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 반대와 반대의 세계 웅진 세계그림책 270
앤서니 브라운 지음, 이훤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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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은 초등아들이 사용하던 영어이름 ‘앤서니’를 작가의 이름에서 따올 만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엄마가 하는 일의 소중함과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했던 #돼지책 을 시작으로 고릴라가 등장하는 작가의 그림책은 거의 다 봐 온 듯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새로운 그림책 역시 표지 그림만으로도 작가의 이름을 알 수 있는 특색있는 고릴라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고릴라와 자그마한 아기 원숭이가 그려진 표지에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제목과 ‘반대와 반대의 세계’라는 의미심장한 부제가 함께 합니다.



🦍우리는 모두 나이 들어요.
아주아주 어릴 때도 있었지만요.
가끔 슬픔이 몰아치지만,
행복해서 웃음이 새어 나올 때도 있어요.



‘반대’라고 하면 누구나 부정적인 느낌을 먼저 받게 됩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반대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과 반대가 있기에 사회가 발전한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아주아주 어릴 때는 움직임도 활발하고 활기차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움직임도 둔해지고 늙어갑니다.
하지만 나이든 어른이 되면 세상의 변화에 흔들리지않는 평안한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무거움과 가벼움이라는 반대되는 단어를 물건의 무게가 아닌 마음의 무게를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른들도 단번에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의 다른 쓰임을 등장하는 동물의 표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반대되는 단어의 의미가 아닌 삶에 대해 논하는 그림책은 혼자라고 느끼는 누군가에게 주변을 둘러보라고 말하고 인생에서 커다랗게 보이던 것들이 어느 순간 자그맣게 보이기도 한다는 걸 알려줍니다.
그리고 반대의 반대가 갖는 진짜 의미를 알려줍니다.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은 다음 장에는 어떤 반대되는 단어를 어떻게 설명할 지 궁금하게 합니다.
세세하게 그려진 동물들의 털과 표정을 보면 오늘의 무거운 마음이 내일은 가벼워질거라는 믿음을 얻게 되고 혼자라고 생각했던 내 삶에 소중한 이들이 함께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너무 짧아 아쉬운 그림책을 오래 오래 여러 번 봐도 새롭고 행복했습니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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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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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상태로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는 어린 오타루를 데리고 무작정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 사이비 종교 집단에 들어가게 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와타루는 사이비 종교 시설에 살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학교에서 무자비한 폭력과 극심한 괴롭힘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전학 온 아오토와 친해지면서 신비한 분위기의 그의 가족들과도 어울리게 되고 가족들이 특별한 능력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는 동생 마리나가 태어나고도 여전히 무기력한 상태로 종교 시설에 의탁하며 마리나를 신의 자식이라 여기며 이용하려는 종교인들을 무작정 믿고 따른다.
엄마는 모든 것을 교주의 뜻에 따르다 마리나에게 큰 위험이 닥치고 와타루는 아오토네 가족에게 마리나를 부탁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사이비 종교 단체는 해체되고 엄마와도 헤어지게 된 와타루는 성인이 되고도 특별히 교류하는 친구도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길에 우연히 ‘가오’라는 남자를 도와주게 되고 가오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타루에게 접근해 친절을 베푼다.
오타루가 일하고 있는 반찬가게가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장사를 접게 되자 가오는 미지의 바이러스를 이용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오타루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함께 일하게 된 오타루는 가오의 회사에서 22년 전에 헤어진 동생 마리나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사회에는 어두운 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눈감으면 보이지않는 것처럼 고개를 돌렸던 이야기들을 미스터리로 풀어낸 작가의 소설 속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폭력에 노출돼 학대받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판타지 미스터리라는 지금까지 번역된 작가의 작품과는 다른 생소한 장르에 놀라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궁금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엄마와 그 시설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에도 태어난 동생을 위해 어떤 위험도 감수해 가는 오타루의 어린 시절은 판타지가 아닌 너무나 처절한 현실이라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거기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상시키는 바이러스가 동토에 땅에서 전달됐다는 설정은 우리 인간이 자연을 이대로 이용해도 되는 지 반성하게 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진짜 가족의 의미와 긴 세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었던 아오토의 사연이 짐작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전해진다.
띠지의 “마지막 5페이지, 당신은 반드시 눈물을 흘릴 것이다.”라는 문구가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며 와타루의 평안한 앞날을 응원하게 된다.
새로운 작품을 읽을 때마다 박수를 보내게 되는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도서는 블루홀식스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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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설 :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 에이플랫 장르소설 앤솔러지
김봉석 외 지음 / 에이플랫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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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의 작가가 한 가지 키워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앤솔로지는 흔히 종합선물세트라는 말로 표현되는 소설집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을 읽을 수는 장점이 있다.
모두 6명의 작가가 ‘요괴’라는 키워드만으로 형식에 구분없이 각자의 스타일로 자유롭게 써내려간 ‘요괴사설’은 제목만큼이나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이야기 6편이 들어있다.

