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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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작가를 처음 안 건 그의 저서가 아닌 편집자K라는 유튜브 채널에서였다.
작가와 함께 서점에서 책을 소개하고 구입하는 내용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설명할 때의 열정과 사고 싶은 책을 고를때의 소년같은 모습이 대조적이라 인상 깊게 봤다.
하지만 조곤조곤 설명하며 고른 책들이 내 취향과는 멀어 저런 작가, 저런 책도 있구나하고 잊고 있었는데 드디어 작가의 책을 읽게 됐다.

단숨에 외울 수 없는 긴 제목의 연작소설집은 제목만큼이나 난해한 내용이다.
사실 한 번 도전했다 너무 어려워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나 궁금해 서평도 읽어보고 <대화 정지돈x안은별>편을 읽으면 더 이해하기 쉬울까 싶어 먼저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도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평소 읽어왔던 소설은 읽은 후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연작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소설집이지만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정리할 수 없는 소설은 논픽션과 픽션의 어느 중간쯤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 듯하다.
모두 네 편의 연작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 그리고 안은별님의 글과 두 분의 대화로 이루어진 책은 제목만큼 독특하다.

네 편의 소설 속에 공통으로 화자인 <나>와 파트너인 <엠>이 등장한다.
제목대로라면 샌디에이고나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일 듯하지만 소설은 파리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파리에 머물며 소설을 쓸 계획인 <나>와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엠>이 등장하는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는 다수의 영화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 편만이 아니라 모든 이야기에서 작가는 많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설에 등장시킨다.

처음엔 보통의 소설처럼 이야기의 줄거리를 찾고자 노력한 탓에 좌절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며 읽는 방식을 택했다.
존재했던 작가들의 실제 이야기와 <나>와 <엠>, <지수 커플>과 <미치 미치>등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별개로 읽는 순간 속도가 붙었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읽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건 독자의 몫이니 작가님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소설 속에서 설명되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 내용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매 소설 끝에 정리된 참고도서들을 보면 작가가 한 편의 이야기를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감히 짐작해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만약 작품 속에 소개된 작가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았다면 휠씬 더 풍성한 책읽기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가 의도한 독서는 아니었을지라도 나의 무지를 원망하고 작가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작가정신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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