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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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살고 있는 도시에는 도시의 관문이라고 할만한 위치에 40여년 동안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폐건물이 있다.
건물이 막 올라가기 시작할 즈음에 그 곳을 지나며 얼마나 높은 건물이 지어질까 궁금했고 그 기간이 하세월 흘러가면서 지금은 공포스럽고 흉물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사람의 인적이 끊긴 건물이나 장소는 화려했던 시절이 전설처럼 전해질 뿐 흉물스럽게 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이라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때는 번성했고 영광을 누렸지만 지금은 폐허가 된 장소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버림받고, 소외되고, 사람이 살지 않고,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들에 지명 사전이다.(p11)

모두 5개 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지금 현재는 모두 폐허가 되어 버린 장소의 영광스러운 시절과 현재의 모습들을 설명하고 있다.
폐허가 되어 버린 장소가 표시된 지도와 쓸쓸하게 변한 모습의 사진은 지금은 잊혀진 장소이지만 분명 존재했던 장소임을 상기시켜준다.

사진으로 봤을때 여전히 아름다운 포루투갈 브라가 외곽에 있는 파우메이라의 도나시카성의 사연은 남겨진 건물만큼이나 쓸쓸하다.
건축주 부부의 사랑의 시작을 알리며 건축됐지만 그 사랑이 식으면서 완전히 중단됐다는 데 그 기간이 4년이라니 사랑의 덧없음을 느끼게 한다.

우간다의 아캄펜섬은 ‘형벌의 섬’이라 불리는 곳으로 어떤 건축물도 없이 먹을 수 있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 두 그루만 있는 섬이다.
처녀성을 잃은 여자의 유배지였던 섬이 비교적 최근까지도 가족에게 수치를 안겨준 젊은 처녀들이 끌려와서 버려진 곳이라니 성불평등이 만들어낸 폐허가 그들의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소개된 마흔 개의 폐허가 된 건물이나 장소는 자연재해에 의해 한 순간에 폐허가 되기도 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더 이상 관리않는 경우도 있고 정치적인 이유로 폐허가 되기도 한다.
또 어떤 곳은 눈부신 관광지였던 곳이지만 더 이상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 되기도 한다.
건물은 인간의 삶처럼 흥망성쇠를 누리다 쇠락해가는 모습은 덧없음을 느끼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잊지않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않기 위해서다.
인간의 의해 건설되었지만 인간의 의해 폐허가 된 장소들을 보며 그 곳이 폐허가 된 이유를 잊지않고 다시는 그런 과호를 범하지 않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것이 이 책의 존재가치일 것이다.

🎁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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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21
이지은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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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할머니가 들려주는 팥빙수의 전설을 들어보아요.
옛날 옛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그런 날에 팥할머니가 커다란 수박도 따고 잘 익은 참외도 따고 빨간 딸기도 따고 탱글탱글 팥을 골라 달달구수한 단팥죽도 만들었어요.
그리고 산길을 걸어 장에 내다 팔러 갔지요.
그런데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리자 눈호랑이가 팥할머니앞을 가로막고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합니다.
할머니는 무사히 장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이지은 작가님의 전설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전래동화 ”해님 달님“ 속 호랑이처럼 자꾸만 할머니에게 맛있는 걸 달라고 하는 호랑이는 둥글둥글 무섭기보다 귀엽습니다.
할머니는 호랑이를 요리조리 피하고 그런 할머니를 호랑이는 용케도 찾아냅니다.

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달콤한 팥빙수가 만들어진 전설은 재미난 그림과 어울려 즐거움을 줍니다.
빨간 두건을 쓴 귀여운 할머니와 욕심쟁이 눈호랑이 콤비가 읽는 재미,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그림책, 작가님의 다음 전설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웅진주니어의 태양왕수바 도서구매인증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민트색에디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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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되찾다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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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수사가 발달하지않은 1996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기노하라 초등학교 4학년 1반 아동들 중 기노하라 아파트에 사는 5명이 중심이 되어 한 명씩 차례로 실종되는 일이 발생한다.
익명의 제보자의 제보에 따라 월간 우라가와의 신입사원인 사루와타리와 프리랜서 기자인 사사키 다이고가 한 팀이 되어 아동 실종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취재를 나간다.

4학년인 아이들은 여름 방학에도 사립 중학교 입학을 목표로 학원을 다녀야하는 데 불만을 품고 쪽지 한장만을 남기고 사라진다.
소설은 처음부터 아이들의 자자극임을 밝히고 진행되지만 아날로그 시대의 탐정 소설처럼 아이들이 꾸민 트릭을 찾아나서게 한다.

친구를 바꿔치기해 어른의 눈을 속이기도 하고 밀실인 시청각실에서 사라지기도 하지만 일정기간이 되면 사라졌던 아이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사루와타리와 사사키는 트릭을 밝혀냄과 동시에 아이들의 은신처를 찾기 위해 취재해 나간다.
다행히 아이들의 은신처와 트릭이 모두 밝혀진 후 실종 뒤 더 큰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초등학교때부터 입시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기노하라 아파트와 산가이의 아이들의 사는 곳에 따른 반목, 그리고 한부모 가정의 문제와 왕따와 학교 폭력를 보며 시대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부조리를 보게 돼 마음이 아프다.
방학 동안 학원에 다니는 게 억울했던 아이들의 일탈은 어느 순간 다른 국면으로 치닫고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아이들의 모습은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에 급급한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한 팀을 이룬 탐정같은 기자들이 트릭을 풀어가는 과정과 어른들이 지나치기 쉬운 아이들의 고민과 소중한 우정은 어른들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다시 못 올 어린 시절의 즐겁기만 했던 여름 방학이 그리워지게 한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순한 맛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강추해 본다.

