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을 누구보다 빨리 구입하지만 그 신간을 구간으로 만드는 신묘한 재주가 있는 독자지만 예외가 있다.바로 미미여사,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다.특히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야베 월드 제2막” 중 미시마야의 변조 괴담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다.에도 간다 미시마초의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꾼 손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라는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처음 청자는 주머니 가게 주인 이헤에가의 조카딸 오치카가 청자의 역할을 맡다 시집을 간 후 차남인 도미지로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시리즈의 여덟 번째 이야기에는 모두 3명의 이야기 손님이 흑백의 방을 방문한다.#주사위와등에 열 한살에 웃는 법을 잊어버렸다는 모치타로가 어린 시절 누군가의 저주로 등에가 씌은 누나를 구하고 육면(주사위의 신)님의 도박장이 있는 여관마을에 끌려간 뒤 겪은 이야기다.#질냄비각시 대를 이어 나룻배 사공인 집안의 오누이가 질냄비 속의 존재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표제작 #삼가이와같이아뢰옵니다 는 연못을 건너 온 “인간이 아닌 자“와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 아무런 댓가도 없이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주사위와 등에에 등장하는 도박장은 현실과는 시간의 흐름조차 다른 세상으로 신선이 사는 세상에 들어가 도끼자루가 썩는 것도 몰랐다는 옛이야기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의 치히로의 모험을 보는 듯하다.질냄비 각시 또한 우리나라의 우렁각시를 떠오르게 하지만 그 실제는 더 오싹하다.흑백의 방에서 듣는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기시감이 드는 이야기들이지만 작가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씨앗으로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고 있다.특히 표제작 속의 인간이 아닌 자, 좀비의 등장은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지만 시대물이라는 특징과 연못을 사이에 둔 어딘 지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가 흥미롭다.백성을 돌보지 않는 위정자들이 판치는 세상에 등장한 부귀와 부귀에 물려 감염돤 인간이 아닌 자들을 물리치는 주체가 국가가 아닌 백성들 스스로인걸 보며 시대와 장소가 다르지만 현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작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가깝지만 잘 모르는 나라의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처음에는 낯설지만 읽다보면 그 시대의 일본의 풍물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다.오치카의 출산 이후로 다시 재개될 이야기 자리를 고대하며 오치카의 순산과 작가의 건강을 빌어본다.더불어 미시마야를 즐겁게 읽을 수 있게 나 역시 건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