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너도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2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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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큰 아이가 잔득 화가 난 목소리로 왜 동생만 예뻐하는지 따지듯 물었다.

그 순간 적잖이 놀랐고 나의 어떤 행동이 아이를 서운하게 했는지 고민하게 했다.
아무리 말로 아이에게 둘 다 예뻐하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했지만 화는 풀리지 않았고 급기야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이가 그렇게 느끼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건데 딱히 설명하기는 또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민 끝에 아이 첫돌에 쓴 오래된 편지를 꺼내 보여 주었다.

아들이 편지를 들고 제 방으로 간 사이 나도 모르게 아들을 낳던 날로 생각을 더듬어 갔다.
1997년 11월 20일, 10시간이 넘는 진통 끝에 태어난 아들은 가슴 벅찬 보물이었다.
온전하게 엄마만을 의지해 고물거리는 것도 좋았고 엄마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도 귀여웠다.
그런 아이가 이젠 엄마 없이 혼자 잠들기도 하고 엄마에게 삐져 화낼 줄도 알게 됐다.
하지만 나에겐 언제나 귀여운 내 아들이고 아직도 가슴 벅찬 보물이다.

‘점’으로 먼저 접했던 피터 레이놀즈의 꾸밈없는 그림이 잘 어울려 글은 마음을 울리는 시가 되어 다가왔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매 순간 감동과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도, 점점 자라 손을 꼬옥 잡고 걷는 순간도, 처음으로 자전거를 타던 것도........
아이는 더 자라 혼자서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할 것이고 시도해 볼 것이다.
그리고 더 자라서는 슬픔에 겨워 고개를 떨구고 앉아 있는 날도 있을 거고 자신이 원하는 세상으로 떠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부모가 되고 그리고 언젠가, 지금으로부터 아주 아주 먼 훗날, 너의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날 그날이 오면 부모를 기억할 것이다.

내 아들도 세월이 흐르면 엄마의 품을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사랑하고 멋진 아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없는 자리지만 언젠가 나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딸이 없어 늘 딸 가진 엄마들이 부러웠는데 내가 우리 엄마의 보물 딸임을 자주 깜박할 때가 있다.
그저 우리 아이들의 엄마로 충실했지 내가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듯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있음을 감사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딸을 욕심낼게 아니라 문득 딸 노릇을 잘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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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을 이야기
고정욱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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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야 잘 못 끼우면 풀고 다시 끼울 수 있지만 인생이라는 게 한 번 잘못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니 어찌 인생을 단추에 비유할 수 있겠냐마는 우리는 처음 시작의 중요함을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된다는 말로 비유하곤 한다.
세상 살다보면 늦게 철이 들기도 하지만 어릴 적 좋은 습관과 바른 마음가짐이 평생의 단단한 버팀목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저 아이의 잘못을 꾸짖고 닦달할 줄만 알았지 어떤 것이 진정으로 내 아이에게 필요한 충고인지 고민하지 않았던 나에게 ‘첫 단추’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가방 들어주는 아이’로 유명한 작가 고정욱님은 동화를 통해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 없이 함께 사는 세상을 역설하셨던 것처럼 ‘첫 단추’를 통해서 작가 자신이 삶의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위대했던 선인들의 경험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모두 세 가지 테마로 구분하여 작가 본인과 선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인생의 지침을 아버지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행복한 삶의 가장 기본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아 쉽게 자신을 망가트리곤 한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통해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정직과 삶의 목표, 긍정적인 생각, 자신의 재능을 찾는 것 등을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으로 꼽고 있다.

