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뭉치 (일반판)
고경숙 지음 / 재미마주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파란색 입마개를 하고서 한손엔 책 한 권 들고 다른 한손엔 롤러보드를 들고 거기다 뒤엔 피리까지 척 꽂고 있는 네가 뭉치구나.

난 개구쟁이 아들 둘과 매일매일 지지고 볶으며 목소리만 커져 버린 아줌마야.

처음 네 이름을 듣고 곱슬곱슬 털이 뭉쳐있어 뭉치인가 했지.

근데 넌 우리 아들들처럼 정말 개구쟁이 사고뭉치인가 봐?

그래서 이름도 사고뭉치에 뭉치가 되었겠지?

재미난 동화책을 읽을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조잘조잘 쫑알쫑알 수다를 떤다니 너와 함께 살다간 더 목소리가 커질  같다.ㅎㅎ

거기다 넌 동화책 읽으면서 팝콘 먹는다며.

우리 집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야.

책보면서 음식먹지 않기는 우리 집 규칙 중에 하나거든. 너처럼 그렇게 먹어대다가 책에 흘리기라도 하면 어떡하니.

그리고 뭉치 넌 밤에 휘파람이나 피리 불면 뱀 나온다는 것도 모르니?

휘영청 둥근 달빛을 받으며 피리 부는 모습이 쬐금 멋질 것도 같지만 그래도 참아주세요~~~~~

너랑 함께 사는 아줌마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분이잖아.

얼마나 네가 시끄러웠으면 입마개까지 씌웠겠냐?

이름만 들어도 아줌마가 얼마나 여리신 분인지 또 조용한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다.

놀라아줌마는 시계 초바늘 소리에도 못 주무실 정도로 예민하신 분이라 홀로동굴로 이사를 왔는데 넌 다 알면서도 벽에 못을 콩콩콩 치면 어떡하니?

그러니깐 놀라아줌마가 너무 놀라 기절까지 하시지.

그래도 네가 아줌마를 위해 <칠곡동산의 비밀>이란 그림책에서 본 만병통치약을 구하러가기로 결심한 걸보면 사고뭉치긴 해도 의리는 있는 것 같다.


네가 첫 번째 고개에서  줄넘기 귀신과 함께 줄넘기 100번할 때 줄에 걸려 돌처럼 굳어버리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단다.

돌리바돌리비를 만나 어디가 머리인지를 알려줄 때는 똑똑하기까지 하더라.

거기다 아끼는 롤러보드까지 주다니 진짜 멋지던데.

가위바위가 있는 셋째 고개에서는 너도 추웠을 텐데 목도리랑 입마개를 허전도사에게 주다니 뭉치 다시 봤다.

아줌마 아들들은 네가 바굼바를 만났을 때를 가장 부러워했단다.

이유는 네 짐작대로 사탕 때문이지.

사실 이 아줌마도 사탕나무에 열린 달콤한 사탕 먹고 싶긴 했어.

그리고 코코가 네 덕분에 흑흑코코가 아니라 키키코코가 돼서 참 다행이다.

뭉치가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도 있는 걸 보니 더 멋져 보이던걸.

나는 네가 여러 개의 고개를 넘어 만병통치약을 구한다고 해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걸 걱정했는데 책 속에 사는 빠주를 만나 주문 하나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와서 기뻤단다.

거기다 집에 돌아왔을 때 놀라아줌마가 병도 다 나으셨고 멋진 요리조리사 아저씨가 옆집으로 이사와 친구가 되어 있다니 네가 모험을 떠난 사이 아줌마에게도 많은 일어난 것 같다.


네 이야기를 다 듣고는 네가 왜 사고뭉치 뭉치가 아니고 위대한 뭉치가 되었는지 알게 됐고 이 아줌마도 네가 위대하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어.

넌 다른 사람을 도와 줄넘기도 했고, 네가 아끼는 롤러보드도 주고, 우는 친구에겐 피리도 불어주었잖아.

사실 보통 사람들은 하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어.

줄넘기하다 걸려 넘어지면 돌이 된다는 데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을 거고, 나도 추운데 입마개나 목도리를 벗어주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아줌마 아들들도 네가 멋지다고 박수를 보내던걸.

네가 읽던 <칠곡동산의 비밀>이라는 책이 어떤 내용인가 궁금했는데 친절하게도 봉투 속에 병풍처럼 생긴 그 책을 선물로 넣어 주었구나.

