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 작가를 처음 안 건 그의 저서가 아닌 편집자K라는 유튜브 채널에서였다.작가와 함께 서점에서 책을 소개하고 구입하는 내용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설명할 때의 열정과 사고 싶은 책을 고를때의 소년같은 모습이 대조적이라 인상 깊게 봤다.하지만 조곤조곤 설명하며 고른 책들이 내 취향과는 멀어 저런 작가, 저런 책도 있구나하고 잊고 있었는데 드디어 작가의 책을 읽게 됐다.단숨에 외울 수 없는 긴 제목의 연작소설집은 제목만큼이나 난해한 내용이다.사실 한 번 도전했다 너무 어려워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혹시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나 궁금해 서평도 읽어보고 <대화 정지돈x안은별>편을 읽으면 더 이해하기 쉬울까 싶어 먼저 읽어보기도 했다.그리고도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평소 읽어왔던 소설은 읽은 후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연작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소설집이지만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정리할 수 없는 소설은 논픽션과 픽션의 어느 중간쯤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 듯하다.모두 네 편의 연작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 그리고 안은별님의 글과 두 분의 대화로 이루어진 책은 제목만큼 독특하다.네 편의 소설 속에 공통으로 화자인 <나>와 파트너인 <엠>이 등장한다.제목대로라면 샌디에이고나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일 듯하지만 소설은 파리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파리에 머물며 소설을 쓸 계획인 <나>와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엠>이 등장하는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는 다수의 영화 이야기가 등장한다.첫 편만이 아니라 모든 이야기에서 작가는 많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설에 등장시킨다.처음엔 보통의 소설처럼 이야기의 줄거리를 찾고자 노력한 탓에 좌절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며 읽는 방식을 택했다.존재했던 작가들의 실제 이야기와 <나>와 <엠>, <지수 커플>과 <미치 미치>등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별개로 읽는 순간 속도가 붙었다.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읽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건 독자의 몫이니 작가님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소설 속에서 설명되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 내용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매 소설 끝에 정리된 참고도서들을 보면 작가가 한 편의 이야기를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감히 짐작해보게 된다.아는 만큼 보인다고 만약 작품 속에 소개된 작가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았다면 휠씬 더 풍성한 책읽기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작가가 의도한 독서는 아니었을지라도 나의 무지를 원망하고 작가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작가정신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고등학생인 인챈티드는 학교 수영 선수로 활동하고 있고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부유하지 못한 환경이지만 부모는 자식들을 사립고의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인챈티드 역시 5남매의 맏이의 책임을 다한다.어느 날 우연히 참가하게 된 오디션 현장에서 유명 가수 코리 필드를 만나게 되고 인챈티드는 생활의 변화를 맞게 된다.그리고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코리 필드의 투어에 참여하게 된다.열일 곱 소녀와 스물 여덟의 유명 가수의 만남은 소녀의 꿈이 담박에 이루어질 거라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하지만 현실은 추악한 성범죄자의 민낯을 보여준다.소설은 코리의 펜트 하우스에서 인챈티드가 사방이 비트 주스로 표현된 피웅덩이 속에서 눈을 뜨는 장면으로 부터 시작한다.침대 위에는 한 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자신의 우상인 코리가 죽어있고 자신은 살인자로 물리고 있다.소설은 그루밍 성범죄의 시작과 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어 접근한 뒤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행해지는 성범죄로 피해자는 성폭력을 당하면서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다.인챈티드 역시 코리가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반복되는 성적 학대와 폭행, 학대, 납치, 마약 중독까지 코리는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인챈티드를 지배하고 나락으로 빠뜨린다.그렇다고 인챈티드의 부모가 딸에게 무관심하거나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이상함을 눈치챈 부모가 인챈티드를 만나려고 하지만 가족을 차단하고 보호라는 명목으로 주위의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시킨다.누구와도 고민을 나눌 수 없게 된 인챈티드는 코리를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네. 도움이……필요해요.” (p270)그들의 관계에 부적절함을 눈여겨 본 이가 건넨 손을 잡는 순간 인챈티드가 뱉은 말이다.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은밀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범죄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고 그 관심이 죽음의 늪에서 소녀를 구해낸다.만약 유명 연예인과 팬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건이 보도된다면 일반 대중들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가해자인 유명인보다 어린 피해자인 팬에게 돌을 던질 것이고 가해자가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 2차 가해를 행할 것이다.현실의 우리도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있지않나 반성해 보게 된다.어른인 나는 소설을 읽으며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메시지를 보내고 음악을 보내는 코리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눈에 훤히 보였다.그러나 그 대상이 사랑에 목말라하는 10대라면 그가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도 꼬임에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소설은 400페이지가 넘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인챈티드의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저자인 김수민 전 아나운서는 2018년에 만 21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한 분이라고 합니다.그리고 그 어렵게 얻은 SBS 아나운서라는 자리를 3년 뒤 그만 두게 되고 이른 나이에 결혼해 슬하에 아들을 두고 있답니다.