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평양 - 아웃케이스 없음
양영희 감독 / 와이드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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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 때문이었는지 急 '우리학교'가 보고 싶었지만. 아직 못 본 영화도 썩고 있는데 몇 번이나 본 걸 또 꺼내자니 글코. 뭣보다 어디 넣어뒀는지 생각도 안 나서 사두고 아직 못 본 '디어 평양'을 보기로 했다.

조선학교 교사를 하다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되고 영화를 공부하고 뭐 그런 양영희 씨의 다큐다. 아들 셋을 만경봉호에 태워 평양으로 보낼 때 영희 씨의 부모는 지금과 같은 결과를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겨울이 되면 일회용 손난로를 한 박스 준비해서 보내는 걸 비롯해 수시로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들을 위해 이런 저런 물건과 돈을 보낼 때마다 영희 씨 부모는 어떤 마음이 들까.

몇 년에 한 번씩 평양에서 가족이 모일 때 반가움 뒤로 반드시 따라붙을 그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들을 차마 상상하지 못하겠다. 옥류관에서 늦은 환갑 잔치를 할 때도 영희 씨의 아버지는 여전히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외치고 당부했다. 그러나 영희 씨의 국적에 대해 전혀 타협이 없던 그도 한국으로의 국적 변경을 허락한다. 평양으로 보낸 오빠들에 대한 영희 씨의 물음에 당시 자신들의 지나친 낙관과 너무 이른 판단에 대한 후회도 보였다. 조총련 활동가로 살아온 영희 씨의 부모, 특히 그 아버지에게 어찌 후회와 회한이 없을까만 그걸 결코 드러낼 순 없겠지. 평양에서 살고 있는 아들 손자 며느리를 생각한다면.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영희 씨는 평양에 가게 힘을 내라는 얘길한다. 영희 씨의 손을 잡고 그래 평양에 가야지라고 답하는 영희 씨의 아버지. 그에게 '평양'이 어떤 의미를 지닌 존재인지를 생각하니 한편으론 그가 부럽기도 하다.

뜬금없이 '너의 가슴엔 '그런 평양'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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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The SandMan : 영원의 밤 시공그래픽노블
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P. Craig Russell 외 그림 / 시공사(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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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을 읽은 적이 없다. 그래픽 노블에도 DC코믹스의 히어로들에게도 익숙하지 않다. 그런 주제에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건 그저 '닐 게이먼'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그런데 책을 받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의외로 '데이브 맥킨'이었다. 1章 '죽음'이 시작되기 전까지 나오는 차례며 서문의 이미지가 굉장히 데이브맥킨스러워서 갸웃갸웃 했는데 책을 읽어가니 이유를 알겠다. 이 시리즈의 표지디자인을 데이브 맥킨이 했다고 한다. 물론 외전 격인 이 책 「샌드맨: 영원의 밤」에도 참여를 했다. '절망' 편에 디자인 참여를 했다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림과 디자인의 차이를 몰라서, art by 배런 스토리와 designed by 데이브 맥킨이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여 이 작품을 완성했는지 모르겠다. 눈치 채셨나? 딴 애기가 좀 길었다. 그건 아마 닐 게이먼보다 더 좋아하는 이름에 대한 반가움과 이 책이 내게 갖다 안긴 버거움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딴 얘기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 이제 그만 부족하나마 이 글의 목적으로 돌아가보자.

 

샌드맨 외전이라는 이 책은 샌드맨을 읽지 않은 독자가 봐도 문제없다는 소리에 넙죽 받아든 책인데, 글쎄다, 읽는데 문제는 없을지언정 받아들이는 데는 약간의 제약이 있는 게 아닐까. 영원 일족의 형제 일곱에게 한 챕터씩 맡기고 있는 이 책은 그들 형제를 모르고 봐도 큰 문제는 없을지 모른다. 그들, 죽음이니 절망이니 꿈이니 하는 영원 형제는 신도 아니고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죽음 절망 꿈 그 자체라고 하니. 그렇다고 해도 샌드맨 시리즈를 통해 그들은 다른 존재와 관계를 가졌을 테고 나름의 성격을 형성했을 테고 뭐 그랬을 텐데 그걸 모르니 읽어가기가 영……. 뭐 제일 문제는 나의 이해부족일 테지만 말이다.

