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포네 모이스트 팩트 - 22g
화이트앤블랙
평점 :
단종


 

나이가 서른 중반을 넘어서면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차~암 푸석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한창 때는 화장 안하고 나가도 생기 있고 생생해 보였는데 요즘은 화장을 해도 참 거시기한 모습이다.

그래서 요즘은 집안 슈퍼에 나갈 때도 될 수 있으면 가볍게 토닥거리고 나가려고 노력은 하는 데 요즘처럼 더운 날은 얼굴에 뭘 바르고 나갈 엄두가 안 난다.

본디 화장을 진하게 안하고 색조화장이라고 해 봤자 립스틱이 전부라 투웨이케익을 조금만 많이 두드려 바르고 나가면 흰 얼굴과  입술만 둥둥 떠다니기 십상인데 요번에 딱 맞춤인 화장품을 만났다.

팩트를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아 걱정했는데 여름 화장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여름에 화장을 하다보면 바르는 사이 땀이 나 뭉치기 일 수여서 그 뭉친 걸 펴다가 외출 전부터 짜증이 나는 데 이 제품은 그 뭉침이 덜한 것 같다.

거기다 발랐을 때 얇고 가벼워 얼굴이 무겁지도 않다.

진하지 않고 발라도 한 듯 안한듯한 느낌이라 눈썹 그리고 립스틱 연하게 바르면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좋다.

땀이 흘러도 두껍게 바른 화장이 아니라 가볍게 닦아내도 별 표시가 안 나는 것 같다.

그리고 향이 진하지 않아 별 부담이 없다.

여름에 진한 향의 화장품을 바르고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다 보면 내 화장품 향기에 깜짝 놀라곤 하는 데 나는 듯 안 나는 듯한 향기가 마음에 속 든다.

팩트통(?) 크기도 큼지막하고 거울도 크고 좋은 데 어찌하여  퍼프를 그리 얇게 만드셨는지.............

여름이라 그런지 벌써 퍼프를 한번 빨아야겠는 데 빨면 더 얇아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퍼프를 두툼하게 못 만들면 여유분으로 하나 더 넣어주셨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그래도 화장이 잘 먹고 들뜨지 않으니 이 아니 좋을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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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사이소 - 생선 장수 할머니와 어시장 어린이 갯살림 6
도토리 지음, 이영숙 그림 / 보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보리에서 어린이 갯살림 6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갯벌에서 사는 생물이야기, 염전이야기, 바다나물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어시장이야기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부산 자갈치 시장이 배경이다.

새색시 때부터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남이 할머니의 새벽시간을 쫒아가며 시장의 여기저기를 구경할 수 있는 책이다.

내 기억의 어시장은 오일장의 한쪽에 서던 물기 질척이던 그 시장이 떠오른다.

겨울이면 곱은 손 호호 불어가며 맛 조개를 까던 할머니와 남도에 잔치 상에 빠지지 않는 커다란 홍어하며 짚불에 구워 먹으면 밥 한 공기를 금방 뚝딱 먹을 수 있었던 굵은 소금 뿌려진 갈치가 생각난다.

지금은 시장보다는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식품 코너로 장을 보러 다니다보니 어시장 특유의 그 비릿하고 짭짤한 소금 내와 함께 묻어나는 바다냄새를 느낄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어시장의 아침 시간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온통 신기한 것들 천지다.

이른 새벽 시장에 나온 남이 할머니는 바지도 두벌 세벌 껴입고 양말도 세 켤레나 덧신고 장갑에 고무장화까지 중무장을 한다.

새벽 5시 “땡땡 땡땡” 경매장 종이 울리면 할머니는 “달달달 덜덜덜” 손수레를 밀고 경매장으로 간다.

밤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생선들이 경매를 기다리는 데 깊은 바다 속에서 산다는 달고기, 입이 큰 아귀, 만새기, 물메기, 갯장어등 이름도 생김도 생소한 물고기 천지다.

경매가 시작되고 할머니는 하루 동안 장사할 싱싱한 고등어랑 명태, 갈치를 산다.

이 정도도 충분할 것 같은 데 할머니는 항구로 향한다,

오징어 배 들어오는 항구에는 갈매기가 날아들고 사람들도 오징어를 사기 위해 모여든다.

할머니도 물 좋은 오징어 한 상자 수레에 실고 바삐 걸음을 옮긴다.

