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네의 가을 - 4미터 그림책 4미터 그림책 (수잔네의 사계절)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지음, 윤혜정 옮김 / 보림큐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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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가 없는 그림책은 마음대로 상상하며 이야기를 꾸며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를 상대로 글자 없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 스스로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꾸며 나간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매번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꾸며나가기는 쉽지 않아 차라리 글자가 많은 책을 읽어주는 게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두 펼쳤을 때 4미터인 ‘수잔네의 가을’은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와 병풍처럼 펼쳐지는 책의 판형에 한 번 놀라고 어느 한곳도 빈 곳이 없이 빽빽하게 그려진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커다란 나무가 서 있는 언덕 주위의 분주한 사람들이 그려진 표지를 넘기면 어떻게 이 책을 봐 나가야 할지 막막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습관대로 휘릭 넘긴 책장속의 그림은 거리의 모습이 바뀌면서 등장인물들도 새롭게 등장해 더욱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한참을 뒤적이다 글이 써진 뒤표지를 보는 순간 못 풀고 낑낑대던 수학문제의 해답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그림책 설명서(?)를 보게 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소개된 글을 읽으며 그 사람의 동선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낙엽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멀리 연 날리는 아이가 보이는 걸 보니 바람이 꽤 부는 날인가보다.
떨어지는 낙엽을 하나하나 주워 장식품을 만드는 수잔네는 다니엘라를 만나 신나는 가을 축제를 즐기러 간다.
그림은 바뀌는 장면과 인물들을 단순하게 그려놓은 것이 아닌 수잔네와 보폭을 같이 하며 걷는 느낌이 들게 한다.
처음 가까운 곳에서 연을 날리던 아이의 모습은 수잔네가 걸은 거리만큼 점점 멀어지고 끝내는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뒤표지의 글대로 그림을 보다보면 새장을 탈출한 앵무새 니코와 검은 고양이가 짝을 이루어 등장함을 알게 되고 걸으면서도 책을 읽다 다치는 책벌레 페트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너무나 할 일이 많은 미화원 아저씨들의 모습과 손에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등불을 든 사람들을 따라 가다보면 근사한 공원 음악회에 초대받게 된다.
그림을 보다보면 우리나라와 풍경은 달라도 가을의 풍요로움은 저절로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뒤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고 그냥 한 장씩 그림에 따라 이야기를 꾸미는 것도 재미있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방법은 길게 펼쳐두고 함께 걷는 듯 그림을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계절의 수잔네 마을을 나란히 펼쳐두고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림책에 대상 연령을 정한다는 게 우습지만 사실 근래에 그림책이라면 시시하게 생각하던 2학년, 4학년 아들들이 요즘 수잔네 마을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들들과 볼 때마다 새로운 그림이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으니 어찌 아이 책, 어른 책 구분지울 수 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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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가문의 수치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9
아르노 카트린 지음, 한지선 그림, 김주경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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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게 희한해서 하고 싶다고 해 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랑의 감정이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리는 것도 아니다.
열한 살 마르탱의 비밀스러운 첫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딱 그 또래의 순수함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어른스러움 그리고 진지함과 맞닥뜨리게 된다.

열한 번째 생일날 아직까지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마르탱은 가족들이 축하는 하고 있지만 사랑한 번 못해본 자신을 가문의 수치로 여긴다는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진지하게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상대를 찾는 일에 열중하게 된다.
그러던 중 삼총사 중 한명인 오렐리앙이 마르탱이 마음에 두고 있는 루이즈를 좋아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자신과 루이즈의 사랑은 금지된 사랑이 돼버리고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열한 살의 나이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사랑 한번 못 해 본 자신을 가문의 수치라고 느끼는 마르탱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부치지 못할 편지는 사랑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사람을 아프게도 행복하게도 해준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단언컨대 친구와의 우정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잠시 접어두고 두 달간의 이유 기간이 마르탱을 훌쩍 자라게 할 것이다.