🎁소미미디어의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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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맥베스
하야세 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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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맥베스>>는 관념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재미읽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하야세 고

주인공 나카이 유이치는 IT기업인 J프로토콜에 다니는 회사원으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교통 IC카드를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동료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반과 함께 큰 성과를 내고 홍콩을 경유해 본사가 있는 일본에 갈 계획이었지만 공항에 문제가 발생에 마카오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들른 카지노에서 생각지도 못한 큰돈을 따게 되고 검은 머리의 여자에게 뜬금없는 예언을 듣게 된다.

“당신 의지와는 상관없이 왕이 돼서 여행을 떠나야 해.” (p29)

본사에서는 페이퍼컴퍼니나 다름없는 홍콩 현지법인인 J프로토콜 홍콩의 사장으로 나카이를 발령조치하고 반 역시 부사장으로 임명한다.
특별한 엄무가 주어지지않은 허울뿐인 사장이라는 자리와 본사의 노골적인 감시가 계속되고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비서 모리카와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J프로토콜 홍콩의 비밀과 고등학교 시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첫사랑 나베시마 후유카가 깊게 연관되었음을 알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오랜 시간 나카이 유이치를 위해 계획된 일과 그를 돕는 여성들, 누구 편에 섰는 지 헷갈리는 동료들, 그리고 검은 돈.
우연처럼 일어난 일은 모두 계획된 일이고 기업의 엄청난 비밀과 여런 건의 살인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에 자신의 인생을 지나치게 투영해 과장스럽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장하다.

현재 연인이 있으면서도 고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첫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학창 시절 영어교사가 던진 “반코”라는 별명을 오랜 시간 가슴에 품은 체 인생을 사는 남자의 모습이 비현실적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약없이 기달릴 수 밖에 없는 여자들과 동남아시아 곳곳을 누비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디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진다.
작가의 말대로 소설은 재미있었고 읽는 내내 반이 그토록 좋아하는 완탕면과 다이어트 콜라가 들어간 쿠바리브레가 간절해 지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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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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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 생활 속 대화의 ‘더러운 일’이라고 하면 일하는 환경 자체가 더럽다는 뜻도 있지만 자랑스러워할 수 없는 일, 불쾌한 일을 뜻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더티 워크”는 좀 더 구체적인 뜻을 갖고 있다.

첫째, 다른 인간에게 또는 인간이 아닌 동물과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노동으로, 이따금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둘째, ‘선량한 사람들’, 즉 점잖은 사회 구성원이 보기에 더럽고 비윤리적인 노동이다.
셋째,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낮게 평가되거나 낙인찍혔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아니면 자신에 가치관과 신념을 스스로 위배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상처를 주는 노동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에 기반한 노동으로, 그들은 사회질서 유지에 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시적으로는 그 일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만약의 경우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그 더티 워크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야 하는데, 이는 다른 누군가가 매일같이 고역을 치르리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위임한다는 뜻이다.(p29~30 들어가며 중에서)

모두 네개의 파트로 설명한 더티 위크에는 [교도소 담장 안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교도관의 폭력을 그대로 볼 수 밖에 없는 교도소 내 정신과 치료 시설인 전환치료병동에 근무하는 ‘정신건강 상담사’의 이야기로 시작해 [드론 화면 너머]에서 게임을 하듯 적지에 미사일을 퍼붓는 드론 조종사, 그리고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는 도살장 노동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지막 네번째 [현대 사회의 뒤편으로]에서는 시추선 생존 노동자들과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처럼 부유한 지역에서 일하는 은행가와 프로그래머 같은 화이트 칼라 전문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더티 워크로 소개된 일 중 실제로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른 직종도 존재하지만 더티 워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다른 길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미국의 교도소 내 수용자에 대한 처우는 영화에서나 봤지 실제로 어떤 상황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 곳에 수감된 정신질환자가 주립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의 열 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공무원이 아닌 정신건강 상담사들은 교도관이 수감자에게 향하는 폭력에 눈감을 수 밖에 없고 교도관 역시 과밀한 수용자와 불합리한 처우를 들어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드론 전두원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드론으로 폭탄을 떨어뜨리다가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하고 일상을 살지만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기밀 제약이 걸려있는 탓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가상 현실 속 게임처럼 행해지는 전쟁이 종국에는 드론을 조종했던 당사자도 전쟁 피해자 못지않은 큰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는 게 공포스럽다.

더티 워커는 도덕적, 감정적 부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 당하고 있다.
더티 워크는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는 수행해야하는 일이다.
우리는 처우 개선은 물론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미국 사회의 더티 워크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알게 모르게 자칭 “선량한 사람들“이라는 우리들을 위해 노력하는 더티 워커들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로 대신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해본다.

”우리가 당신을 위험한 곳으로 보냈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만행이 벌어질 수 있는 곳에 보냈습니다.우리는 당신의 책임을 함께 합니다. 당신이 본 모든 것에 대해, 당신이 한 모든 일에 대해, 당신이 하지 못한 모든 일에 대해 우리가 함께 책임집니다.“ (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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