활동한 기간이 짧은 탓인지 낯익은 얼굴은 아니지만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가는 그의 글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작가는 휠씬 오래 산 나보다 생각은 더 영글고 행동은 용감합니다.누구나 부러워할 직장에 들어가지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직장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과 그런 딸을 쿨하게 이해하고 인정하는 부모의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만약 작가와 동갑인 큰아들이 어느 날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낸다면 나는 아들을 믿고 끝까지 응원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아마도 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갈등하겠죠.📚내가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내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해서였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해서 (p115)부모들이 뱉는 말은 모두 자식이 잘 되라고 하는 말입니다.하지만 그 말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만큼 도움이 안되고 자식과의 사이를 더 나쁘게 하는 잔소리나 상처 입히는 말로 전달됩니다.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식의 의견따위는 무시해 불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부모의 입장으로 작가의 글을 읽으며 자식을 끝까지 믿고 응원하는 게 진짜 부모의 역할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그 어떤 세대보다 불안한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모두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삶이 아닌 각자 원하는 삶을 개척해 나갔으면 합니다.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있는 저자가 개척해 나갈 미래를 응원합니다.🎁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6기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연작 소설이란 한 작가가 같은 주제나 같은 인물의 이야기를 연달아 지은 소설입니다.김청귤 작가의 “해저도시 타코야키”는 바다라는 한 주제로 각기 다른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단편소설집입니다.요즘 “바다”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예전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을 먼저 떠올렸는데 요즘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떠올라 인상을 찌푸리게 됩니다.첫 번째 이야기 <불가사리> 속 바다는 공포의 대상입니다.📚처음에는 조금씩 녹아내리던 빙하가 어느 순간 빠르게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바다로 흘러들었다.해수면이 상승하자 육지에 사는 생명체들은 발 디디고 살 곳을 잃어버렸다. 그것도 모자라서 빙하 안에 있던 바이러스가 바다색을 떠다니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싣고 육지로 넘어왔다. 사람들은 바닷물에 닿기만 해도 죽을거라며 울부짖었다.(p9~10)인간들은 유전자 편집으로 물에 적응한 새로운 인류를 만듭니다.신인류가 어떻게 태어났던 어떤 모습이든 그들에게 엄마는 존재하고 그 엄마들은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합니다.모두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바다를 숨막히는 장소로만 그리지는 않습니다.물 속 생활이 자유로운 수인과 수중 동물들의 사랑 그리고 수중 동물과 교류하는 수인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배 인간이 등장하는 <파라다이스>에서는 배 인간의 탐욕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합니다.그래도 마지막 <산호트리>의 별 아래 산호의 촉수가 살아나는 모습은 우리에게 희망의 싹을 보여줍나다.소설은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자연을 보호하라고 말하거나 이대로 살다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올 것이라고 겁을 주지않습니다.그냥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잘못을 떠오르게 합니다.혹시 나는 너무 과하게 물건에 집착하고 있는게 아닌가 돌아보게 되고 ‘환경’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게 합니다.인간이 감히 어찌할 수 없는 바다의 위대한 힘을 느끼며 깊은 바닷속 생명들을 기억하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인플루엔셜의 문학전문 브랜드 레빗홀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우리집의 경우 일주일에 4~5번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 같습니다.거의 매일 오는 택배를 시작으로 배달 음식, 가끔씩 이용하는 대리기사와 택시등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이렇게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플랫폼 노동자이지만 그들의 근로조건이나 처우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별 다섯 개 부탁드려요!’는 KBS에서 방영된 <다큐 인사이트-별점인생> 의 출연자들의 뒷이야기와 방송 이후 새롭게 취재한 또 다른 플랫폼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이 프로그램은 2020년 4월에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과 ‘이달의 PD상’을 수상했습니다.“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 직업”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수고로움과 무심코 준 별점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모두 10가지의 플랫폼 노동을 소개한 책은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택배배송기사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모두 잠든 사이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처럼 도착한 새백배송의 단가에 놀랐고 플랫폼 운영체계에 다시 놀랐습니다.아무리 작은 것도 무료배송으로 받고 있다보니 배달 기사의 실태가 괜히 나로 인한 잘못같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고용한 사람은 없지만 지시하는 상사는 있다.”(p118)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직업이지만 모든 것을 노동자가 책임져야한다는 사실이 책을 읽을 수록 부당하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플랫폼 회사는 소비자와 노동자를 공짜로 연결해주는 게 아니라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그렇다면 분명 거기에 합당한 보장과 책임을 져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소개된 10가지의 노동은 거의 비슷한 형태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아무것도 책임지지않는 플랫폼 회사를 보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라고 묻고 싶어집니다. 세상의 모든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비전비엔피의 에코북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