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칼이 될 때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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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칼이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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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새에 ‘후루룩’ 읽었습니다. 논란이 되었던 최근 사례들을 짚으며 혐오표현이 무엇인지, 왜 문제가 되는지 설명해주셔서 쉽게 읽혔습니다. 쉽게 읽힐 수 있도록 ‘혐오표현이 무엇인지(1-2장)’, ’혐오표현의 유형에는 어떤 게 있는지(3장)‘, ’혐오표현이 만들어내는 해악과 범죄(4-5장)‘, ’혐오표현 규제와 둘러싼 고민지점(6-10장)‘, ’나아가야 할 방향(11-14장)까지 각 단계별로 구성되어 편하게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혐오표현에 파묻혀 살며 참 힘들었지만, 막상 ‘혐오표현’을 사회문제로 고민하는 것까지는 엄두를 못 냈던 것 같습니다. 본 책에서도 언급하듯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문제도 어렵게 다가왔고 규제만이 답인가, 규제한다고 해서 달라질까,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저만의 고민은 아니었나봅니다. ‘말이 칼이 될 때’ 또한 그런 문제와 고민 그리고 해결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혐오표현’에 대한 교양서 또는 입문서 그리고 필독서 같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목차도 시작하기 전에 쓰여 있던 ‘책머리에’입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한국의 다수자(정규직 남성 노동자, 비장애인, 이성애자)’이기 때문에 ‘머리로 관념화할 수 는 있을지언정 마음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몇몇의 순간을 언급하며 반성합니다. 혐오표현이 당사자들에게는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일’임을 다시금 되돌아봅니다. 저에게 이 글이 가장 와 닿았다는 건 어쩌면, 저 또한 이 반성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덕분에 본문에 진입하기 전부터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선 고마운 책이기도 합니다.

 쉽게 읽히지만 무거운 고민을 안을 수 있는 책, 앞으로의 행동을 준비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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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의 쓸모 -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화
지그문트 바우만.미켈 H. 야콥슨.키스 테스터 지음, 노명우 옮김 / 서해문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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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읽었다. 미켈 H. 야콥슨 교수와 키스 테스터가 질문하면 지그문트 바우만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짬날 때 질문마다 끊어 읽어오다보니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다 보니 사회학을 대하는 바우만의 태도를 이해하기보다는 인상깊은 구절들을 머리 속에 남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드디어 오늘 시간을 내어 66개의 질문과 대답 중 남은 스무 개 정도의 질문과 대답을 한목에 읽었다. 물론 평생을 사회학자로 살아온 이의 철학과 은유를 감히 내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다만, 오늘 날의 사회를 바라보는 유연성과 사회학자로서 갖춰야할 태도에 대한 단호함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대학원을 오래 다녔고 그에 따른 실적을 요구받으며 살다보니 최근 ‘사회학’은 무엇인지, 나는 왜 ‘사회학’을 전공하고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일쑤였다. 사회학을 통해 일자리를 얻어야한다는 압박도 한 몫했다. 책을 덮은 지금, 사회학이 나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줄 것이란 바람은 저 멀리 떠나갔지만, 사회학을 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되었다. 파도 앞에 모래성 쌓는 일을 하고 있진 않은지, 거기에 매몰되어 있진 않은지 반성했다.

덕분에 최근 쓰기 시작한 글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어떠한 쓸모의 글인가. 공공 영역과 연결되어있는가. 이런 질문들 덕분에 일자리와 함께 학위도 저 멀리 멀어지고 있는 듯하지만...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질문이 내재한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믿기에.


