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 이야기 - 전통놀이시리즈 1
이은화 / 한림출판사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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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설날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이맘때쯤이면 설 준비로 온 마을이 떠들썩했습니다.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아와 떡이 꾸덕꾸덕 마를때쯤 어른들이 둘러앉아 떡을 자르고 봄에 말린 쑥은 삶아 물에 담가두고 할머니는 커다란 가마솥에 엿을 고곤 하셨지요.
밤새 아버지랑 교대로 엿 솥이 눌지않게 저으셨는데 아랫목이 어찌나 뜨겁던지 콩기름 먹인 장판이 눌러 붙기도 했습니다.

설날 아침이면 동네 어른들께 세배를 다녔고 점심을 먹고 나면 마을 어른들 모두 모여 윷놀이를 했습니다.
마을 회관 앞 넓은 공터에 멍석을 펴고 작은 종지에 네 개의 작은 윷가락을 넣고 흔들때면 딸그락 거리는 소리와 어른들의 추임새가 너무 재미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추운 줄도 모르고 구경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지만 설날이 가까워지면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할머니댁에 가면 철 지난 달력을 찢어 뒷면에 말판을 그리고 문방구에서 산 윷으로 사촌들끼리 윷놀이를 했습니다.
책 구입 날짜가 “2004년 1월 17일”인 걸 보니 설 며칠 앞두고 부랴부랴 구입한 듯합니다.
아이들에게 더 쉽게 윷놀이의 규칙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설날 아침 꿀꿀이 돼지는 아버지, 어머니께 세배하고 친구들과 동네 어른들께도 세배를 하러 갔습니다.
마을 어른들께서는 떡과 과일을 많이 주셨고 돼지는 세뱃돈 대신 주신 사과를 더 갖고 싶어 친구들과 달리기 시합을 합니다.
도(돼지),개(개),걸(양),윷(소),모(말)은 달리기 시합을 시작하고 숲 속 동물들이 모두 나와 응원합니다.
윷놀이 규칙을 아는 어른이라면 달리기 한 동물들의 등수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림책은 한복의 명칭을 알려주고 설날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윷놀이의 규칙을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로 설명하고 동물들의 달리기 상품인 사과로 윷놀이의 말을 움직이는 칸의 수를 알려줍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동물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딸가닥딸가닥, 껑충껑충, 헐레벌떡, 쫄랑쫄랑, 뒤뚱뒤뚱“ 흉내말도 재미납니다.
올 설날 온 가족이 모여 윷놀이를 할 계획이 있으시거나 아이들에게 전통 놀이를 제대로 소개해 주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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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쿠라이 미나 지음, 현승희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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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일곱 살 가에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살아간다.
새엄마와 살고 있는 아빠는 돈이 필요할 때만 찾아와 가에가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모아온 돈을 훔쳐가기까지 한다.
집세는 밀렸고 희망이 없는 가에에게 어느 날 할머니의 유언집행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다마키씨가 찾아오고 10여 년 만에 할머니댁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 가에는 엄마의 남동생과 할머니의 재혼으로 얻은 엄마의 의붓언니를 만나게 된다.
할머니의 유언장이 공개되고 가에는 돌아가신 엄마 대신 현금과 할머니가 기르던 고양이 리넨을 상속 받게 되고 변변한 직업도 없이 빚쟁이에게 쫓기고 있는 이모 리사코는 집과 토지를 학원 강사를 하며 여장을 즐기는 삼촌 고타로는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상속 받게 된다.
단 모든 상속 절차가 끝날 때까지 할머니댁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표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마음이 따듯해지는 소설이다.
망나니 딸과 성 정체성때문에 엄마에게 인정 받지 못한 아들, 그리고 의지할 곳 없는 손녀를 비롯해 비밀을 가진 듯한 할머니의 먼 친척인 유언집행관이 한 집에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모두 4장의 이루어진 소설은 각각의 장마다 등장 인물 중 한 명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각자의 비밀을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엄마였지만 자식들에게 완벽하지 못했던 할머니는 단순한 물질적인 유산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자식들에게 만들어준다.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을 것 같은 그들은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힘이 돼주면서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보며 세상은 혼자 헤쳐나가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이 휠씬 낫다는 진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부부를 중심의 혈연으로 맺어진 전통적인 가족이 아닌 함께 생활하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야기는 추운 겨울 뻔한 듯 뻔하지 않은 따듯함을 선물해 준다.

