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둘이서 동화 보물창고 6
마를리스 바르델리 글, 롤란드 탈만 그림, 김서정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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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가 요번에 아주 근사한 책을 읽었단다.
새책이 오면 항상 너에게 읽어주는 걸로 엄마에 책읽기를 대신 했는데 <아빠랑 둘이서> 라는 이 책은 엄마가 먼저 읽어보았어.
네 또래의 귀여운 소녀가 수줍은 듯한 미소로 들꽃 한 포기를 들고 서 있는 그림의 표지부터 엄마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더구나.
이 아이의 이름은 '메를레' 라고 하는 데 프랑스어로 지빠귀라는 뜻이래..
<이름은 소원을 담는 그릇이에요>라고 메를레 엄마가 말했듯이 사람들의 이름 속에는 소원이 담겨 있단다.
물론 너의 이름 속에도 엄마, 아빠의 소원이 담겨 있지.
그런데 메를레는 아직은 지빠귀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지 못한대.
대신에 다른 많은 것을 잘 할 수 있다는 구나.
메를레는 그림을 잘 그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아주 멋진 시를 지을 수 있단다.
더 놀라운 것은 글씨를 아직 쓰지 못하지만 시를 머릿속에 넣어두는 법을 알고 있어.
그리고 메를레는 아빠의 기분을 살필 줄도 안단다.
아빠가 우울한 날이면 차를 만들어 드리기도 하고 그림을 그릴만한 풍경을 찾아보기도 하지.
메를레는 화가인 아빠와 살고 있고, 엄마는 천사가 되었다는 구나.
엄마는 아빠와 단둘이서 살아도 메를레가 항상 밝은 아인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메를레가 살고 있는 집은 자동차 집이야.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집이라니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니?
어느 날은 꽃이 가득 핀 들판에서 잠을 잘 수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아침을 맞을 수도 있잖아.
하지만 불편한 점도 있을 거야.
우선 친구를 사귈 수 없을 거고 학교에도 다닐 수 없을 거야.
그래서 메를레의 아빠도 메를레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홀러루프 마을에 정착하게 된단다.
처음 간 학교에서 새 친구들도 만나게 되고 알파벳도 배우게 돼지.
메를레는 A를 배우면서 멋진 알파벳 A 이야기를 만들지만 선생님은 "A는 그냥 알파벳일 뿐이야. 그 이상은 아니란다"라고 말씀하신 단다.
엄마는 이 부분을 읽으며 엄마가 너에게 했던 행동들이 떠올랐어.
네가 엄마가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하면 자세히 들어보지도 않고 네 말을 막곤 했는데 그것이 옳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또 음악시간에는 선생님이 메를레를 향해 음악에 소질도 없고 고집불통이라고 말씀하시지.
하지만 메를레는 선생님께 아주 멋진 말을 한단다.
<선생님은 제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세요. 그건 저만 알아요. 제 안에서 무슨 소리가 울리는지 저는 알아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못 들어요. 제 목소리가 엉뚱한 소리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하지만 제 곡조가 얼마나 예쁜지 선생님이 아신다면 아마 놀라실 거예요.>
엄마도 남이 하는 말에는 마음 상하고 슬퍼하지만 진실로 내 마음속에서 울려오는 소리는 잊고 살았는데 엄마는 어린 메를레에게서 큰 것을 배웠단다.
아직은 내 속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를 듣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지만 마음 소리에 진정으로 귀가 열리게 된다면  우리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더 잘 알게 될 거고 더불어 너희에게도 좀 더 자상한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사람에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메를레는 아주 작은 것에도 마음을 쓸 줄 안단다.
메를레를 놀래주려고 책상 위에 풀어놓은 작은 거미를 조심스럽게 다룰 줄도 알고 꽃밭을 망친다고 뽑으라고 한 민들레도 사랑할 줄 알지.
