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도르르 마법 병원 밤이랑 달이랑 6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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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들이 어렸을 때 저는 전업주부였습니다.
벌써 이십년이 훌쩍 넘었으니 대부분 저처럼 직업란에 주부라고 쓰는 사람들이 참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맞벌이가 아니다 보니 육아는 저의 전담이었고 주위에 딱히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엄마가 집에 있다보니 어린이집도 일찍 보내지 않았지요.
그러다 보니 두살터울의 아들들이 순한 편이라고는 해도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면 녹초가 됐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처음이었던 저는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엄마가 아니였던 것 같아요.
몸이 피곤하고 짜증이나면 제 기분에 따라 아이들을 대했습니다.
남편이랑 함께 아이들과 놀때나 몸 상태가 좋을때는 관대한 엄마였다가 제가 피곤하고 짜증이 날때면 세상에게 가장 엄한 엄마가 됐던 것 같아요.
만약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저는 일관성있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해도 되는 것과 절대로 안 되는 일을 철저하게 구분해서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저에 부끄러운 초보 엄마 시절을 이야기하는 건 두루마리 화장지로 재미난 놀이를 하는 밤이랑 달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밤이랑 달이랑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아쉽게도 앞 시리즈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두 주인공의 귀여움에 단번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으로 변신한 밤이랑 달이는 아파서 힘이 없는 코끼리를 진찰합니다.
코가 아픈 코끼리는 언제부터 아팠는지도 모르고 코로 만세도 안 되는 데 그래도 밥도 잘 먹고 똥도 많이 쌌다는 군요.
두 의사 선생님은 두루마리 화장지로 코끼리 코를 빙글빙글 감아주는 걸로 치료를 마쳤습니다.
화난 호랑이도 기운 없는 강아지도 우는 새도 두루마리 화장지만 있으면 모두 치료할 수 있어요.
약도 필요없고 주사도 필요없고 아플 일도 없는 마법의 두루마리 화장지는 동물들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

지금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있다면 몸도 마음도 엄청 피곤한 날 아이가 두루마리 화장지를 온 거실에 풀어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몇 몇 분은 아이니까 그렇지하고 이해하고 정리하겠지만 대부분은 화를 내며 치우겠죠.
제가 아이들을 키울때라면 불같이 화를 내며 혼을 내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아이들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하며 치웠을 것 같아요.
만약 아이들이 어렸을 때 <훌훌 도르르 마법병원>을 봤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행복했을텐데 말이죠.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성장해 갑니다.
밤이와 달이는 동물들의 마음을 살피며 처방전을 내놓습니다.
너무 화가 나 말조차 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든 그 화를 풀어내야만 되는데 두 의사 선생님의 처방을 활용해도 될 것 같아요.
어른은 아무리 두루마리 화장지가 많아도 절대로 풀지 않습니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높이 높이 쌓아 뻥차고 마음껏 풀고 노는 건 아이니깐 가능한 놀이입니다.
그러니 화장지를 갖고 노는 것 당연히 아이들이 해도 되는 놀이라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아이니깐 할 수 있는 일을 이해하고 관대한 어른이 된다면 아이들은 단단한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문학동네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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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것보다 사연이 많아! K-요괴 도감 반전 도감 2
이고은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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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나 요괴가 나오는 이야기는 가슴을 쫄깃하게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작가는 주변 어린이들이 다른 나라의 요괴 이야기에 푹 빠진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 요괴가 궁금해 자료를 찾기 시작하다 요괴 도감까지 만들게 됐답니다.

35종의 요괴가 소개된 ‘K-요괴 도감’은 도깨비나 달걀귀, 구미호처럼 옛날부터 전해 오는 요괴는 물론 콩콩콩 귀신, 홍콩 할매 귀신, 망태 할아버지, 자유로 귀신 등 현대의 괴상한 존재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그림은 괴상하거나 혐오스럽거나 무시무시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강한 요괴력을 갖고 있어도 어찌 보면 귀엽기까지 합니다.
말 그대로 도감이라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됩니다.
그날그날 궁금하고 읽고 싶은 부분을 골라 읽으면 됩니다.