첫 번째 위래 작가의 <무시소리 이야기>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인공이 소설가라는 사실과 그에게 글감을 제공하는 김치교자가 트친이라는 이유로 더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거기다 소개된 3편의 이야기 역시 누군가가 경험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 기분이라 더 오싹하다.

비티 작가의 <도깨비불>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처음부터 고전을 읽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지만 마지막 진실은 어두운 숲길에서 도깨비를 만나는 것보다 더 크게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전혜진 작가의 <나의 제이드 선생님:득옥 이야기>는 아침 드라마급 막장으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역시 인간이 맞는 것 같다.

김봉석 작가의 <호숫가의 집>은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을 재구성해 놓은 듯한 이야기다.
홍락훈 작가의 <그렘린 시스템>은 투자자의 예상과 다른 널뛰기 등락을 하던 주식과 코인의 비밀을 알아버린 느낌이다.
역시 음모론은 언제나 재미있지만 그만큼 뒷맛이 씁쓸하다.

다른 작품으로도 여러번 만났던 배명은 작가의 <문신>은 여성이라는 약자에게 사랑이라는 탈을 쓰고 가하는 남자의 폭력과 그들의 최후가 너무 끔찍하다.
왜 피해자인 여자에게 그런 선택을 하게 했는지 마음이 아프다.
지금도 세상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문신을 새기려는 자가 있을지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봤다는 사람은 많지만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요괴보다 더 악독한 인간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호러.공포소설이 무서운 이유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속에 현실을 녹이고 있기때문이다.
흉기를 들고 덤비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머리를 풀어헤친 처녀 귀신을 만나는 게 더 나은 세상이니 소설 속 가장 무서운 존재 역시 내 주위에 있음직한 사람 이야기다.
공포.호러 소설을 읽기엔 가장 적당한 계절은 여름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가을에 읽는 공포는 서늘한 날씨만큼 오싹해서 좋았다.


<도서는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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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위픽
이주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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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란 작가의 이야기는 심각한데 심각하지 않아 좋다.
그리고 조용해서 좋다.

어린 시절 엄마에 의해 이모집에 버려진 듯 살아야 했던 ‘수인’은
결혼을 앞두고 3년 전 절연한 엄마를 ‘선용’의 부모님과 만나게 해야하나 고민한다.

갑자기 찾아온 ’선용’의 옛 연인은 늙고 아픈 개인 ‘앵두‘를 맡기고 떠나고
수인과 선용은 여자가 부탁한데로 개를 돌본다.

선용과 함께 살면서도 수인은
“내가 아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 같고
내가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이모에게 사랑 받았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도 사랑이 뭔지 모르던 수인은
앵두를 돌보며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나를 힘들게 하는 누군가와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마지막 수인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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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과 모네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백석 지음, 클로드 모네 그림 / 저녁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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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동주와 빈센트’를 이어 ‘백석과 모네’의 시화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백석의 시를 처음 읽은 건 <개구리한솥밥> <준치가시> <여우난골족> 같은 그림책을 통해서 입니다.
그런 까닭에 얼마동안 동시 작가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의 시 <#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 >를 읽었고 다른 시들도 궁금해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시집은 서둘러 읽었고 시는 예상과 달리 어렵고 별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백석 시는 재미없고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시집은 기분에 따라 한두편씩 읽고 마음 내키면 필사해 보는 책인데 거기에 가장 적합한 시집이 바로 이 시화집입니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보아도 좋은 ‘백석과 모네’는 백석의 시 100편과 모네의 그림 125점이 수록돼 있습니다.


인상파를 창시한 모네를 잘 몰라도 상관없고 그의 그림을 사랑한다면 더더욱 좋은 시화집입니다.
백석의 시와 어우러진 그림은 시를 더 돋보이게 하고 시는 모네의 그림을 더 아름답게 합니다.
한 편씩 읽어도 좋고 가끔씩 필사를 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입니다.
현실에서는 만난 적 없는 두 거장이 시화집으로 만나 서로의 작품에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멋진 시화집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저녁달출판사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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