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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글쭈글 애벌레 ㅣ 과학 그림동화 9
샬럿 보크 그림, 비비언 프렌치 글, 장석봉 옮김, 김성수 감수 / 비룡소 / 2001년 9월
평점 :
올 4월에 오빠에게서 장수풍뎅이 애벌레 한 쌍을 선물로 받았다.
톱밥이 가득 채워진 투명한 상자에 들어있다는 애벌레는 제 모습을 쉬 내보이지 않아 며칠은 그냥 톱밥만 보면서 지냈었다.
뭐 애벌레 모습이야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여러 번 봤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아이들이나 나나 그 모습이 적잖게 궁금했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낸 애벌레는 자세히 들여다 볼 엄두가 안 날 정도로 크고 징그러웠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톱밥을 갈아줘야 했고, 분무기로 습기를 맞춰 줘야 했기에 애벌레를 대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게도 볼수록 그 징그러움이 점점 없어지고 자라면 늠름한 모습의 장수풍뎅이가 된다는 생각해 신기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어른벌레가 되어 알을 낳고 죽었지만 그 알들이 다시 애벌레가 되어 제 어미가 우리 집에 왔을 때의 크기만큼 잘 자라고 있다.
무심히 지나치면 알아볼 수도 없는 알이 꼬물꼬물, 쭈글쭈글한 애벌레를 거쳐 며칠을 꼼작하지 않고 번데기로 있다가 근사하게 변하는 곤충의 우화야 말로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중 가장 신비로운 현상일 듯하다.
아이들에게 곤충의 우화를 자세히 이야기해주고 싶던 참에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와 손녀가 책을 통한 공부가 아닌 스스로 보고 알아가는 일상을 통해 나비의 일생을 들려주는 책 한권을 접하게 됐다.
아빠는 잡초라고 뽑아 없애 버리는 쐐기풀을 할아버지는 자라도록 그대로 내버려 두는 데 바로 나비가 알을 낳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옆면에 이랑처럼 골이 패인 알은 비가 온 다음 날 아주 작은 애벌레가 되어 빈 알껍데기를
먹어 치우고 흰 실을 뽑아 식물의 줄기와 잎 사이에 그물 같은 집을 만들어 두고 쐐기풀을
먹기 시작한다.
앞가슴에는 다리가 여섯 개에 작은 발톱들이 달려 있고, 더 아래쪽 배에는 굵고 짧은 다리가 나 있는 애벌레는 여러 번의 허물벗기를 거쳐 드디어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가 달려있는 나뭇가지 하나를 부엌에 들여 놓고 꼬박 열흘을 지켜본 끝에 드디어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제가 처음 태어났던 정원으로 날아가게 된다.
화려하지 않은 그림과 손녀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자상한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에게서 자연을 그대로 두고 관찰하는 것을 배워가는 손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애벌레도 나름 입맛이 까다로워 자기가 좋아하는 풀만 골라 먹는 편식장이(?)라는 사실과 가시가 있는 애벌레를 잘못 만지면 두드러기가 날 수도 있고, 손가락에 지독한 냄새가 남을 수도 있으며 애벌레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애벌레를 대하는 요령과 함께 애벌레의 입장에서 사람의 간섭이 얼마나 불편한가를 인식시켜준다.
특히나 앞면지의 글을 읽어보면 작가가 직접 공작나비를 관찰했음을 알 수 있는 여는 글이 실려 있어 신뢰감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마지막 뒷면지에서는 여러 가지 나비그림과 함께 본문에 소개되었던 공작나비에 대한 부연설명까지 있어 번역물에서 느끼는 이질감을 해소해 준다.
한 번도 공작나비를 본 적은 없지만 북한의 밭과 집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니 더욱 친근해 진다.
단순한 공작나비의 한 살이를 설명한 과학동화가 아닌 할아버지와 손녀의 따뜻한 마음까지 느낄 수 있는 포근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