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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별의 유령들
리버스 솔로몬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8월
평점 :
절판
“약속의 땅“을 찾아 325년째 우주를 떠도는 마틸다호에 대한 설명은 친절하지 않다.
어떤 이유로 고향 별을 떠나왔고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자세히 나와있지 않다.
그들은 최고 권력을 가진 군주를 중심으로 피부색에 따라 각자의 데크에서 생활하고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에서 맡은 일을 하고 있다.
짙은 피부색을 지닌 이들이 사는 하층민의 데크에서는 25년동안 계속되는 정전 사태로 인해 원활하게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아 추위와 싸우고 있다.
또한 그들은 고된 노동은 물론 이동 또한 자유롭지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위대한 과학자인 엄마 론이 남긴 노트의 비밀을 밝혀나가는 에스터와 자유로워지고 싶은 그의 친구 지젤, 그리고 에스터의 상사이자 전폭적인 지지와 도움을 주는 시오까지 소설의 주인공들은 정전 사태가 일어난 전후에 태어난 세대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을 추억하거나 편안함을 갈구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소설은 망망대해 같은 우주를 유영하는 희망 없는 우주선 내부의 고통이 전해져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대부분의 Sf소설처럼 유쾌한 미래의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어디에서 든 자신을 응원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만으로 인간은 살아갈 힘과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새삼 느끼게 해준다..
만약 엄마가 없는 에스터에게 멜루신이 없었다면 힘든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젤이 없었다면 엄마의 노트는 그저 단순한 일기로 남았을 것이다.
또 에스터가 위험에 빠졌을 때 매번 등장해 구해 준 시오가 없었다면 죽음과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을 읽으며 우리 살고 있는 지구가 마틸다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군주가 있고 봉건 질서에 의해 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성별, 나이,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종교, 사상, 성적지향, 학력, 종교 등 수많은 이유로 구분하고 차별하고 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나와 다른 누군가의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며 경멸하고 있지 않은 지 생각해보게 된다.
가끔 SF소설을 읽다 보면 어디에도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에스터가 떠나온 마틸다호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한 명의 군주가 사라진 자리에는 또다른 누군가가 앉게 될 것이고 그 또한 군주가 될 것이 짐작되기 때문이다.
어떤 행복이든 함께할 누군가가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부디 에스터의 앞날에 그 누군가가 꼭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