언제인가 네가 새로 나온 무당벌레를 발로 밟았다고 했을 때 엄마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
넌 밤에 그 무당벌레 식구들이 널 쫓아오는 꿈도 꾸었고 다시는 작은 벌레도 죽이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다짐했던 기억이 나더구나.
아들아!
메를레에게는 정말 특별한 재주가 있더구나.
또래가 아닌 사람과도 친구가 되는 법을 알고 있단다.
트랙터를 몰고 다니는 야콥 아저씨와 친구가 되고, 노래를 잘하는 마르가레트 할머니에게는 노래를 배우기도 한단다.
특히 해젤바르트 할아버지에게는 음악을 작곡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지.
어느 날 아빠와 메를레는 바다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실천에 옮길 계획들을 세운 단다.
해젤바르트 할아버지가 더 이상 먼 길을 돌아다니시지 않게 다리를 놓고 헤르베르트네 방의 그림도 다 완성해 준단다.
그리고 다리가 완성되고 잔치가 열리는 날 조용히 마을을 떠나 바다를 향한단다.
엄마는 오래도록 메를레가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훌러루프 마을에 살기를 바랬는데 이 부녀는 정말 자유로운 사람들인 것 같다.
엄마는 아무리 가고 싶어도 현실을 살피느라 바다를 그리워만 했을 텐데.
지금쯤 메를레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노래를 잘 부르게 되지는 않았더라도 분명 자기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를 음악으로 나타낼 수 있는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다.
이제 너랑 이 책을 다시 읽어보겠지?
우리 아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이야기를 들을까 궁금해진다.
메를레는 어른들 기준의 착한 아이가 되어서 학교 생활을 할 때 선생님께서
"네가 이제야 조금 철이 들었구나"라고 하신 말씀에 대답했던 말이 가슴을 무겁게 하더구나.
"철이 든다는 게 더 이상 기쁘지 않다는 말이라면,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엄마도 너에게 엄마 기준에 철들기를 강요해서 혹시 널 슬프게 하지는 안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를레 아빠처럼 자유롭게 살지는 못하겠지만 네가 마음속에서 울리는 진실된 소리를 듣고 진정으로 네가 원하는 길을 갈 때는 너에게 힘이 되어 주는 엄마가 될 거야.
우리 아들도 너에게서 들려오는 따뜻한 마음에 소리를 듣는 다면 메를레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언제까지나 행복한 사람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며 살수 있기를 엄마는 소원한다.
아들아!
엄마는 메를레 덕분에 파란 하늘을 자주 쳐다보고 봄꽃들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단다.
너도 엄마처럼 메를레 이야기를 읽으며 행복한 봄을 보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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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사실 보림 창작 그림책
최재은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최재숙 옮김 / 보림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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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포장지로 싼 뒤 리본으로 정성껏 묶은 선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주 다정하고 정다운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처럼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겨봅니다.
글을 쓴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그가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입니다.
예쁜 글에 멋진 그림을 그린 최재은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그가 그린 그림을 어린이와 함께 볼 때 가장 행복하다라는 거구요.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옮겨주신 최재숙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그가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고, 어린이들이 그에 글을 좋아해 주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이렇게 어린이를 사랑하는 세분이 만든 이 책은 이 세상에 모든 것들에 중요한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줍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혹은 너무 흔해서 잠시 잊고 있었던 만물에 가장 중요한 사실을 기억하게 합니다.
부엌에 있는 숟가락에도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지요.
들판에 피어 있는 데이지 꽃에도 하얗다는 중요한 사실이 있고, 모든 걸 촉촉이 적시는 비도, 초록빛 나는 풀도, 하얀 눈도, 공처럼 둥근 사과도, 시원하게 부는 바람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하늘도, 발에 신는 신발도, 그리고 세상에 하나뿐인 바로 나까지도.......
모든 것에는 그 것만에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아이를 꼭 앉고 몇 번이나 읽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글을 따라 읽으며 중요한 사실들을 되짚어 갔습니다.
