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붕붕어 인생그림책 35
권윤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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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덕” 선생은 “만희네 집”을 통해 알게 된 작가입니다.
만희네가 할머니 댁으로 이사 온 뒤 집안 곳곳을 보여주는 그림책으로 오랜 시간 그림을 들여다보게 되는 그림책이지요.
그 뒤로 나온 “글자 벌레”는 읽어주기에는 초고난이도의 그림책이었지만 아이들에게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그림책입니다.
 
제가 작가님을 잊고 지내는 동안 여러 이야기를 그리셨습니다.
“전쟁과 폭력의 참상을 마주하고 평화의 메시지”(책소개 글에서)를 전달하는 그림을 그려오셨고 이번에 새로 그린 그림책에는 발 달린 “붕붕어”를 통해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푸름을 잃어버린 겨울 날 발 달린 붕붕어는 힘차게 땅 위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중력을 버터내고 아가미를 펄떡이며 서둘러 걸어’ 횡단보도 끝에 붕어빵 노점을 향해 달려갑니다.
노점 주인이 붕어빵을 구워 대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타 붕붕어는 8번 붕어빵 틀에 들어가 빵틀과 완전히 하나가 됩니다.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에 고소한 붕어빵이 구워지는 모습을 보면 추운 겨울 갓 구워낸 붕어빵을 호호 불어 먹던 시간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발 달린 붕붕어가 빵틀과 한 몸이 되어 전하고 싶은 노래를 전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정작 자연을 훼손한 것은 붕붕어가 아니라 사람들인데 붕붕어가 자신을 희생해가며 전하고 싶었던 노래를 가만히 들어봅니다.
 
“푸른 하늘 투명한 햇살
물풀 사이 휘감아 돌면
잔물결 속살속살
새 생명 깨어나네.
 
푸른 강 물고기 되어
인간 세상 나아가면
그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맞이하네 맞이하네.
 
내 몸 기꺼이 내어 주고
다시 푸른 강물 되어
돌아오네 돌아오네.”
 
그림책을 보는 내내 간절하게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옛이야기 속 인신공양이 떠올랐어요.
물속에서 살아야 하는 붕붕어가 자신을 헌신해 전하려 했던 노래는 우리 인간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부탁입니다.
 
우리는 자연을 후손에게 빌려 쓴다는 말을 늘 하고 있지만 돌려줘야 할 자연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 번 오염되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도 다시는 예전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자연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작가의 그림책을 여러 번 보게 됩니다.
 

🎻길벗어린이 유투브에서 “행복한 붕붕어”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길벗어린이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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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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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다.
스웨덴 남부 말뫼의 호텔 식당에서 손님들로 북적이는 저녁 시간에 총격 사건이 벌어진다.
남자는 딱히 눈에 띄지 않는 걸음걸이로 식당으로 들어와 목표가 정해진 듯 침착하고 단호하게 한 남자를 향해 단 한 발의 총을 쏘고 열린 창문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총을 맞은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지고 경찰이 도착해 수사가 시작되지만 식당에 있던 많은 사람들 중 누구도 범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피해자는 제계 거물인 ‘빅토르 팔름그렌’으로 밝혀지지만 치료도중 사망하고 만다.
말뫼의 경찰은 국가범죄수사국의 마르틴 베크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한다.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마르틴은 동료들과 동조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기는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스웨덴 남부 항구도시인 말뫼가 주요 무대가 된다.
거기다 마르틴 베크의 개인사에 변화가 생기고 앞 시리즈에서 ‘콜베리’를 위험에 빠뜨렸던 ‘스카케’가 말뫼로 자리를 옮겨 활약한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들어간 소설의 제목인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는 스웨덴어로 “경찰, 경찰, 으깬 감자!”라는 뜻으로 1970년 대 시민들이 시위할 때 경찰을 조롱하며 외쳤던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그리스!”(경찰, 경찰, 돼지 같은 경찰“)라는 단어를 사용한 말장난으로 소설에서 말하고자하는 경찰의 무능을 적확하게 표현한 제목이다.
 
경찰소설에서 범인을 잡지 못하고 경찰이 전전긍긍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 범인이 체포되는 순간 희열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추적 끝에 범인이 체포되고도 피해자보다는 살인자의 사정이 안타까워진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살인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복지국가의 표본으로 삼고 있는 국가 중 하나지만 빈부격차는 존재하고 경영자는 언제든지 노동자를 해고한다.
해고된 노동자의 삶은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자본가는 점점 부를 쌓아간다.
그리고 그 자본가가 사라진 자리에 이름만 다른 또 다른 누군가가 자리를 차지한다.
 
50여년의 시차를 둔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소설을 읽는 내내 스웨덴의 무더위가 그대로 느껴지고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며
마르틴 베크가 사건을 해결하고도 홀가분함을 느끼지 못한 이유를 함께 공감하게 된다.
그나저나 올 여름이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본 도서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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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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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정월 그믐날 술시,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빨간 후리소데와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소년이 도박꾼에게 긴 칼을 겨누고 외친다.

“나는 이노 세이자에몬의 아들 기쿠노스케. 그대 사쿠베에는 내 아버지의 원수. 여기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자.”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쿠노스케는 사쿠베에의 머리를 잘라 복수를 완성하고 그 일은 “고비키초의 복수‘라 불리며 회자된다.

