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경찰의 활약을 그린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베트남전쟁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1967년 11월의 늦은 밤, 2층 버스 안에서 총격에 의해 여덟 명이사망하고 한 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한다.사망자 중 마르틴 베크의 살인 수사과의 가장 젊은 수사관인 오케 스텐스트룀이 포함되어 있자 경찰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다.피해자들끼리는 특별한 관계도 없고 공통점도 없는 데다 변변한 목격자도 없고 범인을 특정할 만한 증거도 없이 수사는 시작된다.피해자들의 신상이 하나 둘 밝혀지는 가운데 사망자 중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탐문이 시작되고 안타깝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상자까지 사망하자 사망자는 9명으로 늘어난다.경찰들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피해자들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조사하던 중 신원불상인 남자에 대한 제보를 받게 된다.스웨덴 최초의 대량 살인사건의 실마리는 도통 풀리지않고 경찰은 오케 스텐스트룀이 조사하던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60년대 경찰의 개별적인 탐문수사가 현재의 2인1조의 경찰 시스템으로 볼 때는 위험하게만 보인다.하지만 그들이 각자 조사를 하면서도 개인이 아닌 팀으로 활동하며 개개인의 특기를 살려 수사를 진행해가는 모습은 흥미롭다.시리즈의 다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마르틴 베크를 포함 등장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다른 소설의 주인공처럼 한번 보는 것만으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다른 지방에서 사건해결위해 파견온 경찰에게 우호적이지도 않다.거기다 사건이 다 해결된 사실을 모르고 여전히 증거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파견 경찰에게 진실을 알리지도 않는다.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웃는 경관]은 1971년에 미국 추리작가협회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도저히 풀릴 것 같지않던 사건이 작은 단서로 인해 다가선 진실은 인간의 과한 욕망이 어떤 모습으로 끝을 보게 되는지 알려준다.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포기하지않고 수사하는 경찰이 모습에 소설이지만 박수를 보낸다.“경찰이 필요악이기 때문이야. 누구든 불현듯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알지. 직업 범죄자들조차 그래. 제아무리 도둑이라도 자기집 지하실에서 뭔가 달각대는 소리가 들려서 밤중에 잠을 깨면 어떻게 할 것 같나? 당연히 경찰을 부르지.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이 자기 일을 방해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히면 어떤 방식으로든 두려움이나 경멸을 표현하기 마련이야.”(p199)<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munhakdongne (문학동네)@elixir_mystery (엘릭시르)#로재나 #연기처럼사라진남자 #발코니에선남자 #웃는경관 #마르틴베크시리즈 #마이셰발 #페르발뢰 #김명남옮김 #마르틴베크시리즈정주행 #문학동네 #엘릭시르 #서평도서 #북스타그램
8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의 작가가 남궁민 배우가 출연했던 드라마 ”김과장“의 PD였단다.소설은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기막힌 상상력과 냉철한 현실감각에 바탕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로 일상의 공포를 담고 있다.<얼굴>은 얼굴 성형의 단계를 넘어선 ’패치형 얼굴‘이 유행하던 2055년에 타임머신을 타고 온 피카소가 그때 그때 필요한 눈코입을 끼우는 인간의 얼굴을 보고 돌아가 그린 그림이 ’마리 테레즈 발테르의 초상’이라는 설정으로 성형으로 몰개성화가 된 현실과 피카소의 그림을 절묘하게 이어붙여 경종을 울리고 있다.찬실이 등장하는 두 편의 이야기 <루돌프에서 만나요!>와 <불로소득>은 가장 현실감 있고 어떤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다.아무리 외로워도 이웃에 있는 사람보다는 데이팅앱을 통해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을 만나고 가난을 공개해 밥벌이를 하는 커플의 이야기는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 같아 섬뜩하다.말하는 커피콩의 등장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농부가 등장하는 <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속 커피콩들이 ’그래! 모든 화의 근원은 생각이야.’라고 결론을 내리고 생각을 멈춤 뒤 평범한 커피 체리의 길을 택한다.그들을 보며 현실에서도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 데로 하라고 강요하는 사회를 떠오르게 한다.<하비삼의 왈츠>는 유튜브에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미친짓도 불사하는 모습이 웃프다가도 만나지 못하는 딸의 영상을 찾아 좋아요와 댓글로 마음을 전하는 모정이 짠하기만 하다.8편의 소설은 다른 장르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그 이면엔 들여다보면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과도하게 욕망에 집착해 스스로 파멸하는 남자<셜록의 아류>, 감시하는 세상에서 감시하는 시스템을 숭배하는 세상 <산타클로스>, 자신의 만든 예술품의 완성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고물 영감 이야기>까지 소설로만 읽기에는 현실을 닮은 소설 속 세상이 너무 무섭다.빠른 전개의 이야기라 술술 읽혀서 좋고 재미있어 좋았다.그리고 현실을 돌아보게 해서 좋다.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날 것 그대로가 아닌 작가의 각색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이야기로 읽는 재미는 박수를 보낼만 하다.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도서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 받았습니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히키코모리, 리플리증후군 그리고 사이코패스까지. 주변을 맴도는 묘한 이질감, 그 이면에 숨은 그들만의 사정은?”다섯 명의 작가가 인격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로 뭉쳤다.조예은 작가의 #아메이나아스의칼 은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동생에게 모든 걸 양보하며 동생을 유명인으로 만든 언니의 이야기로 자기애적 인격 장애를 다루고 있다.쌍둥이 동생을 내세워 욕구를 채워가는 언니의 모습이 안타까운 한편 모든 원인이 엄마의 잘못된 양육에서 기인했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무거워진다.