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물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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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방송 중인 <비밀과 거짓말>은 방송국 간판 보도 프로그램으로 제보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파주의 현천강에 익사 사고가 있었는데 그 사고가 수귀때문이었고 자신이 바로 그 수귀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라는 다소 황당한 제보였다.

믿기 어려운 제보였지만 메인 피디인 박재민은 수귀를 방송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전문가인 교수를 비롯 무속인이 포함된 촬영팀을 이끌고 현천강에 도착한다.
막내 작가인 민시현은 촬영 중 피 묻은 댕기를 줍게 되고 댕기를 통해 살인 사건의 환영을 보게 된다.

갑자스러운 폭우에 촬영은 중단되고 메인 작가인 전수라의 익사체가 발견된다.
촬영팀은 서둘러 마을의 빈집에 시체를 옮기고 모두 그 곳에 머무르게 되지만 믿기 어려운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큰 혼란에 빠진다.

소설은 막내 작가인 민시현과 무당의 애제자인 윤동욱이 중심이 돼 수귀의 정체를 파헤쳐가는 이야기다.
특히 스스로 제어할 수는 없지만 물건에서 특정 기억을 읽어낼 수 있는 초능력인 사이코메트리를 할 수 있는 민시현의 활약이 눈에 띈다.

피 묻은 댕기를 통해 살인자의 목소리를 듣게 돼 이미 범인을 알고 있다는 설정이지만 살인의 이유를 모르기에 공포를 반감시키지는 않는다.
거기다 누가 수귀에 빙의되었는 지 알 수 없다는 사실과 수귀보다 더 공포스러운 악인의 등장으로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장마철 비가 주야장천 내리는 시기에 읽는 물귀신 이야기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꽤나 공포스럽다.
동네 토박이인 박길자 할머니가 30여 년 전 겪은 홍수에 대해 인터뷰는 수귀에 대한 공포의 포문을 열어주는 마중 이야기로 제격인 듯 싶다.

고령의 주민들이 대부분인 폐쇄적인 시골 마을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여자와 어딘지 수상한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의심스럽다.
거기다 동료들까지 평소와 다른 것 같아 모두를 수귀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민시현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유난히 물빛이 어두운 현천강의 물소리와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누군가 인광을 번뜩이며 뒤를 쫒는 공포가 가까이 다가오는 듯해 집안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게 된다.
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말을 다시 되새기며 공포를 제대로 즐기고 싶고 강심장을 가졌다면 상관없지만 심약한 독자라면 절대 혼자 있을때는 읽기를 삼가하길 권한다.


<본 도서는 넥서스 앤드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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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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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부에 다니는 기세 요시키는 우연히 중학교 시절 과외 선생님이던 마카베를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당시 의대생이던 마카베는 학교를 그만두고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고 곧 결혼을 앞둔 상태였다.
우연히 마카베의 집에 가게 된 기세는 그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협박범을 잡기 위해 탐정 사무실을 찾아간다.

기세가 찾아간 기타미 탐정 사무소의 기타미는 중학교 1년 선배로 학창 시절 친척형 소이치가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그 사건을 해결해 줬던 자칭 탐정 견습생이었다.
마카베는 결혼을 막으려는 협박 편지가 약혼자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면서도 쉽게 사건을 의뢰하지 못한다.
누구보다 마카베를 존경하고 믿었던 기세는 망설이는 그를 돕기 위해 기타미 선배에게 직접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

결혼을 앞 둔 남자에게 배달되는 편지때문에 시작된 조사는 마카베가 저지른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게 되고 주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수록 전혀 다른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소설은 기세와 기타미가 화자가 돼 진행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한 탐정의 조사 방법을 세세하게 소개함은 물론 인간적으로 믿었던 마카베의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혼란을 겪는 기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 집념이 한 사람을 어떻게 파멸시킬 수 있는 지 알게 되는 순간 소설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긴 채 선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를 마주하게 된 순간 다른 어떤 범죄자 이야기를 들을때보다 더 크게 두려워진다.

소설은 협박범에 실체가 밝혀지고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주인공은 물론 독자에게 선택을 고민하게 한다.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고 숨은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가 아닌 열린 결말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얼마만큼 관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시험에 들게 한다.
만약 내가 기세라면 들고 있는 꽃다발에 숨겨진 독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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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3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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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맨션의 1층에 자리한 편의점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점장 시바와 직원들을 비롯 편의점을 오가는 손님들의 이야기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 3편은 모두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첫 번째 ‘‘최애’가 모지항을 뜨겁게 하다’는 온라인 사이트에 만화를 연재하는 파트타임 직원 미쓰리의 최애 아이돌 아루 군이 모지항 관광 대사로 왔다가 시바 점장의 도움을 받게 된다.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은 아루 군은 시바의 동생 쓰기에게 조언을 듣고 자신의 장점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헬로, 프렌즈’에서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신혼 생활을 하게 된 가오리는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린다.
남편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가오리는 바닷가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 친구와 막 헤어진 다카라와 친해진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시바 형제의 여동생 주에루까지 합세해 자신들의 고민을 풀어나간다.

