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베첸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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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노베첸토>는 1인극을 위한 모놀로그로 트럼펫 연주자인 ’팀 투니‘가 들려주는 천재 피아니스트 ’노베첸토‘에 대한 이야기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오가는 물 위의 작은 도시, 버지니아 호에서 태어나 한 번도 배에서 내린 적없는 노베첸토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 나이 든 선원 ‘대니 부드먼’이 일등석 연회장 피아노 위에 놓인 레몬 상자 안에서 발견한 아이는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를 이름을 얻고 대니 부드먼의 보호 아래 배에서 생활한다.
대니 부드먼은 8년 2달 11일을 노베첸토와 함께하다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복판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대니의 죽음 뒤에도 여전히 버지니아 호에서 살던 노베첸토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자유로운 연주를 하며 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젤리 롤 모턴’과 겨루기도 하고 배를 떠날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노베첸토는 배와 함께 마지막 운명을 맞이한다.

100페이지가 안 되는 이야기는 한정된 공간인 배 위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었던 노베첸토에 일생을 그리고 있다.
그에게 배는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고 세상에 전부인 곳이었기에 성공이 보장되었음에도 배에 머무는 선택을 한다.

“난 이 배에서 태어났어. 여기에도 세상은 지나가.
단, 매번 2000명 만큼의 세상이지. 여기에도 욕망이 있어.
뱃머리와 선미 사이에서나 가능한 것. 그 이상은 아니지만.
유한한 건반으로 행복을 연주했어.
난 이렇게 사는 법을 배웠어. 내게 육지는 너무나 큰 배야.
어마어마하게 긴 여행이야.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자야.
너무나 강렬한 향기야. 내가 연주할 수 없는 음악이야.
날 용서해. 난 내려가지 않을 거야. 다시 돌아가게 내버려둬.
제발.” (p78)

그의 외침을 반복해 읽으며 그가 어떤 마음으로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했는지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가장 극대화한 인물 ‘노베첸토‘에게 배는 삶의 전부고 고향이었고 자신을 거두어준 ‘대니 부드먼‘과의 기억이 있는 곳이니 단순한 배가 아니었을 것이다.

두렵고 알 수 없는 세상보다는 88개의 유한한 건반 위 음악을 선택했던 남자, “노베첸토”는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로도 제작되었고, 연극으로도 올려진 작품이다.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알았던 노베첸토의 삶을 보며 매일 흔들리는 삶을 사는 나야말로 배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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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앤 리즌 3호 : 블랙코미디 라임 앤 리즌 3
오산하.이철용.황벼리 지음 / 김영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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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라임 앤 리즈 시리즈는, 혼란스러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색안경이자 문화적 충분조건으로 ‘장르‘를 설정하고, 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를 담고자 한다.
(책날개의 시리즈 소개 글 중)
<블랙 코미디>는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로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는 작가들의 여러 형식의 글을 접할 수 있다.

시를 쓰는 오산하 작가는 ’네버 네버 스마일 라이프‘를 통해 짧은 소설과 시로 블랙 코미디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눈을 떴을 때, 초마다의 삶 초마다의 죽음 앞에서 네모난 큐 카드를 든 코미디언이 되어 있’는 작가의 이야기는 단 몇 줄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는 느껴진다.
짤막한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은 소설은 가장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가장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좀비 사태가 벌어져도 이사를 해야 한다‘ 다.
원룸에서 첫 투룸 전세로 이사 가는 날, 세상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지구가 멸망해도 도로 위를 달려 내 집을 찾아가는 집념에 괜히 숙연해진다.

이철용 극작가의 ’로 파티 Low Party’는 예수를 배신한 유다와 사탄, 그리고 욥이 등장하는 희곡이다.
한자리에 어울리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 인물들은 느닷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청혼을 하고 부조리극 형식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황벼리 만화가는 자살 바위에 갑자기 출현한 ‘속삭이는 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실만을 속삭일 수 있는 귀는 온 세상에 알려지고 TV 토론 프로는 물론 정치인, 연예인이 찾는 명소가 되지만 남들보다 조금 큰 귀를 가진 ‘울타리‘는 친구들의 따돌림과 조롱을 당한다.

