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겨울 2024 소설 보다
성혜령.이주혜.이희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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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크리스마스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도서입니다.


<소설 보다>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문지문학상 후보작)을 묶은 단행본 시리즈로, 1년에 네 권씩 출간됩니다.


처음 읽은 시리즈입니다.
세 편의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은 작은 사이즈라 어디든 갖고 다니며 잠깐의 짬이 나는 동안에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쉽게 읽고 덮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성혜령 작가의 <운석>은 남편 인한이 자살하고 홀로 남은 백주는 시누이인 설경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
설경은 시어머니가 백주에게 줬던 운석을 빼앗다시피 가져갔는데 그 속에서 “꺼내줘”라는 죽은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합니다.

이주혜 작가의 <여름 손님입니까>는 나의 엄마는 오빠가 죽고 난 후 오빠의 남겨진 딸을 기르다 아빠와 결혼합니다.
엄마의 조카이자 딸인 영란 언니는 스무 살이 되자 일본으로 떠나고 30년이 지나 자신의 딸의 결혼식에 엄마를 초대합니다.

이희주 작가의 <최애의 아이>는 직관적인 제목의 소설로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의 아이를 갖기 위해 그의 정자를 구입해 임신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맹목적인 사랑과 아름다움을 쫓는 여자의 욕망이 공포스럽게 느껴집니다.

이주희 작가는 <성장통>과 <성소년>으로 먼저 만난 작가라 아이돌의 향한 주인공의 집념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그녀의 선택이 열 달 동안 아이를 품은 엄마의 선택이라고 믿어지지 않아 더 슬픕니다.

가장 오래오래 생각하게 되는 작품은 <운석>으로 느닷없는 죽음 뒤 가족이 느끼는 죄책감과 죽음의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한 괴로움이 운석을 통해 들리는 듯해 마음이 아픕니다.
나의 어떤 잘못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지 수없이 자책하고 고민하는 가족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소설은 작가의 손을 떠나 독자에게 닿는 순간 어떻게 읽느냐는 독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작가가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소설의 뒤에 따라온 작가와 선정위원의 인터뷰는 작가가 소설을 통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와 다음 행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짧지만 오래오래 기억될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우리 공주가 참아. 언니는 손님이잖아!”
(p62 여름 손님입니까)


좋아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마음 아닌가요?
(p119 최애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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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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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로 제자가 스승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네요.
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주고 통곡의 미스터리라니 어떤 이야기일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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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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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2022년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작가의 번역서가 아닌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신간이 나오면 바로 읽기도 하고 이미 출간된 책들은 찾아 읽었는데 어쩌다 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그녀를 만나다>는 구입 후 차일피일 미루다 읽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감사하게도 이번에 <너의 유토피아>로 제목을 바꿔 새롭게 출간된 책을 읽으며 책도 인연이 닿아야 읽게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은 쓴 시기가 다른 소설을 담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겪는 여러 문제를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영생불사연구소”의 98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같은 제목의 소설은 직장인, 그것도 조직의 말단이 겪는 회사 안에서의 불합리한 모습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는 막막한 세상에 남겨진 존재들이 서로 의지하는 모습은 지금을 사는 우리 인간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식인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구를 떠나 끝없는 우주를 떠도는 우주선이 주무대인 “여행의 끝”은 코로나 팬더믹 시대를 떠오르게 한다.
“그녀를 만나다” 속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일이라 크게 다가왔다.
특히나 ”One More Kiss, Dear”를 읽으며 인공지능 엘리베이터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연민을 느끼는 고령의 5305호 거주자가 현재의 엄마 모습과 겹쳐 보여 마음이 아팠다.

