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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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남자들이 대부분인 과학계의 여성 화학자 엘리자베트 조트는 사랑하는 남자이자 동지인 캘빈 에번스의 죽음으로 연구실에서도 해고되고 혼자 딸을 낳아 기른다.
우여곡절 끝에 “요리는 화학이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tv쇼를 진행하며 큰 성공을 이룬다.
그러나 요리를 하면서도 한 번도 화학자임을 잊지 않고 있던 그녀는 다시 연구실로 복귀하게 된다.
 
현재가 아닌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소설은 재미있다.
주인공은 대단히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고 똑똑하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여성이다.
그녀의 딸 매드를 돌봐주는 이웃의 해리엇이 있고 처음에는 적대적이었다 함께 힘을 모으는 프래스크와 웨이클리 목사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지금도 여전히 남녀차별이 존재하는 세상인데 70년 전엔 어떠했을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힘든 시대를 견딘 그녀들과 현재도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그들이게 박수를 보낸다.
마리 퀴리도 아닌 퀴리 부인으로 부르며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위대한 과학자 퀴리 부인의 진짜 이름을 찾아보았다.
마리아 스크워도프스카!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그들이 있었기에 세상은 더디지만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저는 전염병에 걸린 게 아닙니다. 임신은 콜레라가 아니란 말입니다. 제가 연구소에 다닌다고 다른 사람에게 임신을 옮기지는 않습니다.”(p195,1권)
 
“화학은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이룹니다. 그 말에 따르면 화학은 바로 삶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삶에는 파이처럼 튼튼한 토대가 필요합니다. 가정에서는 바로 여러분이 그 토대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하는 일에는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이토록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데도 세상에서 가장 저평가되고 있지요.”(P81,2권)
 
“그럼 애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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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금 그대로 좋다
서미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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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90년대생인 ‘요즘 애들’이 두 명 있습니다.
모두 군대를 만기 전역하고 여자 친구를 사귀고 있으며 직장인으로 학생으로 제 몫을 다 하고 있지요.

‘요즘 애들’인 두 아들은 요즘 애들답게 제 생각을 똑부러지게 말해 세상 제일 꼰대인 제 아빠를 열불나게도 하지만 지나고 보면 우리가 ’요즘 애들‘일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것도 같습니다.

작가는 90년대생에 대학과 직장을 다니고 글도 씁니다.
토마토 주스를 좋아하고 집인 부산을 떠나 참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듯합니다.

처음 아들 또래의 작가가 쓴 글을 읽으며 조금은 거만하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1부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니들이 사랑을 알아?‘ 싶기도 했죠.

하지만 쭉 읽어가며 우리 아들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꾸 고개가 끄덕여지며 작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이해
더 사랑하면 이해가 필요 없고,
덜 사랑하면 이해를 할 수 없고.(p61)

📚한 걸음 물러나야 오히려 몇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세상 이치와 인간 된 도리가 원래 그런 건 아닐까요. 작은 것 하나라도 더 갖겠다고, 조금도 손해 보지 않겠다고, 호구처럼 살지 않겠다고 뾰족한 눈을 하고, 뽀족한 말을 내뱉으면 사란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오히려 외면당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작은 걸 얻겠다고 큰 것을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요.(p153)

📚아무튼,나는 언제나 당신 편.(p157)

📚그런데, 그렇게 마음먹기엔 세상에 잘난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그들은 분명 내 앞을 달려가고 있는데, 자꾸만 뒤에서 등을 떠밀리는 기분이다.아직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나에게, 지금도 늦었다며 급하다며 자꾸만 재촉한다. 내가 지금 서 있눈 자리를, 나만의 속도를 스스로 알지 못할까.하나씩 밟고 건너가야 할 순서라는 것이 있음에도, 자꾸만 마음을 붕 뜨기 하고, 자꾸만 두세 칸씩 건너라고 둥울 밀어대니 함께 살아가기 참으로 곤란하다.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내게 딱히 무슨 말을 건넨 건 아니다. 잘 벌고, 잘 살고, 잘 먹는 사람들을 보며 나 혼자 아등바등할 뿐이다. 사실 고개 돌려 등 떠마는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면 거기엔 밣 나 자신의 얼굴이 있다.(p171)

어른도 힘든 세상을 어찌 견디고 있는지 눈시울이 뜨꺼워질 뻔 했습니다.
어느때보다 힘든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다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니들이 뭘 알아?’가 아니라 ‘너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나도 좋았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들들에게는 “아무튼, 엄마는 언제나 아들편“ 이라는 말을 크게 해 줄겁니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듯해지는 글을 읽었습니다.
출판사 서평단으로 읽은 책이지만 제 느낌을 자유롭게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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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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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역사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대략적으로 1917에서 1965년에 우리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다.
1910년에 시작된 식민통치는 1919년 3.1운동을 일어나게 했고 1919년 4월 11일에는 중국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수립된다.
1945년 8월15일 해방이 되기까지 수많은 매국노와 독립운동가들이 존재했다.
해방이 되고 3년 후인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지만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우리는 여전히 휴전 중이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 침략을 받고 같은 동족끼리 피 흘리던 시절에도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눈물 짓기도 했지만 그 것이 삶에 원동력이 되어 살아 남을 수 있게 했다.

