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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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3부로 이루어졌다.
1부의 이야기는 열일곱, 열여섯 소년과 소녀인 ‘나’와 ‘너’가 고등학교 에세이 대회 시상식장에서 처음 만나 친해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 살았던 나와 너는 한달에 한 두번 정도 만나고 편지를 주고 받는다.
너는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그 도시에서 진짜 너와 만나는 상상을 한다.
나와 너의 사랑이 깊어가던 어느 날 실제 세계에서 너는 자취를 감추고 나는 너를 찾아 긴 시간을 보낸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나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독신으로 너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이유도 없이 너와 이야기했던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여전히 열여섯인 너를 만나게 된다.

2부는 그림자와 분리되어야만 하는 도시에서 나는 그림자만을 본래의 세상으로 보내게 되는 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도 본래의 세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오지의 도서관장으로 취직해 그 곳으로 거쳐를 옮기게 된다.
그 곳에서 전 도서관장과 옐로 서브마린 파커를 입은 신비한 소년을 만나게 되고 나는 그 곳에서 작은 카페의 여주인과 가까워진다.
3부는 다시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속의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옐로 서브마린 파커를 소년과 만나게 되고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부탁을 한다.

하루키와의 인연은 #상실의시대 부터 시작했다.
결혼도 하고 꽤 나이가 들어서 처음 읽은 하루키의 소설은 퇴폐적이면서도 놀라웠고 지나가버린 청춘에 대한 그리움으로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 그의 책을 읽었고 하루키의 팬이 되었다.
#기사단장죽이기 후 6년만의 신작 소식에 한참을 망설였다.
지금까지 읽어온 그의 장편소설은 알 수 없는 공간과 어린 소년과 소녀, 실종 등 비슷한 괘를 그리는 이야기들의 연속이라 어느 순간 식상해지기도 했고 더 이상 하루키의 이야기에 감흥이 없어 망설였다.
읽은 후의 소감은 그래도 읽기를 잘 했다다.
작가는 여전히 소년처럼 아름다운 글을 썼고 순수한 사랑을 꿈꾸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나를 이루고 있는 세계의 진짜 모습을 찾아 헤메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키다운 글을 썼고 나는 하루키의 뻔함에 실망도 했다가 그의 건재함에 감명받기도 하며 책장을 넘겼다.
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읽어온 터라 더 이상 놀랍지않은 독자가 돼버린 나는 이 소설로 처음 하루키를 만나는 이들의 느낌이 궁금해진다.
7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느리게 구비져 흐르는 강물을 바라볼 때 느끼는 멍함과 차분함을 느낄 수 있었다.
43년을 지나 완성한 그의 이야기에 박수를 보내며 나는 여전히 그의 글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 기회에 구입해 두고 아직 읽기 않은 #세계의끝과하드보일드원더랜드 나 읽어야 겠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한 것처럼 한 작가가 일생 동안 진지하게 쓸 수 있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그 수가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그 제한된 수의 모티프를 갖은 수단을 사용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바꿔나갈 뿐이다ㅡ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 도 모른다.
<작가의 후기 중>

부디 하루키가 일생 동안 진지하게 쓸 수 있는 이야기의 수가 남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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