물 되게 해줄게  
눈물도 얼어붙는  
십이월의 사랑 노래

서늘한 눈꽃송이        
내 이마에 내려앉네
얼마나 더 먼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얼마나 더 먼 길을     
헤매어야 하는지  
서늘한 손길처럼  
내 이마에 눈꽃송이  

모든 것이 사라져도        
흘러가고 흩어져도
내 가슴에 남은 건 
    
따스했던 기억들
내 가슴에 남은 건     
따스했던 순간들  
모든 것이 흩어져도  
가슴 속에 남은 노래

 

작시,곡 한강


노래가 안 나오면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11634730

 

 가끔씩, 주제도 모르고 예쁘고 따스하게 노래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일 없는 양 무심하게 노래를 읊조리다 보면, 평온한 슬픔을 담은 고요한 마음의 소유자가 된 듯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사는 일의 쓸쓸함 따위는 일찌감치 알아버렸다고 생각하면서도, 알고 있는 것과 덮쳐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걸 일깨워주듯 난데없이 눈물이 복받치기라도 하면... 이따금 대신 울어주는 사람 같은 마음이 되어 멋적게 노래를 마감한다. 깨끗하게 울고 싶은 날, 거리에서 흘리는 그 많은 사람들의 눈물에 미안하지 않게 착하게 울고 싶은 날. 하지만 가슴 속에 노래를 남기고 이렇게 고요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12월이다, 힘든 사람들 그래도 조금은 따스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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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12-01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것 없이 12월이네요. 노래만큼이나 따뜻하고 예쁜 보드라운 나어릴때님의 마음결... ㅎㅎㅎ... 따뜻한 12월 되삼..

waits 2006-12-01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것 없이? 설마요! 세상 너무 어수선하고, 저는 딴 세계에 사는 것 같아요.
노래가 위로가 되는 것도 사치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저도 따스한 12월 인사를~^^

2006-12-03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12-04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별 것도 아닌데 너무 호들갑을 떤 듯한 느낌도...^^;;
 

 



붓을 들면 보이는 얼굴
손끝에서 맴도는 너의 눈동자   
  
노랗게 색칠을 할까
아니면 파랗게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진     
너의 얼굴   
    

그리고 또 지우고       
또 그리고  
      
그리고 또 지우고            
또 그리고
  
  
여러 장을 넘기고 넘겨도   
  
너의 모습
보이질 않네
   
    

그리고 또 지우고       
또 그리고  
      
그리고 또 지우고            
또 그리고
  
  
여러 장을 넘기고 넘겨도   
  
너의 모습
보이질 않네
  
  

 

작사,곡 고찬용

노래가 안 나오면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11526405

 

 매년 늦가을이면 열리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기다림이었던 시절의 향수와 정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고마운 사람, 고찬용이 돌아왔다. 환상적이고도 독창적인 기타 리프의 '거리풍경'이 보여준 퉁탕거리는 회색빛 우울이 어찌나 신묘하던지, 취한 듯 수줍은 그가 튕겨내는 리듬에 즐길 줄 모르는 나 역시 한참 빠져들었었다.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빤짝임으로 가득했던 '낯선사람들'의 첫 음반, 하얀 바탕에 파랑 날개를 편 한 마리 새를 담은 쟈켓만큼이나 그들의 음악은 자유롭고 선명했다. "낯선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해의 고민"이며 "비닐우산", "동그라미, 세모, 네모" 그리고 발성의 기교와 연출이 어우러진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왜 늘...?"까지. 실력과 깊이를 갖춘 아마츄어리즘이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함과 순수함의 극치를 보여준 그 음악들, 정말정말 빤짝거렸다. 

 허은영과 이소라의 조화와 긴장, 우울하고 수줍은 '미소년' 고찬용이 풍기는 비밀스런 신비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소리의 빈 곳을 메우고 보탰던 신진과 백명석의 묵묵함. 이따금 학전이나 마당세실에서 볼 수 있었던 '낯선사람들'의 무대는 참으로 짧았다. 생각해 보면 좀은 좁고 가까운 판이었던 그곳의 소문, 이소라가 나간 뒤 자리를 채운 차은주는 어쩐지 역부족이었고 "두려운 행운"과 "행복하지 않나요"를 담은 두번째 음반이 소리 없이 묻혀버린 때는 '하나음악'도 '유재하음악경연대회'도 조금씩 빛을 잃어가던 그때였다.