사냥꾼의 아들인 정호는 부모가 모두 죽고 시집가는 누이를 따라갈 수 없어 무작정 경성으로 올라와 거지왕초가 된다.
돈 몇 푼에 기생집에 팔려온 옥희 역시 친구인 연화를 따라 경성으로 올라오게 되고 그들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우리 역사 만큼이나 모두 다른 이름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삶을 선택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고고함을 잃지않고 단단한 단이 이모를 필두로 일본군에게 겁탈을 당해 임신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는 월향이, 사랑 하나만을 믿고 좇는 옥희와 스스로의 삶을 망쳐버리는 연화는 모두 기생이라는 이력이 있지만 그래도 꿋꿋이 살이간다.
부잣집 아들이면서도 상해와 만주를 오가며 독립운동을 하지만 해방된 조국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남자 명보와 그를 따르는 정호는 정의가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다는 생각에 눈시울을 붉어지고 한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갖고 있지만 명보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성수와 사랑보다는 성공을 택한 한철을 보며 역사는 이들의 시점에서 쓰여지고 여전히 이들이 세상의 중심이 된 듯해 마음이 아프다.

아이라 불리던 이들이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간 48년의 기록은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여전히 마음 아프게 한다.
기생인 옥희와 옥희를 사랑하는 부랑아 정호, 그리고 옥희가 사랑하는 인력거꾼 한철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통속적이지만 역사와 맞물려 전혀 통속적이지 않은 소설을 탄생시켰다.
우리에게는 새로울 것 없는 역사 이야기지만 이 글의 주요 독자층일 영어권 독자라면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아 괜히 뿌듯하다.
파친코가 선자 개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렀다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더 아래에 존재했던 이들이 풀어가는 우리 한반도 안에서 이야기라 더 실감나고 가슴 아프게 읽혔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하는 이유는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여전히 복권되지 않은 명보와 정호가 존재하고 한철과 성수가 활개치는 세상이니 책을 덮고도 제주바닷가의 옥희의 마음처럼 차분하지 않고 속이 시끄럽다.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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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24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픔이 담긴 소설이로군요?
그리고 한이 담긴...
 
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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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편안해야 할 장소는 집인데 그 집이 이상하다니…...
건축 평면도만으로도 공포를 줄 수 있다니 너무 궁금하다.
호러 공포 소설은 여름이 제 맛이라고 편견을 깨고 가을에 찾아온 소설,가을 바람 스산한 요즘 읽는 공포는 어떨지 기대만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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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20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평면도로 공포를 준다구요??
급 땡기네요??ㅋㅋㅋ
 
엄마 어디 있지?
박성우 지음, 밤코 그림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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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어린이집을 가던 날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울던 아이를 두고 오면서 나도 훌쩍거린 기억이 있다.
오후에 데리러 갔을땐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고 나와 섭섭하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내 품을 떠나는 아이의 모습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눈물 콧물 흘리며 그네를 타고 있는 토끼를 보며 어떤 이야기가 펼쳐 질지 기대해 본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가 안 보이면 무섭고,슬프고,두근거리고 불안하다.
진짜 엄마 껌딱지가 되어 딱 붙어있고 싶은 아이 마음이 그림마다 펼쳐진다.
엄마 역시 세상에서 젤 사랑하는 아이가 눈에서 멀어지면 무섭고 슬프고 두근거리고 불안하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고 과연 잘하고 있는지 늘 불안하다.
시간이 지나고보니 아이만 자란게 아니라 엄마인 나 역시 조금씩 조금씩 진짜 엄마가 되어 갔던 것 같다.
분리불안은 아이만 겪는 것이 아니라 엄마 역시 아이와 함께 겪는 것 같다.
내 경우 특히 첫아이에 대해서는 과하게 반응해 아이를 더 힘들게 했던 것도 같으니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은 참으로 힘든 것 같다.

불안한 아이 마음을 잘 이해한 그림책을 보며 내 껌딱지였을 때 더 많이 안아줄걸 하는 후회가 일기도 한다.
그래도 그 껌딱지들이 잘 자라 어엿한 어른이 되어 제 몫을 하고 있으니 기쁘기 한이 없다.

앞표지의 우는 토끼를 보다 뒷표지의 신나게 그네 타는 토끼를 본다.
앞뒷표지를 활짝 펼치면 발을 힘차게 굴리며 그네를 타던 토끼가엄마가 없음을 알고 우는 모습이 된다.
나는 뒷표지의 토끼를 다른 날 다시 그네를 타러 온 토끼로 보기로 했다.
엄마가 눈에 안보여도 어디에서나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신나게 그네를 타는 행복한 토끼를 만나고 싶기때문이다.
그림책은 언제나 해피엔드가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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