블랙 코미디의 사전적 의미는 “부조리극, 자학, 절망, 잔인한 광경, 죽음, 삶의 아이러니 같은 어두운 소재 및 윤리, 경제, 역사, 국제사회 등 여러 소재를 과장하거나 익살스럽게 풍자하는 유머를 일컫는 말. 쉽게 말하면 뭔가 웃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웃긴 상황. "웃프다"와도 비슷하지만 블랙 코미디는 이와는 달리 보통 극단적이거나 사회적/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를 다룬다.”(나무 위키)라고 서술됐지만 한마디로 간결하게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블랙 코미디에 크게 웃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웃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그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또한 있는 것처럼 얇은 책에 담긴 블랙 코미디에 모두 웃을 수도 없었고 다 이해하지도 못했다.
중간중간 혹시 잘못 읽거나 놓친 게 있나 싶어 다시 돌아가 읽은 이야기도 있어 형편없는 문해력에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코미디든 모든 사람을 웃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역시 이 책을 이해한 만큼 웃었다면 그만이지 않나 싶다.
새로운 도전을 했고, 끝까지 완독했고, 쓴웃음을 지으며 읽었던 이야기도 있었다는 데 만족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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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J 달달 옛글 조림 1
유준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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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웅진주니어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저의 발굽은 서리와 눈을 헤쳐 나갈 수 있고,
터럭은 찬 바람을 막아 줄 만하니,
풀 뜯고 물 마시며 스스로를 기르고
주어진 천성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중략)…
“저 말을 잘 먹이고 함부로 다루지 말거라.”

-홍우원 [노마설 老馬說] ‘남파집‘ 권10. 이승은 역


크리스마스를 무사히 마친 날, 영원히 빛날 줄 알았던 루돌프J의 빨간 코가 그믐달처럼 희미해지더니 푹 사라지고 말았어요.
그런 루돌프J를 보고 산타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가 너만의 시간을 보내라고 합니다.

고향에는 허름한 집 하나만 남아 있었고 다시 혼자가 된 루돌프J는 어린 시절 놀림당하던 그때처럼 며칠을 누워만 있었습니다.
밤낮으로 꺼지지 않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더 이상 빛나지 않는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산타 마을에서 새롭게 크리스마스 썰매를 끌게 될 루돌프K, 루키가 찾아와 가르침을 청합니다.
돌아가라는 루돌프J에 말에도 루키는 졸졸 따라다녔고 결국 크리스마스 썰매를 끌기 위한 특훈을 시작하지요.

새롭게 선보이는 ‘달달 옛글조림’시리즈는 ‘고전의 뼈대는 살리고 형식, 기법은 과감히 실험하면서 지금 읽어도 공감되는 이야기’(출판사의 시리즈 설명 글 중에서)로 재해석한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루돌프J>는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로 조선 후기 문인 홍우원(1605~1687)의 남파집 10권에 수록된 <노마설>을 현재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루돌프J가 그렇듯 우리는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다 어느 순간 그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주고 뒤로 물러나야 할 시기를 맞게 됩니다.
아무도 찾아주는 이 없이 쓸쓸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롭게 남은 인생을 살 수도 있습니다.

루돌프J는 특화된 크리스마스 썰매 끌기의 노하우를 자신을 대신해 썰매를 끌게 될 루키에게 전수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누군가를 새롭게 길러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앞면지에 그려진 루돌프J의 모습이 우리의 일생과 같아 애잔했던 마음이 뒷면지의 두 마리 사슴이 나란히 선 모습이 사제지간처럼 부모자식처럼 보여 뭉클해집니다.
루키에게 선물 받은 빨간 목도리를 한순간도 풀지 않는 루돌프J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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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사춘기 - 제19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4
오늘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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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는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손 편지를 받지만 그 편지를 차분하게 읽을 새도 없이 한 살 아래 사촌 동생인 수장이가 찾아온다.
수장이는 허약하게 태어난 데다 심장 수술까지 받아 집안의 응석받이에 어른들이 있을 때는 형 소리를 하고 단둘이 있을 때는 “김현우”라 부르며 까분다.