우리 집에서도 처음엔 서로 보겠다고 시끄럽기도 했지만 방바닥에 쫙 펼쳐놓고 보면 네가 만났던 친구들이 하나씩 떠올라 직접 칠곡동산에 다녀온 기분이 들더라.

거기다 책 면지에 있는 네가 만난 친구 사진을 보며 너처럼 새록새록 추억에 젖어들었단다.


뭉치가 놀라아줌마를 위해 모험을 떠났던 것처럼 아줌마 아들들도 내가 아프면 칠곡동산보다 더 위험한 곳도 다녀올 수 있다고 하네.

이만하면 우리 아들들도 개구쟁이지만 한편으론 의젓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하지?

그리고 놀라아줌마와 요리조리사 아저씨는 여전히 좋은 이웃이겠지?

너도 빠주와 약속한데로 수다는 좀 줄였는지 모르겠다.

지금 홀로동굴에 놀러 가면 희귀한 버섯과 열매로 만든 요리조리사씨의 맛있는 요리를 먹어볼 수 있으려나....

우리는 네가 지금 얼마나 더 용감해지고 조용해졌는지도 궁금하고 아줌마가 더 많이 건강해 졌는지도 궁금해.

그리고 네 기념사진들 속에 새 친구들 사진이 더 많이 걸려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너에 새로운 이야기도 듣고 싶기도 해.

아줌마 아들들이 다 자라 그림책을 멀리할 나이가 되기 전에 널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위대한 뭉치, 안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기심 대장 헨리 2 - 헨리, 벼락부자가 되다 호기심 대장 헨리 2
프란체스카 사이먼 지음, 홍연미 옮김 / 그린북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얌전하던 언니가 딸 둘을 키우며 목소리도 커지고, 내 보기엔 별것도 아닌 일로 조카들에게 화내는 걸 보며 난 결혼해서 애 낳으면 절대 소리 안 지르고 산다고 장담을 했었다.

언니는 웃으며 일단 결혼해서 애 낳고 난 뒤에도 그 말 하나보자고 했고, 난 애들이니깐 말썽도 피우고 말도 안 듣는 게 당연한데 소리 지르고 화낼 일이 뭐있겠냐고 했다.

결혼을 해서 첫애를 낳고 고 고물고물한 걸 키우면서 화낼 일은 커녕 날마다 행복에 겨워 살았다.

하지만 둘째가 생기면서 절대 화낼 일 없을 거라는 내 야무진 꿈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지금에 나는 아침에 아이들 깨우기부터 시작해 세수하고, 밥 먹고, 양치질에 옷 입히고 학교 보낼 때 까지 전쟁 한판을 치른다.

아침의 전쟁은 전초전에 불과하고, 오후가 되면 진정한 전쟁터가 된다.

둘이 잘 놀다가도 싸우고, 울고, 말썽 피우고, 물론 공부란 걸 할 때도 마찬가지다.

잠자기 전 이 닦으면서도 형이 제 슬리퍼 신는다고 징징거리고 컵 먼저 쓰겠다고 옥신각신하다가 욕실을 온통 물바다를 만들어 놓곤 한다.

그때마다 아들들 이름을 수도 없이 부르고 소리 지르고..........

내가 어쩌자고 아들 둘을 낳았나하는 생각들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언니가 했던 말이 어쩜 그리 구구절절 맞는지 모른다.


이런 말썽꾸러기 우리 집 아들들이 얌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말썽 대장 헨리이다.

말썽대장 헨리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주사가 싫어 꾀병을 부리다 된통 당하기도 하고, 비밀 결사대를 만들어 친구를 돌려주기도 하는 등 그런 대로 보통의 개구쟁이로 비춰지더니 생일잔치를 근사하게 보내고 싶어 예약한 우주 전쟁 격투장까지 출입금지를 당하는 걸 보며 우리 아들들보다는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헨리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말썽대왕임을 만 천하에 공표하는 이야기들로 어른들을 기겁하게하고 어린이들에게는 영웅이 돼버린다.


<헨리, 벼락부자가 되다>라는 표제가 붙은 두 번째 권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말썽을 만날 수 있다.

헨리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헨리의 잘못을 일일이 열거해 놓은 편지를 읽은 부모님에게 꾸중을 듣고 가출을 결심한다.

가방에는 정글 탐험에 꼭 필요한 물건을 꾹꾹 눌러 담고 멀리 멀리 떠나려고 하지만 아빠가 만든 팬케이크 냄새에 끌려 돌아오는 모습은 아무리 말썽꾸러기 헨리지만 어쩔 수 없는 아이라는 생각에 픽 웃음이 나온다.

