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방송 중인 <비밀과 거짓말>은 방송국 간판 보도 프로그램으로 제보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파주의 현천강에 익사 사고가 있었는데 그 사고가 수귀때문이었고 자신이 바로 그 수귀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라는 다소 황당한 제보였다.믿기 어려운 제보였지만 메인 피디인 박재민은 수귀를 방송 아이템으로 선정하고 전문가인 교수를 비롯 무속인이 포함된 촬영팀을 이끌고 현천강에 도착한다.막내 작가인 민시현은 촬영 중 피 묻은 댕기를 줍게 되고 댕기를 통해 살인 사건의 환영을 보게 된다.갑자스러운 폭우에 촬영은 중단되고 메인 작가인 전수라의 익사체가 발견된다.촬영팀은 서둘러 마을의 빈집에 시체를 옮기고 모두 그 곳에 머무르게 되지만 믿기 어려운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큰 혼란에 빠진다.소설은 막내 작가인 민시현과 무당의 애제자인 윤동욱이 중심이 돼 수귀의 정체를 파헤쳐가는 이야기다.특히 스스로 제어할 수는 없지만 물건에서 특정 기억을 읽어낼 수 있는 초능력인 사이코메트리를 할 수 있는 민시현의 활약이 눈에 띈다.피 묻은 댕기를 통해 살인자의 목소리를 듣게 돼 이미 범인을 알고 있다는 설정이지만 살인의 이유를 모르기에 공포를 반감시키지는 않는다.거기다 누가 수귀에 빙의되었는 지 알 수 없다는 사실과 수귀보다 더 공포스러운 악인의 등장으로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장마철 비가 주야장천 내리는 시기에 읽는 물귀신 이야기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꽤나 공포스럽다.동네 토박이인 박길자 할머니가 30여 년 전 겪은 홍수에 대해 인터뷰는 수귀에 대한 공포의 포문을 열어주는 마중 이야기로 제격인 듯 싶다.고령의 주민들이 대부분인 폐쇄적인 시골 마을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여자와 어딘지 수상한 마을사람들은 모두가 의심스럽다.거기다 동료들까지 평소와 다른 것 같아 모두를 수귀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민시현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책을 읽는 내내 유난히 물빛이 어두운 현천강의 물소리와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누군가 인광을 번뜩이며 뒤를 쫒는 공포가 가까이 다가오는 듯해 집안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게 된다.귀신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말을 다시 되새기며 공포를 제대로 즐기고 싶고 강심장을 가졌다면 상관없지만 심약한 독자라면 절대 혼자 있을때는 읽기를 삼가하길 권한다.<본 도서는 넥서스 앤드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