 

무튼 이런 상황의 책을 본편에 의지하지 않고 읽는 방법이란 앞에서도 투덜거렸듯 죽음을 영원 형제의 하나가 아닌 그저 죽음으로만 받아들이는 거다.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어쩜 이게 그들 형제를 혹은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길일지도 모르고.

 

우리는 죽음으로 시작하여 욕망 꿈 절망 분열 파괴 그리고 운명에 이르기까지 섣불리 손대고 싶지 않은 묵직한 주제를 닐 게이먼의 신통방통한 이야기와 유명 화가들의 뻑적지근한 그림으로 만나게 된다. 그림이 달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야기와 그림이 진행되는 방식(?)도 챕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7편은 완전히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듯 보였고 그게 나쁘지 않다. 일곱 권의 책을 읽는 거 같은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절망'편이다. 그림은 난해했고 형식은 만화와도 보통(?)의 그래픽 노블과도 달랐으며 담고 있는 이야기는 웃지 않을 수 없는 잔혹한 유머였다. 이 챕터를 읽으면 두려움과 슬픔을 등에 지고 깔깔거릴 수 있다.

 

나름 악조건(?)에서 읽었지만 묘하게 매력이 있어 샌드맨 시리즈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를 만난 적이 있거나 열렬한 독자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책의 매력을 찾아내시겠지. 괜스레 '인간은 뭔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소문날까, 그 소문 꼭 나야하는 걸까' 같은 답 없는 생각이 머리를 휘저을 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혹시 아는가, 답 같지 않은 답이 떠오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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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5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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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은 내가 얼마 전에 알게 된 식당을 하나 소개하도록 하겠어.

 

거긴 밤 12시부터 새벽 7시까진가 장사를 하는 밥집. 그래서 '심야식당'이라 불리지. 달랑 '밥집'이란 두 글자가 휘날리는 무뚝뚝한 노렌처럼 식당도 주인도 좀 그런 분위기다. 주인 눈에 그어진 상처도 그렇고 이런 가게를 연 것도 그렇고 나름 사연이 있을 거 같은데 그건 머지않아 알게 되지 않을까 기대 중. 일단 겉모습에서 풍기는 분위기로는 배철수! 살짝 배철수 아저씨 분위기가 난다. 후후후.

 

뭐 낮 12시부터 저녁 7시도 아니고 밤부터 새벽까지 여는 가게가 술집도 아니고 밥집이라니 뭔 장사가 될까 싶지만, 주인 말로는 이게 또 손님이 꽤 온다는 거다. 번화한 밤거리 한 귀퉁이에 있다는 이유도 이유지만, 뭣보다 메뉴의 특이점 때문이 아닐까? 여기 메뉴판은 수줍기 그지없으니, 밥집이란 존재이유가 무색하게도 메뉴에 올라있는 요리는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이 유일하며 그 외에 맥주 청주 소주 정도가 갖추어져 있다. 아, 술은 세 병 혹은 세 잔까지 만이라고. 근데 그 다음이 중요하다. 메뉴에 있는 건 달랑 하나지만 손님이 원하는 걸 주문하면 만들 수 있는 한 만들어준다는 게 뽀인뜨~! 되시겠다.

 

위치 덕분인지 영업시간 덕분인지 손님의 계층이 다양하다. 그래도 평범한 직장인보다는 야쿠자, 스트립 댄서, 성인비디오 배우, 게이, 트렌스젠더, 안 팔리는 엔카가수, 기자 등 뭔가 밤이나 새벽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많다. 비엔나 소시지, 달콤한 계란말이, 양념장 끼얹은 두부, 돈가스에서부터 수박, 어육 소시지, 구운 김처럼 요리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 묵힌 카레처럼 긴 시간을 요하는 것이나 비프스트로가노프처럼 주인이 손님에게 설명을 듣고 만들어내야 하는 음식까지 손님의 면면만큼 주문도 다채롭다.