세번 째 이야기는 2권에서도 등장한 다로의 이야기로 편의점으로 쓰기를 찾아온 미모의 여성이 다로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얼떨결에 그녀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한 다로는 쓰기와 얽힌 자매의 비밀을 듣게 되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전편을 읽어 온 독자라면 익히 짐작할 수 있는 에페소드들로 특별한 악인이 등장하지 않은 탓에 소설을 읽고 나면 힐링이 된다.
전편보다는 시바의 활약이 부진하지만 주변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여전히 시바 점장의 인기는 변함이 없지만 그의 주위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맴돌고 있어 위험에 처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한편 다로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과연 그 마음이 상대에게도 통할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시리즈가 3권까지 이어지고 내년엔 4권이 출간된다니 그 재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악인인 줄 알았던 인물들까지 그 속내는 더 없이 따듯한 탓에 강하고 매운 맛 소설을 읽다 말랑말랑한 소설이 읽고 싶을 때 안성맞춤인 상냥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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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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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쓴 단편 소설 여덟 편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전쟁이 진행 중인 어느 시절의 이야기를 비롯 근미래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포함된 소설은 시대는 달라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닮아 있다.

표제작인 “쓰게 될 것”에서는 전쟁의 한 복판에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먼 나라의 소녀가 현재 겪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할머니들이 겪었던 일이기도 하고 우리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소설로만 읽을 수 없었다.

친구를 통해 이십 대의 한 때를 함께 보낸 ‘유진 언니’의 죽음을 전해 들은 나는 언니와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유진’ 속 인물들의 불완전한 이십 대를 보며 이미 지나버린 청춘의 한 시절을 후회하면서 그 시절을 함께 보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권태로운 일상에서 모르는 이와 주고 받는 비밀 문자 이야기인 ’ㅊㅅㄹ‘은 가까운 사람에게는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익명의 누군가에게는 털어 놓으며 위안을 받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주변인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위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 서럽다.

가장 끔직하지만 거기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하게 해 준 ’인간의 쓸모‘는 근미래가 배경인 소설로 재력 등을 기준으로 사는 구역을 나누는 지구의 이야기다.
금액에 따라 유전자를 편집해 자녀를 갖는 것은 물론 사는 곳에 따라 생활 환경은 물론 교육 환경까지 철저히 구분되어 있다.
근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간을 재력을 기준으로 분류하고 판단하는 우리의 현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슬프기도 하다.

마지막 이야기 ’홈 스위트 홈‘은 자신의 마지막을 정할 수 없지만 끝까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시골행을 택한 ’나‘의 이야기가 눈에 그려지듯 펼쳐진다.
오래된 집을 고치고 거기서 나온 물건들을 소중히 다루는 주인공의 삶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길 바라본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썩 유쾌하지도 특별히 행복하지도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고도 계속될 삶이 특별히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ㅊㅅㄹ‘속 서진과 은율은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될 것이고 ’썸머의 마술과학‘의 자매도 그렇게 의지하며 생을 살아갈 것이고 ’인간의 쓸모‘ 의 안나는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될 것 같다.

사랑과 그 속에 희망이 있어 최진영작가의 이야기가 좋다.
그래서 계속될 작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안온북스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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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죽은 밤에
아마네 료 지음, 고은하 옮김 / 모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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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열네 살 여중생 ‘도노 네가’가 빈 집에서 같은 반 ‘가스가이 노조미’를 살해한 협의로 체포된다.
’네가‘는 순순히 살인은 인정하지만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48시간 이내에 신병과 사건기록을 검찰해 송치해야 하는 경찰은 형사부 수사1과의 마케베와 생활안전과 소년계 소속 나카타가 한 조가 되어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용의자인 ’네가‘와 피해자인 ’노조미‘는 같은 반이기는 하지만 함께 어울릴만한 접점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엄마와 살고 있는 ’네가‘는 가난하고 학업 성적도 뒤쳐지는 반면 아버지와 살고 있는 ‘노조미’는 학업 성적도 좋은 플루트를 부는 인기많은 부잣집 아이다.
도통 살해 이유를 알 수 없던 형사의 눈에 작은 균열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회파 미스터리인 소설은 살인용의자는 이미 체포됐고 그 동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두 갈래로 전개되는 데 나카타와 마케베의 수사과정과 ‘도노 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부모는 물론 사회에서도 어떤 도움을 받지 못한 미성년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이지만 직접 경험한 듯 가슴이 아프다.

어쩌다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한 번 수렁에 빠진 부모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뿐이지 처음부터 가난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 어른들은 자신의 고통만 들여다볼 뿐 자식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네가’의 엄마는 어린 딸을 돈벌이에 이용할 생각만 할 뿐 자식을 돌보지 않는다.
선생님 역시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못한 ‘네가’에게 엉뚱한 아프리카 사람들 이야기로 진실을 호도한다.

아무리 좋은 복지 혜택이 있다해도 접근성이 좋지못하거나 그 혜택을 이용하는 순간 낙인이 찍힌다면 소용없는 제도일 것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더 마음이 아프다.
희망이 사라져버린 순간 두 아이의 선택이 남의 나라 먼 이야기같지않아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 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들인데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위험에 내몰린 아이들이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 슬프다.



<도서는 모로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에게도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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