 

또한 지금 당장 시작하면 좋은 작은 습관 편에서는 우리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좋은 습관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남의 말을 잘 귀담아 들어야하는 까닭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책답게 작가는 아버지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끔 기본을 망각하는 어른들에게도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하여’에서는 친구, 친절함, 유머, 리더십, 약속 등 평생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할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충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그 충고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정작 충고하는 사람이 실천하지 않을 때에는 잔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작가는 고리타분한 충고가 아닌 자신의 생활과 옛 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천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기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이 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읽고 삶의 힌트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늘 가까이 두고 자신의 삶이 나태해질 때마다 등불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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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겨울보다 좋은 59가지 이유
박선영 지음, 김태형.이연성 그림 / 대교출판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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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름 싫은데. 모기도 많고, 덥고.......”
우리 집 투덜이 큰 아들이 책을 집어 들면서 처음 뱉은 말이다.
그래도 제목에 혹 했는지 아님 여름이 겨울보다 좋은 59가지 이유가 알고 싶었는지 덮지  않고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휘리릭 넘기기도 하고 관심이 가는 대목에서는 꼼꼼히 읽기도 한다.
사실 나도 후텁지근한 날씨와 방학한 아이들과 온 종일 씨름하는 여름이 결코 신나는 계절은 아니지만 여름이 좋은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여름을 위한 종합 선물 세트’라는 작가에 말에 큰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다.
각 테마별로 나누어 세세히 설명하고 있어 단순히 여름에 대한 어떤 한 분야가 아닌 여름을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는 백과사전과 같다.
먼저 첫 번째 마음을 살찌우는 여름 코너에서는 여름에 더 좋은 문화 활동을 총정리하고 있어 긴 여름 적은 돈으로 제대로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여름이면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동, 식물을 소개하는 편에서는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거기다 과학적으로 접근한 여름편도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한다.
특히 아이들이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장마나 태풍,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최고의 더위들은 실생활과 연결시켜 가며 이해할 뿐만 아니라 자세히 알고 싶어 다른 책과 연계해서 읽는 기염을 토한다.
그래도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대목은 ‘바깥에서 놀기 좋은 여름’편인 것 같다.
소개된 계곡과 체험 학습장 중 가까운 곳을 찾느라 정신없던 아들은 현장체험학습으로 학교에서 단체로 다녀온 ‘광주금호패밀리랜드’수영장 안내를 보며 반가워한다.
또한 여름 경치가 뛰어난 세계 여름명소와 여름나라의 의식주는 소개는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테마인 듯하다.

3주후면 아이들 여름방학이다.
항상 처음은 근사한 계획으로 시작하지만 끝은 더위에 지치고 형편이 안 돼 계획의 절반도 실천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아이들과 과하지 않게 하나하나 준비하고 계획해 신나고 즐겁고 보람차고 후회 없는 여름을 보내야겠다.
아들 녀석 방에서 굴러다닌 종이에 적힌 여름 방학 계획서다.
과연 다 실천할 수 있을지......

  우리 가족 여름 계획서

1)선크림은 꼭 바르고 나간다.
2)맛있는 복숭아를 실컷 먹는다.
3)엄마 손톱에 꼭 봉숭아 물 들이기.
4)책을 많이 읽는다.
5)꼭 패밀리랜드 수영장을 간다.
6)아이스 에이지 비디오 보기
7)풀피리를 불어본다.
8)밤하늘 별자리 보기
9)팥빙수 만들어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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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룰라 I LOVE 그림책
엘렌 잭슨 지음, 케빈 오말리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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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룰라라는 제목만으로도 이 그림책이 신데렐라의 패러디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랫동안 읽혀왔지만 현실에서는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기에 소녀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한 신데렐라는 종종 드라마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신데렐라의 신분 상승이야기는 점점 식상해져 가고 자신의 운명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그저 착하고 순종적으로 기다리기만 한 그녀를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사용에 비판하기도 한다.

보통의 패러디 물은 원작의 주인공들의 환경이나 성격이 현대에 맞게 재탄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신데룰라>는 원작의 신데렐라는 물론 새로운 인물인 신데룰라가 등장해 비슷한 환경이지만 전혀 다른 삶의 방식과 그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형식이다.
이야기 속의 신데렐라는 역시나 원작의 신데렐라와 다르지 않다.
예쁘고 착하고 시킨 일은 죽어라했지만 일이 다 끝나면 잿더미 속에 앉아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신데룰라는 예쁘진 않지만 언제나 즐겁게 일했고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물론 돈을 받고 다른 사람의 일까지 한다.

