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 어린이 디스커버리 10
필립 스틸 지음, 이충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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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은 방학이라고 해 봤자 예전의 어린이들처럼 친척집을 가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숙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원을 여러 곳 다니는 것도 아니기에 거의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리고 있다.

TV좀 그만 보라고 하면 슬그머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그것도 못하게 하면 으레 하는 말인 심심해를 연발한다.

책 좀 읽으라는 말에 책장 앞에서 한참 머뭇거리다가 읽을 게 없다는 말로 속을 뒤집어 논다.

될 수 있으면 침착하고 차분한 어조로 이것도 재미있고 저것도 재미있다고 하지만 이 건 이래서 재미없을 것 같고 저 건 저래서 재미없을 것 같다는 말로 엄마의 한계를 시험하려 든다.

그러던 그 녀석이 요즘 달라졌다.

입에 달고 살던 심심해 대신 “엄마, 그 것 알아요?”라는 질문으로 곤란하게 만든다.

바로 시공주니어의 ‘어린이 디스커버리’ 때문이다.

자연 과학, 지구 과학, 우주 과학, 세계사, 고고학 등의 다채로운 분야의 기초 지식을 담은 이 시리즈는 지식을 쌓게 하려는 의도로 나온 책들의 단점을 보완한 책이다.

책을 권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이 읽어주기를 바라는 게 지식 책이지만  그 책을 읽는 독자인 어린이는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없는 게 바로 지식 책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사실적인 생생한 그림과 아이가 혼자 읽기에도 적당한 크기에 글자와 짧으면서도 명확한 설명으로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뒷면에 나오는 <용어 설명>은 본문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를 풀이해 주어 따로 다른 책을 참고하지 않아도 될 만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10번째 권인 <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이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어떤 사람의 비밀 무덤 속에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세요.”라고 시작되는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신기한 파라오의 무덤을 탐험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으스스하고 신기한 무덤 속을 촛불하나에 의지에 떠나는 모험은 죽은 사람이 사후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썩지 않은 몸이 필요했기에 미라로 만들었다는 설명으로부터 시작해 고대 이집트인들의 사회생활까지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태양신 라, 죽음과 부활의 신 오시리스, 장래의 신이자 미라를 만드는 사람들의 신인 아누비스등의 익숙한 이름의 이집트 신들을 만나는 보는 것도 재미있다.

으스스하고 오싹하기만 한 미라 만드는 과정과 장례식 행렬의 세밀한 표현은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관을 나르는 상여가 있다면 오시리스를 만나기 위해 물을 건너가는 여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모형 배에 실어 옮겼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미라를 넣는 관의 변천과정과 무덤 속의 부장품들의 대한 이야기는 이집트인들이 사후 세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도 알게 해 준다.

오늘날  과학자들의 의해 미라에서 떼어낸 작은 조직세포로부터 미라의 가족과 친척은 물론 어떤 병에 걸렸는지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도굴꾼이나 연구라는 이름으로 무덤을 파헤치는 과학자들의 모습에서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진정으로 사후세계를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도굴꾼이나 과학자 두 부류 모두 자신들의 믿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파괴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기만 했던 이집트의 매장 풍습을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해 준 것 같아 고고학의 기초를 세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제대로 못 읽는 아이에게 가장 읽어주기 힘든 책은 지식을 전달해 주는 책이다.

한 페이지를 채 읽기도 전부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을 받아주다 보면 아이도 지치고 읽어주는 어른도 치솟아 오르는 짜증쯤은 감수하고 읽기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딱딱한 설명글이 아니라서 읽어주기에도 편하고 자세하고 쉬운 설명 때문에 받아들이는 아이도 한결 편안해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읽어주는 걸 좋아하는 둘째도 곧잘 이 시리즈를 골라온다.
사실 이 책 한권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이집트의 사회상을 모두 접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아이에게 어려운 고고학 책을 안겨줄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고고학의 입문서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읽다보면 저절로 지식이 쌓이기를 바란다면 주저 없이 권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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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와 손톱 국시꼬랭이 동네 12
이춘희 지음, 이웅기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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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지방 밟지 마라. 다리 떨면 복 달아난다. 밤에 휘파람 불면 뱀 나온다. 누워서 밥 먹으면 죽어서 소가 된다.” 등은 어린 시절 할머니께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던 말이다.

