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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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서 남매를 두고 인생의 절반을 경찰로 산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남자인 마르틴 베크가 주인공인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가 <로재나>이다.
<마르틴 베크>시리즈는 1960년 대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로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공동 작업하여 10권으로 완성한 시리즈다.

스웨덴의 유명한 관광지인 예타운하의 준설 작업 중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부검 결과 사인은 “변태적인 성폭행이 동반된 교살에 의한 타살”로 밝혀지지만 여성의 신원은 물론 어떤 단서도 확보되지 않는다.
최고의 수사관인 마르틴 베크가 투입되고 동료들과 함께 수집된 모든 증거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고 그녀가 미국인인 “로재나 맥그로”임이 밝혀진다.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CCTV도 없고 DNA가 수사에 활용되지도 않는다.
외국과의 공조 수사를 위해 오가는 우편물은 며칠씩 걸리고 국제전화도 자유롭지 않아 몇 십분을 기다려야 하는 시대다.
컴퓨터가 없는 세상이니 증거품이 나와도 사람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비교하고 분류해야 하는 세상이다.

마르틴 베크는 몸을 곧추세웠다. ’경찰관에게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덕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그는 속다짐을 했다. '나는 끈질기고, 논리적이고, 완벽하게 냉정하다. 평정을 잃지 않으며, 어떤 사건에서든 전문가답게 행동한다. 역겹다, 끔찍하다, 야만적이다, 이런 단어들은 신문기사에나 쓰일 뿐 내 머릿속에는 없다. 살인범도 인간이다. 남들보다 좀더 불운하고 좀더 부적응적인 인간일 뿐이다.' (p88)

분명 그 시대의 경찰들의 수사 기법은 현재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그러나 꼭 범인을 잡겠다는 사명감과 끈기는 어느 시대의 경찰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고하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만나온 경찰은 범인을 잡는 데 사력을 다하는 정의로운 경찰이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과 손잡는 부패한 경찰이 대부분이었다.
<로재나> 속 경찰은 특출한 능력이 있거나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들이 아니다.

마르틴 베크는 가정적으로는 부인과의 사이가 데면데면하고 과중한 업무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도 못한다.
다만 동료들에게는 인정 받는 직장인일 뿐이다.
아닐로그적인 수사를 따라가다보면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수사과정과 신문과정이 사실적이라 그 시대의 수사과정에 참여한 듯한 기분이 든다.

6개월하고도 십 구일 동안의 수사과정을 보며 만약 <로재나>사건이 현재 일어났다면 대중들은 어떻게 피해자를 정의했을까 궁금해진다.
지극히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로재나가 아닌 범인의 자백한 대로 추악한 여자, 죽어 마땅한 여자로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세상에 어떤 누구도 다른이를 목숨을 앗아갈 수는 없다.
그것도 어리석은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1권을 읽고 났더니 왜 ”경찰소설의 모범이자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라고 하는 지 이해가 된다.
특별한 수사 기법이랄 것도 없이 ‘막고 품다’ 정신으로 진행되는 수사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수사관들의 열정과 활약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얼른 2권도 읽고 싶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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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판다와 아주 작은 용
제임스 노버리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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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불교의 선(禪) 철학에 영감을 받아 <커다란 판다와 아주 작은 용>을 그렸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판다보다 용이 크다고 생각하는 데 일 년 사계절을 함께 여행하는 그림책 속 판다와 용은 그 크기가 우리의 생각과 반대입니다.
그림책 속 판다는 자신의 덩치가 크다고 자랑하지 않고 작은 용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지 않습니다.

수묵으로 그린 서화를 닮은 그림과 판다와 용의 선문답은 살아가는 데 힘과 용기를 줍니다.
160쪽의 그림책을 조용히 넘기다보면 그들과 함께 조용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한 해를 보낸 기분입니다.
여정이 중요한지 목적지가 중요한 지 묻는 판다에게 작은 용은 “함께 가는 친구”라고 말합니다.
조심스럽게 두 친구와 함께 사소한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길을 떠나봅니다.

“가끔은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 용이 말했습니다.
“벚나무는 스스로를 다른 나무들과 비교하지 않아.”
커다란 판다가 말했습니다.
“그저 꽃을 피울 따름이지.” (p32)

그림책은 어떤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좋습니다.
그림만으로도 편안하고 글과 함께면 더 큰 위로와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부정적인 마음을 누르고 지혜를 얻을 수 있게 합니다.
혹시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위로의 한 마디가 필요할 때 언제든 가까이 두고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상상의힘 출판사에서 받은 도서로 여러 번 읽고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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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섬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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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미스터리 소설의 1인자라는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굴지의 출판사 오너가 사망하자 유언장이 공개되고 그 유언장에는 외딴섬에 있는 가족 별장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 상태에서 “유언장 PART2”를 개봉하라고 적혀 있다.

죽은 오너의 부인인 가나에를 비롯한 가문의 친인척과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조카 쓰루오카 가즈야와 가즈야를 찾아온 사립탐정 고바야캬와 다카오와 유언장을 공개할 야노 사야카 변호사와 주치의, 스님과 고용인 부부가 섬의 유일한 건축물인 ‘화강장’에 머물게 된다.

