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 웅진 세계그림책 241
밀랴 프라흐만 지음, 최진영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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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굴 속,
나뭇잎 침대 위에서
곰과 두더지가 아주 곤히,
서로의 옆에 몸을 누이고 자고 있어요.

그런데 곰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 꿈 속에서 본 벌을 찾아나섰어요.
곰은 벌과 함께 아름다운 꽃을 찾아가고 나무를 찾아가고 숲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꿈에 보았던 초록빛 들판에서 벌과 함께 행복했습니다.
바람이 조금씩 서늘해지기 시작하자 곰은 문득 두더지가 그리워졌습니다.
함께 추운 겨울을 보낸 친구 곰이 무작정 꿈을 찾아 떠난 후 남은 두더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큰 판형의 그림책은 양쪽 페이지를 활용한 그림으로 사계절의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덩치 큰 곰과 함께 하는 작은 벌을 찾아보는 것도 즐겁네요.
파스텔톤의 따뜻한 색감은 곰과 벌이 지나는 봄의 초록빛 들판, 여름의 노란 꽃밭,가을의 낙엽, 그리고 눈 덮힌 겨울 들판을 넓게 보여주어 눈을 시원하게 합니다.

꿈을 찾아 떠나는 그림 속에는 벌과 곰만 등장합니다.
그러나 크게 눈을 뜨고 살펴보면 곰의 곁에는 늘 두더지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두더지의 모습은 보이지않지만 두더지가 지내는 굴은 늘 곰의 주위에 있었습니다.
곰은 벌과 함께 꿈을 찾아 떠나며 두더지를 잊었지만 두더지는 늘 곰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두더지를 찾아왔을때도 두더지는 곰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더 큰 동굴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진짜 친구는 바로 두더지처럼 묵묵히 지켜보고 돌아오면 언제나 반겨주는 존재입니다.
언제나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고 친구가 행복하길 바라고 지치고 힘들어져 돌아왔을때 아무말없이 받아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입니다.
지금 쯤 겨울잠에서 깬 곰과 두더지는 초록빛 들판에서 함께 꿈을 찾고 있을 것 같습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따뜻한 그림책을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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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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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대면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배달 노동자일 것있다.
주소를 찍고 주문하면 어디든지 1시간 이내로 도착하는 그들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지만 소음 유발과 신호 위반을 일삼는 사람들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저자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라이더이다.
현재도 배달라이더로 활동하는 저자의 글은 배달현장의 어려움과 배달라이더들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며 목숨을 담보로 도로를 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생생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1장은 저자가 초보 시절 당한 사고를 바탕으로 초보 노동자들의 사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사고가 나 병원에 입원했을 경우 발생하는 손해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마음 아프다.
2장은 면허 확인 없이도 동네배달대행사에서 근무하는 행태의 문제점을 다루며 배달노동자를 위한 법의 부재를 자세히 다룬다.

3장은 배달앱의 알고리즘이 노동자를 어떤 위험으로 몰고 있는 지 설명하고 있다.
4장은 음식점 점주와 고객,플랫폼 회사 사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배달노동자들의 실상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5장은 좀 더 구체적인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은 배달라이더를 위한 산재보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배달노동자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만하다.

배달한 음식을 손님에게 전달한 뒤 바로 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한참을 잡고 있는 배달라이더와 아파트 단지에서도 속도를 줄이지않고 심야의 정적을 깨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보며 눈살은 찌뿌렸지만 왜 그럴 수 밖에 없는 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다.
뉴스에 나오는 갑질 사건을 보며 잠깐 흥분하다 잊어버리곤 했는데 일반인들에게 가십거리로 소비되는 일들이 배달노동자에겐 <산재>라는 말을 읽는 순간 마음이 묵직하다.

우리의 일상에 가장 가깝게 자리한 배달노동자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그들의 근로조건이나 근로환경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기위해 열심히 일하는 누구도 목숨을 담보하는 위험을 감수한 노동을 할 수는 없다.
그들이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며 일 할 수 밖에 없는 지 생각해 보고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 법적인 안전장치를 해주고 일한만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6기로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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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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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작가를 처음 안 건 그의 저서가 아닌 편집자K라는 유튜브 채널에서였다.
작가와 함께 서점에서 책을 소개하고 구입하는 내용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설명할 때의 열정과 사고 싶은 책을 고를때의 소년같은 모습이 대조적이라 인상 깊게 봤다.
하지만 조곤조곤 설명하며 고른 책들이 내 취향과는 멀어 저런 작가, 저런 책도 있구나하고 잊고 있었는데 드디어 작가의 책을 읽게 됐다.

단숨에 외울 수 없는 긴 제목의 연작소설집은 제목만큼이나 난해한 내용이다.
사실 한 번 도전했다 너무 어려워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나 궁금해 서평도 읽어보고 <대화 정지돈x안은별>편을 읽으면 더 이해하기 쉬울까 싶어 먼저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도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평소 읽어왔던 소설은 읽은 후 줄거리를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연작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소설집이지만 내 수준으로는 도저히 정리할 수 없는 소설은 논픽션과 픽션의 어느 중간쯤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 듯하다.
모두 네 편의 연작단편과 한 편의 에세이 그리고 안은별님의 글과 두 분의 대화로 이루어진 책은 제목만큼 독특하다.

