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사이소 - 생선 장수 할머니와 어시장 어린이 갯살림 6
도토리 지음, 이영숙 그림 / 보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보리에서 어린이 갯살림 6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갯벌에서 사는 생물이야기, 염전이야기, 바다나물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어시장이야기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부산 자갈치 시장이 배경이다.

새색시 때부터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남이 할머니의 새벽시간을 쫒아가며 시장의 여기저기를 구경할 수 있는 책이다.

내 기억의 어시장은 오일장의 한쪽에 서던 물기 질척이던 그 시장이 떠오른다.

겨울이면 곱은 손 호호 불어가며 맛 조개를 까던 할머니와 남도에 잔치 상에 빠지지 않는 커다란 홍어하며 짚불에 구워 먹으면 밥 한 공기를 금방 뚝딱 먹을 수 있었던 굵은 소금 뿌려진 갈치가 생각난다.

지금은 시장보다는 할인점이나 백화점의 식품 코너로 장을 보러 다니다보니 어시장 특유의 그 비릿하고 짭짤한 소금 내와 함께 묻어나는 바다냄새를 느낄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어시장의 아침 시간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온통 신기한 것들 천지다.

이른 새벽 시장에 나온 남이 할머니는 바지도 두벌 세벌 껴입고 양말도 세 켤레나 덧신고 장갑에 고무장화까지 중무장을 한다.

새벽 5시 “땡땡 땡땡” 경매장 종이 울리면 할머니는 “달달달 덜덜덜” 손수레를 밀고 경매장으로 간다.

밤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생선들이 경매를 기다리는 데 깊은 바다 속에서 산다는 달고기, 입이 큰 아귀, 만새기, 물메기, 갯장어등 이름도 생김도 생소한 물고기 천지다.

경매가 시작되고 할머니는 하루 동안 장사할 싱싱한 고등어랑 명태, 갈치를 산다.

이 정도도 충분할 것 같은 데 할머니는 항구로 향한다,

오징어 배 들어오는 항구에는 갈매기가 날아들고 사람들도 오징어를 사기 위해 모여든다.

할머니도 물 좋은 오징어 한 상자 수레에 실고 바삐 걸음을 옮긴다.

점점 날이 밝아 오는 시장의 건어물 가게를 지나고 고둥 가게를 지난 할머니는 경매장에서 사지 못한 병어도 한 상자 더 사  수레에 가득 실고 바람 한점 막을 곳 없는 노점에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한다.

처음엔 책을 읽는 다는 기분으로 읽기 시작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생소하기만 한 어시장 구경에 아이들은 넋을 놓기 시작했다.

사실 할머니를 따라 가보는 시장 구경은 앞 면지에서부터 시작된다.

할머니 가게를 비롯해 경매장, 국밥집 등 시장 전경을 다 볼 수 있다.

동판화로 찍어서 다시 색칠했다는 그림은 거칠지만 사람 사는 냄새나는 시장 상인들의 표정이 살아 있고 책 속에서 짭짤한 바다 내가 날 것 같기도 하다.

활기 찬 어시장의 아침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내가 손님이 되어 자갈치 아지매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마지막 장에는 어시장이야기와 제주도 앞바다에서 잡은 갈치가 어떻게 밥상에 왔는지가 자세하게 설명 되어 있다.

그리고 뒷면지에는 자갈치 시장을 서른 번도 넘게 다녔다는 작가의 시장 구경도 따라가 볼 수 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푯말이 붙은 자갈치시장에 들어서면 낮에도 해가 따가워서 겨울에도 밀짚모자를 쓰는 아줌마도 만날 수 있고, 쟁반을 손에 안 대고 잘 걷는 밥집 아줌마도 만날 수 있다.

할머니가 아침에 지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수많은 가게들 구경도 덤으로 할 수 있다.

거기에 작가가 본 것을 정리한 내용을 읽으면 정말 자갈치 시장에 함께 다녀온 느낌이다.

아주머니 마음대로 적게도 푸고 많이도 퍼준다는 호박죽가게에도 가보고 싶고 건어물 가게에서 좋아하는 오징어도 사고 싶어진다.

남이 할머니는 실제 자갈치 시장에서 장사를 하시는 박남엽 할머니가 모델이라고 한다.

난로도 없어서 엄청 추운데도 “내는 안춥다” 라고 말씀하시며 넉넉한 웃음을 날리시는 할머니는 키는 작지만 걸음도 빠르고 목소리도 큰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라 더 정이 간다.

우리 아이들은 한번도 어시장을 구경 간적이 없어서인지 모든 게 신기하고 낯설기만 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도통 들여다보지 않던 도감을 가져와 생선 이름을 찾느라 한참동안 소란하다.

만새기, 눈볼대, 물메기등 찾을 수 없었던 물고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부산 사투리인 모양이다.

덕분에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시장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고 꼭 부산 자갈치 시장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어시장에 가보고 싶다.

“자! 골라요. 골라. 물 좋은 오징어 꽁치가 있어요.”

“구워 먹어도 맛있고, 졸여 먹어도 갈치가 있어요.”

목이 쉬어라 손님을 부르는 장사꾼이 있고 값싸고 좋은 물건 사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손님이 있는 그곳에 꼭 가 보고 싶다.

시끌벅적하고 사람 사는 냄새나는 그곳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