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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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시기가 다른 단편 7편이 실렸다.
보통의 사람들의 일상을 쓴 이야기는 내 주위에 살고 있지만 미쳐 내가 알지못했던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소설들이었다.
소외되고 인정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여성들만을 위한 소설은 아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나’와 한국어 억양으로 영어 강의를 하는 강사의 이야기인 #아주희미한빛으로 는 진짜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함께 우리에게 이제는 잊혀진 이야기가 돼버린 용산 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대학의 교지 편집부에서 함께 글을 쓴 시절을 회상하는 #몫 은 90년 대 당시 여성에게 벌어진 폭력을 어떻게 소비했는지 특히 주한 미군 기지촌 살해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반응을 했는 지 생생히 떠오르게 한다.

#일년 은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그녀들은 8년 전 한 직장에서 삼 년 차 사원과 일 년 계약 인턴으로 만난 사이로 일 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끝내 인턴인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만다.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조카에게 이모가 보내는 편지인 #답신 은 가정 폭력과 그루밍 성범죄 등 여성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이야기한다.

#파종 과 #이모에게 는 시간의 흐름 속에 나이든 사람이 아닌 진짜 어른에 대한 이야기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지 고민하게 한다.
마지막 #사라지는사라지지않는 은 홍콩으로 오랜만에 딸을 만나러 간 엄마 기남의 이야기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그 시절의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작가의 소설은 사회 문제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 다정함이 있어 좋다.
지나버린 시간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것,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되새시게 한다.
어떤 소설들은 그 당시 사회가 크게 문제 삼았던 이야기들이고 또 어떤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에는 지나치면 안 되는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 미성년자 성폭력 등등 가장 약한 위치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당사자가 아닐 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이들의 현실을 볼 수 있다.
명확한 주제의 소설은 읽다보면 진부해지기 쉬운 데 작가의 글은 사회를 보는 냉철한 눈 뒤에 다정함이 있어 마음이 따듯해 진다.
앞으로도 열심히 읽을 것 같은 작가의 소설은 재밌다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마음을 가득채우는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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