점점 날이 밝아 오는 시장의 건어물 가게를 지나고 고둥 가게를 지난 할머니는 경매장에서 사지 못한 병어도 한 상자 더 사  수레에 가득 실고 바람 한점 막을 곳 없는 노점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한다.

처음엔 책을 읽는 다는 기분으로 읽기 시작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생소하기만 한 어시장 구경에 아이들은 넋을 놓기 시작했다.

사실 할머니를 따라 가보는 시장 구경은 앞 면지에서부터 시작된다.

할머니 가게를 비롯해 경매장, 국밥집 등 시장 전경을 다 볼 수 있다.

동판화로 찍어서 다시 색칠했다는 그림은 거칠지만 사람 사는 냄새나는 시장 상인들의 표정이 살아 있고 책 속에서 짭짤한 바다 내가 날 것 같기도 하다.

활기 찬 어시장의 아침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내가 손님이 되어 자갈치 아지매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마지막 장에는 어시장이야기와 제주도 앞바다에서 잡은 갈치가 어떻게 밥상에 왔는지가 자세하게 설명 되어 있다.

그리고 뒷면지에는 자갈치 시장을 서른 번도 넘게 다녔다는 작가의 시장 구경도 따라가 볼 수 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푯말이 붙은 자갈치시장에 들어서면 낮에도 해가 따가워서 겨울에도 밀짚모자를 쓰는 아줌마도 만날 수 있고, 쟁반을 손에 안 대고 잘 걷는 밥집 아줌마도 만날 수 있다.

할머니가 아침에 지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수많은 가게들 구경도 덤으로 할 수 있다.

거기에 작가가 본 것을 정리한 내용을 읽으면 정말 자갈치 시장에 함께 다녀온 느낌이다.

아주머니 마음대로 적게도 푸고 많이도 퍼준다는 호박죽가게에도 가보고 싶고 건어물 가게에서 좋아하는 오징어도 사고 싶어진다.

남이 할머니는 실제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박남엽 할머니가 모델이라고 한다.

난로도 없어서 엄청 추운데도 “내는 안춥다” 라고 말씀하시며 넉넉한 웃음을 날리시는 할머니는 키는 작지만 걸음도 빠르고 목소리도 큰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라 더 정이 간다.

우리 아이들은 한번도 어시장을 구경 간적이 없어서인지 모든 게 신기하고 낯설기만 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도통 들여다보지 않던 도감을 가져와 생선 이름을 찾느라 한참동안 소란하다.

만새기, 눈볼대, 물메기등 찾을 수 없었던 물고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부산 사투리인 모양이다.

덕분에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시장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고 꼭 부산 자갈치 시장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어시장에 가보고 싶다.

“자! 골라요. 골라. 물 좋은 오징어 꽁치가 있어요.”

“구워 먹어도 맛있고, 졸여 먹어도 갈치가 있어요.”

목이 쉬어라 손님을 부르는 장사꾼이 있고 값싸고 좋은 물건 사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손님이 있는 그곳에 꼭 가 보고 싶다.

시끌벅적하고 사람 사는 냄새나는 그곳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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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일기 책읽는 가족 48
오미경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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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학년인 아이는 매일 일기를 쓴다.

하지만 그 일기가 온전히 혼자만 쓰고 반성하는 일기가 아닌 검사 받기 위해 숙제로 쓰는 일기다.

집에서는 엄마가 틀린 글씨 교정을 위해 확인하고, 학교에서도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야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일기를 쓸 때마다 진실이 아닌 적당한 기준을 정해 놓고 일기를 쓰는 것 같다.

아무리 동생하고 심하게 싸워도 절대로 그 일은 쓰지 않고 엄마한테 혼날 날도 그 이야기는 빠져 있다.

일기는 하루를 정리하고, 자기가 한일을 반성하고, 내일 계획을 세우기 위해 쓴다는 다소 교과서적인 이야기를 해줘도 아이는 선생님께 보여도 될 만큼의 적당한 이야기만 쓴다.

하기야 초등학교 때 나도 지금의 아이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면 교환일기는 어떨까?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서로 교환해 가며 쓰는 일기.

일기를 보는 주체가 엄마와 선생님에서 친구로 바뀐 것 뿐 누군가는 일기를 보게 되는 상황에서 정말하고 싶은 말, 진실만을 쓸 수 있을 까?

2학년 아이처럼 적당하게 신나고, 항상 행복한 이야기만을 쓰고 싶을 것이다.