비정규직의 근무환경에 대해 성토하고 성소수자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고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분개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면서도 그것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뷰가 실린 <개정판 출간 기념 무크지>를 읽으며 작가의 소설이 SF의 성격의 이야기임에도 왜 현실감 있게 읽히는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에게 전해 듣거나 상상한 이야기가 아닌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쓴 소설은 현재가 배경이 아님에도 가장 현실적이다.
오체투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의 글은 먼 우주와 아주 먼 미래가 배경이어도 벌떡벌떡 뛰는 현실의 이야기로 탄생한다.
초판과 신판의 작가의 말을 읽으며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그래도 세상은 좋은 쪽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쁘게도 책을 받고 휴고상, 네뷸러상과 함께 세계 3대 SF 문학상으로 꼽히는 필립 K. 딕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분명히 수상작이 발표될 때 좋은 책을 알아보는 선구안을 가진 독자라고 우쭐대며 뽐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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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
칼리 월리스 지음, 유혜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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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타이탄 연구 프로젝트의 참가자 이백 명을 태운 우주선 심포지엄은 타이탄으로 향하던 중 반팽창 테러 조직의 공격으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고 프로젝트는 무산된다.
인공지능 전문가 헤스터 말리는 테러 공격에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몸의 절반이 기계로 대체된 체
천문학적인 치료비와 지구로 돌아갈 경비를 마련하지 못해 파르테노페 운영보안부에서 보안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심포지엄에 함께 탔던 수석 로봇 엔지니어 데이비드 프루센코에게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받게 된다.
그런데 메시지에서 말하는 기억들은 조금씩 어긋나있고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헤스터는 회사에 들키지 않게 답을 보낼 계획을 세우던 중 데이비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사건 해결을 위해 데이비드가 일하던 소행성 니무에로 가게 된다.

파르테노페 광산의 용광로를 건설 중인 니무에는 외부에서 침입할 수도 없고 체류하는 대원들과 오버시어 AI가 전부인 외딴 소행성이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데이비드의 살해 추정 시간 현장을 비추던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대원들을 알 수 없는 존재에게 공격당하고 또 다른 사망자가 발생한다.
헤스터가 진실에 접근할수록 거듭되는 위기에 목숨을 위협받게 되고 숨겨져 있던 큰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우주 개척시대에 테러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주인공은 치료비가 족쇄가 돼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함께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동료들의 죽음과 본래의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때문에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소설을 읽는 내내 헤스터가 느끼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마음이 무겁다.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처음에는 데이비드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수사과정을 보여주다 커다란 비밀에 다가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거기다 현재 우리 생활에도 깊숙하게 자리한 AI에 대한 이야기는 공포는 물론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AI가 누구에 의해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이롭기도 하고 위협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게 된다.

미국에서 뛰어난 SF 소설에 수여되는 ‘필립 K. 딕 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거미 로봇과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 <구원의 날>과 마찬가지로 죽음과 공포가 가득한 우주가 배경인 소설은 그래도 희망의 빛 한줄기를 볼 수 있어 마지막 장을 덮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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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되고 싶어 위픽
김화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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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10년 차 가은은
특별히 즐거운 일이 없는 권태로운 일상을 살고 있다.


알게 된 지 4년 정도 된 수경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랄까?


‘즐거움의 신’ 같은 수경을 만나며
권태로운 자신을 돌아보고
이제는 멀어져 버린 ‘완’을 생각한다.


한 가지 일을 10년 쯤하고
특별히 만나는 사람이 없는 삶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권태를 느끼고 그 권태를 이겨내기 위해
활기찬 누군가를 동경하고 흉내내기도 한다.


가은의 일상과 고민은
보통 우리가 느끼는 삶이 아닐까 싶다.


퇴사를 하고 싶다가도
여전히 아침이면 일어나 직장에 나가고
가까워진 누군가와 멀어지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묻지 않기. 보채지 않기.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보내주기.
나대로 살기. 혹은 나대로 살고 싶은 것을 참기.
무덤덤해지기. 기대하지 않기. 실망하지 않기.
누군가를 알려고 하지 않기. 나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지 않기“ (p50)


그렇게 살다가 마음먹은 어느 날


“개구리처럼 되고 싶어.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수도 있지만
마음먹으면 단번에 예상할 수 없는
높이와 거리를 뛰어오르기도 하는.
그런 잠재력이 내 안에 있다고 믿고 싶어.”(p58)


개구리가 되어 뛰어오르기도 하고.




<본 도서는 위픽 크리스마스 이벤트에 당첨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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