사십 구재 법사가 끝나고 가족과 친인척은 물론 고용인 부부에게까지 유산은 골고루 배분되고 모두 잠자리에 든 늦은 밤, 손녀 미사키가 빨간 도깨비가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을 봤다고 겁에 질려 사야카의 방으로 찾아온다.
날이 밝자 쓰루오카 가즈야가 사라질 걸 알게 되고 그를 찾아나서지만 참혹한 시체로 발견된다.

설상가상으로 태풍이 몰려오자 살인 사건을 수사할 경찰이 섬에 들어올 수 없게 되고 사건 해결을 위해 탐정 다카오와 사야카 변호사가 나서게 된다.
그리고 가족들이 숨기고 있는 23년 전의 비극과 함께 살인 사건의 진실에 점차 다가서게 된다.

왜 작가를 유머 미스터리의 일인자라고 하는 지 소설을 읽어보면 동의하게 될 것이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탐정과 변호사의 티키타가와 탐정의 시그니처를 버릴 수 없어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다카오의 모습은 유머와 미스터리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을 수긍하게 된다.
진중하지 못한 언행과 행동 뒤의 냉철한 관찰력으로 진실에 접근하는 탐정에게 묘한 매력까지 느껴진다.

출판사 오너가 설계하고 건설한 독특한 구조의 별장인 ‘화강장’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은 고립된 섬이라는 장소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수 없이 소비된 소재와 23년 동안 계속된 비극이 등장하지만 명랑하기까지 한 탐정의 활약으로 신선함을 준다.
살인 사건의 이면의 모정이 가슴 절절한 소설을 읽고나니 작가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북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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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욕의 한국소설
서귤 지음 / 이후진프레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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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을 읽고도 독자는 각각의 느낌을 갖고 책을 덮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나와 같은 책을 어떻게 읽었을 지 궁금해 리뷰를 찾아 읽는다.

“애욕의 한국 소설”은 서귤 작가가 정리한 애욕(어떤 대상에 대한 애착과 사물에 대한 욕심) 가득한 소설 이야기다.
1939년 현진건의 ‘무영탑’으로 시작해 2010년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를 끝으로 25편의 소설을 소개하고 있다.

동글동글 귀여운 그림체의 톡톡 튀는 작가의 소설 이야기를 후루룩 읽다 웃음 포인트에 팡 터지다보면 아직 읽지않은 소설들을 읽고 싶게 만든다.
아쉬움이 있다면 ‘애욕’이 가득한 소설이 근대 소설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어 요즘 출간되는 소설을 작가님이 어떻게 읽었을 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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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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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는 6종의 해양 생물이 등장하는 정보라 작가의 연작소설집이다.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와 ‘나’와 ‘위원장님’ 그리고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등장하는 소설은 지금까지 읽어오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보다 기괴함은 덜하지만 책을 덮은 후 느껴지는 현실적인 공포의 체감은 휠씬 크게 느껴진다.

<#문어>는 강사법 개정으로 강사들의 대량 해고가 시작되자 농성이 시작되고 밤새 농성장을 지키던 ‘위원장님’은 문어를 먹어 버리고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찾아와 ‘나’와 ‘위원장님’을 데려가 취조한다.
죽도시장의 <#대게>는 러시아어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크름 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에 따른 해양 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고발한다.

<#상어>이제는 남편이 된 위원장님의 암이 재발하고 어머니도 병원에 입원 중인데 운명처럼 받은 명함을 들고 찾아간 곳에서 엄청난 진실을 만난다.
<#개복치> 남편의 조카 ‘선우’가 주인공인 소설로 아빠와 함께 타게 된 잠수함에서 실제인지 상상인지 알 수 없는 개복치와의 만남은 한없이 귀엽게 그려진다.

<#해파리> 는 비정규직 노동자 백수십 명이 외국계 투자 회사에 근무하다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문자를 받자 그 데모 현장에 달려간 ‘나’와 남편이 만나게 되는 해파리 이야기다.
마지막 <#고래>는 작가가 사랑하는 구룡포와 원전 폐수가 방류되는 바다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먼 우주로 떠나버리는 존재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이야기를 꽤나 좋아하는 독자라 그의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어둡고 기괴하고 읽고나면 마음이 답답해 진곤 했는데 결혼 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쓴 그의 이야기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바다색만큼 밝아졌고 환해졌다.
처음 “자전적 sf소설”이라는 모순적인 단어의 조합을 보며 sf소설이 자전적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읽고나니 이 소설들은 자전적 sf가 맞다.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쓰는 형식을 빌려 사회 문제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강사법과 크름 반도 사태, 신약 개발 사기,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그리고 해양 오염 문제까지 지금 지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sf라는 옷을 입혀 고발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일본의 원전 폐수 해양 투기가 시작되자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은 지금 너무 조용해 진 걸 보며 우리의 냄비 근성을 비웃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틀리지 않아 더욱 화가 난다.

대학 강사였다 결혼 후 포항에 내려와 전업 작가로 살면서 직접 접하는 바다와 그 바다에 의지해 사는 이웃들을 보며 느꼈을 미안함과 불안이 소설을 읽는내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남편과 시어머니라는 새로운 가족들과 살아가는 작가의 행복을 지켜주고 우리 지구인의 안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바다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생물들을 위해 투쟁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쟁!👊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한 본 책을 완독 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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