그때는 우리 할머니 또 잔소리 시작이라고 귓등으로 듣곤 했는데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할머니의 말씀이 얼마나 옳은 말씀이었고 자손들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었는지를 새삼 느낀다.

사실 문지방이라는 것이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들어야 하는 곳인데 어린 아이가 조심성 없이 넘다가는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떠들썩한 밤과는 다른 고요하기만 한 옛 시골의 밤에 누군가 휘파람을 분다면 그 소리는 괴기스러웠을 것이다.

이렇듯 금기시했던 행동들은 일상생활에서 마땅히 지켜야할 예의나 바른 행동들을 이야기한 내용이 많다.

밥을 먹던 아이가 제자리에서 얌전하게 먹는 게 아니라 돌아다니거나 누워서 먹을 때 제자리에 앉아 먹으라는 말보다는 돌아다니면서 먹으면 거지가 된다든가 죽어서 소가 된다는 말은 예의바른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를 나쁘게 말해 더 큰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잊고 있었던 우리의 옛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는 국시꼬랭이 동네의 12번째 이야기는 바로 이런 금기를 다룬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소풍갈 때나 오빠 도시락 밑바닥에 아무도 모르게 곱게 숨어 있던 귀한 달걀을 낳던 그 암탉은 소중한 재산 목록 중 하나였다.

그 보물 같은 닭이 죽어 여우 귀신이 된다면 그 공포는 이루말로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손톱을 먹으면 닭이 죽어 여우귀신이 된다는 오빠의 이야기를 들은 영미는 자기 손톱을 먹은 암탉 달구가 죽게 될게 전전긍긍하며 들기름을 먹이기도 하고 땅거미가 내린 뒤에도 닭장 앞을 지키기도 한다.

어린 시절 금기시 되는 행동을 하고나서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불편하고 무서움증이 드는 경험은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영미도 정말 암탉이 죽어 여우 귀신이 될까 불안에 떨고 걱정대로 여우 귀신이 영미를 찾아온다.

옛이야기에 자주 나오는 사악한 존재인 여우에 등장으로 아이들은 숨을 죽였지만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읽어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엄마아빠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씀을 하실 때면 거짓말인줄 짐작을 하면서도 울고불고 보따리를 싸고는 했는데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들 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아니지, 아니지 하면서도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아이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ㅋㅋ난 못된 엄마가 분명한 듯)

경호가 영미를 놀리는 것도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조금 과장된 그림이 공포를 고조시키지만 급하게 떨어뜨리고 간 새총은 여우 귀신의 정체를 밝혀주어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어쩌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할머니는 “아가, 한밤중에 손톱 깎다가 그 손톱 쥐가 주워 먹으면 그 쥐가 사람으로 둔갑 한단다.”하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낮도 아닌 어둠침침한 등불 아래 깎은 손톱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 그렇게 말씀하신 듯하다. 

손톱이라는 게 결코 깨끗한 것이 못되는데 그 손톱을 아무렇게나 버리면 보기도 싫고  위생상으로도 좋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손톱을 짐승이 먹으면 사람으로 둔갑을 한다거나 여우 귀신이 된다는 말은 그 어떤 말보다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아침 일찍 작은 아이가 외할머니께 “할머니, 손톱 깎아서 종이에 잘 싸서 버리세요. 꼬꼬가 먹고 죽으면 여우 귀신이 된대요“ 하고 전화를 한다.

외할머니 집에서 키우고 있는 닭이 걱정이 된 모양이다.

