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지, 개미지옥
모치즈키 료코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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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여성이 연속해서 권총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성매매 여성이라는 점과 어린 자녀가 있지만 시설에 보내거나 함께 살아도 전혀 돌보지않고 방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스컴은 사회적 충격을 고려해 두 여성을 미혼모지만 자녀를 위해 열심히 사는 엄마로 포장하고 동정 여론을 만들어 나간다.

한편 프리랜서 기자인 기베 미치코는 몇 년째 계속되는 식품공장의 악성 클레임 사건을 취재하던 중 공장으로 “세 번째 희생자를 내기 싫거든 2000만 엔을 준비해라. 기한은 3일”이라는 우편물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협박범이 보낸 우편물 속에는 처참한 몰골의 여성 사진이 들어있었고 그녀가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건의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직감한다.

프롤로그 읽기가 가장 힘들었던 소설이 아닌가 싶다.
뉴스를 소설에 옮겨놓은 듯한 아이들의 삶이 읽는 내내 가슴 아파 얼른 엄마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성년이 되기를 바라며 읽었다.
그러나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며 진짜 출생지가 개미지옥이면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지 맥이 빠지기도 한다.

경찰은 두 건의 여성 살인 사건과 조직 폭력배 출신 불량배 산토 가이토의 살인 사건 용의자로 요시자와 스에오와 하세가와 쓰바사를 체포하게 된다.
요시자와 스에오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성매매를 하던 엄마의 방임 속에서 일곱 살 차이의 여동생을 보호하며 간신히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스에오는 매번 엄마가 남긴 빚때문에 범죄에 빠지게 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럴 수 밖에 없는 가정 환경을 이해하며 동정한다.

하세가와 쓰바사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된 빈곤 퇴치 NPO 멤버이고 의사인 아버지를 두고 있는 누구나 인정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면은 도움을 가장해 거리의 여성에게 접근해 성매매를 알선하고 빚에 허덕이다 여동생을 납치해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소설은 두 명의 살인 용의자 중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파헤쳐나간다.
전혀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라지만 모두 범죄에 노출된 두명의 용의자 중 범인이 누구인지 한 명을 진범으로 지목하게 된다.
독자는 설령 진범을 찾아냈다하더라도 찾아오는 마지막 반전에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경험과 미치코의 선택에 동조하거나 과연 옳은 선택인지 회의감이 들기도 할 것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보호 받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소설 속 이야기로만 그치지않는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무책임한 부모와 외면하는 사회에서 동생을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스에오의 모습은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가 짊어진 삶에 무게가 느껴져 마음이 답답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은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생각에 두렵기까지 하다.
근본적인 변화와 확실한 도움이 없다면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현실이 무섭고 슬프다.


🎁모모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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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복순이
김란 지음 / 소미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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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 바다에 남방큰돌고래 마을의 돌고래들은 마음껏 헤엄치며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입이 서로 엇갈린 채로 태어난 복순이는 친구들과 즐겁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고기잡이 배에 잡혀 수족관에 보내지게 되자 고향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냅니다.

그림책은 실제 고기잡이 배에 포획돼 돌고래쇼를 하는 수족관업체에 팔려갔지만 훈련을 거부하다 좁은 수족관에 6년 동안 갖혀 지낸 돌고래 복순이와 태산이 이야기입니다.
몇 년 전 바다로 돌아간 남방돌고래에 관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그림책 ‘돌고래 복순이’를 보기전까지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남방돌고래쇼를 보며 즐거워했을 뿐 한 번도 고래의 사정을 살핀 적은 없었습니다.
넓은 바다에서 살아야하는 돌고래가 수족관에 갖혀 지낸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일지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림책 속 노란 복순이는 바다속에서는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수족관 속 복순이는 칙칙하고 우울한 모습입니다.
실제로 불법 포획된 돌고래를 바다로 보내기 위한 노력은 지난했고 오랜 시간이 걸려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돌고래는 쇼를 위해 존재하는 동물이 아닌데도 한 번도 쇼의 부당함을 생각하지 않고 즐기곤 합니다.
모든 것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때 행복합니다.
자유를 빼앗긴 체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이 마땅히 있어야할 자리가 어디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돌고래쇼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입니다.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가 더 이상 돌고래쇼를 관람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요가 없다면 공급도 없을 것이니 돌고래쇼의 관객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불법 포획되는 돌고래도 없을 것입니다.
돌고래는 마땅히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쳐야하는 존재입니다.


🎁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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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작별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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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다케시는 자신의 왼손에 얼마 전 사고로 죽은 쌍둥이 형이 깃든 것처럼 목소리가 들려오고 어느때는 왼손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병원에서는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라는 진단을 내리게 되고 부모는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계획을 세운다.
다케시는 입원을 피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도쿄로 도망친다.

