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게 생긴 토끼인형 길바닥에 버려져있네 쓸쓸하게

눈 간 데 없고 배는 터져버려 엉망이네 내 신세처럼 완벽하게

무더운 하루가 오늘도 계속 되네


저 토끼인형 한참 바라보니 어지럽고 목이 타오네 숨 막히게

난 떠다니는 검은 비닐 속에 들어가서 쉬려고 했지 뒤뚱대며

참으로 무더운 하루

가혹하네 이 더위가 가혹하네 가혹하네



작사 마부, 작곡 장영규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001632 

 

 

 몇 년 전, 올림픽 공원 어느 경기장에서 한대수의 공연이 열렸다. 얼마 전 부산에서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고 그가 낸 책도 읽었었다. 그야말로 참 별난 사람, 그리고 좀은 지리멸렬하고 비루한 자유로움과 진심 같은 게 느껴지는 사람. 난 그가 부르는 '자유의 길'도 그가 읊어대는 '호치민'도 무척 좋아라 한다.

 

 그 날, 좌석버스에서 내려 공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넓다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까묵한 어둠 속에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인파가 공포처럼 덮치듯 다가왔다. 낯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어지러움과 두려움이 어찌나 컸던지 순간 등에 식은 땀이 다 났다. 겨우겨우 건너와서 주위를 살피니, 경륜인가 하는 게 마침 끝난 모양이었다. 경륜과 경마의 차이도, 도박과 경마의 차이도 알지 못하지만 어쩐지 주말 저녁 시간을 그 속에 몰입해 보낸 사람들에게서 전해온 생의 어둠 같은 것, 내가 느낀 공포는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공연은 우스꽝스러울 만큼 정치적이기도 했고 한편 이국의 아내까지 함께하여 가족적이기도 했으며, 강산에와 전인권이 합세해 질러대는 '마리화나'는 가히 엽기적이기도 했다. 세상의 온갖 반듯한 것들, 다 웃기지도 마라! 하듯이, 어수선한 공연장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희한하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멀끔히 차려입은 중년의 구경꾼들이 많았던 객석에도 그다지 어색한 기운이 감돌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마부(여기선 그의 많은 이름 중 마부,라고 하자)와 장영규가 만들어내는 노래들, 가끔은 뜬금없이 패배한 승자의 넋두리 같은 느낌이다. 별로 거칠 것도 담아둘 것도 없어, 이기건 지건 별 상관도 없지만 분명 이길 일은 없고. 그러나 융숭한 패배감을 즐기면서도 불안함 역시 감추지는 않는, 적당히 포기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집요한... 그런 노래들. 과문한 내게는 이 맘때까지가 딱 좋았는데, 이후 그들의 행보는 너무 멀고 아득하다.

 

 '반칙왕' ost에 실린 한대수의 이 노래. 같은 노래가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의 세 번째 음반에도 실려있다. 난 두 노래를 다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날씨에 마부의 목소리는 좀 후텁지근한 관계로... 그나마 청량감(!) 있는 이 목소리가 어울릴 것 같다. 실은 '반칙왕' 어디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는지 기억에도 없다. 나오기는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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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8-0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강호가 육교 위를 달릴 때 나왔던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습니다.;;)
아무튼 어어부의 저 노래가 전 참 인상적이었어요.
한대수 씨 공연 이야기 재미있네요.
저도 그에게 관심이 있어 두어 권의 책을 사 읽었지요.
사진집을 샀더니 미발표 음반을 주어 잘 들었어요. 지난해.^^

로드무비 2006-08-0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컴에 문제가 있는 건가? 음악이 안 나오네요.

니르바나 2006-08-02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컴퓨터에 일 없습니다.
저도 못듣고 있습니까요.
한대수 책 빌려준 貴人이 이 동네에 사신다는 전설이 있지요. 아마 ㅎㅎ

waits 2006-08-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말씀하시니 그런 것도 같아요..ㅎㅎ 근데 어쩐지 전 백현진이 육교 위를 달리는 장면이 상상되네요. 걸어놓은 음악이 자꾸 끊기는 것 같아 고육지책 링크를 덧붙였습니다..^^;;

니르바나님, 그러게요. 링크를 참조해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