세 소녀의 교환일기를 읽으며 다른 사람의 비밀일기를 몰래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이기 위한 일기 속에 숨은 아이들의 비밀일기는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6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지각을 해서 벌로 청소당번이 된 민주, 유나, 강희는 유나의 제안으로 교환일기를 쓰게 된다.

세상에 부러울 게 없던 부잣집 딸에서 아빠의 사업 실패로 하루아침에 엄마, 아빠와 헤어지게 되는 강희.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생과 어렵게 살고 있는 소녀 가장 민주.

부잣집 딸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공주처럼 지내는 유나.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들은  자신의 아픔을 속이며 보여주기 위한 일기를 써가기 시작한다.

아빠 부도와 함께 거추장스러운 짐짝처럼 부모에게 버려져 작은 아빠 집에서 살고 있는 강희는 여전히 부잣집 딸의 행복한 모습만을 일기에 적는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다 어느 날 갑자기 천덕꾸러기가 된 강희는 부모에게 반항하듯 시험을 엉망으로 보고, 전자 사전을 사기 위해 사촌동생의 돈을 훔치기도 한다.

자신의 모든 잘못을 부모에게 돌리며 점점 엇나가기 시작한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을 한마디 설명도 없이 작은 집에 팽개치고 떠나버린 부모 때문에 절망했을 강희가 저지른 잘못들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바다 건너 온 태풍이 나무들을 쓰러뜨릴 때 착한 나무인지 나쁜 나무인지는 생각하지 않잖아. 우리에게 나쁜 일이 닥친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야.>

라는 민주의 말처럼 태풍에 쓰러지는 나무가 나쁜 나무가 아닌 것처럼 아이들의 행복이 스스로가 아닌 부모에 손에 따라 좌우 되는 데 너무 무책임한 민주의 부모에게 화가 났다.

사촌동생의 돼지 저금통을 훔치고, 그 것도 도둑이 든 것처럼 꾸민 것이라든가 친구가 흘린 돈을 줍고도 돌려주지 않은 것이 정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강희의 입장되어 본다면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단단한 고치에 갇혀 있던 강희가 누에를 키우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그 거짓으로 가득했던 허물을 벗고 나방이 된 듯해 마음이 놓였다.

아빠와 엄마를 차례로 잃고 고모 집에서 살다가 고모 네의 이민으로 동생과 단둘이 살게 된 민주는 나이에 비해 너무 어른스러워  더 마음이 짠했다.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는 건 어른들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보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은 나도 아들이 친구를 데려오면 부모가 뭐하는 지 궁금하다.

부모가 있고 없음이 아이들의 선택이 아닌데도 어른들의 마음에 자는 이리저리 바삐 아이들을 재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이라면 대부분 저질렀을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반성도 없는 민철이 선생님이야 말로 이 시대 어른의 모습일 것이다.

“엄마, 아빠 발 씻겨드리고 느낌 적어오기. 안마해주기. 가족사진 가져오기 등등” 아이의 숙제 중에 부모가 함께 해야만 가능한 숙제가 있다.

또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여러 가지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열심히 학교를 들락거리지는 않지만 기회가 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했던 내 행동들이 어쩜 민주같은 아픔 있는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만 생각했던 나에게도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아쉬울 것도 부러울 것도 없는 공주님 유나는 어린애 같고 투정이 심하지만 어느새 사춘기로 접어들어 좋아하는 남자 친구도 생기게 되고, 교환일기를 써가면서 다른 친구를 이해하고 헤아리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현실의 아이들은 대부분 유나의 모습일 것이다.

부모가 부자든 아니든 부모에게는 자식이 공주고 왕자일 테니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제까지나 공주로 남을 수는 없는 데도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엄마들이 영원한 공주, 왕자로 키우고 있는 현실에서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유나야 말로 멋지게 고치를 뚫고 나올 것 같다.

이 책은 장마가 한창이던 토요일 오후에 읽었다.

아이들은 친구 집에 놀러가고, 남편은 회사에 나간 사이에 교환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숨길 것도 없고 행복한 아이들을 기대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민주나 강희의 아픈 마음이 전해져 와 몇 번을 울었다.

동생을 위해 간식을 먹을 때마다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는 민주와 그 간식을 맛있게 먹는 민철이를 보며 울었고, 가족 신문을 만드는 남매를 보면서 많이도 울었다.