거기다 운동회에서는 엉뚱한 방법으로 우승컵을 받기도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엽기적인 건 필요한 건 너무 너무 많고 엄마 아빠는 용돈이라고는 쥐꼬리만큼 주시니 벼락부자가 되고 싶은 헨리는 모범생인 동생 피터를 마거릿에게 노예로 팔아 버리는 것이다.

다행히 나중에 다시 사오긴 하지만 아들이 배울까 겁난다.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에서는 원하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 모두 잠든 밤 조심조심 일어나 선물에 붙은 이름표를 바꿀 때는 조마조마하기까지 했다.


4편의 짧은 이야기로 엮어진 덕분에 한편씩 읽다보면 어른인 나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어른이 내가 이리 웃으니 같은 말썽꾸러기 종족인 아들들은 단번에 헨리의 열렬한 팬이 돼버렸다.

아직 헨리 같은 말썽 대장은 아니지만 천하제일 말썽꾸러기의 자질을 고루 갖춘 아들들에게 헨리가 우상이 되는 거야 당연하다.

매일 밤 듣는 헨리 이야기 한편에 엄마의 잔소리로 낮에 참아왔던 말썽에 대한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듯 낄낄거리는 아들들이 참 귀엽다.

아직까지는 헨리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만으로 만족하며 따라하지 않으니 그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하루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 공룡 코코누스, 학교에 가다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34
잉고 지그너 지음, 제여매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남극에 사는 펭귄들이 길을 잃고 공룡 섬까지 떠내려 왔을 때 처음으로 산타 할아버지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듣게 됐던 꼬마 불 공룡 코코누스가 산타 마을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렸던 <꼬마 공룡 코코누스의 첫 번째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코코누스가 드디어 학교에 다니게 된다.


오늘은 굉장한 날!!!!!!!

꼬마 공룡 코코누스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이다.

입학식에는 온 식구가 나와 축하해주고 준비물이 가득 들어있는 멋진 삼각통도 받게 된다.

너무나 흥분한 탓인지 자꾸 오줌이 마려운 코코누스는 살짝 덤불속으로 실례를 하러 들어간다.

그곳에서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위험한 먹보공룡을 만나게 된다.

그냥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러 왔다는 먹보 공룡은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선생님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은 서로서로를 소개하고, 이름 써보며 즐거운 첫날을 보낸다.


다음날 바나나를 따러간 밀림에서 다시 먹보공룡을 만나게 된다.

간단한 산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먹보공룡도 사실은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먹보공룡 오스카의 부모는 먹보공룡은 쓰는 것, 읽는 것, 셈하기 따위는 필요 없고 그저 잡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사냥해 숨도 못 쉴 때까지 먹으면 그만이고 학교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가 너무 너무 가고 싶었던 오스카는 부모님 모르게 학교에 다니게 되고 수영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오스카는 1박 2일로 떠나는 캠핑에 참가하고 싶어 혼자 탐험 여행을 간다고 부모님을 다시 한 번 속이게 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했던가?

오스카가 오지 않자 기다리다 친구들은 뗏목을 타고 떠나는 되는 데 늦게 도착한 오스카 뒤로 부모님까지 따라 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다 공룡 때문에 뗏목은 뒤집히고 가지고 가던 붉은 돌은 물에 빠져버린다.

그때 용감하게 오스카가 나서게 되고 아들이 수영과 잠수가 수준급임을 알게 된 오스카의 부모님은 학교에 다니는 걸 허락하게 된다.


빨간 공룡이 파란 모자를 쓰고 커다란 삼각통을 들고 학교 가는 표지 그림에도 시큰둥하던 아들들에게 무심히 “숨은 그림 찾기나 한번 해 볼까?”라는 말을 했더니 뭔가 하고 기웃거렸다.

겉표지에 숨어 있는 야자열매, 책가방, 수영복, 공책, 물병을 찾다보면 저절로 이야기가 궁금해져 책을 펼쳐 들게 만든다.

아직은 그림책을 더 좋아하는 저학년이 읽기에 적당한 글자크기와 큼지막하고 원색의 그림들이 아이 혼자 읽기에도 적당하다.


공룡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무서움일 것이다,

하지만 코코누스와 공룡친구들은 그런 무서운 공룡이 아닌 우리 어린이 모습 그대로이다.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고 새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일학년 첫날 느꼈을 설렘과 두려움과 기대감을 다시 한 번 보는 듯하다.

