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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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첫 직장이 잡지사였던터라 사진이나 레이아웃을 많이 들여다보는 편인데 디자인이 정말 아름다운 책. 그땐 잡지교육원 지하의 자료실에 가서 온갖 잡지의 레이아웃을 연구하곤 했는데 이렇게 자유롭고 정갈한 디자인은 귀하게 느껴질 정도로 드물다. 책 겉표지를 펼치면 지도가 되는 것도 이색적. 박상미 작가의 아름다운 산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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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래.전민진 지음 / 남해의봄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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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시작해서 한달음에 마지막까지 읽었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까지의 여러 직군을 인터뷰한 책.

다양한 인터뷰이를 소개하고 있는 것도 좋았고 어렵지 않은 톤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좋았다. 두 인터뷰어의 고민을 구체화하면서 책의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일관성이라든가 진정성이라든가 하는 지점들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도 유효.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고민을 나 역시 공유하고 있어서 더 와 닿았는지의 모르겠다.

특히 좋았던 건 일군의 이런 인터뷰 기획이 특정한 목적을 겨냥한 계몽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비해 그런 도식적인 그림을 피해갔다는 것. 인터뷰어는 공들여 묻고 인터뷰이는 소신껏 답한다. 정답이 아니라 스펙트럼을 드러내는 책. 앞으로의 직업이나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2012년 출간. 53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대상 수상.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북스피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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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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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목적은 권력, 언어의 규제, 이중사고, 텔레스크린...


읽어보지도 않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책들이 있다.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의 모습을 그린 [1984]가 내겐 그랬다. 다른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기도 하고 이미지들이 많이 인용되어 쓰이기도 하고. '판옵티콘'의 예로 '텔레스크린'을 들어가며 진행했던 수업도 들었다. 스토리는 다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훨씬 더 많은 내용을 전달해주고 있어서 한 방 먹은 기분이 들었다.


권력, 계급, 전쟁, 역사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는데 더 놀라운 건 이 소설이 1949년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1949년에 한국에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떠올라서다. 실제로 읽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두정치적 집단주의의 이론과 실제>라는 가상의 책의 내용은 내가 지금껏 읽어본 어떤 정치 사상 이론서보다도 적나라하게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게 또 놀라웠다. 인간의 내면과 기억, 역사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사유의 측면이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높은 성취를 보여주는데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읽는 내가 '윈스턴'의 입장이 되어 몰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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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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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를 켜고 야간 운전을 하는 사람처럼, 불빛이 닿지 않는 시야 밖 상황이나 관계를 종종 까맣게 읽어버리기도 하는. 그리고 그게 주위 사람들을 얼마나 서운하게 만드는지 모르는 녀석이었다.' - 253p. <호텔 니약 따> 중에서


이제는 훨씬 더 잘, 김애란을 읽을 수 있게 됐다. 누군가 한국 문단에서의 모범생으로 김애란을 들며 이야기했던 생각이 나는데-아니, 그건 김연수였나? 하지만 초창기 김연수 소설과는 별개로 김애란의 소설이 범생이 같은 구석이 있어서 그렇게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김연수 소설에 대해서는 몇번이고 이야기했던 것 같지만 다음에 내키면 다시-문창과에서 소설을 전공한 내가 보기에도 딱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안정적이고 재미있지만 설정 그 뿐인. 매주 읽어야 하는 서너 편의 습작들과 비교했을 때 뚜렸하게 큰 감동을 주진 못했다. <성탄전야>같은 작품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박민규의 <갑을고시원 체류기>만큼은 아니잖아. 김애란의 참신함을 세대 감각으로 이미 가지고 있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익숙하고 반갑지만 조금은 만만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경우에도 설정이 앞선 듯해 마뜩치 않았다.


간만에 읽은  김애란의 소설집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훨씬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단순히 소재나 설정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편편마다의 서술 방법. 다양한 캐릭터를 구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피상적인 사건이나 행동을 드러내는 대신 내면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느새 귀 기울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과연 내가 아는 이야기, 내가 지나쳤던 이야기,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제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겠지. 마냥 스무살인 것처럼 굴다가 솔직하게 스스로의 나이를, 시간을, 경험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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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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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작가의 말 중에서

 

카밀라 포트만의 이야기 속에는 지은과 희재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쓰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말하고 있는 이야기. 그런데 너무 길지 않아? 아무래도 산만한 것 같아(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숨겨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동원된 장치들이 너무 거추장스럽다. 줄곧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숨겨진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 닿지 않는 것은 그래서다.

 

쓰지 않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면 2010년 문학동네 계간지 봄호에 실려있는 이기호의 단편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이 있다. 차와 사랑에 빠진 삼촌의 이야기, 하지만 삼촌도 삼촌의 사랑도 이야기되지 않는다. 화자에게는 삼촌이 사랑했던 후진이 안 되는 고물단지 차와 차계부가 있을 뿐이지만 나중에 씌여지지 않은 그 이야기를 내가 떠올릴 때의 남다른 감동이 각별했던 소설.

 

김연수의 전작 [내가 누구든 얼마든 외롭든]에도 있었지 그런 거. 진술이 아니라 묘사라면, 그 묘사가 만들어내는 것이 대상이 아니라 공간이라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비워야하는 부분이 있을테고, 비워진 공간을 매력적인 곳,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들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능하는지.

 

곰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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