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랄만한 제목의 그래픽노블은 인형을 갖고 물놀이를 하는 소년으로부터 시작한다.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날, 방학을 맞아 느긋한 하루를 시작하는 아홉살 루루는 수영장에서 놀고 곧 고등학생이 되는 누나는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겨 행복하다.아빠는 보이지 않지만 엄마 역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그런데 같이 놀면 키가 크는 것 같은 요요 형이 오고 누나는 썬탠을 시작하고 아빠가 집에 돌아오자 알수 없는 불안이 잠식해 온다.루루는 자꾸만 요요 형에게 다가가 요요를 불편하게 하고 누나는 썬탠 중 심한 화상을 입는다.그리고 아빠는 가족을 떠날 준비를 하고 엄마는 그런 남편에게 아빠의 도리만은 지키라고 말한다.보통날 같은 여름 날은 작은 균열들이 생기고 끝내 모든 것을 어긋나기 시작한다.가볍게 시작했던 이야기는 자신의 타고난 정체성을 알아채고 본질대로 살아가기에 대한 것과 아이들에게 숨기고 있는 부부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이라는 개인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사고는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게 될 루루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모두에게 중요한 사건이 된다.너무나 커버린 것 같은 누나의 말이 자꾸만 귓가를 맴돈다.“잘 들어. 우리 루루…앞으로 우리 사는 게 좀 변할지도 몰라,그러니까 이렇게 꼭 서로 껴안고 있어야 해.”읽는 내내 알마출판사의 <클로드와 포피>가 생각났다.만약 루루가 우리나라 아홉 살 남자 아이에 이야기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탄생했을 것이다.그냥 태어난 대로 자유롭게 살겠다는 데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루루를 인정해주고 용기를 주는 누나와 엄마의 모습이 진짜 어른의 모습이라 부럽고 아름답지만 그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삶이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 한편으론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본 도서는 바람북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도서로 읽고 자유롭게 느낌을 남겼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겨울을 보내고 있나요?유난히도 길었던 겨울, “봄이 우리를 잊었나 싶을 정도로 차갑고 시린 날” 봄을 찾아 긴 여행을 하던 작은 새는 무리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새는 다행히 작은 집 아이의 작은 숨으로 추위를 녹입니다.작은 새는 아이와 함께 높고 높은 곳에 오르면 만날 수 있다는 봄을 찾아나서게 됩니다.구불구불 언덕 사이에서 만난 고양이는 포근한 숨을 호오 불어주고 동그라미 숲에 사는 순록에게는 싱그러운 숨을 건네 받습니다.뽀족 숲 올빼미는 반짝이는 숨을 나누어주고 거친 바위 협곡의 눈표범은 고요한 숨을 담아줍니다.그림책은 추운 겨울, 아이와 작은 새가 숨어있는 봄을 찾아가는 여정으로부터 시작합니다.하지마 기대와 다르게 둘 앞에 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여러 동물들만 만나게 됩니다.동물들은 아이와 새에게 자신들이 가시고 있는 여러가지 숨을 나누어주고 지나칩니다.그림책은 단순히 숨은 봄을 찾는데 그치지 않고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보여줍니다.아이와 새에게 친구들은 자신이 가진 것 중 어쩌면 가장 작은 숨을 나누어주지만 그 숨은 나중에 눈덩이처럼 크게 커져 봄을 부릅니다.나도 누군가에게 숨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어둡고 차가운 무채색의 겨울을 지나 밝고 따듯한 봄을 만나는 그림책을 보며 추운 겨울을 견뎌보겠습니다.<문학동네그림책 서포터즈 뭉끄1기 활동 중 받은 도서입니다.>
소설은 미국 대학에서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는 청년 문지혁의 이야기다.200페이지가 안되는 소설은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작가 본인의 이야기와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야기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더 재미있다.작가의 이름도 문지혁이고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도 문지혁이다.읽는 내내 백프로 허구인 소설인가 아니면 작가의 이야기인가 궁금했는 데 작가의 말을 읽으며 그 의문이 풀렸다.나는 소설이 꾸며낸 이야기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소설은 삶을 반영한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소설은 삶보다 작지 않고, (글자 수도 두 배나 많다.) 소설이 삶에 속한 게 아니라 삶이야말로 우리가 부지불식 간에 “쓰고 있는“ 소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우주와 영원히 써 내려가는 거대한 소설의 일부임을 망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믿는다. 소설을 쓴다는 건 일종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버튼을 누르는 행위이며 그 순간부터 우리의 삶과 소설은 둘로 갈라지고 다른 이름으로 저장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사건과 상황은 허구이지만, 동시에 이 평행 우주에 저장된 모든 것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진짜가 아닐 리 없다. ㅡ184p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뱉었던 인사말들의 의미와 나의 곁에 머물거나 스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먼 나라에서 문지혁만 겪었던 일이 아니라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이야기라 더 사무쳤다.각자의 사는 모습은 다른지만 우리는 살아가고 죽어가는 것, ”중급 한국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롯코산에 있는 아버지의 친구 별장에 가게 된 스스무는 열 네살 동갑내기인 가즈히코와 함께 연못에 놀러 간다.그 곳에서 자신을 연못 요정이라고 말하는 가오루를 만나게 된다.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된다.롯코산이 배경인 1952년엔 스스무와 가즈히코, 가오루가 함께 보내는 즐거운 여름 방학이야기다.1935년은 스스무와 가즈히코의 아버지가 외국 출장에서 만난 신비한 여성 아이다 미치코가 이야기의 중심이고 1940년에서 1945년은 가족의 반대로 기관사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가오루의 고모 미치코의 이야기다.이야기의 화자와 배경이 된 시간은 수시로 바뀌지만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전쟁 중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부잣집 남자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지만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는다.대부분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여름 방학 이야기로 새침하지만 친절한 여학생을 사이에 둔 두 남학생의 이야기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마음이 읽혀져 미소 짓게 한다.소설을 읽으며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없다.여름 방학을 즐기는 귀여운 아이들을 따라가고 평소에 갖고 있던 선입견만 버린다면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때 경악하지 않을 것이다.작가는 범인의 정체를 마지막에 드러나고 싶어하니 독자는 거기에 따르면 그만이 소설이다.
동화에서 소설로 가는 징검다리, 더 깊은 독서를 위한 마중물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소설의 첫 만남’시리즈의 30번 째 이야기다.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천선란 작가의 이야기에 #리툰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우주 비행사 공효가 자아 안정 훈련의 하나인 어린 자신을 만나기 위해 캡슐 알약을 삼킨다.자신의 기억으로 만든 가상 공간에서 ‘나’(공효)는 어린 공효를 만난다.엄마의 무심함과 작은 일에도 상처 받았던 어린 공효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꼭 끌어안는 것이다.만약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어린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이미 지난 온 날들은 한없이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어린 나에게 공효가 그랬던 것처럼 꼭 끌어안는 것, 그것말고 또 뭐가 필요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