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며, 민애는 예쁘다.오늘 날씨는 맑고, 바람이 불며, 민애는 예쁘다.이런 식이었다. 나를 위해 꾸며 낸 말이 아니었다.’우리 민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아버지는 모세가 십계명을 믿듯 믿었다. (p136)나태주 시인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나만 아는 풀꽃 향기”는 풀꽃 시인으로 사랑 받고 있는 나태주 님이 시인이 아닌 아버지의 이름으로 문학평론가인 딸에게 바치는 연서다.나 역시 자식을 낳아 기른 엄마지만 그러기 훨씬 전에 아버지, 어머니의 딸이었다.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흔적이라곤 몇 장의 사진과 매년 더 새록새록 살아나는 추억들이 전부이지만 해가 갈수록 그리움이 쌓여 간다.시인은 딸이 태어나는 날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딸의 기억에는 없는 금학상회 구멍가게 안집, 아주 낡고 허름한 집 별채에 살던 시절을 거쳐 좁은 뜨락 안에 키가 큰 감나무 두 그루가 서 있던 감나무 안집에 살다 아파트로 이사 한 시절을 시간 순으로 적고 있다.가난한 살림과 건강하지 못한 엄마와 예민한 아버지라 늘 딸에게 미안해 하면서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 간다.시인이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우리 아버지도 아니고 내 이야기도 아닌데 손에 잡힐 듯 시골집의 모습이 그려진다.대부분 가난한 시절을 살아서 정작 자식들은 다 잊고 모두 그렇게 살았다고 웃어 넘기는 데 부모는 자식들을 키우며 미안했던 일들을 기억하고 언제까지 이야기한다.시인 역시 이제 잊어도 될 듯한 사연을 이야기하니 부모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내리사랑이라고 아들을 낳고 딸을 낳은 시인은 딸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세세한 것까지 기억하고 딸을 향한 절절한 마음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함께 실린 사진 속 딸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여 사진을 찍었던 순간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딸이 잠든 모습을 남기고 싶어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시내 단골 사진관으로 달려가 사진기를 빌려 찍은 사진은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감히 헤아리기도 어렵다.📚힘든 일 있거든 엄마에게든 아빠에게든 전화하거라. (p298)📚저는 나태주의 딸 나민애가 그냥 나민애보다 더 좋습니다.아빠의 후광이 아주 커서 제 어깨가 무거워도 기꺼이 무겁겠습니다.아빠를 짊어지고 갈 힘을 아빠가 제게 주었고 제가 아빠와 함께 가는 것을 즐거워합니다.(p307)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말은 시인의 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의 자식인 우리에게 힘을 주는 말들이다.“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우리는 분명 이런 말을 듣고 자란 귀한 존재이고 사랑 받아 마땅한 존재이다.그 귀함을 마음에 새기며 살다가 어느 순간 삶이 팍팍해지면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아버지인 시인의 편지를 읽으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넥서스앤드의 서포터즈 앤드러블 활동 중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우리나라와 시차 1시간, 비행 시간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이렇게 가까운 나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이며 우리나라 수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나라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의 상위권에 속하기도 한 나라다.사실 위에 나열한 중국은 누구나 아는 중국으로 진짜 중국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무리해서 고른 책이다.모두 7장으로 된 저서는 많은 도표와 그림이 포함되어 한 편의 논문을 읽는 기분이다.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저자는 중국의 부패를 4가지로 크게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비엘리트 집단에서 일어나는 하위 공무원들의 불법적인 수수료 징수,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하는 <바늘도둑>과 <급행료>와 엘리트집단에서 일어나는 고위 공무원이 계좌로 공공 자금 횡령, 가족 명의로 된 가짜 고용, 국가 재산의 사적 유용 등이 해당하는 <소도둑>,그리고 계약 성사를 위해 지불하는 큰 규모의 뇌물등이 속하는 <인허가료>로 구분한다.저자는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패의 특징을 “엘리트 간 금전과 권력을 교환하는 인허가료가 지배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실제로 인허가료는 “정치적으로 결탁한 자본가들이 열정적으로 투자하고 건설하는 것을 고취”하고 “정치가들이 그들의 발전 목표를 달성해 승진 사다리를 올라타게” 한다고 한다.물론 이런 부패는 “스태로이드처럼 기능하는데 심각하지만 간접적인 해악을 끼친다.”고 한다.(p205)가장 흥미로웠던 장은 5장 “부패와 경제 성장이 공존할 수 있는 이유”다.몇 년전 우리나라에도 뉴스로 전해졌던 보시라이의 실각 관련 사건을 자세히 다루고 있어 한 개인의 몰락과 함께 중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이 책 한 권으로 중국의 부패라는 큰 덩어리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어느 나라에서나 부패는 엄연히 존재하고 그 부패는 사회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부패가 하나도 없는 청정 국가가 존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에 대한 절처한 연구만이 부패를 넘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한겨레출판의 하니포터6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2020년 12월에 나온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의 뒤를 이어 2년 반만에 시리즈의 후속작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가 출간되었다.