작은 책 한 권 때문에 우리 아이는 아침 일찍부터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고, 귀여운 외손자의 반가운 전화에 우리 엄마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셨다.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내어 옛 아이들과 오늘의 아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국시꼬랭이의 다음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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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6-01-2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뽑히셨네요,
그러지 않아도 이책 눈독들이고 있는책인데,,,잘 읽고 갑니다,

초록콩 2006-01-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연사랑 2006-01-2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축하~!^^

아영엄마 2006-01-24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연두빛 나무님, 또다시 리뷰 당선되셨군요. 추카추카~

초록콩 2006-01-2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아영엄마님.........탱큐^^
 
울고 있을 때 읽어봐
위기철 지음, 엘레나 셀리바노 그림 / 청년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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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칼바람 같은 슬픔이 몰아쳐 우리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하지.

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슬픔은 없으니, 그 속에 너무 오래 머물지는 마.

얼어붙은 마음은 이내 풀리고, 슬픔이 너를 자라게 할 거야“

책의 뒤표지 글을 읽으며 시는 전에 읽던 느낌과 전혀 다른 시로 다가왔다.

위기철 이야기동시집으로 나온 <신발 속에 사는 악어>중에 나오는 시는  잉잉 우는 아이에게 읽어주면 슬그머니 울음을 그치게 했다면  새로운 그림과 만나면서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시가 되었다.

동시집 속의 시가 우리 옛이야기 느낌이라면 러시아의 작가의 그림과 만나면서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듯하다.

짧은 시가 그림과 만나 새로운 책으로 탄생된 경우에는 시만을 읽었을 때와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그림은 짧은 시가 품고 있지 못한 시의 의미를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어떤 독자는 시를 읽으며 느끼는 감정을 획일화 시킨다고도 하지만 왠지 어렵고 쉬 읽혀지지 않는 동시를 그림과 함께 접하는 방법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경우 시는 재미없어서 잘 안 읽는다는 말을 많이 하는 데 그림이 더해진 시를 통해 시 읽기에 새로운 시도도 괜찮을 것 같다.

특히나 알고 있던 시라면 더더욱 편하게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진주 같은 눈물을 달고 품안 가득 여러 색깔의 꽃을 한 아름 안고 있는 고운 얼굴의 아가씨가 바로 울 때면 꿀물이 나오는 아가씨다.

세상을 살아가며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 수 있는 시기는 아기 때뿐이다.

말을 못하니 배고파도 울고 아파도 울고 불편해도 울지만 어느 누구도 운다고 놀리거나 나무라지 않는 다.

자라면서 서럽고 아파 울고 싶을 때 울면 분명 울보라고 놀림을 받거나 그만 울라는 소리를 듣는다.

더더군다나 어른이 된 후에는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짠 눈물이 아닌 달콤한 꿀물이 나오는 걱정거리 하나 없을 것 같은 작은 아가씨가 나른하고 포근한 봄 들판에 앉아 울고 있을 땐 나비와 꿀벌이 날아들고 커다란 곰이 달려들어 핥기도 한다.

어찌어찌해서 울보 아가씨는 잘생긴 총각과 결혼을 하지만 밤마다 엄마가 보고 싶어 엉엉 운다.

하지만 그 울보 아가씨도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줄 진정한 어른으로 자라있다.


아들 둘을 낳고 어딜 가나 어른 취급을 받는 요즈음에도 나는 자주 운다.

영화나 TV에서 슬픈 장면이 나와도 울고 책을 읽다가도 운다.

가끔은 엄마랑 전화를 하다가도 이유 없이 코가 맹맹해지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슬퍼서도 기뻐서도 흐르는 게 눈물인데 꿀물이 나오는 울보 아가씨가 작은 소녀에서 아가씨가 되고 엄마가 되는 이야기가 고은 그림 속에 펼쳐진다.

나비와 꿀벌이 날아다니는 들판에서의 울음은 단순한 투정 같은 눈물이다.

걱정도 없고 괴로움도 없지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우는 울음은 환하기까지 하다.

자라면서는 마음껏 우는 게 자유롭지 못하기에 울고 있는 아가씨에게는 곰처럼 무서운 질책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울고 있는 모습까지 아름다워 보인다. 