<빈페이지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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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3.겨울호 - 80호
김새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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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호와 다르게 영문이 아닌 한글로 적힌 잡지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겨울호는 특집 기사로 뉴스타파 김새롬 피디의 죄수와 검사의 사건 브로커 취재 기사를 싣고 있다.
유튜브에서 보아오던 뉴스 리포터를 음성이 아닌 글자로 접하다보니 정의를 외치는 검사들의 행태가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 지 더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번 겨울호에는 여름호부터 연재되던 백휴의 <탐정 박문수-성균관 살인 사건>의 결말을 맺었다.
얼마전에 읽은 소설의 줄거리도 가물가물한 기억력을 소유한 탓에 3번에 나눠 읽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찬찬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이번 호의 신인상 수상작은 이시무 작가의 <아버지라는 이름으로>로 주가조작 사건과 ‘가족 살해 후 자살’이라는 사회 문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소설은 단순한 살인 사건 해결뿐만이 아니라 악인의 대한 우회적인 응징과 살인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 역시 좋은 아버지로 남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벌인 일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다.

히라노 쥬 작가의 <회귀>는 컴퓨터 천재의 밀실 살인을 다룬 이야기로 죽음 뒤 친구에게 애인의 배신을 알리는 방법이 기발하다.
김유철 작가의 <뱀파이어 탐정>은 아직도 해결되지않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다루고 있고 황세연의 <밥통>은 중고 거래로 밥통을 살 계획이던 남자의 파멸을 그리고 있다.
마지막 장우석 작가의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논리적이고 예리한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활약을 그리고 있어 연작소설로 나와도 재미있을 듯하다.

한국에서 단일 장르의 문학잡지로 휴관없이 20년을 이어온 유일한 잡지 계간 미스터리 서포터즈를 마치며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든다.
잡지를 접할 기회라고는 미용실에서 보던 여성지가 전부였는데 기쁘게도 사계절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꼼꼼히 읽을 수 있었다.
어디에도 소개된 적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준 <나비클럽>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30년,40년 계속 잡지가 이어가길 바라본다.


<계간 미스터리 서포터즈 활동 중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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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면 우리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1
정보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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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를 대체할 무제한적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 우너료를 찾기 위해 몇몇 나라의 큰 대학과 연구소에서 개별적으로 인공태양 실험을 진행했다. _p18

인간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인류는 인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행성 전체가 멸망하는 걸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편견 없고 공정”한 기계에게 맡긴다.
하지만 인간의 예상과는 다르게 로봇은 안전장치를 가동하고 인간 말살을 시작한다.

지구에는 생존자와 인간이지만 기계에 무조건 복종하며 생존자를 포획해 기계에게 넘기는 기계 숭배자들과 흡혈인들이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고 조종하며 군림하는 기계가 존재한다.

흡혈인이 ’나‘는 생존자가 살던 더러운 수영장에서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말하는 빌리라는 인조인간을 만나게 된다.
어디를 가도 기계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생존자들과 흡혈인들을 돕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 빌리를 보며 진정한 의미의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흡혈인의 탄생이 화장실 몰카에서 시작됐다는 도시 괴담은 약자인 여성이 자신의 몸을 지키기위해 스스로 ”화장실의 미친 여자“가 돼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다.
몸에 따듯한 피가 흐르는 인간이 분명하지만 맹목적으로 기계를 따르며 구호를 외치는 기계 숭배자의 모습이 현실에서 자신을 이익을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인간들을 보는 것 같아 끔찍하다.

“적자생존, 양육강식, 자연의 순리에 따르라.”

진짜 이 구호만이 최선일까 고민하게 된다.
기계로 태어났지만 기계 편에 서지 않은 빌리와 흡혈인이지만 인간성을 잃지않고 동료를 구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꼭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모두가 인간이 아니라는 슬픈 진리를 깨달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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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고백 김동식 소설집 4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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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작가의 소설은 앤솔로지로 출간된 작품 몇 편 읽은 게 전부다.
작가님의 소설을 제대로 읽고 싶어 골랐는 데 대단하다.
26편의 이야기가 실린 소설집은 짧은 이야기지만 한 편 한 편 읽고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웃어 넘길 수 없다.
죽을 때마다 점수가 매겨지는 세상은 죽은 뒤에도 누군가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마지막 악마의 한 수인 태어날 때 평점을 받는 인간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끔직하다.

쉽게 내뱉는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라.”라는 말이 얼마나 큰 폭력인지 깨닫게 하는 ‘서울숲 게임’은 나도 누군가에게 했던 말이기에 더 공포스럽다.
소설은 짧고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읽고 난 후에는 나와 우리와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펄떡펄떡 살아있는 활어 같은 소설은 어렵게 쓰지 않아 좋고 길지않아 좋다.
그리고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기지 않아 좋다.
불합리하고 문제투성이인 세상을 꼬집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몇 권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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