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 - 혹은 옛날 옛날 열한 옛날에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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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공주는 예쁩니다.
그 공주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멋진 왕자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엄마를 대신할 계모는 돌봄이 필요한 어린 공주를 돌보기는 커녕 위험에 빠뜨립니다.
권선징악의 명징한 결말이 주는 교훈은 분명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시대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로 더 이상 어린이들에게 권하기 곤란한 이야기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어떨까요?
못된 마녀의 저주에 걸려 열다섯 생일날 물렛가락에 손가락이 찔려 백 년 동안 잠들었다 이웃 나라왕자님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리고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예술비평가이자 사회비평가, 현장운동가이기도 한 리베카 솔닛이 우리가 알고 있던 수동적이기만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재해석한 “깨어 있는 숲 속의 공주”를 탄생시켰습니다.
모두 세 부분의 나눈 이야기는 🍒아이다,잠자는 공주 🎨마야,깨어 있는 공주 🦅아틀라스, 아돌아왔어로 나누어집니다.

잠자는 공주 아이다는 굳이 왕자의 키스없이도 백 년이 지난 날 스스로 눈을 뜨고 자는 동안 자란 머리카락으로 사다리를 만들어 탑을 탈출합니다.
아이다 공주의 동생 마야는 그림을 열심히 그려 백성들을 위협하는 배고픈 늑대를 그림 속에 가둡니다.
아이다가 잠든 탑에 우연히 들어온 아틀라스는 왕자도 아니고 공주에게 키스를 하지도 않습니다.

새로운 동화 속 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몫을 살아갑니다.
더 이상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도 없고 언니를 질투하는 동생도 없습니다.
계모도 등장하지않고 엄마인 왕비는 백성들을 먼저 생각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깁니다.
애정없이 키스로 공주를 깨웠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하는 왕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변주된 이야기만큼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아서 래컴‘의 실루엣 일러스트입니다.
요즘 디즈니에서 제작되는 실사 영화들중에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다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를 종종보게 됩니다.
당연히 차별이나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억지스러운 PC는 반발심만 생깁니다.
인종도 알 수 없고 외모도 평가할 수 없는 실루엣을 이용한 그림이 새로운 동화와 어울려 이야기를 빛내줍니다.
이런 동화라면 읽지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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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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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을 행복하게 해 준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두 번째 이야기가 번역됐다.
너무나 익숙한 공간 편의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람 사는 이야기는 봄날의 햇살만큼이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해 주더니 1편에서 못 다한 이야기, 궁금했던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령자 맨션 1층에 자리한 편의점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엔 팬클럽이 있을 정도의 인기쟁이 점장 시바와 직원들이 함께 한다.
편의점인만큼 여러부류의 손님이 오가고 시바 점정은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순종적인 엄마, 그리고 자식들의 요구로 살림을 합친 할머니와 함께 사는 고등학생인 시노는 식중독에 걸려 이틀동안 결석한 사이 남자친구에게 다른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차이게 된다.
그런데 할머니마저 염색을 하고 스타일을 바꾸며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변화에 놀라고 손녀인 시노는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할머니를 응원하며 이해하게 된다.

편의점에 근무하는 다로는 헤어진 여자친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중 편의점 삼남매와 친해지면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1권에도 등장하는 무라이 미즈키가 고등학생이 되고 함께 어울리던 아이들은 다른 학교로 진학하고 새로운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지만 그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받는다.
그런 미즈키에게 생각지도 못한 아이가 손을 내민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의 2권은 사랑과 이해, 연대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자식을 위해 살던 고향을 떠나온 할머니에게 무심한 가족들의 모습이 소설 속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무겁다.
손녀는 할머니를 이해하며 성장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다로는 삼남매를 통해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미즈키 역시 역시사지의 심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되고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

3편의 연작소설이 실려있는 2권은 1권에 비해 분량이 짧아 읽다만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편의점은 따듯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다.
과연 주에루와 다로의 관계에는 변화가 찾아올지 ‘무엇이든 맨’ 쓰기를 알고 있는 절세미인의 정체는 무엇인지 3권도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다.
작가님 3권은 더 길게 많은 에피소드로 행복을 주세요.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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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고 글쓰고 - 일하며 글쓰는 작가들이 일하며 글쓰는 이들에게
김현진 외 지음 / 빛소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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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밥벌이는 참 힘들다.

그 일이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힘들 것이다.

여기 9명의 우리나라 현역 작가들의 진솔한 생활을 담은 이야기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눈물겹도록 진솔하다.

 

소설 읽기는 좋아하지만 언감생심 소설가를 꿈꾼 적이 없는 나는 그들의 글에서 창작의 이면을 보게 된다.

낮과 밤이 바뀌고 핏기없는 창백한 피부에 느지막하게 일어나 빈속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의 그들은 시를 쓰고 소설을 쓰면서 먹고 살기 위해 회사원, 플랫폼 노동자, 편집자, 요가 강사, 번역자, 유골 안치사, 서점 주인, 무도인 등으로 살고 있다.