그림도 재미있지만 요괴를 소개하는 글도 재미납니다.
출몰 지역, 시기는 물론 특징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혹시 몸은 반쪽이지만 힘이 장사인 반쪽이를 알고 있는지요?
저는 그림책으로 먼저 읽었는데 엄마가 물고기 반쪽을 먹고 낳은 아이로 주로 하는 말은 “놀라지 마시오. 놀리지 마시오.”라고 합니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이 요괴를 만난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나주와 서울 사이의 산속에 산다는 ‘거구괴’는 어우야담에 실린 괴물인데 큰 입을 벌리고 있고 그 안에는 청의동자가 살고 있답니다.
거구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길흉화복을 예언한다는데 영의정까지 오른 신숙주가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길에 거구괴를 만나 평생을 함께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나는 요괴가 무섭다고 하는 어린이에게 도움이 될 물리치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홍콩할매 귀신을 물리치는 방법은 모든 대답 끝에 ‘홍콩’을 붙이면 잡아가지 못하고 손을 오므리고, 손톱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된답니다.

단순한 요괴 도감이 아닌 요괴의 이야기가 실린 옛 서적들과 요괴의 얽힌 사연들이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알차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요괴의 MBTI을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K요괴 홀로그램 카드 6종 증정본도 아이들에게 귀한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요괴마저 국뽕이 차오르게 하는 K요괴를 알아가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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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 202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미래주니어노블 5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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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는 매년 뛰어난 아동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뉴베리 상“을 2020년에 수상한 작품입니다.
일곱 마리 새끼 여우들이 엄마 몰래 어둠 속을 달려, 통나무를 넘어, 바위를 돌아,개울을 건너, 숲을 지나……사슴뿔 숲 깊은 곳 습지 동굴에 사는 늙은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갑니다.

"모든 무서운 이야기는 두 가지 면을 갖고 있다.“ 이야기꾼이 말했다. "달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처럼 말이지. 너희가 끝까지 들을 만큼 용감하고 슬기롭다면, 그 이야기는 세상의 좋은 모습을 밝혀줄 거야. 너희를 바른 길로 인도해 주고, 너희가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겠지."(p12)

소설은 늙은 이야기꾼이 들여주는 여덟 개의 에피소드와 각 이야기 끝에 이야기를 듣는 새끼 여우들의 반응이 나옵니다.
늙은 여우의 이야기가 너무 무서워 새끼여우들은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슬그머니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과연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새끼 여우가 있을 지 궁금해하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암여우 빅스 스승에서 수업을 듣는 어린 미아 남매는 스승에게 많은 것을 배워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 빅스가 노란 악취가 나는 병에 걸리고 제자들을 물어 병을 옮기고 맙니다.
다른 가족은 모두 잃고 미아와 엄마만 간신히 죽음의 병을 피해 도망칩니다.

왼쪽 앞다리가 불편한 율리는 여섯 누나들의 구박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율리를 해치려는 아버지 ‘밥톱마왕’이 나타나 엄마에게 가족과 율리 중 한 쪽을 택하라고 을러대자 율리는 아버지를 피해 도망칩니다.

도망친 미아의 엄마는 덫에 걸리고 미아는 동물을 모델로 그림 동화를 그리는 포터 부인에게 잡히게 됩니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미아와 율리는 미아가 율리의 도움으로 포터 부인에게서 도망치면서 진짜 둘의 모험이 펼쳐집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가진 율리와 한 쪽 다리를 다친 미아는 다가오는 겨울 추위와 시시각각 율리의 뒤를 쫒는 아버지에 대한 공포로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미아는 장애를 가진 율리를 편견없이 대하고 죽음 앞에서도 자신보다 더 약한 아기 여우들을 돌봅니다.

가족에게 조차 환영받지 못한 장애를 가진 여우는 자신의 약점을 딛고 성장해가고 자신을 죽이려는 아버지 앞에 우뜩 섭니다.
이야기 속 여우들은 인간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특히나 코로나 팬더믹 시대를 지나온 탓인지 광견병으로 짐작되는 노란 악취의 질병이 더 공포스럽게 다가옵니다.

여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였는데 앞으로는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숲 속을 지키는 미아와 율리가 될 것 같습니다.
표지의 그림 속 두 마리의 여우와 그들을 노려보는 검은 여우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세요.