학교라는 게 꼭 셈하고 읽고 쓰기를 배우는 게 아닌 새로운 규칙을 알아가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다.

사는 환경이 달라도 생긴 모습이 달라도 편견 없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오스카와 코코누스를 보며 친구의 참의미를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나코와 걷는 길 보림어린이문고
오카다 나오코 지음, 고향옥 옮김, 노석미 그림 / 보림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나코와 친구들 이야기를 읽으며 이십년 가까이 된 기억 하나가 명치를 무겁게 눌렀다.

읍에 하나뿐이던 여고에 다녔는데 목발을 집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는 몸이 불편하면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다른 군에서 장학생으로 왔던 그 애는 그 당시 가장 가까이에서 본 장애인이었다.

키가 작고, 얼굴이 하얗고 목발이 아니면 움직일 수 없었던 그 아이는 2층에 있던 교실을 가려면 계단을 거의 기다시피하며 올라갔고 화장실이라도 갔다 오면 여지없이 수업시간에 늦곤 했다.

솔직히 말해 그때 그 애를 돕고 싶어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고, 막상 그 아이와 눈이라도 맞추면 고개를 돌리기에 바빴다.

교실이 2층에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고, 그 애가 차가운 시멘트 계단을 추운 겨울에 기어오르는 것도 당연하게 보였다.

그저 나와 다른 그 애가 불쌍하기는 했지만 왠지 피하고 싶었던 존재였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조금만 용기를 내어 그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했더라면 히나코를 보며 웃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작은 몸집에 초승달처럼 살짝 처진 눈, 분홍빛 볼, 그리고........걸을 때 몸이 왼쪽 오른쪽으로 기우뚱 갸우뚱 흔들리는 히나코가 전학을 온다.

모둠의 인원수가 작아 히나코는 사치코, 코바, 겐 , 야코가 속한 3모둠의 일원이 된다.

4명의 친구가 히나코를 대하는 일상을 통해 장애인을 도우는 데 있어 얼마나 주관적인 관점으로 대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사치코는 선생님이 히나코를 자신의 모둠에 자리를 배정해 둘 때부터 영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도와준다.

겐과 야코는 그저 배운 대로 끊임없이 배려하다가도 순간순간 짐스러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코바는 히나코를 특별한 친구가 아닌 똑 같은 친구로 대해 준다.

비치볼 배구 시합에서도 응원이 아닌 당당히 선수로 뛸 수 있게 해주고 모둠 친구들이 모두 버섯을 따러 간   생쥐산에도 데려간다.

우리가 배운 대로라면 히나코는 인형처럼 앉아 있게 해야 하는데 코바의 행동은 무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진정으로 히나코를 편하게 해주었던 건 친절하기만 한 아이들이 아니라 코바였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히나코를 못살게 굴까 봐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는 엄마를 보며 같은 엄마로서 가슴이 찡해 왔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다.

일 년에 한번 4월 20일이 되면 방송에서도 장애우의 이야기를 다루고 신문도 특별한 내용을 쏟아내고 있다.

오늘 인터넷에서도 유명 연예인이 장애학교를 찾아간 내용의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연예인의 들러리가 돼버린 친구들의 모습과 그래도 연예인들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는 인터뷰를 보며 어찌나 입맛이 씁쓸하게 하던지.........

사실 아직까지 나도 장애인들을 보면 다른 눈으로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사람이다.

“코바가 우쭐대기도 잘하고, 덤벙대고, 이상한 생각도 많이 하고, 못살게 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나를 따돌리지는 않아.........”라고 말하는 히나코의 이야기를 듣고 억지로 친절하게 대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대하는 게 진짜로 친해지는 길이라는 진리를 터득한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다.

장애우 친구가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짓으로 꾸민 친절이 아니라 솔직하게 대하는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장애우를 특별하게 보는 눈을 가진 우리들은 그 간단한 진리를 망각하고 자꾸만 진실이 아닌 꾸며진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다른 눈이 아닌 같은 눈으로 보는 것인데 말이다.

오늘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방송에서도 신문에서도 장애인의 이야기는 사라질 것이다.

장애는 다름이나 특별함이 아닌 단지 불편함일 뿐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다르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먼저 하기에 특별한 날을 정해 특별하게 보내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코바가 앞장서서 걸었다. 다른 사람이야 따라오든 말든 혼자서 저벅저벅 나아간다.

