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고다마 사에 지음, 박소영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11월
구판절판


★★★☆

일본의 동물보호소는 보호한 지 3일 째 되는 날 살처분한단다. 주인이 직접 데리고 온 녀석들은 당일날 그렇게 하고. 처리 방법은 가스에 의한 질식사라고…….

이런 책을 사진에세이라고 하나? 집에 개가 있어서 그런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도서관 서가에서 제목이 눈에 띄길래 뽑아들었다. 저자 고다마 사에는 동물보호소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개와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전시회 〈마지막 초상화, 생명을 부여 받고〉를 열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여러 곳에서 전시를 의뢰해 전국 순회 전시를 했단다. 그 전시 사진과 함께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의 방명록에서 발췌한 짧은 글, 관계자들의 역시나 짧은 소회 등이 담긴 책이다.

책을 읽으며 하나 아쉬웠던 점을 미리 밝히자면,
편집후기에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국내 현실을 생각해 소설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등 유명인 11인의 글을 받았으며 그들의 글에 감사를 표하는 부분이 있었다. 전시회를 본 사람들의 감상과 국내 유명인사의 글이 중간중간 섞여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좀… 뭐랄까 어색하게 보였다. 전시회를 감상한 글은 주로 초등학생의 글이 많아서 그런지 담백하고 꾸밈이 없는데 국내 유명인사의 글은 이와는 반대로 무거운데다 좋게 말해 세련이 넘쳐 둘이 같은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게 영 어울리지 않았달까.

그럼 책에 든 사진 몇 장을 소개해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눈빛이 참…… 말을 잃게 만든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책에 실린 사진 속 동물들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길을 잃고 떠돌다 오는 녀석들도 있지만 주인이 직접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은 모양이다. 앞서도 말했듯 그런 애들은 당일로 살처분된다.

열 살이 넘은 늙은 포메라니언은 비싼 옷차림의 중년 부인이 놓고 갔다. "늙은 개 마지막 뒤치다꺼리하기 싫어서요."라는 말을 남기고. 한때는 사랑받았을 것이다. 아마 주인에 대한 저 녀석의 사랑은 "한때"가 아니라 보호소에 들어간 그날에도 계속되고 있었겠지만, 왜 그런지 주인의 사랑은 "한때"로 끝나버렸다.


주인이 갖다버리는 개나 고양이를 보면 그 버림의 이유는 나름 분명했다. 저 포메라니언처럼 나이 들어 손이 많이 간다고 버려지고, 초기 치매라든가 기타 이런 저런 병이 걸려 버려지기도 하고, 이사한다고 버리고, 주인이 임신을 해서 버려지기도 한다.

한대 유행처럼 인기가 높았다는(만화 닥터스쿠르 같은 걸 보면 누구나 '꼬마'같은 허스키를 키우고 싶어질 테지) 대형견은 생각보다 너무 커져 감당이 안 된다고 버려졌다. 어제까지 식구처럼 지내던 동물을 버리는 우리의 이유는 참 다양하고 뚜렷하다. 그런데 죄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인 것또한 사실이다. 뭐 밖에서 보는 제3자의 눈이라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겠지만.



이른 봄, 출산 시즌이 되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들이 많이 버려진단다. 자기 집 고양이가 낳은 새끼 고양이를 버리러 온 주부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봐도 없어서 왔다고 했다. 보호소 직원이 이 아이들을 두고 가면 가스실에서 괴로워하며 죽어갈 거라고 했지만 그 부인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중성화를 시켜주면 어떨까요? 라는 직원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네? 너무 가엽잖아요. 게다가 돈도 들구요. 전 좀 바빠서 이만……."


아기 고양이들은 마대에 넣어져 가스실에서 살처분되었다. 버리는 주인에게도 당연히 사정이 있겠지. 내 눈엔 그저 핑계처럼 보이겠지만 오죽하면 죽을 걸 알면서 갖다버릴까 싶은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저들도 세상에 난 중한 생명이란 걸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

보호소의 동물을 보며 인간의 무책임을 느낀 저자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기를, 그보다 앞서 생명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를 바라고 있다. 유기동물에 관한 국내 티비 프로그램, 혹은 이런 책이나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볼 때마다 '사람이 참 죄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에 의해 갖고 기분 내키는대로 주무르고 싫증나면 버리는 이런 짓거리를 우리는 생명에게도 하고 있으니……. 끝으로 저자가 인용한 간디의 말을 옮겨본다.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에서 동물이 어떠한 취급을 받는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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