점점 아이다움을 잃어가는 강희를 보면서도 혼자서 첫 생리를 처리하는 강희를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시간이 지나 지금보다 훨씬 커버린 아이들에게 또 다른 아픔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에가 고치를 뚫고 나방이 되었듯이 부자로 살수는 없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임을 아는 강희와 복지관 선생님처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갈 민주와 다른 사람을 살필 줄 아는 예쁜 숙녀로 자랄 유나의 미래가 보이는 듯해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리 긴 장마라도 그 끝은 반듯이  있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의 미래는 표지의 하늘처럼 푸르고 눈부실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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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 - 어린이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는 이야기
웬디 앤더슨 홀퍼린 그림, 카린 케이츠 글, 조국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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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토끼가 있고 다락방에 비밀스러운 물건이 많은 이모네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롤리는 여름 한달을 이모네 집에서 보내게 된다.

처음의 들뜬 마음과는 다르게 자신만 남겨두고 엄마 아빠가 떠난 뒤로 롤리는 큰 슬픔에 잠기게 된다.

롤리의 눈물을 닦아주던 이모는 <슬픔을 치료해 주는 비밀 책>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짭짤한 바다 냄새랑 사막의 먼지 냄새가 나는 오래된 상자 속에서 꺼낸 비밀 책은 잔잔한 꽃무늬로 된 표지는 많이 낡아 있었고 안의 종이도 노랗게 바랬고 너덜너덜하기까지 했다.

이 낡은 비밀책안에는 슬픔을 이기기 위해서 해야 하는  처방들이 적혀 있었다.

꼭 부엉이가 울기 전에 해야 한다는 주의 사항을 읽으며 이모와 롤리는 서둘러 처방들을 실천해 나간다.


<첫 번째 처방>사과 주스 한 잔을 마시세요. 아주 천천히 맛을 느끼면서 마셔야 해요. 사과와 사과가 열려있는 나무의 맛까지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두 번째 처방>좋은 땅에 씨를 심으세요. 그리고 그 씨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몰래 뭔가를 해 놓아야 합니다.

<세 번째 처방>가능한 아주 먼 곳까지 걸어 가 보세요. 그리고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떤 것을 찾아  내야 합니다.

<네 번째 처방>야생 동물에게 먹이를 주세요. 그리고 야생 동물을 배고픔과 위험에서 지켜 주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처방>사랑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편지를 쓰세요. 그리고 봉투 속에다 받는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하나 넣으세요.

<여섯 번째 처방>제일 좋아하는 책을 조용하고 평화롭게 읽으세요. 너무 좋아서 자꾸자꾸 읽고 싶어지는 곳을 한 군데 찾아내야 해요.

<일곱 번째 처방>멋진 일을 하는 생각을 해 보세요. 내일 할 수 있는 작지만 큰일을 하나 생각해야 합니다.


맨 처음으로 롤리와 이모는 사과나무 잎사귀 맛과 상큼한 사과꽃 향기까지 느끼며 천천히 사과주스를 마시고 호박씨를 한줌 심고, 씨를 지켜줄 허수아비를 세운다.

그리고 숲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걷다 한번도 본적 없던 기차가 다니던 철로 조각을 찾기도 한다.

롤리는 이모가 준비한 음식을 조금 남겨 주머니쥐에게 주기도 하고, 아빠에게 쓴 편지 속에 깜짝 놀랄만한 선물을 넣기도 한다.

비밀 책에 처방대로 하나하나 실천해 가면서 롤리의 슬픔은 차츰 사라져 가고 있었다.

슬픔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생각하며 이겨나가는 롤리의 표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밝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롤리가 이모네에서 보내게 될 즐거운 여름이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림책을 보다보면 한참씩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 있다.

책을 다 읽고도 쉬 덮어버릴 수 없는 매력이 비밀 책에는 있다.

표지를 보다보면 오래된 책 냄새와 함께 빨강, 파랑, 노랑, 주황, 연두색의 매듭이 만져질 것 같아 여러 번 쓰다듬어 보게 된다.

글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림을 보다보면  먼 곳을 여행하고  온 커다란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많은 물건들의 숨은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슬프다는 감정은 어느 한순간 찾아왔다가 또 쉬 사라지기도 하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 생활 전체를 흔들어  놓기도 한다.

슬픔이 오래가면 병이 된다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특별한 방법이 아닌 일상을 통한 해결이 최선의 방법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누구든지 쉽게 실천해 볼 수 있는 처방을 읽으며 아이 스스로 슬프다는 감정이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이 슬픔에 빠질 때엔 꼭 롤리와 이모가 했던 일곱 가지 처방을 차례로 해보자 한다.

그래!!