 가끔은 '그때, 거기, 그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공기와 분위기,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그럴 수 없고 아무리 아쉬워도 이미 지나버렸을 뿐인 뭐 그런 것. '낯선사람들'의 사라짐(?)을 생각하면 참 아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음울하고 스산한 변두리 외곬의 정서, 생동하지만 퇴락한 듯도 한 읆조림. 지난 후의 생각으로 '아, 그들 인천이었지.' 혼자 중얼거리게 만드는.

 그리고 바람으로만 남은 소문으로 떠돌던 음반을 가지고, 꼭 십년 만에 고찬용이 돌아왔다. 변하지 않았다는 중얼거림 같은 'after ten years absence'라는 담담한 제목을 달고. 아직 비닐을 벗기지 않은 씨디를 보며, 혼자 괜히 흡족해하는 중. 적당히 작지만 울림을 담은 소리로, '고찬용이 돌아왔다'고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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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11-28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오랜만에 듣네요.. 이 노래... 고찬용... 내가 알고 있는 통기타 가수 중에서 기타를 제일 잘 쳤던... 저도 반갑네요.

waits 2006-11-2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찬용 스타일 진짜 멋지지 않나요? (실은 기타고 노래고 안중에 없는..;;) ㅎㅎ
반가워해주시니 좋은 걸요. ^^

2006-11-28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llfind 2006-11-2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저도 아마 이 앨범 사게될 것 같아요. 글 참 따뜻하고 좋네요. ^^

waits 2006-11-30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ellfind님, 아직도 씨디 비닐을 못 벗겼답니다.
아무렇게나(?) 듣고 싶지는 않은데 짬이 안 나네요.
님도 고찬용님의 음악을 기다리셨나요? 반갑습니다~^^

..님, ^^
 

 


 

새끼손가락 걸며 영원하자던
그대는 지금 어디에   
  
그대를 사랑하며 잊어야하는
내 맘은 너무 아파요
    

그대 떠나는 뒷모습에       
내 눈물 떨쿠어주리  
가는 걸음에    
내 눈물 떨쿠어주리  
    

내 마음 보여줘 본 그때 그 사람      
사랑하던 나의 그 사람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세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버리고   
  
얼굴엔 주름 지어
내 사랑 식어버려도
    

내 마음 보여줘 본 그때 그 사람      
사랑하던 나의 그 사람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  
 

 

작사,곡 김현식

노래가 안 나오면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10421408

 

 사실 김현식 아저씨 노래는 mp3에 항상 몇 곡씩 채워놓고 늘 듣는다. 솔직히 난 '사랑했어요'나 '비처럼 음악처럼'에는 별로 feel이 없었고, 이따금 심야방송에서 들려주던 '눈 내리던 겨울 밤'이나 '당신의 모습', '떠나가 버렸네'를 참 좋아했었다. 그리고 그야말로 미성으로 부른 '그대와 나', '나는 바람' 같은 초기의 노래들. 그의 노래를 동시대의 청자로 듣기 시작한 게 90년 '넋두리' 부터니까, 그러고보면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교회를 다니다 그만 둔 지 얼마 안 됐던 때, 5집의 '할렐루야'를 듣고 그 분방한 샤우팅에 은혜 받아 다시 나가봐? 갈등하기도 했었고 주로는 '재회'를 열심히 따라불렀었다. '거울이 되어'를 만든 이원재,가 그 이원재 아저씨인가 많이 궁금했고, 정작 '넋두리'는 누구나 이야기하듯 어떤 예감만 같아서 잘 못 들었던 것 같다.

