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소명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에도시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막부를 열어 통치하기 시작하여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천황에게 정권을 돌려주기까지의 시대(1603~1867년)“-(다음 어학사전에서)를 말한다.법과 질서에 근거한 평화를 사람들이 받아들였고, 대중문화가 발달해 오락용 읽을거리를 비롯해 여러 출판물이 성행하던 시기이기도 하다.그렇지만 사회적으로는 철저한 신분제도가 지켜졌기에 막부의 지배를 받던 서민들에게는 복종과 억압이 가해졌고 특히 여성들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유교적 도덕이 강조되던 시기였다.<에도괴담걸작선>은 에도시대의 억울한 죽음을 맞은 이들의 목소리를 단순한 심심풀이 괴담이 아닌 시대를 대변한 민중의 이야기로 풀어 간다.모두 다섯 가지 테마로 나누어진 괴담집은 사회적 약자였던 여자들이 살아가기 위해 남자에게 의탁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이 잘 드러난 ‘무서운 것은 여자의 질투’에 관한 괴담으로 시작해 신분제도가 있던 시대의 억울하게 죽은 약자들의 분노를 그린 ‘연쇄되는 불행‘으로 이어진다.다음으로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슬픈 사랑 이야기‘ , 그리고 괴이와 인간이 만나는 여러 장소에 얽힌 이야기인 ’인간이 이계와 만날 때‘ 그리고 귀신의 복수담을 엮은 ‘인과응보’로 끝을 맺는다.에도시대의 이야기야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소설로 이미 접해왔지만, 짧은 이야기가 전하는 명료함은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죽어서까지 아이를 지키는 어미의 사랑을 그린 ‘무덤 속 어미와 자식’과 사랑한다는 이유로 ’잘린 머리와 여행한 남자’의 괴담은 어떤 게 진짜 사랑인지 저절로 느끼게 한다.어린 시절 전설의 고향이 무서웠던 건 귀신이 나와 혼을 쏙 빼놓는 공포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 나레이션으로 어느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는 구체적인 지명과 남아있는 유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소개된 에도시대의 괴담 역시 괴담의 중심이 된 가문이 멸문했다는 이야기와 괴이한 일이 벌어졌던 실제 지명이 나와 괴담인 줄 알면서도 더 공포스럽게 느껴진다.역대 최고로 덥다는 여름밤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해 줬던 괴담은 사악한 마음이 생길 때마다 충격요법으로 읽는다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 같다.거기다 괴담을 그린 그림이 중간중간 소개돼 상상이 아닌 더 큰 공포를, 그림을 통해 실현해 주고 있어 실감 나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도서는 문학동네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지만 서로 사랑하는 부모의 외동딸인 모나는 어떤 징조도 없이 세상이 63분 동안 온통 까매지는 경험을 한다.놀란 부모는 병원에서 갖가지 검사를 하지만 눈의 뚜렷한 이상을 찾을 수 없자 의사는 정신적인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정신과 상담을 권한다.소식을 듣고 달려온 할아버지는 바쁜 부모를 대신에 매주 수요일 오후에 모나를 데리고 정신과 정기 진료를 받으러 다니겠다고 선언한다.그러나 할아버지는 매주 수요일이면 부모에게 비밀로 하고 모나를 데리고 병원 대신 미술관으로 향한다.소설은 병원 대신 파리의 3대 미술관인 루브르, 오르세, 보부르를 매주 수요일마다 가는 할아버지와 모나의 이야기다.일 년 동안 세 곳의 미술관에 전시된 52개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작품에 대한 설명은 물론 그림을 그린 화가, 그리고 화풍 등을 세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소설은 아버지가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알게 된 아이의 불안과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의 학교생활,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을 미술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있다.특히 그림을 통해 얻은 경이로운 감동은 아이 마음속 숨겨져 있던 의문과 슬픔을 드러내게 하는 계기가 돼 모나가 겪는 실명 위기의 뿌리를 찾게 된다.모나가 충분히 그림을 보고 난 후 할아버지는 유능한 도슨트가 돼 작가를 설명하고 그림에 숨어 있는 의미를 자세히 설명한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나는 더 오랫동안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이 작품을 통해 느낀 점을 할아버지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모나가 성장해 가는 과정과 할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예술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돼 두 갈래로 진행된 이야기는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모나의 눈”은 한 아이의 성장을 따라가는 소설로도 감동적이지만 미술작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예술서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다.미술사학자인 작가의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모나의 이야기와 미술관 여행을 쭈욱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모나와 할아버지처럼 하루에 한 작품씩 정해 오랫동안 작품을 감상하고 할아버지의 설명을 읽으면 전시실에 함께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더 좋다.
