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 레옹의 행복 - 레오나르와 줄리엣의 특별한 이야기 1
아네스 라코르 지음, 김희경 옮김, 릴리 스크라치 그림 / 키다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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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절망하지 말 것

언제라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 것

양파 껍질은 꼭 찬 물 속에서 벗길 것

평소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이 세 가지 원칙을 친구들에게 알리기 위해 티쇼 씨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는 작가의 말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온 가족의 사랑 속에서 행복하기만 하던 주인공 레오나르 티쇼는 이름 때문에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면서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친구들의 놀림 속에서 단 한명의 친구도 없이 너무너무 슬프고 외로웠던 레오나르 앞에 구원의 천사가 나타난다.

근시가 너무 심해서 늘 커다랗고 무겁고 두꺼운 안녕을 쓰고 다닌 덕에 역시나 친구들의 놀림감이 된 줄리엣을 만나면서 둘은 항상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다.

특히 레오나르에게는 미용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줄리엣의 머리를 멋지게 꾸며 줄 수 있었고 그 순간만큼은 둘 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졌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둘은 결혼을 약속하지만 줄리엣의 배신으로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레오나르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가장 큰 위안이었고 아픔이었던 사랑을 잊기 위해 방황하던 레오나르도는 ‘생-파르도-쉬르-루와르’시에 정착해서 놀림감이었던 자신의 이름을 “레옹 바쇼”로 바꾸고 자신의 유일한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 <레옹 헤어살롱>을 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레옹은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아 행복하게 사는 해피앤드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레오나르의 이야기를 읽으며 세상 사람들 사는 모습은 모두 비슷비슷하고 또 비슷한 무게의 절망과 불행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사랑 줄리엣과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면 레오나르는 편안하고 일상적인 행복을 누렸을지 모르지만 온 도시를 밝고 활기차고 아름다움으로 넘치게 하는 미용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다 잃은 듯 슬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은 레오나르의 이야기는 한 가닥 희망의 빛이 될 것이다.


면지의 그림처럼 인생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만약 레오나르가 마을에 그대로 남아 배신한 줄리엣을 원망하는 걸로 시간을 보냈거나 새로운 도시가 아닌 바다나 산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면 또 다른 인생이 펼쳐졌을 것이다.

레오나르의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은 절망을 이겨내고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산뜻하고 예쁜 색감과 콜라주 기법을 이용한 그림은 레오나르가 손질한 독창적인 머리 스타일과 함께 등장인물들의 소품과 옷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끼게 해 준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가장 궁금했던 건 레오나르를 배신했던 줄리엣은 과연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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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방에 놀러가요? 민화그림책시리즈 3
윤열수.이호백 지음 / 재미마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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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의 방에 놀러가요?>는 재미있는 옛 그림을 통해 조상들의 감칠맛 나는 이야기와 정서를 알게 해주는 재미마주의 세 번째 민화 그림책이다.

민화는 전문적인 화가나 선비들이 취미로 그린 그림이 아닌 이름 없는 화가가 그려 일반 서민층의 그림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는 그림으로 꾸밈없고 소박하며 친밀감이 느껴진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역사적으로 뛰어난 인물들과 관련된 세상에 귀감이 되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그린 일종의 인물화인 <고사도>와 사대부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일생을 그린 <평생도> 통해 

“어질고 늘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

마음이 맑고 뜻이 대쪽같이 곧은 사람.

의리를 지켜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사람.

자연에 숨어 살거나 벼슬하여 백성을 돌보는 사람.”인 선비의 일생을 소개하고 있다.


선비의 방을 소개해주는 뒷부분의 첫 번째 그림은 무관의 방으로 짐작되는 <호피장막도>로 가만히 장막을 들치면, 문방사우와 책상위에 펼쳐진 책과 안경, 주전자, 약대접은 물론 담뱃대와 골패 등이 있어 선비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다음의 <책거리그림>은 책장 뒤 배경을 진한 군청색으로 처리해 책과 기물들의 신비함을 보여주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계절마다 바뀌는 꽃과 과일을 통해 선비의 멋스러움과 풍류를 느끼게 해 준다.