이렇게 다른 성격과 다른 생활을 했던 두 주인공은 왕자님의 무도회에 가게 되지만 가는 과정 또한 사뭇 다르다.
한 사람은 요정 할머니의 도움을 받고 다른 한 사람은 스스로 준비한 드레스를 입고 당당하게 버스를 타고 간다.
역시 결말은 두 주인공 모두 자신의 사랑을 찾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마지막 “그 후로도 오랫동안 누가 더 행복하게 살았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져 독자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신데룰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전혀 다른 주인공을 등장시켜 어떤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옛이야기를 억지스럽게 비틀고 꼬아 대단한 감동이나 가르침을 주려는 다분히 의도적이고도 교훈적인 이야기가 아닌 두 인물의 일상을 통해 어떤 것이 진정 즐거운 인생, 행복한 삶인지 묻고 있다.
언제나 적극적이고 불행까지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 당당히 맞섰던 신데룰라의 삶이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은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지막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신데룰라!!”라고 답하는 우리 아이들도 그녀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을 믿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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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7-0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바로 장바구니에 넣고 싶지만, 어제 과용한 터라, 눈물을 머금고 보괌함으로. 흑흑.
 
우리 목가구의 멋 보림한국미술관 6
김미라 지음 / 보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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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라는 게 인간보다 더 먼저 지구에 터를 잡았고 우리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다.
본디 우리 조상들은 우리나라 산에서 나는 나무를 이용해 집을 만들고 그 나무를 이용해 밥을 하고 불을 때어 난방을 했으며 그 집에 어울리는 소박한 가구를 만들며 살아 왔다.
하지만 물에 닿으면 썩고, 불이 나면 타 버리는 나무의 성질 때문에 우리 조상들이 삶이 묻어있는 목가구는 점점 사라져버리고 박물관이나 고미술품 전문 매장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서 점점 멀어지는 우리 목가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 목가구의 멋’을 만나니 참 반갑다.

내 어린 시절 기억에도 할머니, 엄마 시집 올 때 가져온 손때 묻은 반닫이와 부엌살림을 정리했던 찬장과 뒤주가 집안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반짝반짝한 장롱이 들어앉았고 합판으로 만든 씽크대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렇게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져 버린 목가구를 그대로 옮겨둔 책은 옛 향취와 자연의 멋을 느끼게 해준다.
남자들이 기거했던 사랑방과 지체 높은 양반과 임금이 쓰던 특별한 가구, 여인들이 안방과 부엌에서 사용하던 목가구를 차례로 설명하고 있어 실제로 박물관에 다녀온 것 같다.

학문을 닦는 건 최우선으로 여겼던 선비의 사랑방에 자리를 잡고 묵향과 함께 했던 목가구들은 차분하고 검소하다.
스님들의 책상이었다는 경상을 비롯해 산봉우리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먹감나무 문갑과 벽에 걸어 두고 문서나 편지를 보관했던 고비와 오동나무 삼층 탁자 등은 선비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또한 특별한 계층이 사용했던 가구인 소나무 평상과 접이식 의자, 남여 등은 그 시대의 신분에 따라 다른 생활 모습도 들여다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건 여인들과 함께 했던 가구들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 소박한 빛을 잃지 않고 있는 경상도 이층장은 말할 것도 없고 화사하게 빛나는 자개 경대와 화각 빗접은 특히 욕심이 난다.
또한 부엌에서 쓰던 찬장과 소반들에게도 눈길과 손길이 간다.

할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동백기름 바른 머리를 참빗으로 곱게 빗고 그 기름으로 반닫이를 닦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나무색이 그대로 살아있던 반닫이를 쓰다듬으며 할머니의 친정아버지를 기억하곤 하셨다.
할머니에게 반닫이는 단순한 가구가 아닌 친정아버지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던 추억이 들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집에는 과연 그렇게 그리움이 서려있는 가구가 있나 살펴보았다.
낡으면 버려도 별로 서운하지 않은 어느 집에나 있는 장롱, 책장, 책상 등이 전부다.
바람이 있다면  소박한 경상 하나 만들어 나중에 우리 아들들이 나를 보듯 그 경상을 닦고 쓰다듬었으면 하는 마음이 문득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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