마지막장의 거울에서 아이는 깜짝 놀라며 제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인 바로 자신을 만나고 엄마만큼이나 가슴이 벅차 오르는지 엄마를 꼭 안아줍니다.
몇 번을 읽으며 아이는 그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숟가락에 중요한 사실을 읽으며 창밖에 데이지꽃밭으로 보고, 데이지꽃밭에 놓여있는 책에서 비 오는 날에 풍경의 연결 고리를 찾습니다.
다음으로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 봅니다.
"여기 누구네 집일까? 숟가락도 세 개, 맛있는 밥도 세 그릇이네"
잠시 갸웃하던 아이는 숨은 그림에서 <곰 세 마리>를 찾고 급하게 책장을 넘깁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아기 돼지 삼 형제'''' ''''눈의 여왕'''' ''''백설공주''''의 사과, 그리고 ''''애국가를 부르는 진돗개''''의 솔별이와 몽몽이의 모습을 보고는 오래 전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합니다.
아이는 궁금해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 같은 데 못 찾고 있는 걸 느낀 모양입니다.
데이지 꽃밭에 있는 시계에 주인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조끼 입은 토끼라는 것과 바람에 날아가는 메리포핀스를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며 이 세상에 모든 것들에 관한 중요한 사실들을 스스로 깨우치리라는 기대에 이 책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이 책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생각하지 못한 중요한 사실을 알려 준다는 거야. 이 책엔 멋진 그림도 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사과도 나오지. 또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곰 세 마리랑 아기 돼지 삼 형제도 숨어 있어. 그리고 날 볼 수 있는 거울도 붙여 있다. 거기다가 황금봉투에 영어로 된 귀여운 책도 들어 있어. 하지만 이 책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생각하지 못한 중요한 사실을 알려 준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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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짝 - 소천아동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5
손동연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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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짝>이라고 소리내 말하고 나면 입가에 미소가 먼저 번집니다.
우리 집 책꽂이에 처음 꽂힌 동시집입니다.
병아리 같은 노오란 책표지에 일 학년 인 듯 싶은 아이가 신발주머니를 흔들며 신나게 학교에 가는 모양이 보기만 해도 즐거워집니다.
쏙 들어오는 크기와 읽을수록 즐거워지는 동시를 아이와 읽다보면 따뜻한 봄 햇살에 몸을 맡기고 앉아 해바라기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동시는 어린이를 위한 시, 동심의 세계를 표현한 시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동시는 아이들만이 읽는 시라는 생각에 동시를 멀리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이십 년도 훨씬 넘은 초등학교시절 국어 책에서 읽던 동시에 대한 기억과 아이들의 정서에 좋다는 말에 아이에게 읽어주기를 시도했다 그림책보다 재미없어 하기에 읽어주기를 포기했던 동시가 기억에 전부인걸 보면 내 머리 속엔 동시는 애들이 읽는 시라는 정의가 뿌리 깊이 박혀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동시집을 아이와 소리내 읽다보니 동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동시는 '태극기보다 더'입니다.
이 동시를 읽고 있으면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 눈이 부시게 하얀 기저귀가 펄럭거리는 바람 좋고 햇살 좋던 오후 한때가 생각나 몇 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가슴이 벅차옵니다.
이 시에 참 맛을 어찌 아이들이 느낄 수 있겠습니까?

'짝.1'을 읽으면 아이들은 그 시에 한 구절을 더 붙이곤 합니다.

'형아'의 반대말은
'동생'이래요
아녜요 아냐.
형아는 동생의 참 좋은 짝인걸요.

항상 붙어있으면서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에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존재임을 알기에 형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참 좋은 짝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가장 좋아하는 시는 제5부 <동물들이 와글와글>에 나오는 시들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종합선물 세트처럼 가득 들어 있어 읽고 또 읽고 합니다.
어느 날은 "염소"를 읽던 아이가 물어 봅니다.
염소가 진짜 종이를 먹느냐고요.