나는 저번 달에 열 번째 생일을 지낸 아들이 있다.
아직 여자 친구를 데려온 적도 없고 누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을뿐더러 아들은 대범한 척 여자애들에게 관심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실에서, 복도에서, 운동장에서, 학원에서 만나는 여자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면 관심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사랑과 재채기는 숨기고 싶어도 누군가에게 들키고 마는 것, 마르탱의 사랑을 형이 알아차렸듯이 말이다.
언젠가 아들도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마르탱과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서 고민 할 수도 있고 모두의 축복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랑을 이 엄마에게 처음으로 들키기를 바라며 부디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랑을 통해 내 아들이 행복해지고 더 커가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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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발전 이야기 - 어린이와 함께 살리는 지구,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1
카트린느 스테른 글, 페넬로프 패쉴레 그림, 양진희 옮김 / 상수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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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입으로는 “하나뿐인 지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하나뿐인 지구를 보존하는 일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수도꼭지를 틀면 언제나 꽐꽐 나오는 물과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선 물 부족이나 지구온난화는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런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하나뿐인 지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 정상 회담에서 세계적으로 사용하게 된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용어는 “후손들도 자원을 쓸 수 있게 하면서, 현재 살고 있는 우리도 자원을 쓰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p8)”을 뜻한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지속적인 발전은 물론 후손들도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현재처럼 지구를 이용한다면 먼 훗날 지구는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렇게 미래가 예견된 상황에서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그 방법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지구를 구할 방법인 ‘지속 가능한 발전’의 정의와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물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선 개인이나 단체뿐 아니라 세계적인 협력과 실천이 꼭 필요하다.
나만, 내 나라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 아닌 지구를 하나의 마을로 생각하고 지구인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 간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야함은 물론 지구를 위협하는 것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해나간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먼저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크게는 화석 에너지가 아닌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을 비롯해 제철 과일과 야채 먹기, 에어컨 사용 자제 같은 작은 일들을 중심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특히 어린이에겐 다소 어려운 이야기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또 어린이들이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들을 제시하고 있어 좋다.
무심히 넘기기 쉬운 낱개 포장된 과자는 사먹지 않기나 캔에 든 청량음료를 사 먹지 않기, 컵에 물을 받아 양치질하기 등을 소개하고 있어 어린이 스스로 지구를 살리는 데 한 몫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어 좋다.
또한 퀴즈와 지속 가능한 발전과 관계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소개되어 아이들과 문제를 맞혀보고 찾아보며 진지하게 이야기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이 책 한권으로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단번에 몇 천배 늘어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일이 지구를 괴롭히는 행동인지를 안다면 그 일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지구를 보호하는 일을 시작하는 시초가 될 것이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모든 지구인들이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법들을 실천해 나간다면 미래에도 여전히 지구는 인간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푸른 별’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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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8 0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 - Azur & Asmar, 초등용 그림책
미셸 오슬로 지음, 김주열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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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며 새롭게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들이 많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셸 오슬로 역시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관심 밖의 인물이었을 것이다.
직접 극장을 찾아가 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의 멋진 그림을 담은 그림책 또한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그의 작품 ‘키리쿠, 키리쿠’를 본 뒤 아프리카의 풍광과 작고 귀여운 엄지 왕자 키리쿠에게 온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의 신작 ‘아주르와 아스마르’를 만나게 되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먼저 영화로 나왔던 작품으로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멋진 그림과 함께 서로 다름을 이해해가는 두 젊은이와 또 어릴 적 꿈을 찾아 떠나는 그들의 모험에 동참하게 해준다.
아주르는 프랑스어로 ‘파란색’이라는 뜻이고 아스마르는 아랍어로 ‘갈색’이라는 뜻이다.
그들의 이름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다른 외형을 지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게 있다면 동시에 한 여자를 엄마와 친엄마처럼 여기는 유모로 삼아 어린 시절을 보낸다는 점뿐이다.

그들은 유모에게 각자의 나라말을 함께 배우고 잠자리에서는 요정 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형제처럼  지낸다.
하지만 아주르의 아버지는 부유한 성주의 아들인 자신의 아들과 아스마르가 어울리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다 유모와 아스마르를 쫓아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멋진 청년이 된 아주르는 유모가 들려준 이야기 속 요정 진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나게 되고 모진 고생 끝에 유모와 아스마르를 만나게 된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멋진 그림들이다.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림은 이야기보다 먼저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멋지다.
주인공들의 다른 외모만큼이나 다른 문화 속에 살았지만 종내에는 서로 힘을 모아 어린 시절 꿈을 이루는 모습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아쉬움이 있다면 영화로 먼저 나온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다보니 왠지 이야기가 건너 뛴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특한 그의 이야기와 그림은 그 서운함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원작인 영화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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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빡이면 어때 쪽빛그림책 3
쓰치다 노부코 지음,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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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눈에는 뭐 그까지 것쯤이야 하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이에게는 크나큰 상처로 남는 수가 있습니다.
우리 아들만 보더라도 엄마 눈엔 아무렇지 않은 점을 아이들이 놀린다는 이유로 몇 날을 고민하고 힘들어 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들의 상징이 되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그런 아들을 보면서 아무리 많은 사람의 위로와 격려, 그리고 멋진 해결책을 제시한다 해도 아이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일곱 살 데코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데코는 엄마가 잘라준 머리가 맘에 안 듭니다.
짧게 자른 머리 때문에 앞이마가 더 툭 튀와 보이자 다들 마빡이라고 웃음을 터뜨리지요.
그러자 그 좋아하는 시장 나들이도 즐겁지 않고 귀엽다고 하는 소리도 모두 놀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고양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보기도 하고 오빠는 넓은 이마에 눈을 하나 더 그려 넣기도 합니다.
머리 때문에 잠도 편하게 잘 수 없었던 데코에게 언니는 데코 맘에 쏙 드는 이마가 되라는  기가 막힌 주문을 걸어주지요.

밝은 색감의 그림이 따뜻한 이야기와 잘 맞아 떨어지는 그림책입니다.
과장된 그림 또한 귀여운 데코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어 그림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지요.
어떤 사람의 칭찬에도 도통 마음을 열지 않던 데코에게 7살 아이의 눈높이로 다가가 문제를 해결해 주는 언니의 지혜가 사랑스럽네요.
그림만으로도 단박에 일본 그림책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지만 데코를 따라하는 유치원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세계 어디를 가나 어린이들의 마음이 비슷한 것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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