늦은 밤 도착한 강변에 텐트를 친 다케시는 한 밤 중 수풀 속에서 피투성이 남자를 발견하게 되고
얼떨결에 시체에 손을 대게 된다.
그 장면을 노숙자가 보게 되고 범인으로 몰릴 위기에 처하자 긴 도피길에 오른다.
왼손에 깃든 형 가이토와 함께 진범을 찾기위해 나선 형제는 ‘사파이어’라는 마약이 살인 사건에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약 조직에 침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현직 의사라는 이력의 작가는 “에일리언 핸드 신드롬’이라는 특이한 병명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고 있다.
처음 읽으면서 작가가 창작한 병명인가 싶어 검색해 보니 실재 존재하는 질병이었다.
소설은 고등학생이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마약 판매 조직과 마약 제조자를 쫓는 과정이 등장하지만 다케시가 유망한 권투선수였다는 사실과 차분하고 이성적인 형 가이토와 공조한다는 설정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다케시는 도피 내내 자신때문에 형이 죽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형의 의식이 자신의 몸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기도 하고 형이 영영 사라져버릴까 두려워하지도 한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 형제는 협력하고 때로는 적대시하면서도 끝내는 형제의 행복을 위해 마지막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주인공의 고등학생이라는 나이 설정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요즘 크게 문제가 되는 마약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그 위험성을 느끼게 한다.
똑같은 모습의 쌍둥이 형제의 우애와 사건 뒤 한층 성숙해진 주인공의 모습에 안도하면서도 어딘가에서 여전히 다른 이름으로 ‘사파이어’가 유통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럽고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미안해지는 소설이다.

🎁소미미디어의 서포터즈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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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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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이란 이름만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평단에 신청했다.
문학 웹진 LIM은 등단 여부도 장르도 구애받지 않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연재 플랫폼으로 웹진에 연재한 작품 중 일부를 엮어 일 년에 두 권 출간하는 데 림:쿠쉬룩은 젊은 작가 단편집 림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이다.

림:쿠쉬룩에는 일곱 명의 작가가 쓴 일곱 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젊은 작가들이 쓴 소설은 sf로 분류할 수 있는 세 편의 이야기와 학창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세 편의 이야기, 그리고 동화 인어 공주를 변주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마음에 날개 따윈 없어서’는 자율 주행 AI 차량이 상용화된 어느 날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보험 회사 조사원인 ‘나’는 사고 조사에 나서고 스스로 ‘연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인격AI가 인간의 사랑에 관여하다 일으킨 사고임을 밝혀낸다.
머지 않은 미래 어느날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에 의해 우리 인간이 조종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쭈뼜거린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오염된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의 이야기로 환경과 떠나온 곳의 그리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쿠쉬룩’은 마인드 업로딩 시스템에서 ‘증발’한 언니를 찾아나선 ‘엘린’의 이야기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언니의 뒷모습에서 작은 위안을 얻어본다.

‘영의 존재’의 ‘영’이 ‘나’의 결혼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마음과 한 번도 떠난 적 없이 ‘영’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고단한 삶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하나 빼기’는 처음엔 풋풋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비밀을 공유하는 순간 분열이 일어나고 굳건하게 보인 관계는 뒤틀린다.
‘이십 프로’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친구가 아닌 경쟁자가 되어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멀리서 인어의 반향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 공주의 다른 이야기다.
인어 공주는 적극적이고 왕자는 주어진 자리를 버거워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을 떠오르게 하지만 지나치지 않아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소설은 과거와 미래 그리고 미지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고 가난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힘없는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구는 병들어 간다.
이렇게 절망뿐인 우리에게도 인어공주와 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존재에게도 손을 내미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는 작은 희망 하나를 건져본다.

www.webzinelim.com

벌써부터 림의 두번 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열림원 출판사 서평단에 당첨되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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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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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는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미남은 아니다. 양쪽 크기가 다른 쌍꺼풀 속 눈동자와 지나치게 육감적인 입술이 언밸런스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 절묘한 위화감과 여인의 춤처럼 부드럽게 변하는 표정이 다소 섬뜩할 정도의 섹시함을 풍긴다.
게다가 항상 꽃 속의 꿀 같은 향기가 감돌고,묘하게 달콤한 목소리도 고막을 자극한다.나미코시 도쿠지로(일본의 전설적인 지압 전문가)는 아니지만 누르기만 하면 페로몬이 샘물처럼 솟구칠 것만 같은 남자다. (p29~30)

고령자 맨션의 1층에 자리한 텐더니스 모지항 고가네무라점은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점장 시바와 여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편의점이지만 그 곳을 오가는 손님과 직원들의 이야기는 편의점의 물건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소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기만점의 점장 시바를 비롯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자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이자 만화를 그리는 미쓰리 씨, 편의점의 단골 ‘무엇이든 맨’ 쓰기 씨, 모지항의 괴짜 빨강 할아버지 쇼헤이 등 특별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텐더니스 고가네무라점을 중심으로 한 연작소설은 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다.
만화를 그리는 엄마 이야기와 그런 엄마를 이해 못하고 엄마의 불륜을 의심했던 아들은 엄마의 꿈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실의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간 남자는 ‘무엇이든 맨’ 쓰기 씨와 미쓰리의 도움으로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 대부분 착하다.
악인이라고 해 봐야 친구를 은근히 왕따시키고 조정하려드는 여학생정도이다.
정년 퇴직을 하고 나이가 들고 꿈을 포기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가 이혼을 하고 할머니랑 살아도 씩씩하고 행복하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이야기끝에는 서로의 오해를 풀고 행복해진다.
과연 이런 세상이 있을까 싶다가도 다음엔 어떤 사연이 펼쳐질까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이야기는 이미 2권이 출간되었다니 얼른 번역되길 기대해 본다.
페로몬을 꽃가루처럼 흩날리는 시바가 있을 것 같아 소설을 읽는 중간 중간 모지항을 검색해 보았다.
화려하지 않은 더 친밀한 도시었다.
2편에서는 시바 형제와 빨간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하며 ‘주에루’의 새로운 이야기와 건의왕 ‘니세코’의 정체가 드러날지 기대해 본다.

🎁간만에 제대로 힐링되는 행복한 이야기에 흠뻑 빠질 수 있었습니다.
좋은 책 보내주신 모모출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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