사건이 벌어지고 2년 뒤 기쿠노스케의 친구라는 무사가 고비키초를 찾아 그 당시 목격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쿠노스케의 친구는 사건에 대한 질문을 물론 목격자들의 인생 이야기를 청해 듣기 시작한다.

첫 번째 만난 목격자인 잇파치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유녀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천한 일을 전전하다 문전 게이샤가 되었다고 한다.
배우들의 무술 연기를 지도하는 요사부로, 연극의 의상을 담당하는 호타루, 아들을 병으로 잃고 연극의 소도구를 만들며 사는 규조와 오요네 부부, 각본 담당 긴지씨, 만나는 다섯 명의 목격자 모두 사연을 간직한 체 극장 마을에 살고 있다.

1935년 상반기부터 1년에 2회씩 대중문학부문의 신인작가에게 주어지는 나오키상을 2023년에 수상한 작품이니 재미는 보장됐다 할 것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라고 하지만 일본의 에도 시대는 익숙하지 않은 배경임에 틀림없어 읽기에 저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그것이 괜한 기우였음을 알게 된다.

소설의 각 장마다 화자가 바뀌며 사건의 목격담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독자는 청자가 되어 자연스럽게 따라 가다보면 애도 시대의 ‘극장 마을’의 이웃들을 실제로 만나는 기분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복수라는 무서운 사건의 목격자들의 입을 통해 서서히 생각지도 못한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처음부터 누가 왜 복수를 했는지를 알려주는 소설은 복수 이면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람들에게 악처라 불리는 거리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이득도 없지만 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가장 낮은 곳에 살고 있는 그들에게서 삶과 죽음은 물론 인생 자체가 큰 연극임을 배우게 된다.
각박한 현실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까닭에 이웃 나라의 에도 시대의 이야기에 낭만은 물론 서로 돕는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언제 알아차리든 이 소설의 반전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띠지의 문구만큼 이 소설을 제대로 정의내릴 문장은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름다운 외형을 갖은 책만큼이나 어떤 곳에서 살든지 인간미를 잃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하고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시대물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독자라도 한 번 책을 잡게 되면 쉬 놓치 못 할거라고 장담해 본다.




<본 도서는 은행나무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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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기담집 -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
나쓰메 소세키 지음, 히가시 마사오 엮음, 김소운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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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이나 괴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지라 부담없이 고른 책이다.
거기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열세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나쓰메 소세키의 기담집이라니 안 읽은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세한 내용의 이해는 이야기 뒤에 실린 엮은이인 ’히가시 마사오‘의 해설이 어떤 설명보다 적확할 듯하다.
기담집에는 신체시를 비롯 소세키의 환상적인 작품의 대표작인 ’열흘 밤의 꿈‘, 그리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한 대목도 실려있다.

특히 영국 유학을 다녀온 작가답게 영국의 ’런던탑‘이나 세익스피어의 작품인 멕베스에 관련된 논문인 ’맥베스의 유령에 관하여‘도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긴 봄날의 소품(발췌)’에 나온 이야기들 중 ‘모나리자’는 짧은 이야기지반 다빈치의 그림의 얽힌 이야기로 명화를 알아보지 못하고 수중에 들어온 그림을 헐값 파는 것이야 말로 그 어떤 기담보다 오싹해서 쓴웃음이 난다.

요즘 나온 기담이나 괴담집이 직접적으로 ‘왁’하고 겁을 준다면 소세키의 기담집은 고딕소설에서 받는 느낌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소의 괴기스러움과 분위기를 경험하게 해 공포를 안긴다.
생각했던 재미는 아니였지만 색다른 공포를 경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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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날아오르자 웅진 모두의 그림책 61
허정윤 지음, 이소영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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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는 그네입니다.
바람이 시원한 날에 발을 굴려 그네를 타면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에 행복해지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타는 그네는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우리는 그네를 타며 행복해하기만 했지 우리를 태운 그네의 기분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공원 한 쪽 커다란 나무의 가지에 매달린 그네의 이야기입니다.
바람이 불어오면 묵직하게 견뎌 내야 하는 그네만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매일 다른 무게의 사람들이 찾아와 힘차게 그네를 타지요.
아이들은 두 손에 땀을 쥐고 높게도 낮게도 날며 즐거워합니다.

“0세에서 100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시리즈 웅진모두의책 예순한 번째입니다.
그림책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그네의 이야기를 담기에 충분한 커다란 크기의 판형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타는 그네만큼 역동적이고 선명한 그림은 한 편의 시 같은 글과 어울려 실제로 그네를 탔던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처음 그림책을 봤을때는 단순한 그네의 이야기로만 보였습니다.
반복해서 읽다보니 그네에서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보여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족을 위해 사셨던 아버지와 타는 사람들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야하는 그네의 모습이 왠지 닮은 듯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에 자유로워진 그네를 보며 괜히 뭉클해집니다.
아이에게는 발을 굴려 신나게 타는 그네 이야기로 어른에게는 그리운 누군가의 이야기로 읽기에 충분한 그림책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게 되는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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