 11월 초, 돌아가시기 전의 마지막 방송이었다던가 하며 안정훈이 진행하던 프로그램 이야기가 회자됐었다. 12월 음악잡지들도 일제히 김현식 아저씨의 삶과 음악, 죽음을 특집으로 다뤘다. 그 속에서, 그가 4집의 실패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었다는 걸 보고 반성하듯 4집을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생전에 낸 음반 모두 좋지만, 4집은 듣다보면 정말 '대중적인' 노래들로 채워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후의 아우라이건 무엇이건, 그만의 색깔도 당연히 각인되어있다. '사랑할 수 없어'와 '언제나 그대 내곁에', '우리 처음 만난 날', '한밤 중에' 같은 노래들은, 이문세 변진섭 류의 발라드가 유행하던 그 시절에 어찌 주목받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의 애틋한 연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무슨 노래를 올릴까 선곡의 고민(?)이 깊었다. '재회'와 '사랑할 수 없어', '당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하다가 낮에 들었던 '추억만들기'의 담담함이 좋아서 올렸다. '추억만들기'는 그리고, 아저씨가 초기의 공연에서 참 많이 불렀던 노래다. 변변한 히트곡 하나 없던 시절, 코드 진행이 비슷하다며 'goodbye to romance'와 이어 부르던 이 노래는 굉장한 대곡의 느낌이었다. 'goodbye to romance' 간주의 일렉 디스토션이 예~전에 유행하던 씨엠송의 '입맛 찾았네'와 비슷하다는 실없는 농담에 이어진 노래는 그렇지만, 너무 슬프고 애틋했다. 두 노래의 후렴 가사를 자기 맘대로 바꿔가며 절규(!)하던 모습, 후주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기타 리프에 열중하던 모습은 참 눈물 겹도록 아름다웠다.

 샘터 파랑새 극장 맞은 편에 작은 까페들이 아직 건재하던 시절, '슈만과 클라라'니 '소금창고',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같은 간판들 사이에 '추억만들기'가 있었던 것 같다. 소문인지 뭔지 모르지만 이 노래랑 관련이 있다고 듣고 괜히 들어가 커피를 마시곤 했던 기억도. 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버리고 얼굴엔 주름 지어 내 사랑 식어버려도... 한참 먼 일 같지만, 세월 흐르는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나름대로 좀 살다 보니, 뜨거운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천천히 식어갑니다가 아주 슬프지만도 않다. 망각도 없이 누군가 부재한다는 슬픔에 들끓듯 시달리는 건 아마 추억이 아닐런지도. 거기 그렇게 누워 있다 생각하고 돌아서려니 사실 발걸음이 안 떨어지기도 했지만, 언젠가 나도 갈 길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또 편안해진다. 담담하게 추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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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tle are prowlin'
The coyotes are howlin'
Way out where the doggies roam
Where spurs are a jinglin'
And the cowboy is singing
His lonesome cattle call

He rides in the sun
'Til his days work is done
And he rounds up the cattle each fall
Singing his cattle call

For hours he would ride
On the range far and wide
When the night wind blows up and slow
His heart is a feather
In all kinds of weather
He sings his cattle call

He's browned as a fairy
From ridin' the prairie
And he sings with an western drawl
Singing his cattle call

 

eddy arnold

 
 
 
 다른 세상의 작은 추모, "have a nic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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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1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0-3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만다 마티스의 모습도 보이고.
음악 너무 좋아요.^^

니르바나 2006-10-3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은 컨추리음악도 좋아하시는군요.
충청도 깊은 산골에 아름다운 부인과 함께 사시던
음악평론가 이양일 선생이 생각나는군요.
아름다운 컨추리음악을 많이 들려주시던 기억도 나구요.
음악 너무 너무 좋아요.^^

waits 2006-10-3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그쵸? 울먹이듯 그의 죽음을 전하던 목소리, 기억해요. 8월이 되어도, 아직은 그녀의 부재가 별로 실감나지 않더라구요. 아마 둘은 만났을 것 같아요.
"have a nice day!" 얼마나 경쾌한 인사인지, 영화 보고 처음 느꼈답니다.

로드무비님, 그러고보니 그녀의 소식을 들은 지 한참이네요. 마사 플림튼과 사만다 마티스, 살짝 부러웠었는데..;; 어릴 때는 온통 음울 투성이로만 느껴졌던 영화를 이 노래 덕분에 좀 여유롭게 떠올리게 된 것 같아요.

니르바나님, '아이다호' 덕분에 이 노래를 참 좋아하게 됐답니다. 삽입곡이거든요. 컨츄리음악은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없게 잘 모르지만, 그 이양일님의 이야기는 얼핏 본 것 같아요. 노래가 좋다니, 저도 기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