(동화 속 포터 부인은 피터 레빗으로 유명한 베아트릭스 포터인 듯 합니다.
실제로 그녀는 아동 문학 작가와 환경 운동가로 존경 받고 있지만 어릴 적 작은 동물들을 몰래 반입해 키웠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고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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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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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연작소설 “이끼숲”은 지구의 생태계가 엉망이 된 후 지상에서 살 수 없게 된 인간들이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다.
인간들의 터전이 지하로 옮겨가고 몇 세대가 흐른지 모르는 시대의 인간들은 실재하는 식물도 밤하늘의 별도 자연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모르고 산다.

학교 성적이 우수해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치유키, 기계실 정비공인 의주, 씨앗 창고의 지킴이 톨가, 생명공학 연구소 빅터의 경비원인 마르코, 지상 탐사원이 되고 싶었지만 건설 회사에서 일하는 유오, 그리고 통신국 직원인 소마가 등장한다.
그들은 지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알” 먹어야 하는 ‘VA2X’를 구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멈출 수 없다.

정해진 공간에서 살아야하는 인간들은 인구 정책에 의해 계획된 출산만 해야하고 태어난 후에는 어른 손톱만 한 칩을 심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당하는 세상이다.
그 곳의 아이들은 열 다섯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해 경제활동을 시작해야만하는 곳이지만 숨막힐 둣한 지하 세계에도 사랑과 우정은 존재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연작 소설 “이끼숲”이다.

첫 번째 이야기 <바다눈>은 빅터의 경비원 마르코와 은희의 이야기로 고운 목소리를 가진 은희는 독립하지 못하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살아간다.
마르코와 은희는 풋풋한 첫사랑의 떨림을 이어가던 중 어느 날 은희가 사라지고 마르코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우주늪> 속 쌍둥이로 태어난 의주와 의조는 부모의 선택으로 의주만 칩을 받고 의조는 정체불명, 미입력자,불법 거주자, 비시민으로 숨어 살고 있다.
가족이 아닌 어느 누구와도 교류할 수 없었던 의조는 환풍구를 기어 도시를 돌아다니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 <이끼숲>은 사고로 유오가 죽고 보험처럼 만들어 둔 그의 클론마저 폐기한다는 소식에 친구들이 나서 유오의 클론을 식물이 살아있다는 돔으로 데려가기 위해 힘을 합친다.

소설을 소설로만 읽을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지구의 환경은 파괴되고 임금 인상을 위해 노동자들은 회사와 협상하려하지만 회사는 용역업체를 내서워 뒤로 물러나고 파업에 함께 하지 않은 동료는 죄인이 되고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의 최후는 처참해진다.

가족 일원 중 치매 환자가 생기면 가정은 파괴되고 원하든 원하지않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는 낙오자가 되는 세상이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을 갈아넣는 세상이 지금의 현실인 것도 슬픈데 미래에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니 후대에게 미안해진다.
부디 천선란의 소설이 몇 세대 뒤에 읽혔을때는 조상들의 괜한 기우였길 바라며 그들의 세상이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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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2
이주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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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찬다, 말해주네.

소설의 첫 문장이다.
소설 '어느 날의 나'는 하루 하루 살아가는 나 "유리"의 10월부터 12월까지의 세 달의 기록이다.

3년 전 "나"는 잔고 20,408원과 7천만 원 가량의 빚이 남겨진 상태로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의지할 곳이 없어진다.
그때 언니에 도움으로 집을 얻게 됐고 카페에도 취직해 빚을 갚아가고 집을 넓혀간다.
그리고 지금은 언니와 살고 있다.

작가의 소설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고 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 것이다.
(어쩜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소설 속에는 특별한 인물이 등장하고 큰 사건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가끔 예전 할머니와 살던 동네를 가고 언니와 산책을 하고 이웃인 재한 씨를 만난다.

그들은 가끔 술을 마시고 바다를 보러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특별한 것이 없다.
우리의 매일 매일이 그러듯 소설 속 인물들도 하루 하루를 그냥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소설이 좋다.
무해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나를 다독이고 괜찮다고 말해줘서 좋다.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오늘이 어제 같은 평안한 삶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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