이런 걸 주문받아 내놓아야 하는 주인 아저씨는 참 바쁠 거 같지만, 웬걸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말없는 손님의 안색을 살피고, 그들의 사정과 형편을 기억하고 이해한다. 그냥 밥 혹은 안주 주문해서 먹고 마시는 걸로 끝나는 식당도 아니고, 요리 내놓고 돈 챙기는 걸로 할 일 다 하는 주인 아저씨도 아니다. 드라마 같은 데 나오는-내가 가 본 적이 없다-Bar의 베테랑 바텐더 같은 느낌을 주는 아저씨는 그래서 주인장이나 주인 아저씨보다 '마스터'라는 호칭-일본은 보통 식당 주인한테도 일상적으로 마스터라 호칭하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이 참 잘 어울리는 거 같다.


근데 이 다양한 주문에서 혹시 공통점 발견하셨는가? 요리가 어째 좀 그렇지 않은가? 억수로 평범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꼭 저기 가서 주문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많다. 이 주인 아저씨의 요리가 굉장한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단골이 새로운 손님을 데려오면 으레 하는 소리는 이렇다. "메뉴는 저렇지만 먹고 싶은 걸 주문하면 만들 수 있는 건 '대충' 만들어 주니까 뭐든 주문해." 간혹 "가게는 지저분하지만"이란 말이 붙기도 한다. 그렇게 '대충' 만든 요리는 "그저 그렇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도 흔히 있다. 그런데도 한 번 왔다간 사람은 꼭 다시 찾는 게 이 심야식당이란 말이다. 왜 그런 걸까? 왜 그런 거지?


심야식당의 손님 중에는 여름이라고 자기 냉장고에 수박을 넣어두고 먹는 사람이나, 동지나 설이라고 명절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들이 쓸쓸하고 지친, 고향을 등지거나 가족과 떨어진 팍팍한 도시생활자라는 얘기겠지. 가끔 그리워질 거다. 예전에 고향에서 먹던, 어릴 때 엄마가 해주시던, 첫사랑 그와 먹었던 그런 것들이. 그걸 심야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여름이 되면 가게에 '수박'이라 쓴 종이가 붙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은 주문한다. "수박!" "수박" "수박" 여름엔 역시 수박과 모기향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주인은 하나 피울까요? 하며 모기향을 꺼내는 곳. 그러다 갑작스레 정전이라도 되면 아무도 화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서운 이야기로 넘어가는 곳. 많이 만들어 남아버린 냉장고 속 카레를 맛볼 수 있는 곳.


심야식당은 가족 친구 고향 그리고 추억의 온기를 한끼 혹은 한잔에서 잠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온기는 비단 주인 아저씨만의 열연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닐 게다. 그리운 걸 그리워할 줄 아는 손님들이 함께 만든 온기일 게다. 지금은 야쿠자지만 첫사랑 그녀의 비엔나 소시지를 기억하고 있는 그라서, 사람들 앞에서 한 장도 남김없이 벗어야 하는 마릴린이지만 명란젓 입술남과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그녀라서 이런 얘기가 가능한 거 아닐까 싶다. 여기 손님들은 새로운 손님이 와서 뭘 주문하고 먹으면 "나도"라는 소릴 잘한다. 남이 먹는 걸 보면 먹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기도 하겠지만 자기 추억을 아끼는 사람들이라 타인의 것에도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굴의 '프리트아 라 뷔르로와(근데 이건 뭐?)'가 어쩌고 캐비어가 어쩌고 하던 음식 평론가마저 버터밥 한 그릇과 유랑악사 고로씨의 한 곡에 두손을 번쩍 들어버리는 이곳은 심야식당. 음식 평론가를 데려온 단골이 마스터에게 말한다. "그 녀석에게 정말로 맛있는 게 뭔지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추위를 많이 타는 호스테스 히토미씨도 말한다. "마스터의 요리는 특별히 맛있는 건 아닌데, 왠지 정겨운 맛이 나거든요."