결혼을 하고서도 울 일은 널려있지만 항상 곁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이가 있기에 행복해 지는 것이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환하고 밝아지는 기분이 든다.

세상사 울 일도 많지만 울 때마다 누군가 내 곁에 있었던 것 같다.

어려서는 부모가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눈물의 이유가  부모일 때도 있었고, 친구, 사랑하는 사람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눈물들은 나를 자라게 했고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 주었다.

나에게 맹목적으로 매달려 우는 아이들을 보며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서 흘리는 눈물 중 지금 흘리는 눈물이야말로 가장 달콤한 꿀물이 아닐까한다.

때로는 나비처럼 부드럽게 때로는 벌처럼 똑 쏘게 나도 우리 부모가 나에게 그랬듯이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이다.

그리하여 내 아이들도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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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예절 배우기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2
조안나 코울 지음, 이복희 옮김, 재러드 더글라스 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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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책꽂이에 책들은 다들 저마다의 사연이 있습니다.

첫애를 임신하고 구입했던 전집들과 큰애 두 번째 생일에 선물했던 도깨비이야기며 도서관에서 몇 번씩 빌려보고도 구입했던 책들까지 지금도 그런 책들을 읽다보면 서점에 들려 책을 찾고 즐거워했던 일이며 읽어 주었을 때의 반응까지 새록새록 다시 기억이 되살아나 가슴이 벅차옵니다.

“괴물 예절 배우기”는 2004년 7월 2일에 도서관에 다녀오던 길에 구입한 책입니다.(기억력이 좋아 날짜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책 속지에 그렇게 적어 놓았네요.^^*)

처음 이 책을 읽은 건 버스를 여러 정거장씩 타고 다녔던 도서관에서였지요.

대출 기간을 연장해서 2주를 보고도 반납하고 나오는 길에 다시 빌려가자고 떼를 써서 근처 서점에서 구입했던 책입니다.

출판사의 코너를 한참을 찾고도 못 찾아 서점주인과 함께 책꽂이를 샅샅이 뒤진 끝에 찾아낸  정말 얇고 작은 책이지요.

1학년이던 큰 애보다 6살이던 둘째가 더 좋아해서 한동안 유치원 가방에  넣어 다녔고 잠자리 책의 일번이기도 했습니다.


로지는 작지만 날카로운 갈퀴 모양의 발톱에, 캄캄한 밤에도 번쩍번쩍 빛나는 초록색 눈까지 갖춘 작지만 흠잡을 때 없는 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괴물들의 예절을 하나도 지키지 않는 로지는 괴물 사회에서는 걱정꺼리였대요.

괴물들은 친구와 싸우며 장난감을 망가뜨려야하고 거칠게 으르릉거리며 전화를 받아야만 한답니다.

그리고 바위를 우두둑우두둑 씹어대며 자신의 과격함을 과시해야하고요.

하지만, 하지만 로지는 그런 괴물들의 예절과는 거리가 먼 괴물이랍니다.

로지는 누구하고나 사이좋게 지내고,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바위를 먹은 뒤에는 꼭 양치질도 하지요.

그런 로지가 걱정인 엄마아빠는 친구 프루넬라를 과외 선생으로 부쳐 주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로지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남들이 얼마나 불행한지 깨달았어요.

자신에게 실망한 로지는 프루넬라와 집에 오게 되고 그 사이 수도관이 터져 집은 온통 물바다가 되었고 배관공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배관공이 으르릉거리는 괴물들의 전화에 대꾸하겠어요?

다행히 괴물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상냥한 로지의 전화에 배관공이 찾아와 무사히 수리를 끝낸다는 이야기예요.


이 책은 우리가 잘 아는 “신기한 스쿨버스”의 작가인 ‘조안나 코울’의 이야기입니다.

재미난 이야기에 재미난 그림..정말 금상첨화죠.

그림만 보는 걸로도 즐거워지는 책입니다.

