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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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도서관 지하에 자리한 ‘괴이 민속한 연구실’, 줄여서 괴민연은 도조 마사야라는 필명으로 변격 탐정소설과 괴기환상 소설을 쓰는 작가인 도조 겐야의 연구실이 있다.
소설은 괴민연에 상주하며 글을 쓰는 ‘덴큐 마히토’에게 대학생 ’도쇼 아이‘가 자신이 직접 겪었거나 도조 겐야가 수집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덴큐가 논리적인 추리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두 다섯 편의 괴이한 이야기가 실린 소설에 정작 도조 겐야는 직접 출연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도 이미 여러 권의 도조 겐야 시리즈가 번역되었지만 스핀 오프격인 ’걷는 망자’를 먼저 읽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는 무방하다.

첫 번째 실린 표제작 ’걷는 망자’는 도쇼 아이가 어린 시절 여름방학동안 외할머니집에 머물다 경험한 일로 해질녘이면 절대 지나면 안되는 ‘망자길’에서 겪게 된 일이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지름길인 망자길을 지나게 된 아이는 죽었지만 살아 있고 살아 있지만 죽어있는 모순된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인 안리 가즈히라는 탐정 소설을 좋아하는 가미나시 다케루와 친구가 돼 그 집을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비밀을 가득 안고 있는 가미나시의 집에서 ’다가오는 머리 없는 여자‘와 마주치게 된다.
마을의 유지인 집안의 자제를 포함에 어린 아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일과 깊은 산 속 길잃은 등산객 앞에 나타나는 크기가 작아지는 집의 비밀은 ’배를 가르는 호귀와 작아지는 두꺼지집‘에서 만날 수 있다.

신입생인 마사요는 요괴 연구회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자시키 할멈이 나오는 온천장으로 요괴 체험 여행을 떠난다.
예약한 여관에 묵게 된 그들은 ’봉인지가 붙은 방의 자시키 할멈‘에게 회장인 다카코가 목숨을 잃을 뻔한다.
’서 있는 쿠치바온나‘는 도조 겐야가 직접 겪은 일로 관 속의 시체가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소설은 격세유전으로 괴이한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도쇼 아이와 도죠 겐야의 연구실을 지키고 있지만 겁이 많아 괴이한 이야기를 필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덴큐 마히토 두 콤비의 활약으로 진행된다.
도쇼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은 덴큐는 탐정이 사건을 추리하듯이 괴이한 이야기에 논리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물론 그가 제시한 논리가 맞는지 틀린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는탓에 믿고 안 믿고는 독자의 몫이다.

옛 이야기 속에 나올 법한 괴이한 일들의 비밀이 덴큐 나름으로 풀이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호러소설의 기기괴괴함만이 아닌 덤으로 추리의 맛을 볼 수 있어 좋다.
더운 여름 마쓰다 신조 입문용으로도 좋고 잠시 더위를 잊기에도 최고다.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질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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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위픽
이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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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소설 속 이야기였음 좋겠다.
2014년 4월의 그 바다도
2022년 10월의 그 골목도.

그 바다에서 살아나온 애진은
진학을 원했던 유아교육과를 포기하고
응급구조학과에 지원해 응급구조사가 된다.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생존자의 기록이
소설이어도 소설로만 읽을 수 없다.

”심장을 살리는 일은
때로 다른 심장을 포기해야 하는
차가운 일이었다.“ (p37)

이 짧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려온다.

아침에 집을 나선 모든 이들이 저녁이 되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길
그리고 이름으로 기억되지 않는 이들이 이제는 평안한 안식에 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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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름에 별을 보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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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로 인한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우리 일상생활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작으로 마스크 쓰기 의무화는 물론 매일 뉴스에서는 확진자 수와 접촉자에 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이 까마득하기도 하지만 그 당시 모든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고 생활 역시 엉망진창이었고 두려운 나날이었습니다.

소설 <이 여름에 별을 보다>는 팬더믹 시대를 보내는 중,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바라키 현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사는 학교가 휴교하면서 천문부 동아리 활동은 물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도 함께 할 수 없어 속상하기가 합니다.
도쿄 도의 마히로는 올 해 중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중 유일하게 남학생으로 차라리 휴교가 길게 연장되기를 바랍니다.
나가사키 현의 고등학교 3학년인 마도카는 가업으로 3대째 료칸을 운영하고 있어 외지인이 손님으로 온다는 이유로 가장 친한 친구와의 사이가 멀어집니다.