인생을 살면서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슬픔에 무기력해 하지도 말고, 슬픔 속에 빠져 허우적대지도 말자.

잠깐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보고 주위를 살피고, 깊이 생각하고, 부지런히 행동하고 느껴보자.

그러는 사이 슬픔을 우리 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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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를 잡아라
플락 비스바스 그림, 아누쉬카 라비쉥카르 글, 신은영 옮김 / 파란하늘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대부분에 출판사가 일부 편중된 나라의 책들만을 출판하는 게 독자들이 그 나라의 책을 찾기 때문인지, 아니면 출판사가 먼저 일부 나라의 책만을 번역출판해서 인지 우리가 그동안 읽었던 대부분의 그림책은 미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의 책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한번도 소개된 적이 없었던 인도의 그림책이다.

<인도>는 많은 인구와 빈부의 격차가 심한 나라라는 생각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인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요가의 어려운 동작을 척척해 낼 것 같고, 깊은 정글에는 아직도 벵골호랑이의 포효가 들릴 것도 같다.

인도에서 가장 크다는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고, 그 물을 마시고, 죽어서는 재가 되어 뿌려지는 걸 보며 우리 눈에는 더럽게만 보이는 강을 성스럽게 섬기는 그들의 믿음이 신기하기까지 한 나라다.

지금까지 한번도 접할 수 없었던  현대의 인도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의 그림책이라 많은 기대를 했었다.

그림책으로는 결코 짧지 않은 페이지의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과일 가게 아줌마, 경찰 아저씨, 의사 선생님이 등장해서인지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느끼는 것 같다.

그림에 전혀 다른 배경이 없이 붉은 색 한 가지만을 사용한 특색 있는 그림도 눈길을 끈다.

판화로 찍어 낸 듯한 그림에서는 단순하지만 등장인물의 풍부한 표정을 읽을 수도 있다.

좋은 맛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재료를 첨가해서 나중에는 원재료의 맛을 찾을 수 없는 요리가 있고, 원재료만으로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요리가 있듯이 이 그림책은 다른 장치가 전혀 들어 있지 않아도 허전하지 않는 그런 개운한 맛의 책이다.


평화로운 어느 날 ‘팔아요’ 과일장수 아주머니는 생각지도 못한 마을의 도랑에서 악어를 만나게 된다.

아주머니에 고함 소리에 기다란 막대기를 가지고 ‘잡아라’ 경찰 아저씨가 악어를 붙잡으러 온다.

교통위반 딱지에 벌금을 물리고 감옥에 가두어 버린다고 협박하던 아저씨는 막대기로 악어에 등을 때리지만 악어는 막대기를 부러뜨리고 만다.

다음으로 나선 ‘바로나아‘의사 선생님은 악어에게 수면제 주사를 놓으려다 그만 자신에게 주사를 잘못 놔 깊은 잠에 빠져 버린다.

그 다음으로는 먼 도시에서 온 힘 센 레슬링 선수 ‘다이겨’아저씨는 악어의 큰 입을 보고는 줄행랑을 쳐 버린다.

악어를 꽁꽁 묵어버리겠다는 ‘깨끗해“ 세탁소 아저씨가 등장하고, 삼륜차로 끌어내기 위해 ‘재빨라’아저씨도 오지만 모두 악어를 마을 밖으로 쫓아내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거듭되는 실패에 온 마을 사람들이 낙담하고 있는 그때  엄마와 생선을 팔고 돌아오던 어린 소녀 미나가 그 광경을 보게 되고 미나는 간단한 방법으로 악어를 강으로 돌려보낸다.


그런데 정작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악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악어에게 공포를 느꼈던  인간이야말로 악어에게는 가장 무서운 존재들이었을 것이다.

한번도 와 본 적 없는 인간의 마을에 혼자 떨어지게 된 악어는 자신을 몰아내기 위해 등장한  무서운 경찰 아저씨, 큰 주사기를 가진 의사 선생님, 힘센 레슬링 선수가 이 세상 어떤 공포보다도 더 무서운 공포였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주하는 말 중 하나가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라는 말이다.

사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사실이지만 항상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우리에게 남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만을 보는 어른의 눈에는 일곱 마디 정도 밖에 안돼는 조그마한 파충류가 무시무시하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악어의 입장에서 생각한 작은 소녀 미나에게는 무시무시한 파충류는 어디에도 없었고, 다만 길을 잃은 불쌍한 악어만 보였던 것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겼던 건 차갑고 힘센 북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었던 것처럼 가끔은 무서운 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능력이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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