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비올레트,묘지지기”는 한 여자의 인생 이야기이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지독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부모를 모르는 비올레트는 위탁가정을 전전하다 필리프 투생과 결혼하게 된다.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을 어느 연인처럼 불타는 사랑을 하게 되지만 시부모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아이가 생기게 되고 건널목지기라는 직업을 얻게 된다.
레오닌이 태어나지만 여전히 필리프는 가정은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돌고 그러던 중 비올레트의 전부였던 레오닌을 사고로 잃게 되면서 그들의 인생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딸을 잃은 슬픔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던 비올레트는 유골없는 딸의 무덤을 찾게 되고 그 곳에서 사샤를 만나게 된다.
치료사이지 원예가이자 묘지지기인 사샤는 그녀를 돕고 묘지지기 일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이 저편으로 건너가는 걸 막’던 건널목지기였던 비올레트는 “사람들이 저편으로 건너가는 걸 돕는” 묘지지기가 된다.
묘지에서 평안함을 얻은 비올레트와는 달리 어느 날 필리프는 아무말없이 사라져버린다.

이야기는 묘지지기인 비올레트의 이야기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무덤에 함께 묻히고 싶은 이렌 파욜의 숨겨진 사랑 이야기가 교차되어 전개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비밀을 알기위해 찾아온 이렌의 아들 쥘리엥과 비올레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묘비명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기구한 한 여자의 이야기에서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사랑이야기로 그리고 세상의 전부인 아이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가는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죽음 가장 가까이에 살면서도 죽음을 이겨낸 여자를 보며 인생의 굽이굽이에 만났던 ‘그녀를 살게 해 주었던 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쁜 남편이었지만 처음 시작은 비올레트를 구원해 준 남자였고 사랑하는 아이의 아빠인 것만으로 충분한 필리프를 이해하고 그의 행동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의 내면을 보며 그도 누군가에게 구원받아야 했고 기회가 주어졌지만 스스로 박차고 나간 것이라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혼자인 비올레트를 다시 살게 해 준 사샤 역시 큰 아픔을 겪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가면서도 누군가에게 온기를 나누어주고 살아야할 이유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진짜 어른의 모습으로 느껴져 가슴 뭉클하게 해 준다.
묘지지기로 이별에 누구보다 익숙할 것 같은 그가 매일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은 사랑이라는 게 어떤 모습으로도 지상에 내려올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 잘 지내.비올레트, 건강 돌보고,사랑한다.(p531)

94개의 묘비명을 읽어나가는 것만으로 죽음을 이해하고 남아서 인생을 살아갈 이에게 큰 힘을 준다.
브랑시오엉살롱 묘지에 가보면 안에는 여름빛의 옷을 겉에는 겨울빛의 옷을 입고 자신의 묘지를 둘러보고 텃밭을 가꾸고 친구들과 차를 마시는 비올레트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편안해져 오직 사랑으로만 채워진 그녀를 만나 떠난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 오직 한 사람이 사라졌고,
이제 세상에 아무도 없다.

🪦 우리가 너를 생각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단 하루도 없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