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6종의 해양 생물이 등장하는 정보라 작가의 연작소설집이다.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와 ‘나’와 ‘위원장님’ 그리고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등장하는 소설은 지금까지 읽어오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 기괴함은 덜하지만 책을 덮은 후 느껴지는 현실적인 공포의 체감은 휠씬 크게 느껴진다.

<#문어>는 강사법 개정으로 강사들의 대량 해고가 시작되자 농성이 시작되고 밤새 농성장을 지키던 ‘위원장님’은 문어를 먹어 버리고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찾아와 ‘나’와 ‘위원장님’을 데려가 취조한다.
죽도시장의 <#대게>는 러시아어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크름 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에 따른 해양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고발한다.

<#상어>이제는 남편이 된 위원장님의 암이 재발하고 어머니도 병원에 입원 중인데 운명처럼 받은 명함을 들고 찾아간 곳에서 엄청난 진실을 만난다.
<#개복치> 남편의 조카 ‘선우’가 주인공인 소설로 아빠와 함께 타게 된 잠수함에서 실제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는 개복치와의 만남은 한없이 귀엽게 그려진다.

<#해파리> 는 비정규직 노동자 백수십 명이 외국계 투자 회사에 근무하다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문자를 받자 그 데모 현장에 달려간 ‘나’와 남편이 만나게 되는 해파리 이야기다.
마지막 <#고래>는 작가가 사랑하는 구룡포와 원전 폐수가 방류되는 바다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먼 우주로 떠나버리는 존재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이야기를 꽤나 좋아하는 독자라 그의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어둡고 기괴하고 읽고나면 마음이 답답해 진곤 했는데 결혼 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쓴 그의 이야기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바다색만큼 밝아졌고 환해졌다.
처음 “자전적 sf소설”이라는 모순적인 단어의 조합을 보며 sf소설이 자전적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읽고나니 이 소설들은 자전적 sf가 맞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쓰는 형식을 빌려 사회 문제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강사법과 크름 반도 사태, 신약 개발 사기,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그리고 해양 오염 문제까지 지금 지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sf라는 옷을 입혀 고발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일본의 원전 폐수 해양 투기가 시작되자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은 지금 너무 조용해 진 걸 보며 우리의 냄비 근성을 비웃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틀리지 않아 더욱 화가 난다.

대학 강사였다 결혼 후 포항에 내려와 전업 작가로 살면서 직접 접하는 바다와 그 바다에 의지해 사는 이웃들을 보며 느꼈을 미안함과 불안이 소설을 읽는내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남편과 시어머니라는 새로운 가족들과 살아가는 작가의 행복을 지켜주고 우리 지구인의 안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바다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생물들을 위해 투쟁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쟁!👊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한 본 책을 완독 후 정리한 내용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