이야기는 다른 지역에 사는 나이도 성별도 다른 학생들이 공통적인 관심사인 별을 관측하며 팬더믹 시대를 견뎌 가는 소설입니다.
처음부터 천문에 관심이 있던 아사는 물론 우연한 기회로 관심을 갖게 된 마히로와 마도카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어서 쉽게 만날 처지는 못 됩니다.
팬더믹이 아니였다면 함께 할 수 없었던 아이들은 그들이 고안해 낸 방법으로 함께 별을 관찰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응원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갑니다.
어른인 선생님과 천문대의 관장은 먼저 나서서 아이들의 일을 처리해주기보다는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보조 역할을 할 뿐입니다.
풋풋하기만 한 아이들의 모습과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까워지는 친구들의 모습이 유불리만으로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려줍니다.
거기다 망원경을 만드는 과정과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에서 과학적 이론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흥미진진합니다.

주위에 중,고등학생이 없기에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 생활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단단한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지금 청소년은 시기를 보내는 독자는 물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강추합니다.
너무나도 무해하고 풋풋한 이야기를 읽으며 여름 밤하늘의 별자리를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도서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내 친구의 서재’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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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몰려온다 웅진 우리그림책 123
김효정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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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부터 매미 소리가 요란합니다.
감히 창문을 열기 두려울 정도로 강렬한 햇살과 열기가 온 대지를 감싸고 있습니다.
못 견디게 괴로운 여름도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테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름은 소리 없이 스리슬쩍 다가와 바로 “여름이다”를 외친 듯 더위를 몰고 왔습니다.
우리는 햇님을 닮은 노란 튜브를 들고 바닷가로 몰려갑니다.
여름엔 물놀이도 빼놓을 수 없지만 “냠냠, 서걱, 오독, 쪽쪽, 호록, 와삭, 우적” 먹는 과일도 여름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여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은 바다에서 여름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아무리 햇님이 이글이글 후끈후끈해도 우리들의 여름은 즐겁기만 합니다.

주황색의 태양은 여름의 한 가운데로 아이들을 데려갑니다.
파도에 몸을 실고 와글와글 왁자지껄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생겨납니다.

아이들의 즐거운 여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흉내내는 말들은 그림과 함께 소리내 읽으면 더욱 즐거워집니다.
햇님이 밤이 되면 서쪽으로 사라지듯 여름 또한 왔던 것처럼 갑자기 떠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커다란 태양, 푸른 파도와 의성어와 의태어까지 완벽했던 그림책은 여름 더위를 잠깐이나마 사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말복, 처서가 지나면 이 힘든 날씨도 견딜만 해지겠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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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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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그저 종이에 적힌 글이 아니라, 다른 장소, 다른 삶으로 통하는 입구라고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p15)


1921년 런던, 스물한 살이 된 오펄린은 오빠의 강요로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될 위기에 처하자 아버지가 물려준 책을 팔아 프랑스로 도망친다.
그리고 영어 서적 전문 서점인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일하게 된다.

현재를 살고 있는 마서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무작정 더블린으로 도망쳐 까딸스럽기는 하지만 마서에게 용기를 주는 비밀에 쌓인 듯한 보든 부인의 집의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세계적인 유명 희귀본 수집가인 오펄린이 잃어버렸다는 원고를 찾기 위해 더블린에 온 헨리와 만나게 된다.

100년의 시간을 두고 에밀리 브론테의 사라진 원고를 찾기 위해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미스터리,추리 소설이 아닌 마법과 로맨스가 함께 하는 이야기다.
오펄린과 마서와 헨리가 화자가 돼 펼치는 이야기에서 여성이거나 약자에게 행해졌던 가혹하기만 했던 일들을 목도하게 한다.

오펄린에게 책에 대해 알려줬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오빠는 팔아 넘기듯이 결혼을 강요하고 100년 후의 시대를 사는 마서는 남편의 의해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폭행을 당한다.
헨리 역시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 채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다.
에밀리 브론테의 잃어버린 원고 찾기라는 단순한 이야기라 짐작했던 예상과 다르게 소설은 20세기와 21세를 살아가는 취약한 존재들의 이야기로 확장돼 그들이 느끼는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 덩달아 마음이 아파온다.

실재로 존재하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와 그 곳을 드나들던 작가들의 이야기와 아일랜드에 막달레나 세탁소가 연상되는 세인트 애그니스 정신병원은 작가가 상상한 이야기조차 사실로 믿게 한다.
오펄린과 마사의 이야기는 닮은 듯 다르게 평행선을 그으며 달리다 끝내는 한 곳을 향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두 사람은 긴 시간을 건너 마법처럼 연결된다.
스스로 살아간 용기와 힘이 있을 때 비로소 다가오는 사랑을 오롯히 받아드릴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달으며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 위대한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원고를 기다려보게 된다.

내가 읽은 책 이야기가 등장할 때마다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 다시 찾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된다
책에 대한 추억뿐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공존하는 소설은 요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많은 표시를 하게 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500페이지라는 분량에 지레 겁먹는 독자가 있다면 시간 순삭은 보장하니 일단 읽어보길 강력하게 권해본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본 도서는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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