<본 도서는 래빗홀 클럽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탐할 탐(貪)에 바를 정(正)!정의를 바로 세우고 하나뿐인 정답을 탐하는 것이 바로 탐정이라.”조선 광해군 때 잘 나가던 허균의 면면을 모르더라도 그가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의 저자인 건 알고 있을 것이다.그 허균이 탐정으로 등장해 조선 땅을 뒤흔든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바로 <식탐정 허균>이다.서자의 사생아로 태어난 이재영은 초당 선생의 배려로 다섯 살에 허씨 집안에 들어와 허균을 친형처럼 따르며 자란다.뒤늦게 만난 모친의 3년 시묘살이를 마치고 나주 목사로 부임한 허균과 합류하게 되고 스스로 “탐할 탐(貪)에 바를 정(正)“ 탐정이라 칭하는 허균을 도와 고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허균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활약상은 허균이 아닌 허균을 친형처럼 따르는 이재영을 통해 전해진다.그런 까닭에 허균이 벌이는 일의 진의를 바로 알아차릴 수는 없지만 그의 영특한 추리는 물론 엉뚱함과 못 말리는 식탐을 이재영과 함께 곁에서 지켜보는 느낌을 받게 된다.귀향 가는 길에서도 살인 사건이 일어나도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쓰는 소설 속 허균이 실제로 조선 최초의 미식서 <도문대작>을 집필했다는 그의 이력과 맞물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기다 여리고 작지만 누구보다 강단 있는 작은년은 음식의 맛을 돋우는 양념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나간다.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적절하게 등장한 소설은 임진왜란 이후의 어려운 백성들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고 힘 있는 자들이 일으키는 탐욕스러운 모습을 목도하게 한다.특히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습을 바꾸고 죄 없는 이들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살해하는 범인의 모습은 힘 있는 자들의 일상적인 모습이라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소설은 맛있고도 재미있다.소개되는 음식은 입맛을 다시게 하고 식탐정의 명성에 어울리게 음식이 범인을 찾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특히나 진지하게 ’분신사바하‘하는 장면은 엉뚱하고 능청스러워 읽다 보면 웃음이 터진다.‘화양계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고도 맛있는 음식의 맛만 보고만 느낌이라 허균의 다음 활약도 기대하게 된다.소설은 MBC에서 드라마 제작이 확정됐다는 데 내 맘대로 좋아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해 본다.압도적인 식탐만 있는 게 아니다, 요리에도 조예가 깊은 허균에는 “차승원” , 허균을 따르고 죽은 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의원 이재영 역에는 “이수혁”,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는 다른 드라마에서 이미 검증 완료, 단단하고 영특한 작은년에는 “김태리”로 만나고 싶다.
<본 도서는 블루홀식스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17세 여고생 미유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같은 고등학생인 아이 아빠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만 책임질 수 없다는 말만 듣게 된다.미유의 부모는 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임신 중절 수술을 하려 하지만 이미 수술할 수 있는 개월 수가 지났다는 진단을 받고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거리를 헤매던 미유는 삶의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생각에 죽음을 생각하고 빈 건물의 옥상에 올라간다.그곳에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아이들을 찾아온 NPO 운영자 지사의 도움을 받게 된다.미유의 사정을 들은 지사는 오쿠타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그린 게이블스’에 머물 것을 제안한다.성이 다른 아키라와 가나코 남매가 운영하는 그곳은 사정이 있는 아이들의 위탁가정을 겸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였던 어머니 루이코와 함께 살고 있다.미유는 게스트하우스의 일을 도우며 차츰 안정을 찾아가며 출산을 준비한다.뜻하지 않은 임신으로 가족에게 버림받은 미유가 핏줄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어떤 가족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나 자신과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이야기다.미스터리를 써온 작가는 성이 다른 남매의 애달픈 사연과 지사와의 인연 등을 미스터리 기법으로 풀어나간다.과연 그들은 어떤 인연으로 가족이 되어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살고 있는지를 따듯한 시선으로 따라가다 보면 진짜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은 누군가의 작은 관심으로 안전한 곳을 찾게 되고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은 더 작고 어려운 아이를 보살피고 아이를 구해내기도 한다.아이들은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눈을 감아버리고 만다.소설 속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그들은 더 큰 불행 속에 자신을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소설을 읽는 내내 미성년자의 임신, 임신 중절, 아동 학대, 방임 등 아이들이 선택하지 않은 일들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동안 어른들은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는지 생각하게 된다.얼마 전 만 2세 아이를 사흘 동안 혼자 방치한 엄마가 뉴스를 타는 순간 모든 사람이 엄마를 성토했지만, 며칠 만에 잊힌 이야기가 돼 버렸다.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둔다면 세상의 아이들은 지금보다 안전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미유의 마지막 선택이 후회 없는 선택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그만큼 오래오래 고민할 것 같다.
<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유난히 무더운 여름, 노란 표지에 요거트 통이 그려진 에세이는 하던 일을 멈추고 크게 심호흡하게 한다.에세이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극작가, 설치예술가, 연구원…. 등등 쉬지 않고 일한 작가는 번아웃과 우울증을 겪게 된다. 작가는 오랜만에 ’휴식 시간’을 갖게 되고 쉴 때 떠오르던 단상을 한데 모아 한 권의 에세이집을 출간한다.젊은 작가는 진중한 글은 물론 톡톡 튀는 짧고 유쾌한 글로 떨어져 지내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와 자신이 키우는 식물 이야기를 라인 드로잉으로 생생하게 그려 나간다.세대 차이가 느껴질 만한 나이의 작가가 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단골 식당 에피소드는 크게 공감하며 읽게 된다.부모가 자신의 단골 식당에 자녀와 함께 가는 이유는 내 아이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아챈 작가의 마음이 전해져 콧날이 시큰해지기도 한다.‘종이 타월을 두 개 살까 세 개 살까‘하는 고민은 티셔츠로 이어지고 요거트가 먹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 유제품 코너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은 내 하루의 어느 날과 닮아서 그의 행동에 동의하게 된다.글을 읽는 중간중간 작가가 키운 식물을 검색해 특징을 잘 잡아낸 부드러운 작가의 그림과 번갈아 가며 보다 보면 작은 화분을 가족으로 들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자신의 신상을 쓴 글들은 간혹 부동의를 넘어 유치함을 느끼기 십상인데 번아웃을 이겨내라고 왜 우울하냐고 채근하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처음부터 쭉 읽어도 상관없지만 하루 잠깐씩 짬을 내 한 꼭지씩 읽으면 더 좋은 글은 작은 위로와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