아이들이 읽는 시라고 생각했던 동시가 아이들과 함께 읽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운 아이들 마음 같은 동시가 그림엽서 같은 고운 그림과 어울려 한층 빛을 내고 있습니다.
아이는 가끔 동시를 읽고 혼자서 제 방으로 가서 동시를 씁니다.
아직은 줄을 맞추고 글자 수를 맞추는 데 급급하지만 엄마처럼 시를 겁내하지는 않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동시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앉아 소리내 읽는 시로써 어른이 읽을 경우는 동심에 세계로 깊이 빠져 들 수도 있어 어린이와 같은 맑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나름에 정의를 내려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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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동화 보물창고 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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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중 가장 놀라운 뉴스는 "北,핵무기 제조. 보유, 6자 회담 무기 중단"이였다.
평소 같으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넘겼을 뉴스였겠지만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 졌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원자폭탄도 일본의 전쟁 종식을 위한 최선의 방법 이였고 우리의 독립을 위해서는 잘 했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체르노빌에서 일어났던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건도 나와는 너무나 먼 상관없는 나라에서 일어난 일로만 넘겼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핵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 부끄러워졌고 그 무서운 일이 나와는 상관없는 먼 과거에 이야기나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준비되고 있는 불행이라는 생각에 견디기 힘든 공포가 몰려왔다.
휴가철이 막 시작될 무렵 롤란트와 그의 가족은 외할머니 댁인 쉐벤보른으로 떠나게 된다.
동서냉전시대이기는 하지만 설마 하는 생각에 평화로운 여행을 즐기는 가족들은 강렬한 섬광과 돌풍을 동반한 폭발을 만나게 된다.
어떤 상황인지 모른 체 외할머니 댁에 가보지만 그 곳 역시 폭발의 피해로 수많은 사상자와 화재를 목격하게 된다.
롤란트가족을 마중 나갔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엄마는 폴다를 헤매다 돌아오지만 두 분에 생사는 알 수 없고 그 곳에 일어난 참상만을 보고 온다.
핵폭탄이 떨어진 다음날 피난민들이 몰려들지만 어느 곳에서도 도움에 손길을 받을 수 없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부상자들과 원자병을 앓고 서서히 죽어 가는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차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버리며 벌이는 일들이 공포로 다가온다.
약품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치료가 아닌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병원의 전경과 부모를 잃고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의 모습은 지옥 바로 그 곳일 것이다.
핵폭발 3주 뒤 열세 번째 생일을 맞은 롤란트에게 엄마는 뽀뽀와 함께 "네가 살아 남기를 바란다." 라는 가슴 아픈 말을 해준다.
유디트 누나도 원자병으로 죽고 티푸스와 이질 등의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고 동생 케르스틴 마저도 목숨을 잃게 된다.
그래도 새 생명은 엄마의 뱃속에 잉태되고 태어날 아기를 위해 보나메스로 떠나게 된다.
가는 곳마다 초토화된 도시들에 모습과 마주치게 되고 사람들의 냉대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음을 넘나들게 된다.
되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동생을 낳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엄마의 죽음을 알아채기도 전에 태어난 동생이 방사능에 노출된 엄마 때문에 장애를 안고 태어나게 된 사실을 알게 되고 아빠는 아이도 엄마 곁으로 보내게 된다.
4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세상은 더 나아진 것도 없이 사람들은 피폐한 생활에 익숙해져 갈 뿐이다.
책을 읽고 있는 데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이 무슨 이야기냐고 물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내 아이에게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서 였다.
안드레아스의 자살을 도울 수밖에 없었고 또 그 유모차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떤 말로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롤란트아빠에게 "살인자"라고 외치는 아이들에 모습을 보며 어른의 책임을 묻는 우리 아이에게  나는 책임 없다는 말을 어찌 할 수 있겠는가?
이야기가 종반으로 갈수록 좀 더 나은 삶들이 그려지길 바랬지만 핵을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악마가 아니였다.
