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특별히 역사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대략적으로 1917에서 1965년에 우리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다.
1910년에 시작된 식민통치는 1919년 3.1운동을 일어나게 했고 1919년 4월 11일에는 중국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수립된다.
1945년 8월15일 해방이 되기까지 수많은 매국노와 독립운동가들이 존재했다.
해방이 되고 3년 후인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지만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우리는 여전히 휴전 중이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 침략을 받고 같은 동족끼리 피 흘리던 시절에도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눈물 짓기도 했지만 그 것이 삶에 원동력이 되어 살아 남을 수 있게 했다.

사냥꾼의 아들인 정호는 부모가 모두 죽고 시집가는 누이를 따라갈 수 없어 무작정 경성으로 올라와 거지왕초가 된다.
돈 몇 푼에 기생집에 팔려온 옥희 역시 친구인 연화를 따라 경성으로 올라오게 되고 그들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우리 역사 만큼이나 모두 다른 이름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삶을 선택하는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고고함을 잃지않고 단단한 단이 이모를 필두로 일본군에게 겁탈을 당해 임신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는 월향이, 사랑 하나만을 믿고 좇는 옥희와 스스로의 삶을 망쳐버리는 연화는 모두 기생이라는 이력이 있지만 그래도 꿋꿋이 살이간다.
부잣집 아들이면서도 상해와 만주를 오가며 독립운동을 하지만 해방된 조국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남자 명보와 그를 따르는 정호는 정의가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다는 생각에 눈시울을 붉어지고 한다.
부와 명예를 모두 갖고 있지만 명보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성수와 사랑보다는 성공을 택한 한철을 보며 역사는 이들의 시점에서 쓰여지고 여전히 이들이 세상의 중심이 된 듯해 마음이 아프다.

아이라 불리던 이들이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아간 48년의 기록은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여전히 마음 아프게 한다.
기생인 옥희와 옥희를 사랑하는 부랑아 정호, 그리고 옥희가 사랑하는 인력거꾼 한철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통속적이지만 역사와 맞물려 전혀 통속적이지 않은 소설을 탄생시켰다.
우리에게는 새로울 것 없는 역사 이야기지만 이 글의 주요 독자층일 영어권 독자라면 새롭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아 괜히 뿌듯하다.
파친코가 선자 개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렀다면 작은 땅의 야수들은 더 아래에 존재했던 이들이 풀어가는 우리 한반도 안에서 이야기라 더 실감나고 가슴 아프게 읽혔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하는 이유는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여전히 복권되지 않은 명보와 정호가 존재하고 한철과 성수가 활개치는 세상이니 책을 덮고도 제주바닷가의 옥희의 마음처럼 차분하지 않고 속이 시끄럽다.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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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24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픔이 담긴 소설이로군요?
그리고 한이 담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