오늘도 수장이는 책상 서랍을 열어보고 베개 밑에 숨겨둔 편지를 찾아 누구한테 받은 거냐고 묻는다.
편지를 빼앗으려다 수장이를 밀어 머리를 찧게 되고 울음소리로 온 집안을 시끄럽게 하자 엄마아빠까지 달려와 사과할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오늘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사과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으로 버티다 컴퓨터 사용금지까지 당하게 된다.

부모님은 큰아빠네와 저녁 약속을 잡지만 현우는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혼자 집에 남는다.
혼자 남은 현우는 시청 금지된 티브이를 틀자 왕 천사와 킹 천사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등장해 “베프 부모님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얼떨결에 0원에 베프 부모를 구입하지만 엄마 아빠가 집에 못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구매취소 전화를 하고 구매 취소 불가라는 통보만 받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주문한 베프 부모님일까, 엄마 아빠 일까 두려워 수화기를 든 채 혼잣말을 한다.
”확, 작아져서 숨어 버리고 싶다.“
그 말과 동시에 현우는 소파 쿠션 뒤에 숨을 만큼 작아진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현우가 갑자기 15cm로 작아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4학년이 시작되었지만 호흡기 감염병이 퍼져 학교에도 못 가고 수업은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거기다 사촌동생은 제멋대로고 어른들은 수장이의 잘못까지 모두 현우에게 이해하라고만 한다.

별로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같은 반 여자 친구에게 손 편지를 받게 되지만 작아진 키 때문에 만나서 편지를 보낸 이유도 물어볼 수 없다.
다행이라면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것뿐이지만 다시 커지는 방법도 모르고 언제 다시 제 키로 돌아갈 지도 알 수 없는 형편이다.

동화는 초등학교 3~4학년 이상을 주 독자로 잡은 만큼 빽빽하지 않은 글자와 종종 등장하는 그림은 글밥 많은 책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 준다.
현실과 판타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동화는 단순히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푸념이 아닌 언제나 곁을 지켜주며 내 편이 돼 주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거기다 친구들의 고민을 조심스럽게 풀어나가는 모습은 바르고 건강하기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고른 까닭은 제19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인 데다 노인경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오늘’이라는 작가의 성함을 먼저 알았더라도 골랐을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과연 현우는 본래 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친구는 왜 현우에게 손 편지를 보냈는지 내내 궁금해하며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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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자신만의 세상을 그리다 문지아이들
로버트 버레이 지음, 웬델 마이너 그림, 이경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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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어린 시절부터 위대한 화가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그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조예가 없는 문외한이더라도 특색있는 화풍 때문에 단번에 화가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 몇몇 있는데 호퍼의 그림도 그중 하나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필통 뚜껑에 큰 글씨로 “에드워드 호퍼는 화가가 될 것이다.”라고 써 놓을 정도로 화가가 되는 것을 꿈꾸었던 소년은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친구들이 놀 때도 그림을 그렸던 호퍼는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그릴 수 없어서 자신은 언제나 보이는 대로 다 그릴 수 있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에드워드 호퍼의 일생을 다룬 그림책은 호퍼의 대표적인 네 개의 작품을 모티브로 사용한 장면을 넣어 화가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가게 합니다.
호퍼의 그림을 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그림책의 그림이 왠지 호퍼의 그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것은 그림을 그린 웬델 마이너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간직한 채 호퍼의 작품 느낌을 살려내려 한 의도 때문입니다.

이 그림책은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이 독자에게 “자신을 굳게 믿고, 조용히, 끈기 있게, 계속, 자신만의 시각을 발전“ 시켜 그림을 그린 위대한 화가를 만나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그림책을 다 읽은 후 호퍼의 그림을 더 찾아본다면 화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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