또한 일본, 중국, 인도, 아라비아 등지에서 가져온 진귀한 도자기와 코끼리 상, 시계, 거울, 꽃병, 털이게, 부채, 안경 등이 그려진 그림은 소박한 선비의 방과 대조 이루고 있지만 사실은 실물이 아닌 그림만으로 소장하고 감상하려는 재물을 탐하지 않은 올곧은 선비정신을 그대로 드러낸 그림이다.


이 책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민화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민화에 전급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민화처럼 수수하고 간단하게 들추어 볼 수 있는 플랩과 순조 때 궁중 도화서 화원으로 책거리그림을 잘 그렸던 이형록(1808년)의 그림에 스티커를 붙여 그림을 완성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또 주로 선비의 방이나 서당 등에 놓여 늘 책을 가까이 두고 학문의 길에 매진하려는 학자들의 소망이 담긴 그림인 책거리그림과 함께 옛 선인의 시구를 써 넣은 작은 4폭 병풍은 우리 아이들 곁에 가까이 둘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되기도 한다.

유달리 학문을 숭상했던 옛사람들의 소박한 꿈과 소망이 담긴 책거리 그림을 통해 우리 조상의 생활 속으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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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없는 시간 여행 - 과학과 문화에서 찾은 시간의 비밀 진경문고 7
이남석 지음 / 보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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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자마자 시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들과 남편을 제시간에 등교와 출근을 시키기 위해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그와 비례한 횟수로 시계를 쳐다보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시계지만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보지는 못한 것 같다.

특히 요즘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매일 매일이 비슷비슷한 일상이다 보니 내가 사용하는 시간은 언제나 느긋하고 천천히 흘러가는 건 당연해지고 그만큼 시간에 무뎌져 버렸다.

<타임머신 없는 시간여행>을 읽으며 멈추지 않고 흘러왔고 지금 이 순간도 흐르고 있고 미래에도 흘러갈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과학과 문화에서 찾은 시간의 비밀’이라는 제목 탓에 따분하고 지루한 과학서적으로 생각돼 쉬 손이 안 간 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였을 뿐 시간에 대한 과학적 사실과 문화 속에 등장하는 시간에 얽힌 내용에 추리적 요소가 가미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질문하기를 좋아하고 딸과 그 질문에 답하기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여행길을 따라 가다보니 이탈리아의 풍경과 함께 깊은 철학적 의미의 시간과 첨단 과학의 시간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열세 살 규리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엄마가 그린 그림을 찾으러 아빠와 이탈리아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고장 난 부엉이 시계를 가지고 엄마의 젊은 날의 추억을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 루첼로 백작과 루베니 남작을 통해 다양한 시계와 달력에 얽힌 사실과 함께 역사까지 읽을 수 있어 재미는 물론 새로운 지식까지 얻을 수 있다.

특히나 동서양의 시간의 계념을 설명하는 부분은 동서양 사상과 문화까지 알 수 있어 좋았다.


시간은 머무르는 게 아닌 흘러가버리는 것이라 생각해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중요시하는 우리에게 남작의 말은 일침을 놓는다.

“역사가 한번 흘러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게. 세계와 인간의 본질은 바뀌지 않아. 계속 순환하고 있네. 옛날보다 지금이 더 발전했다고도 생각하지 말게. 우리는 보통 최선의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러나 그것은 직선적 시간관이 가져온 환상일 뿐이야.” (p175)

단순한 추리소설이나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한 지식 책에 머무르지 않은 책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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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책읽는 가족 54
이용포 지음,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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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진아 팬클럽이라니 SS501이나 동방신기 같은 꽃미남 오빠들 그룹도 많은데 동화책 제목이 참 얄궂기도 하다.

표지의 그림을 찬찬히 살펴보니 태진아에 열광하는 분들은 할머니들이다.