괴물들의 예절을 잘 차리는 괴물들의 표정과 그와 대조적인 괴물사회에선 예의라고는 없는 로지의 표정이 얼마나 귀여운지 우리 아이들은 로지의 괴물표정을 따라하곤 하지요.

예절이라는 게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거잖아요.

그냥 나만 좋다고 아무렇게나 행동한다면 자신은 신나고 즐거울지 모르지만 그 걸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괴로운 일이겠어요?

아이와 책을 읽으며 한 번도 너는 사람이니깐 프루넬라처럼 강아지를 발로 차면 안 되고, 식사할 때도 게걸스럽게 먹어서는 안 되고, 소파에서 뛰어서도 안 되고, 양탄자에 꽃이 꽂힌 꽃병을 쏟아도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그저 아이 스스로  누가 진짜 인간들의 세상에서 예절 바른 아이인지 스스로 알기에 따로 애써 설명하지 않았답니다.

사실 예절은 누가 시켜서, 또 공부나 운동처럼  열심히 익혀서도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거잖아요.

우리 집 아이들의 예절은 아직은 괴물들의 예절에 가깝습니다.

학교 도서실에서도 까불고, 늦은 밤에도 아래층을 깜박 잊고 뛰기도 하고 가끔은 양치질하는 걸 빼먹고 그냥 자기도 하지요.

하지만 어떤 게 오른 건지 아는 아이들이기에  초록색 어린이 괴물이 아닌 사람들의 예절을 지키며 그것이 다른 사람들까지 편하고 행복하다는 걸 알고 실행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믿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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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2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랑이 2006-01-1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이 책 재미있었어
훌륭 오래오래최고!

초록콩 2006-01-13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랑이...진짜 이 책 명종이가 많이 좋아했는 데...지금은 시들해졌다.그치.근데 다시 읽어주니깐 재미있다고 얼굴 표정 흉내면서 귀여운 짓 하더라^^*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재미있는 이야기 2
양대승 지음, 조정근 그림, 정기문 감수 / 가나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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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신문이나 뉴스를 보다 “왜,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을 해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이 눈높이에 맞춰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략 난감해 통박을 주거나 얼버무리기가 다반사인데 [신문이 보이고 뉴스가 들리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는 참 쉽고도 재미있다.

부모가 먼저 읽고 아이에 질문에 대답해 주기도 편하고 아이 혼자 읽더라도 부모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책을 살펴보자면 활자가 크고 삽화가 많고 만화도 나와 있어 지루하지 않다.

처음부터 차분하게 읽어도 재미있고 뉴스에서 나오는 말을 이해하지 어려울때 살작 커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또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이슈를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건의 원인이 되었던 일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사에서 현대사까지 한결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시작해 일요일까지로 이어지는 뉴스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뉴스에서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들까지 설명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월요일 NEWS편에는 ‘독도. 고구려 특집’이라는 타이틀로 시작되는 데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이유를 설명하는 걸로 시작해서 독도가 언제부터 우리나라 땅이었는지의 역사적 사실과 현재 진행 중인 독도 분쟁과 우리의 대응책까지 통합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지금은 사라져버렸지만 뉴욕의 쌍둥이 빌딩을 1974년 ‘필립 쁘띠’라는 프랑스인이 400미터 상공에서 줄타기를 했다는 실화를 다룬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보물창고)’라는 그림책을 아이와 읽을 때의 이야기다.

왜 쌍둥이 빌딩이 폭발했냐는 이야기에서 시작된 아이의 질문은 끝이 없이 이어졌지만 적당하게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에 쉽게 설명해줄만한 자료를 찾아 헤맸던 기억이 있다.

9.11테러를 보는 눈이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한사람만의 광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종교적 갈등과 미국과 중동의 정치적 갈등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어 한쪽으로 치우쳐 해석한 뉴스가 아닌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뉴스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보너스처럼 나오는 쉬어가는 코너도 머리도 식히고 지식도 함께 쌓을 수 있어 좋다.

아이가 뉴스를 보며 “재미있어요?”라고 물을 때 옆에 앉혀 놓고 조근 조근 설명하며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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