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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우리가 일상 생활 속 대화의 ‘더러운 일’이라고 하면 일하는 환경 자체가 더럽다는 뜻도 있지만 자랑스러워할 수 없는 일, 불쾌한 일을 뜻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더티 워크”는 좀 더 구체적인 뜻을 갖고 있다.
첫째, 다른 인간에게 또는 인간이 아닌 동물과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노동으로, 이따금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둘째, ‘선량한 사람들’, 즉 점잖은 사회 구성원이 보기에 더럽고 비윤리적인 노동이다.
셋째,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낮게 평가되거나 낙인찍혔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아니면 자신에 가치관과 신념을 스스로 위배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상처를 주는 노동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에 기반한 노동으로, 그들은 사회질서 유지에 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시적으로는 그 일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만약의 경우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그 더티 워크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해야 하는데, 이는 다른 누군가가 매일같이 고역을 치르리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위임한다는 뜻이다.(p29~30 들어가며 중에서)
모두 네개의 파트로 설명한 더티 위크에는 [교도소 담장 안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교도관의 폭력을 그대로 볼 수 밖에 없는 교도소 내 정신과 치료 시설인 전환치료병동에 근무하는 ‘정신건강 상담사’의 이야기로 시작해 [드론 화면 너머]에서 게임을 하듯 적지에 미사일을 퍼붓는 드론 조종사, 그리고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는 도살장 노동자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지막 네번째 [현대 사회의 뒤편으로]에서는 시추선 생존 노동자들과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처럼 부유한 지역에서 일하는 은행가와 프로그래머 같은 화이트 칼라 전문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더티 워크로 소개된 일 중 실제로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른 직종도 존재하지만 더티 워크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다른 길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미국의 교도소 내 수용자에 대한 처우는 영화에서나 봤지 실제로 어떤 상황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 곳에 수감된 정신질환자가 주립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의 열 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공무원이 아닌 정신건강 상담사들은 교도관이 수감자에게 향하는 폭력에 눈감을 수 밖에 없고 교도관 역시 과밀한 수용자와 불합리한 처우를 들어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은 드론 전두원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드론으로 폭탄을 떨어뜨리다가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하고 일상을 살지만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기밀 제약이 걸려있는 탓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가상 현실 속 게임처럼 행해지는 전쟁이 종국에는 드론을 조종했던 당사자도 전쟁 피해자 못지않은 큰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는 게 공포스럽다.
더티 워커는 도덕적, 감정적 부상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다는 이유로 외면 당하고 있다.
더티 워크는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는 수행해야하는 일이다.
우리는 처우 개선은 물론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미국 사회의 더티 워크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알게 모르게 자칭 “선량한 사람들“이라는 우리들을 위해 노력하는 더티 워커들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로 대신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해본다.
”우리가 당신을 위험한 곳으로 보냈습니다. 우리가 당신을 만행이 벌어질 수 있는 곳에 보냈습니다.우리는 당신의 책임을 함께 합니다. 당신이 본 모든 것에 대해, 당신이 한 모든 일에 대해, 당신이 하지 못한 모든 일에 대해 우리가 함께 책임집니다.“ (p462)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