'심야식당'을 만난 다음 날, 엄마가 만들어둔 들깨 시래깃국, 김장 때 넣어뒀던 김치 무, 역시나 엄마가 부쳐두신 애느타리 부침개로 차린 늦은 아침이 유난히 사랑스럽고 따시게 보이더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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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봤던 거 기억을 함 되살려 보자... 싶지만 기억이... 그리 쉽게 내곁에 머물러 줄 리가 없 
 
타나토스의 쌍둥이, 비추임. 일단 5각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데 주인공 쌍둥이의 화살을 모두 받고 있는 막스가 살아있는 1권에선 막스를 중심으로 쌍둥이가 사랑을 다투고 각각의 쌍둥이에게 활을 겨냥하고 있는 남자들이 떨거지처럼 성의 없이 그려진다. 그리고 막스가 없는 무주공산(?) 2권에선 얼마 전까지 막스를 향한 연심으로 형제도 뭣도 상관없이 서로 으르렁 거리던 쌍둥이가 急하게 각자에게 주어진 떨거진 남자들과 짝을 이룬다. 근데 마지막 장면 좀 애매한 것이 거기선 분명 죽어야 얘기가 되는데 "익숙한 걸음걸이" 어쩌구 하면서 살아있는 뉘앙스를 풍기던 걸~

11인이 있다!, 표지본 성G가 캔디 운운한 것처럼 예스런 그림이다. 우주대학 입학시험의 과정으로 우주선에서 일정기간을 보내야 하는 수험생 10명. 근데 가만보니 10명이 아니라 11명인 걸? 그럼 어쩌지? 이런 상황의 이야기다. 에스에프라고 하지만 무대만 그렇지 담긴 이야기는 속편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도 그렇고 평범하다. 할튼 읽는 내내 묘하게 추억에 잠기게 되고 반갑고 그렇더라는 거. 시험을 끝내고 모두 각자의 길로 나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선 추억의 애니메이션에서 만날 수 있는 성우의 내레이션이 들리는 듯했다.

고양이 mix 환기담 토라지, 신간증정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지난 해 출간된 타무라 유미의 작품이다. 때와 곳을 알 수 없는 무대에서 사람들은 쥐와 전쟁 중이다. 이 쥐들은 그 크기와 능력이 매우 다양한데 그 중 '마법의 쥐'라는 것들은 다른 동물을 반인반수로 만든다. 이들에 의해 반인반수가 된 동물을 mix라고 부른다. 자,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지? 용사 파이 얀은 쥐와의 전쟁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오랜만에 집에 왔더니 아들이 쥐한테 잡혀간 것. 그래서 아들이 기르던 고양이 토라지-요놈 아들이 납치될 때 믹스가 되어버렸다-와 아들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앞으로 다양한 능력의 쥐를 만나며 세상을 경험하고 납치된 아이들에 관한 비밀도 풀고 뭐 그러겠지. 설정 억수로 허술하고 이야기도 걍 슬렁슬렁 흘러가는데 그래도 담권 땡긴다는~

졸업생 봄과 겨울, '동급생'의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작품이다. 동급생 참 좋았는데 말이지~ 이것도 그렇다. 동급생에서 커플이 된 그 소년들의 그 다음 이야기가 이어진다. 딱히 어쩌고 저쩌고 할 것도 없는 졸업을 앞둔 아이들의 느긋한 이야기가 흘러가지면 역시 참 좋단 말이야. 하라 선생님, 눈동자 없는 타니, 글고 머리 벗겨지고 통통한 하시모토 선생님의 맛깔스런 양념 역할도 흡족~

오랫동안, 꼭 챙기는 작가도 아니고 관심 두는 작가도 아니지만 표지 분위기도 좋고 할인율도 괜찮아 샀는데... 올레~ 썩 좋구나. 오래 사귄 벗 아베와 미야기는 오래 사귀긴 했지만 둘 다 맘 속에 뭔가 껄끄러운 걸 담고 있었다. 그건 고등학교 때 딱 한번 가졌던 관계와 그 후에 생긴 두 사람의 이러저런한 감정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 그게 해결이 된다(?) 뭐 그렇다. 썩 괜찮다, 이거.