인간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만든 악마는 우리 땅 속에, 숨쉬는 공기 속에, 물 속에, 아이들의 피 속에, 전해지고 전해지는 무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끝없이 경고하고 있었다.
히로시마의 원폭을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핵이 우리의 미래를 삼켜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린이가 읽을 책이 아니라 어리석은 어른들이 먼저 읽고 생각해야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롤란트가 아빠대신에 맡게 된 학급에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던 내용은 지금의 우리 어른들이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것일 것이다.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잘 못으로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로 자라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겠다.

<너희들은 빼앗거나, 도둑질하거나, 죽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은 다시 서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도움을 줄줄 알아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 당장 치고 박고 싸우기보다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함께 어울려 찾아내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너희들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 너희들의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비록 그 세상이 오래 가지 않는 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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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 동무
임홍은 원작, 최남진 그림, 김윤철 글 / 길벗어린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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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라는 말은 친구보다는 좀더 오래되고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인간 관계를 나타내는 말 같다.
나 어렸을 때는 동무란 말도 썼지만 우리 아이들은 동무라는 단어에 뜨악한 반응을 보인다.
이 책에 원작은 1937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던 동화로 <임홍은> 이라는 작가가 인도 우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작가가 해방 후 북한에서 활동한 분이라 우리에게 늦게 알려진 모양이다.
이렇게 묻힐 뻔한 이야기를 발굴해 읽기 편안한 글과 유쾌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으로 다시 읽을 수 있게 돼 즐겁다.
저만 옳다고 우겨대는 저 밖에 모르는 까마귀는 동무가 없다.
어느 날 나무꾼에 그물에 걸린 비둘기들이 서로 힘을 모아 그물과 함께 날아 올라 생쥐에게 가서 그의 도움으로 그물에서 무사히 빠져 나오는 걸 보게 된다.
작고 볼품 없다고 깔보던 생쥐가 마음씨 곱고 똑똑하다는 걸 알고는 동무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까마귀의 성격을 잘 알던 생쥐는 숲 속에 사는 자신의 동무들의 의견을 물어서 동무가 될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사슴과 거북이를 찾아가 간신히 동의를 구한 까마귀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다음날 새로 사귄 동무들과 놀기 위해 연못으로 날아가던 까마귀는 구덩이에 빠진 사슴을 보고는 동무들에게 날아가 도움을 청한다.
생쥐와 함께 사슴을 구해내지만 이번엔 거북이가 나무꾼에게 잡히고 만다.
동물들은 서로의 장기와 지혜로 거북이를 구해내고 까마귀는 동무들과 서로 돕고 의지하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꼼꼼하게 표현된 숲 속 동무들의 모습에선 저절로 미소짓게 된다.
둥지에 누워있는 까마귀에 모습에서 혼자만 잘나서 거들먹거리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들은 숲 속 작은 생물들을 찾으며 숨은 그림 찾기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등장하는 네 동무와 동물들이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생쥐는 제 장기인 갉아대기를 잘하기 위해서 칫솔질을 꽤나 열심히 한 모양이다.
은행나무 밑 둥에 사는 생쥐는 칫솔에 치약을 잔득 얻고서 까마귀를 만나는 모습에서 이를 잘 사용하는 특성까지도 알 수 있다.
동무는 서로 서로 의지하며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면서 살아가는 인생의 길동무가 아닌가 싶다.

"들판 일은 생쥐가 다 알고, 하늘 일은 까마귀가 다 알지.
숲 속 일은 사슴이 다 알고, 물 속 일은 거북이가 다 알지."


이렇듯 숲 속 네 동무도 서로의 특성대로 서로 도우며 살아가듯 우리 인간 세상의 동무들도 내가 먼저가 아닌 동무를 먼저 돌아보고 동무에 허물을 덮어주고 동무에 다른 점을 이해한다면 우리에게도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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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2-0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