오호라 아마도 태진아를 좋아하는 할머니와 신세대 가수를 좋아하는 손녀와의 갈등을 그린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야기는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치매로 고생하시는 할머니 그리고 재혼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는 할머니 등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노년의 모습이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는 독거노인의 쓸쓸함과 함께 한때는 활기참과 정의로 비췄을 버럭 할배의 모습이 점점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 눈엔 호통과 고약함으로 변질돼 보이는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남편과 아이들에 치여 잊고 살았던 자아를 찾아 하고 싶은 일을 과감히 실천하는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속 할머니의 모습은 누구나 꿈꾸는 노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를 읽으며 몸은 나이를 따라 늙지만 마음은 그 나이보다 천천히 늙는다는 말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 여자, 남자가 아닌 노인으로 구분지어 버릇하는 데 분명 자식들이 채워줄 수없는 부분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개구리 이마에도 뿔이 날까?>에는 젊어서는 계모라는 선입견에 한없이 주눅 들고 늙어서는 치매라는 서러운 병에 모든 기억을 잃어 가족을 힘들게 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못되게 군 둘째에게서 받은 스카프라 여기고 언제나 목에 두르고 다니시는 연분홍빛 보자기의 사연에 마음이 짠해 진다.


<수제비>에는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할머니모습이다.

바람소리에도 자식손자 찾아온 소리로 착각하고 맨발로 뛰어나오셔 휘둘러보다 혼자 무안해 하늘한번 쳐다보고 들어가시는 게 꼭 우리 엄마 같아 괜히 코끝이 찡해진다.

  

생명 있는 것이라면 모두 늙는다는 것은 세상 만물에 이치지만  우리는 지금 늙지 않았기에 그 늙음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이십년도 전에 버스에서 우리 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여기 앉으세요.”라고 자리를 양보하는 소리에 놀랐던 적이 있다.

분명 내 눈엔 할아버지가 아닌 우리 아버지인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환갑을 넘긴 할아버지로 보인다는 사실에 슬프고 서러웠던 적이 있다.

이제는 누가 봐도 할아버지인 아버지를 보며 젊어서의 강건함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울컥해진다. 

세월은 소리 없이 흐리고 나이도 그렇게 먹어가며 우리는 조금씩 늙어가고 힘을 잃어가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사는 게 어렵다는 이유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나를 동화 속 할아버지 할머니는 크게 꾸짖고 반성하게 한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엄마,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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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오동명 지음 / 두리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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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공통점이 있는 저자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큰 교훈이나 지식보다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내 자식의 부모가 된 지 10년, 그리고 내 부모의 자식으로 살아온 지 40년인 까닭에 아직도 부모라면 내 아이의 부모인 나 자신이 아닌 시골에 계신 우리 부모님이 먼저 생각난다.

지금 팔순을 넘기신 아버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쿰쿰한 땀 냄새와 함께 날이 어스름해지면 허리가 휘청해지도록 지게 가득 소꼴을 지고 오시던 모습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 아이는 부모하면 어떤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릴까?

저자의 자식 사랑이 가슴으로 전해져 내 아이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자식에 대한 참사랑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가깝게 보게 해 준다.

한 달에 한번 컴퓨터와 핸드폰 없는 날을 정하고 아들을 위해 앉은뱅이책상을 만드는 모습에서 좋은 부모가 꼭 경제력과 비례하지 않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항상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해 서러워하셨던 부모님이었지만 사실은 경제력만 빼면 더 없이 이상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음을 부모가 되고 알았다.

간간히 등장하는 흑백사진과 함께 아들과의 잔잔한 일상을 통해 아들을 이해하고 저자 부모님의 기억을 통해 자신이 자식이었을 때의 부모님과의 갈등을 담담히 끄집어내면서 부모가 해야 할 일과 부모의 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학창 시절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자식에게 베풀지 못해 쓰라렸을 부모 맘은 안중에도 없이 능력 없는 부모를 오지게 서럽게 만들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돌아앉아 “너도 자식 낳고 살아봐라. 그때는 이 어미 속 알거다.”라는 말씀을 하실 때면 한편으론 부모의 마음이 전해와 짠해지기도 했지만 가난을 원망했던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내가 부모가 되고 보니 있다고 다 해줄 수도 없고 없어서 못해준 부모마음이 어떠했을까 짐작이 되 내 발등을 찧고 싶다.

부모로 산다는 것.......언제나 모성에 가려 더 작아보였던 아버지의 부성을 가슴 절절히 느끼며 내 아이에게도 언제 어디서나 제 편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줄 부모가 되고 싶다.

더불어 내 훌륭한 부모님에게도 여태껏 받았던 사랑을 아주 늦기 전에 조금이나마 되돌려 드리고 싶어진다.

“아부지,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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