안다루스의 사자,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할튼 삽화 땜에 산 건데 내용은 걍 그렇다. 후하게 치면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박하게 치면 시간 아까운 줄 아는 사람은 걍 넘어가도 좋을 그런 이야기다. 아랍이 무대고 노예가 등장하고 하렘이 나오고 뭐 그런 거다.




나의 사랑스런 박사님
, 심심하고 밍밍하다. 이 작가는 안타를 치면 제대로 영양가 있는 걸 치지만 그게 아닐 땐 삼진보다 더 입맛이 쓴 병살타라고나 할까. 별로라고 해도 영 아닌 작품은 아니지만 이 밍밍함이 뭔가 할튼 입맛을 쓰게 만들어. 괜스레 돈 생각나게 하고 말이지말이지말이지.



크게 휘두르며
, 일단 인물 구별이 안 되는데 이거 내 잘못인가? 다른 사람은 어떤지 좀 궁금한 부분. 앞권 복습 없이 신간 나오면 걍 사고 걍 휘리릭 읽어보고 꽂아둬서 그런지 도대체 이야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금 얘네 무슨 대회 중인지 전혀 모름 -.-;;; 덕분에 슬슬 재미 떨어지고 있음 -.-;;;



카페타
, 이 작가가 그리면 진짜 뭐든 다 열혈이 되지 않을까? 이 그림으로 나같은 놈을 그리면 난 어떤 모습일지 궁금. 왜 나냐고? 나  '소로 변신하기' 카운트다운 들어간 거 같아서리...ㅡㅜ 이번 권은 계속 아키라X카페타였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키라의 짝사랑 시작? 카페타의 사랑을 놓고 미나모토에게 경쟁심 폭발 중이다. 근데 미나모토는 또 한발 F1을 향해... 너희들도 열심히 하렴~


뱀파이어 기사
, 책장 정리하면서 보니 9권이 없다. 아마 안 산 모양. 그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결국 이야기가 우째되는지 모르고 걍 본다는 거?;;;; 소설판도 나오고 작가는 책 덕에 독일까지 다녀온 모양. 바야흐로 뱀파이어가 대세인 거? 이야기는 이제 2부로 들어선 느낌. 쿠란 카나메가 다시 인간과의 공존을 도모하고 헌터협회 차기 회장으로 제로가 지목되어 카나메, 제로, 유우키가 그리는 삼각형이 다시 등장. 그나저나 유우키의 "나를 더럽혀줘요, 오라버니." 이런 대사;;; 허허;;; 난 김정렬 아찌처럼 온몸으로 오징어 구웠단 말이쥐.

소라의 날개, 아~~ 이번 권의 노란 표지 맘에 든다. 표지모델도 우리의 아프로 군이잖아. 난 얘가 매우 좋고 그래서 이 작품이 더 좋음. 소라의 아부지 캐릭터가 참 묘한게 눈이 가는 사람이네. 살짝살짝 가학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는 중. 구두룡 농구 부원들 빠샤~




스킵비트
, 아하하하하~ 오랜만에 다시 삼각관계로 이야기가 돌아가는 중이다. 쇼타로가 등장하고 비글이 등장하면서 쿄코는 또 분노지수가 나날이 상승. 흠흠 그래야 쿄코쥐~~ 그치만 이번 권의 백미는 쿄코의 분노가 아니라 쇼타로의 분노였달까... 아직 스스로의 감정도, 자신이 어떤 나락 끝에 서있는지도 잘 모르는 쇼타로가 분노와 절망의 금강역사로, 것도 1인 2역을 마다않고 '아'와 '훔'의 모습으로 열연을 펼친 것이 좋았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 역시 오랜만에 봐서 뭐가 뭔지. 무튼 칼잡이는 여전히 칼솜씨가 매섭고 예지소녀는 애답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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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고다마 사에 지음, 박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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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동물보호소는 보호한 지 3일 째 되는 날 살처분한단다. 주인이 직접 데리고 온 녀석들은 당일날 그렇게 하고. 처리 방법은 가스에 의한 질식사라고…….

