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임재춘.최문선 외 지음 / 네잎클로바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겐내일이있다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를 써야할 일이 있어서 적어본 글. 지금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계시지만... 10년이 넘는 투쟁의 기록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깊다.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는 ‘우리’에게도 이야기가 있다는 것, 그 이야기의 힘이 가져오는 힘은 실로 강하고 묵직하다는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자그만치 10여년을 거리에서 지내며 복직투쟁을 해온 콜트콜텍 노동조합의 임재춘 조합원이 쓴 농성 일기를 엮어냈습니다. 복직에 대한 염원과 노동탄압에 대한 분노와 함께 때때론 언제 끝날지 모를 이 투쟁에 대한 막연함과 피로감 같은 인간적인 고민들도 읽을 수 있습니다. 투쟁에 지칠만할 때쯤 소소하게 피어나는 행복한 장면들은 덤처럼 반갑습니다.


뉴스나 사회과학 서적을 읽다보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가기 때문에 사람은 그 사이사이 틈에 껴있는, 건조한 문장 한 줄 같이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객관성, 중립, 논리 이런 말들은 사람과 삶을 쉽게 지울 때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것들로 무심하게 흘려 보내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내일은 있다>를 만나지 않았다면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그대로 흘려보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무심하고 무뎌진 저를 돌아보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기 전, 뉴스로 접했던 사건들이 생각나 책을 집어들기 망설여졌습니다. 얼마나 오만했던건지. 그래서 책 표지와 목차를 지나 본문으로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새 책을 방치할 수 없어 금방 읽어버려야지, 하며 손에 들었던 책. 그 책이 결국 굳어진 제 머리와 오만한 제 마음을 꽝-하고 깨뜨렸으며 끝내는 울게 만들었습니다. 당사자가 겪은 아픔과 좌절을 제가 감히 채 다 안다고 할 수 있었을까요. 그나마 임재춘 조합원님이 적어 놓은 하루를 통해 잠시나마 그 마음을 겪었습니다. 서툰 문장들에 담아 놓은 마음을, 여기 오늘을 사는 제가 읽으며 겪었습니다. 인간의 삶을 문장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타인의 삶에 무심해지지 않기 위해 인간은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30년을 기타 공장에서 일하며 자부심이 가득했던 사람.열악한 노동환경을 조금이나마 바꿔보려 동료들과 노동조합을 시작했던 사람. 그리고 10여년 간 이어지는 해고와 복직 투쟁.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을 다녔고 연극과 밴드공연을 했던 사람. 이런 삶이 버거워 잠시 투쟁을 등졌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갔던 사람. 오늘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글을 전문적으로 써본 적이 없어 조금은 서툰 그 사람이 쓴 농성 일기입니다. 이야기는 글을 잘쓰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설령 다듬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야기는, 삶의 이야기는 겪어낸 마음만큼 묵직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 힘을 믿습니다. 아니,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 <우리에겐 내일은 있다>가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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