잔작은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었는데 이 번에 출간된 이야기는 모두 3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두 작품 모두 “트랩핸드”라는 작은 바의 마스터인 가미오 다케시가 전직 마술사라는 독특한 설정과 대단한 눈썰미,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말솜씨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전작이 살인 사건이라는 복잡하고 큰 사건을 중심으로 한 장편인데 반해 후속작은 한 건의 살인도 일어나지않는 소소하게 보이는 사건들 등장한다.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시의적절한 소재들을 담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가미오의 조카 ‘마요’가 등장하는 첫 번째 이야기 <맨션의 여자>는 넓은 평수의 맨션 리노베이션을 의뢰받은 마요는 고객이 편안하게 상담할 곳을 원하자 삼촌이 운영하는 “트랩핸드”로 안내한다.상담을 할수록 고객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되고 큰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위기의 여자>는 트랩 핸드에서 첫 만남을 가진 남녀의 사이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가미오가 위험에처한 여자를 구하게 된다.<환상의 여자>는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자의 상실감과 그녀를 돕기위해 나선 친구와 주위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볼 수 있다.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일본 작가 중 한 분이다보니 작가의 책이 신간이 아닌 도서가 신간인 척 재출간되곤 한다.“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는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진짜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소설은 분량이 작은 게 제일 큰 아쉬움이다.작가의 단편집 대부분이 대 여섯편이 실리는 데 세편 뿐이라 읽다만 것처럼 섭섭하다.이야기가 재미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담아내고 있다는 데 있다.부모의 방임 속에 상처 받은 여성과 엄마의 지나친 간섭에 힘들어하는 여성, 그리고 약물 투여에 의한 데이트 폭력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수긍할 만한 일들이다.그리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이야기는 유부녀인 나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현실에서는 검은 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은 마스터 가미오만 존재하지 않을 뿐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악인도 존재한다.작가의 다음 이야기에서는 부디 코로나바이러스 없고 악인도 사라지고 아니 (악인이 사라지면 소설을 쓸 수가 없겠네.)악인은 그 죗값을 톡톡히 치르는 상쾌한 이야기를 기대해보겠다.다음 번에는 더 긴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본 도서는 RHK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읽은 도서입니다.
독서 좀 한다는 독자라면 그의 작품을 읽지않았더라도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기억할 것이다.나는 그의 책을 읽으려고 여러 번 시도했고 번번히 실패했다.기한이 정해지면 읽을 수 있을까 해서 도서관에서 대출도 해 보고 시간 제약을 받지않고 찬찬히 읽으면 성공할까 싶어 구입도 해 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그러다보니 울프는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데 끝까지 완독하지 못한 작가로 언젠가는 꼭 한 권이라도 읽고 싶었던 작가였다.“블루&그린”은 완성되지 않은 습작 포함 모두 1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으로 처음 완독한 작가의 작품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됐다.역시 난해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 탓에 읽기가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길지 않은 덕에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아무래도 기존에 읽어오던 다른 작가의 단편처럼 줄거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단편들이 잘 읽히고 기억에 남는다.영국 최초의 여성 대학을 묘사한 ‘밖에서 본 여자 대학”과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은 그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프라임 양”은 짧은 글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누구보다 강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결혼한 사람이라면 그것도 결혼 생활을 긴 시간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라핀과 라피노바”는 시간의 흐름으로 변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보는 안목이 없고 물건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단지 쓰레기일 뿐이라고 말하는 “단단한 물체들”도 재미있다.