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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9월
평점 :
많은 이들이 산 채로 살갗을 벗겨내고 싶었던 남자, 산 채로 불속에 던져 버리고 싶어 했던 남자, 집 앞 들판이 황폐해져도 손질을 하지 않던 남자(p138)인 톨락의 이야기다.
고집불통에 나이 들고 병까지 든 남자의 독백이자 자기 고백서다.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내, 항상 주변 사람들을 위하고 밝고 선한 기운을 발하던 아내(p138),잉에보르그가 사라지고 입양한 아들 오도와 함께 살고 있는 톨락은 아들, 딸과의 왕래는 물론 마을 사람들과도 교류하지 않고 지낸다.
장애인인 오도만이 그의 곁을 지킬 뿐이다.
처음 소설은 사라진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자의 회한과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다 차츰 아내의 실종에 숨겨진 비밀과 오도의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며 미스터리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개된다.
과연 내가 아는 이들 중 톨락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자신이 믿는 신념 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아내를 이해하기보다는 조종하려 하고 자녀들과도 대화보다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그 사람이 더 많은 장점이 있다 손 치더라도 가까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처음 오도를 입양해 데려올 때 조건 없어 보이는 그의 선행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오도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아내인 잉에보르그가 처리하는 것을 보며 무책임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맞닥뜨리게 된다.
오도의 비밀을 짐작하고 확신한 순간 아내가 느꼈을 배신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톨락을 보며 그가 얼마나 이기적인가 새삼 느끼게 된다.
자식들이 그를 신고하지 않는다 해도 그는 스스로 저지른 죄를 반성하는 척 가식과 위선 속에서 자식마저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쓸쓸한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나의 아내 잉에보르그, 잉에보르그의 남자 톨락이라며 내뱉는 말과 아이들을 불러 이야기하는 것을 보더라도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반성보다는 자신의 죄를 사하기 위한 최후의 발악처럼 느껴진다.
사랑 이야기로 포장된 남자의 구구절절한 변명을 읽으며 얻은 게 있다면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고 변한다는 건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아내를 사랑했다면 아내의 입장에서 한 번 쯤 생각해 보고 아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면 최악은 면했을 것인데 다 자업자득이다.
‘잉에보르그’라는 분명한 이름을 갖고 있지만 톨락의 아내라는 제목이 이 소설은 다 설명하고 있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여성의 이야기를 읽으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노르웨이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여기나 거기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남겨진 오도와 남매가 겪을 고통이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같아 마음이 아프다.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 되어 받아 읽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