이런 책을 사진에세이라고 하나? 집에 개가 있어서 그런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도서관 서가에서 제목이 눈에 띄길래 뽑아들었다. 저자 고다마 사에는 동물보호소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전시회 〈마지막 초상화, 생명을 부여 받고〉를 열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여러 곳에서 전시를 의뢰해 전국 순회 전시를 했단다. 그 전시 사진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의 방명록에서 발췌한 짧은 글, 관계자들의 역시나 짧은 소회 등이 담긴 책이다.

책을 읽으며 하나 아쉬웠던 점을 미리 밝히자면,
편집후기에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국내 현실을 생각해 소설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등 유명인 11인의 글을 받았으며 그들의 글에 감사를 표하는 부분이 있었다. 전시회를 본 사람들의 감상과 국내 유명인사의 글이 중간중간 섞여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좀… 뭐랄까 어색하게 보였다. 전시회를 감상한 글은 주로 초등학생의 글이 많아서 그런지 담백하고 꾸밈이 없는데 국내 유명인사의 글은 이와는 반대로 무거운데다 좋게 말해 세련이 넘쳐 둘이 같은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게 영 어울리지 않았달까.

그럼 책에 든 사진 몇 장을 소개해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눈빛이 참…… 말을 잃게 만든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책에 실린 사진 속 동물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길을 잃고 떠돌다 오는 녀석들도 있지만 주인이 직접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은 모양이다. 앞서도 말했듯 그런 애들은 당일로 살처분된다.

열 살이 넘은 늙은 포메라니언은 비싼 옷차림의 중년 부인이 놓고 갔다. "늙은 개 마지막 뒤치다꺼리하기 싫어서요."라는 말을 남기고. 한때는 사랑받았을 것이다. 아마 주인에 대한 저 녀석의 사랑은 "한때"가 아니라 보호소에 들어간 그날에도 계속되고 있었겠지만, 왜 그런지 주인의 사랑은 "한때"로 끝나버렸다.


주인이 갖다버리는 개나 고양이를 보면 그 버림의 이유는 나름 분명했다. 저 포메라니언처럼 나이 들어 손이 많이 간다고 버려지고, 초기 치매라든가 기타 이런 저런 병이 걸려 버려지기도 하고, 이사한다고 버리고, 주인이 임신을 해서 버려지기도 한다.

한대 유행처럼 인기가 높았다는(만화 닥터스쿠르 같은 걸 보면 누구나 '꼬마'같은 허스키를 키우고 싶어질 테지) 대형견은 생각보다 너무 커져 감당이 안 된다고 버려졌다. 어제까지 식구처럼 지내던 동물을 버리는 우리의 이유는 참 다양하고 뚜렷하다. 그런데 죄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인 것또한 사실이다. 뭐 밖에서 보는 제3자의 눈이라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겠지만.



이른 봄, 출산 시즌이 되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들이 많이 버려진단다. 자기 집 고양이가 낳은 새끼 고양이를 버리러 온 주부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봐도 없어서 왔다고 했다. 보호소 직원이 이 아이들을 두고 가면 가스실에서 괴로워하며 죽어갈 거라고 했지만 그 부인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중성화를 시켜주면 어떨까요? 라는 직원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네? 너무 가엽잖아요. 게다가 돈도 들구요. 전 좀 바빠서 이만……."


아기 고양이들은 마대에 넣어져 가스실에서 살처분되었다. 버리는 주인에게도 당연히 사정이 있겠지. 내 눈엔 그저 핑계처럼 보이겠지만 오죽하면 죽을 걸 알면서 갖다버릴까 싶은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저들도 세상에 난 중한 생명이란 걸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

보호소의 동물을 보며 인간의 무책임을 느낀 저자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기를, 그보다 앞서 생명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를 바라고 있다. 유기동물에 관한 국내 티비 프로그램, 혹은 이런 책이나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볼 때마다 '사람이 참 죄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에 의해 갖고 기분 내키는대로 주무르고 싫증나면 버리는 이런 짓거리를 우리는 생명에게도 하고 있으니……. 끝으로 저자가 인용한 간디의 말을 옮겨본다.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에서 동물이 어떠한 취급을 받는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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