📚울프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내면을 섬세하고 흥미롭게 그려내는 데 성공해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T.S. 엘리엇 등의 작가들과 더불어 모더니즘 문학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손현주 교수의 작품 해설 중,p247~248)블루&그린을 읽기전 검색을 통해 울프에 대해 읽었고 유튜브 여러 편을 보며 그녀의 생과 작품 해설을 들었다.1882년 런던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아버지 덕분에 저명한 문인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하지만 어머니의 죽음 후 정신질환을 앓게 되고 세계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든든한 자원군인 남편을 두고 우즈 강가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20세기를 대표하는 영문학의 거장, 모더니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페미니즘 작가 등 그녀 이름 앞에 붙는 여러 수식어들이다.분명 그의 소설은 읽기가 수월한 이야기는 아니다.만약 울프의 이야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블루&그린” 뒤에 손현주 교수의 해설 <버지니아 울프:장면 만들기의 마술사>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물론 끝까지가 아니라 단편의 내용을 요약 부분 앞까지 읽고 단편집을 읽는다면 작가의 글 쓰기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소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더퀘스트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로 솔직한 감상을 적었습니다.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않는다는 “초인식자”는 전 세계 인구의 1%에 해당한다고 한다.초인식자 케이트는 경찰과 공조해 수많은 범인 검거에 도움을 주지만 큰 교통 사고로 모든 걸 잃고 만다.오랜 연인 제이크와의 결별 후 일어난 교통 사고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고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 또한 사라진다.다행이라면 건강이 회복되면서 능력은 점점 되살아나고 곁에는 케이트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는 남자 친구 롭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지나치리만큼 견고한 방범 시설을 갖춘 롭에 시골 집에 머물고 있던 케이트는 주말을 맞아 찾아온 롭이 갑자기 전혀 다른 사람처럼 낯설고 두렵게 느껴진다.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롭은 런던으로 떠나고 케이트는 수영를 하다 물에 빠져 죽을 고비를 넘긴다.공포에 떨던 케이트는 가장 친한 친구 벡스를 불러 함께 지내게 되고 케이트를 걱정하며 찾아온 이웃주민은 마을에서 롭의 차량을 봤다는 이야기를 하고 롭과 통화 중 집 주위를 지나가는 제트기 소리가 수화기에서도 들리자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일주일간의 숨막히는 시간과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한 달 후의 이야기다.초인식자 케이트와 헤어진 남자 친구 제이크, 그리고 케이트가 참여했던 초인식자팀의 책임자였던 경찰 사일러스가 주인공이 되어 각 장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도플갱어”가 찾아와 자신의 모든 것을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갖고 있는 남자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남자 친구가 다른 사람처럼 보이자 케이트는 롭의 도플갱어가 찾아와 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하는 공포에 시달린다.하지만 친구는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가까운 사람, 배우자나 친구가 사기꾼이나 도플갱어로 대체됐다고 믿는 카그라스증후군이라 의심하며 케이트의 말을 믿지 않는다.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젊고 부유하며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물심양면으로 지지하고 자신의 안전보다는 연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던 남자가 한 순간 타인으로 느껴지는 공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주위 사람들은 네가 너무 예민해지고 아직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라고 가볍게 여기는 데 정작 본인은 연인이 곁에 오는 순간 공포에 떨게 된다.주인공의 예민함과 건강하지 못함으로 치부되던 공포의 실체를 만나게 되는 순간 독자들은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를 함께 느끼게 된다.과학의 발전과 한 사람의 광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소설은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렵지만 실제 존재하는 초인식자, 도플갱어,카그라스증후군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아 몰입감을 배가 시킨다.평탄하지못한 가정사를 갖고 있는 형사와 연인을 배신한 남자, 다혈질의 여자 등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소재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남달라 현실감있게 다가온다.인간의 악함과 공포가 책을 읽는 내내 모두를 의심하게 하지만 결국 우리를 살리는 것은 우정과 사랑이라는 진부함을 얻고 또 동의하며 책을 덮게 된다.🎁소미미디어 소미랑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