나와 야코는 앞으로 나갔다 뒤로 물러났다 옆으로 갔다 하면서 걷는다.

겐은 늘 히나코 옆이다.

히나코는 맨 뒤다. 하지만 코바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걷지는 않는다.

어느새, 히나코가 걷는 속도가 우리 모둠이 걷는 속도가 되었다.

3모둠의 친구들이 걷는 모습을 보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너무 과한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 책에서 진정 우리가 배워야 할 건 장애인뿐 만이 아니라 누군가와 진정으로 친해지려면  특별한 친절이 아닌 마음을 열어 두는 것이 먼저라는 진리를 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자 쓰고 인사해요 세계는 내 친구 3
국립한경대학교 디자인학부 지음, 이혜경 그림 / 보림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와 다른 음식을 먹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환경에서 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활들을 직접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다면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교통, 통신이 발달해 지구를 하나에 마을로 보는 지구촌이라고 하지만 막상 어딘가로 떠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과 돈이 발목을 잡아 세계 여행은 그저 꿈속 일일 뿐이다.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은 마음 누구나 있을 것이고 직접 떠날 수 없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게 책일 것이다.

하지만 서점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서적들은 고학년용이 대부분이라 유아나 저학년이 세계풍물을 접할 수 있는 책은 드물다.


요번에 보림에서 나온 <모자 쓰고 인사해요>는 그런 목마름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책이 아닌가 싶다.

책을 보기 전에는 꽤나 큰 판형일 거라는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직접 본 책은 아이들 손에 딱 맞는 그런 아담한 크기다.

거기다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아이들이 다칠 염려 없이 안심하고 들고 볼 수 있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각국의 전통 모자에 대한 짧은 설명과 함께 간단한 인사가 소개되어 있어 가만히 앉아서 눈으로만 절대 볼 수 없는 책이다.


먼저 책의 겉표지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멕시코에서는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과 함께 전통의상인 판쵸의를 입고 멕시코 전통 기타를 연주하는 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태양의 나라인 만큼 챙이 넓은 ‘솜브레로’를 쓰고 “올라!”라고 인사하면 어느 새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다음으로는 갓을 쓰고 솔바람 부는 정자에 앉아 글을 있는 선비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를 배경으로 말을 타고, 전통 모자인 ”말가이“를 쓰고 있는 그들에게서 드넓은 초원에서 사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햇볕이 뜨겁고 비가 많이 오는 베트남은 기후에 맞게 발달한  “농”을 모자뿐만이 아니라 부채로도 사용하고 물을 뜨는 그릇으로도 사용한다,

다음은 “나마스테“라고 인사하는 터번을 쓴 인도인을 만나는 것도 반갑다.

러시아에 도착해서는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의 탑이 아홉 개 있는 상크트바실리 대성당을 배경으로 따뜻한 “샤프카”를 쓰고 “즈드라스부이쩨!‘라고 인사하면 추위쯤은 멀리 달아나버릴 것 같다.

네덜란드에서는 나막신을 신고, 풍차와 튤립 앞에 서서 하얀 레이스 모자인 ‘훌’을 쓰고  예쁜 소녀로 변신해 본다.

빨간 이층버스가 있고, 타워브리지가 있는 템스 강 가에서는 ‘실크해트’를 쓰고 멋진 영국 신사가 되어보는 것도 멋지다.

축구의 나라, 정열의 나라인 멕시코에서는 축제 때면 빠지지 않는 삼바 춤을 출 때 쓰는 화려한 모자가 우리를 기다린다.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의 9개국을 단숨에 다녀온 기분이다.

아이들이 처음 책을 보고서는 서로 모자 쓰는 데 온 정신을 빼앗겨 서로 써 보겠다고 싸우기도 했다.

처음 며칠은 모자를 머리에 대보고 인사말을 하는 것으로 끝이더니 나중에는 소개된 나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시작했다.

세계 지도 앞에 서서 국가별로 일일이 집어가며 확인하기도하고 너무 두꺼워 잘 읽지 않던 세계풍물지리백과사전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콧수염을 붙여보기도 하고 보자기로 판쵸의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스카프로는 터번을 만들기도 한다.

수염 붙이고 “올라!”라고 인사하는 아들 녀석이 얼마나 능청스럽고 귀여운지 제대로 세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영엄마 2006-04-2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콧수염까지 만들어 붙이고!! 이 책을 제대로 즐겼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