임선우 작가의 #지상의밤 은 은둔형외톨이인 ‘수’가 해파리가 되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읽는 내내 기시감이 들었는데 작가의 소설집인 #유령의마음으로 의 ‘빛이 나지 않아요’의 설정과 같은 이야기로 두 주인공이 전혀 다른 선택을 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리단 작가의 #레지던시 는 경계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듯한 주인공은 사귀는 남자에게 너무나 굴종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글을 쓰기 위해 들어온 레시던시의 생활은 그린 소설로 실생활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더 마음이 쓰인다. 정지음 작가의 #안뜰의봄 은 부모가 돌아가시고 오랜 시간 큰아버지에게 의탁한 정원이 의존적 인격 장애를 보이며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누구보다 악인으로 변하는 순간을 보게 된다.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소설은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전건우 작가의 #없는사람 이다.소설가를 꿈꾸는 연쇄 살인범, 그 살인을 눈치챈 소설가라는 흥미진진한 전개 뒤에 뒤통수를 내리치는 반전 카드에 작가의 소설을 읽어온 독자라면 역시 전건우다 싶은 소설이다.우리는 때로는 특이한 사람, 이상한 사람, 괴팍한 사람 등으로 불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알아채지 못하지만 스스로 자기의 성격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사람들 앞에 나서길 힘들어 하기도 한다.소설 속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등장인물들 역시 사회에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조용히 사는 사람들도 있다.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위에서도 만날 수 있고 내가 해당되기도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넥서스앤드에서 협찬받은 도서입니다.>
땅투기로 졸부가 된 최사장은 널금저수지 사용권을 따내자 저수지에 고기를 풀어 양어장을 만든다.그리고 동네 왈짜 임종술을 저수지 감시원으로 고용한다.마누라는 도망가고 딸 하나를 홀어머니가 키우고 있는 보잘 것 없는 남자에게 감시원이라는 완장이 채워지는 순간 위세가 등등해지고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한편 종술은 마음에 두고 있던 실비주점의 작부 김부월에게도 완장의 위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 애를 쓴다.농사철이 되지만 가뭄이 계속되고 천수답인 마을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저수지 수문을 열 수 밖에 없게 되자 종술은 수문여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출간 4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출간된 ‘완장’은 오래전에 tv드라마로 먼저 본 소설이다.종술이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완장이 허망하게 물길을 따라 맴돌던 장면이 인상 깊게 남은 드라마는 어리석은 남자가 쥐었던 권력의 허무함에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완장은 찬 사람의 자격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표시일 뿐인데 어느 순간 권력이 되어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고 복종하게 한다.어리석은 남자는 자신이 찬 완장이 대단한 권력인 양 그것을 꼭 쥐고 있지만 완장 뒤에 숨은 진짜 권력자들은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뿐이다.종술의 완장이야 봄날의 꿈 같이 잠깐 스치고 사라졌지만 세상에는 더 큰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팔에 완장이 둘러진 순간 위임받은 권력인 줄 모르고 자신에게서 나온 것인 양 휘두르고 있다.방법은 하나 그들에게 권력을 잠시 맡겼던 이들이 혼구녕을 내주던지 그 알량한 권력을 뺏는 수 밖에 없다.소설은 지금도 자신에게 위임된 권력이 자신의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현대문학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도서입니다.>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슈마허가 상용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무관하지 않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슈마허가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면 가정에서는 무버라는 아동용 휠체어처럼 보이는 교육용 머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슈마허의 사고율이 발표되면서 판매량이 지지부진해지고 회사의 재무 상황이 나빠지게 되자 대표인 세희는 개발자인 재호에게 사고 후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한 극단의 조치를 요구한다.피할 수 없는 사고라면 사고 대상들에 대한 가격표를 매겨 슈마허에게 입력시키는 방법으로 사고 후를 대비하게 한다.학교 이사장인 영인은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찻길로 떨어지게 되고 아이와 노인의 가격 비교에 의해 영인이 사고를 당하게 된다.뺑소니운전에 남편과 아들을 잃은 영인은 끝까지 사고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고 가격표 입력을 숨기고 싶은 회사와 두렵고 지리한 싸움을 시작한다.한편 무버를 사용한 아이들은 학습능력은 향상되지만 무버의 사용 시간이 늘면서 걷지 않는 아이들이 등장하게 되고 세호의 아들 건주 역시 걷지 않게 된다.세호의 아내는 아들의 무버 사용 시간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걷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지만 아이와 사이만 멀어질 뿐이다.“단 한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기치를 내건 시리즈의 소설들은 대부분 100페이지 안팎의 짧은 소설이 대부분이다.이혁진 작가의 소설 ”단단하고 녹슬자 않는“은 2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이야기로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보다는 긴 편이다.소설은 자율주향자동차가 사고를 피할 수 없을 때 어떤 선택이 옳은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노인보다 아이를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를 선탁해야 옳다고 입력하지만 누구도 그 선택이 맞다고 자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소설을 읽는 내내 슈마허에 입력된 가격표에 찬성할 수 없다가도 그 선택을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내가 이상한 가 싶다가 만약 사고의 당사자가 내가 된다면 그 모든 결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영인이 대세가 된 슈마허를 상대로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건주를 걷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우리 삶에 의미인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그렇지만 그 사랑이 아무리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다 해도 소설 속 선택들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한편으론 무섭고도 두렵다.<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로 읽고 자유롭게 느낌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