나의 짧은 식견이지만, 솔직히 미켈 H. 야콥슨 교수와 키스 테스터 교수의 질문들은 때때로 허세 가득하고 관념적이고 현학적 수사들로 질문을 꼬아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풀어내 재차 질문을 가다듬는 바우만이 대단하다고 느껴질정도. 덕분에 그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그런 글을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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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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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vs80의 사회>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키기 위해선 20%의 중상류층에 주목해야한다고. 1%와 99%의 대결과도 같았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20%의 중상류층이상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저자는 서두에 자신이 그 중상류층 이상임을 고백하면서, 자신과 주변인의 사례를 서술하여 20%가 누리고 있는 혜택들과 그 혜택들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격차들을 설명한다. ‘특혜’와도 같았던 사례들을 자기비판적 시선으로 서술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또한 자신들이 누려온 혜택을 자녀에게 되물림하려는 움직임이 더 큰 경제적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문제의식에도 공감이 됐다. 하지만, 미시적인 사례들을 나열했을 뿐, 구조적인 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상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웠다. 물론 저자의 위치에서 자기성찰정도가 목적이라면 이해된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책의 말미, 변화를 위한 제안에서 그동안 줄곧 주장되어온 빈부격차 줄이기와 같은 평등 정책들을 언급했다는 점이 전혀 새로울 것이 없어 아쉬웠다. 결국 저자가 지적해온 20%의 문제를 저자 스스로 이 책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20vs80을 처음 읽었을 때 저자의 신선한 발상에 감탄했다. 저자가 예시로 든 사례들이 지금의 사회문제와도 맞닿아 있어 더욱 공감했던 것 같다. 저자 자신이 책에서 비판하는 중상위층인 점도, 그래서 자신과 같은 계층에 속해 있는 이들을 설득해가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지난주에도 언급했듯이 저자가 결론에서 제시한 대안들은 구조는 그대로 두고 임시방편으로 마련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저자가 제시한 대안들은 그동안 20%가 부당하게 취득한 자본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뿐이다. 20vs80의 실질적인 소득 간극을 줄이기 위한 대안제시는 서술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중상층 당사자인 저자의 위치성 때문이라 생각된다. 흥미로운 문제제기였지만, 한발자국 더 나아가지 못해 아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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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부수는 문학들 -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권보드래 외 12인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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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같은 분석이 주옥같은 문장으로 이어져 있어 밑줄을 긋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버스에서 읽을 때도 굳이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밑줄을 그었다. 그만큼 좋은 책이었다.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이유는 단연코 ‘페미니즘 관점’이었다. 이 책은 문학은 문학이다, 라고 생각해 저 멀리 치워두었던 사고를 가지고와 페미니즘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그러면서 저 높은 곳에 앉아 있던 ‘고유’의 문학 ‘현실’ 그리고 ‘삶’의 문학으로 위치하게 만든다.


이러한 해석은 나에게 큰 배움이 되었다. 페미니즘 관점으로 해석하기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다. 무엇을 읽어내는데 있어서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중립이라는 명분 하에 나에게 익숙한 관점을 고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한다. 이번 독서는 그런 깨달음과 멋진 글을 만났다는 반가움과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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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임재춘.최문선 외 지음 / 네잎클로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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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내일이있다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를 써야할 일이 있어서 적어본 글. 지금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계시지만... 10년이 넘는 투쟁의 기록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깊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는 ‘우리’에게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 이야기의 힘이 가져오는 힘은 실로 강하고 묵직하다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자그만치 10여년을 거리에서 지내며 복직투쟁을 해온 콜트콜텍 노동조합의 임재춘 조합원이 쓴 농성 일기를 엮어냈습니다. 복직에 대한 염원과 노동탄압에 대한 분노와 함께 때때론 언제 끝날지 모를 이 투쟁에 대한 막연함과 피로감 같은 인간적인 고민들도 읽을 수 있습니다. 투쟁에 지칠만할 때쯤 소소하게 피어나는 행복한 장면들은 덤처럼 반갑습니다.


뉴스나 사회과학 서적을 읽다보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가기 때문에 사람은 그 사이사이 틈에 껴있는, 건조한 문장 한 줄 같이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객관성, 중립, 논리 이런 말들은 사람과 삶을 쉽게 지울 때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것들로 무심하게 흘려 보내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내일은 있다>를 만나지 않았다면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그대로 흘려보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무심하고 무뎌진 저를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기 전, 뉴스로 접했던 사건들이 생각나 책을 집어들기 망설여졌습니다. 얼마나 오만했던건지. 그래서 책 표지와 목차를 지나 본문으로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새 책을 방치할 수 없어 금방 읽어버려야지, 하며 손에 들었던 책. 그 책이 결국 굳어진 제 머리와 오만한 제 마음을 꽝-하고 깨뜨렸으며 끝내는 울게 만들었습니다. 당사자가 겪은 아픔과 좌절을 제가 감히 채 다 안다고 할 수 있었을까요. 그나마 임재춘 조합원님이 적어 놓은 하루를 통해 잠시나마 그 마음을 겪었습니다. 서툰 문장들에 담아 놓은 마음을, 여기 오늘을 사는 제가 읽으며 겪었습니다. 인간의 삶을 문장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타인의 삶에 무심해지지 않기 위해 인간은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30년을 기타 공장에서 일하며 자부심이 가득했던 사람.열악한 노동환경을 조금이나마 바꿔보려 동료들과 노동조합을 시작했던 사람. 그리고 10여년 간 이어지는 해고와 복직 투쟁.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을 다녔고 연극과 밴드공연을 했던 사람. 이런 삶이 버거워 잠시 투쟁을 등졌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 오늘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글을 전문적으로 써본 적이 없어 조금은 서툰 그 사람이 쓴 농성 일기입니다. 이야기는 글을 잘쓰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설령 다듬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야기는, 삶의 이야기는 겪어낸 마음만큼 묵직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 힘을 믿습니다. 아니,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 <우리에겐 내일은 있다>가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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