네 편의 소설 속에 공통으로 화자인 <나>와 파트너인 <엠>이 등장한다.
제목대로라면 샌디에이고나 로스앤젤레스가 배경일 듯하지만 소설은 파리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파리에 머물며 소설을 쓸 계획인 <나>와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한 <엠>이 등장하는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는 다수의 영화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 편만이 아니라 모든 이야기에서 작가는 많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소설에 등장시킨다.

처음엔 보통의 소설처럼 이야기의 줄거리를 찾고자 노력한 탓에 좌절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며 읽는 방식을 택했다.
존재했던 작가들의 실제 이야기와 <나>와 <엠>, <지수 커플>과 <미치 미치>등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별개로 읽는 순간 속도가 붙었다.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읽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는 건 독자의 몫이니 작가님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소설 속에서 설명되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 내용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매 소설 끝에 정리된 참고도서들을 보면 작가가 한 편의 이야기를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감히 짐작해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만약 작품 속에 소개된 작가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았다면 휠씬 더 풍성한 책읽기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가 의도한 독서는 아니었을지라도 나의 무지를 원망하고 작가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작가정신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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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운
티파니 D. 잭슨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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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인챈티드는 학교 수영 선수로 활동하고 있고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부유하지 못한 환경이지만 부모는 자식들을 사립고의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인챈티드 역시 5남매의 맏이의 책임을 다한다.
어느 날 우연히 참가하게 된 오디션 현장에서 유명 가수 코리 필드를 만나게 되고 인챈티드는 생활의 변화를 맞게 된다.
그리고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코리 필드의 투어에 참여하게 된다.

열일 곱 소녀와 스물 여덟의 유명 가수의 만남은 소녀의 꿈이 담박에 이루어질 거라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현실은 추악한 성범죄자의 민낯을 보여준다.
소설은 코리의 펜트 하우스에서 인챈티드가 사방이 비트 주스로 표현된 피웅덩이 속에서 눈을 뜨는 장면으로 부터 시작한다.
침대 위에는 한 때는 열렬히 사랑했던 자신의 우상인 코리가 죽어있고 자신은 살인자로 물리고 있다.

소설은 그루밍 성범죄의 시작과 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어 접근한 뒤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고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행해지는 성범죄로 피해자는 성폭력을 당하면서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다.
인챈티드 역시 코리가 자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성적 학대와 폭행, 학대, 납치, 마약 중독까지 코리는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인챈티드를 지배하고 나락으로 빠뜨린다.
그렇다고 인챈티드의 부모가 딸에게 무관심하거나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상함을 눈치챈 부모가 인챈티드를 만나려고 하지만 가족을 차단하고 보호라는 명목으로 주위의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시킨다.
누구와도 고민을 나눌 수 없게 된 인챈티드는 코리를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네. 도움이……필요해요.” (p270)

그들의 관계에 부적절함을 눈여겨 본 이가 건넨 손을 잡는 순간 인챈티드가 뱉은 말이다.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은밀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범죄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함을 눈치챌 수 있고 그 관심이 죽음의 늪에서 소녀를 구해낸다.

만약 유명 연예인과 팬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건이 보도된다면 일반 대중들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가해자인 유명인보다 어린 피해자인 팬에게 돌을 던질 것이고 가해자가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 2차 가해를 행할 것이다.
현실의 우리도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있지않나 반성해 보게 된다.

어른인 나는 소설을 읽으며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메시지를 보내고 음악을 보내는 코리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눈에 훤히 보였다.
그러나 그 대상이 사랑에 목말라하는 10대라면 그가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도 꼬임에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소설은 400페이지가 넘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인챈티드의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한겨레출판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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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 씩씩한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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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수민 전 아나운서는 2018년에 만 21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한 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어렵게 얻은 SBS 아나운서라는 자리를 3년 뒤 그만 두게 되고 이른 나이에 결혼해 슬하에 아들을 두고 있답니다.
활동한 기간이 짧은 탓인지 낯익은 얼굴은 아니지만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가는 그의 글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휠씬 오래 산 나보다 생각은 더 영글고 행동은 용감합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직장에 들어가지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직장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과 그런 딸을 쿨하게 이해하고 인정하는 부모의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만약 작가와 동갑인 큰아들이 어느 날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낸다면 나는 아들을 믿고 끝까지 응원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갈등하겠죠.

📚내가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내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해서였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해서 (p115)

부모들이 뱉는 말은 모두 자식이 잘 되라고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말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만큼 도움이 안되고 자식과의 사이를 더 나쁘게 하는 잔소리나 상처 입히는 말로 전달됩니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식의 의견따위는 무시해 불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부모의 입장으로 작가의 글을 읽으며 자식을 끝까지 믿고 응원하는 게 진짜 부모의 역할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불안한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삶이 아닌 각자 원하는 삶을 개척해 나갔으면 합니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있는 저자가 개척해 나갈 미래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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