힘들게 사는 그들은 그래도 숙명처럼 또 쓴다.

 

직업을 편집자라고 말하는 송승언 작가의 글은 고상한 창작자가 아닌 생활인인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보라 작가의 솔직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다른 세계로 도망치기 위해 글을 썼다는 말이 오래 남는다.

 

9인의 작가의 글은 창작자로 살 결심을 한 사람이나 초보 작가들, 현재 전업이 아닌 작가들에게 도움을 줄 글들이다.

독자에게는 그들의 수고로움과 창작의 고통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하며 우리나라 소설과 시를 많이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다.

어떤 어려움과 고난에도 글을 쓰고 쓸 수밖에 없는 작가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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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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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을 누구보다 빨리 구입하지만 그 신간을 구간으로 만드는 신묘한 재주가 있는 독자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미미여사,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다.
특히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월드 제2막” 중 미시마야의 변조 괴담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다.

에도 간다 미시마초의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꾼 손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라는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처음 청자는 주머니 가게 주인 이헤에가의 조카딸 오치카가 청자의 역할을 맡다 시집을 간 후 차남인 도미지로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이야기에는 모두 3명의 이야기 손님이 흑백의 방을 방문한다.
#주사위와등에 열 한살에 웃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모치타로가 어린 시절 누군가의 저주로 등에가 씌은 누나를 구하고 육면(주사위의 신)님의 도박장이 있는 여관마을에 끌려간 뒤 겪은 이야기다.
#질냄비각시 대를 이어 나룻배 사공인 집안의 오누이가 질냄비 속의 존재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표제작 #삼가이와같이아뢰옵니다 는 연못을 건너 온 “인간이 아닌 자“와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 아무런 댓가도 없이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사위와 등에에 등장하는 도박장은 현실과는 시간의 흐름조차 다른 세상으로 신선이 사는 세상에 들어가 도끼자루가 썩는 것도 몰랐다는 옛이야기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의 치히로의 모험을 보는 듯하다.
질냄비 각시 또한 우리나라의 우렁각시를 떠오르게 하지만 그 실제는 더 오싹하다.
흑백의 방에서 듣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기시감이 드는 이야기들이지만 작가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씨앗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고 있다.

특히 표제작 속의 인간이 아닌 자, 좀비의 등장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지만 시대물이라는 특징과 연못을 사이에 둔 어딘 지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백성을 돌보지 않는 위정자들이 판치는 세상에 등장한 부귀와 부귀에 물려 감염돤 인간이 아닌 자들을 물리치는 주체가 국가가 아닌 백성들 스스로인걸 보며 시대와 장소가 다르지만 현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가깝지만 잘 모르는 나라의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처음에는 낯설지만 읽다보면 그 시대의 일본의 풍물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
오치카의 출산 이후로 다시 재개될 이야기 자리를 고대하며 오치카의 순산과 작가의 건강을 빌어본다.
더불어 미시마야를 즐겁게 읽을 수 있게 나 역시 건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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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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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기가 다른 단편 7편이 실렸다.
보통의 사람들의 일상을 쓴 이야기는 내 주위에 살고 있지만 미쳐 내가 알지못했던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소설들이었다.
소외되고 인정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여성들만을 위한 소설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나’와 한국어 억양으로 영어 강의를 하는 강사의 이야기인 #아주희미한빛으로 는 진짜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함께 우리에게 이제는 잊혀진 이야기가 돼버린 용산 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대학의 교지 편집부에서 함께 글을 쓴 시절을 회상하는 #몫 은 90년 대 당시 여성에게 벌어진 폭력을 어떻게 소비했는지 특히 주한 미군 기지촌 살해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을 했는 지 생생히 떠오르게 한다.

#일년 은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그녀들은 8년 전 한 직장에서 삼 년 차 사원과 일 년 계약 인턴으로 만난 사이로 일 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끝내 인턴인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만다.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조카에게 이모가 보내는 편지인 #답신 은 가정 폭력과 그루밍 성범죄 등 여성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이야기한다.

#파종 과 #이모에게 는 시간의 흐름 속에 나이든 사람이 아닌 진짜 어른에 대한 이야기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지 고민하게 한다.
마지막 #사라지는사라지지않는 은 홍콩으로 오랜만에 딸을 만나러 간 엄마 기남의 이야기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그 시절의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작가의 소설은 사회 문제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 다정함이 있어 좋다.
지나버린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것,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되새시게 한다.
어떤 소설들은 그 당시 사회가 크게 문제 삼았던 이야기들이고 또 어떤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에는 지나치면 안 되는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 미성년자 성폭력 등등 가장 약한 위치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아닐 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이들의 현실을 볼 수 있다.
명확한 주제의 소설은 읽다보면 진부해지기 쉬운 데 작가의 글은 사회를 보는 냉철한 눈 뒤에 다정함이 있어 마음이 따듯해 진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을 것 같은 작가의 소설은 재밌다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마음을 가득채우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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